사랑의 환율 (전윤호 시집)

사랑의 환율 (전윤호 시집)

$11.06
Description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방식으로 당신을 사랑한다
- 전윤호 시집 『사랑의 환율』


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잇고 있는 전윤호 시인이 신작 시집 『사랑의 환율』(달아실 刊)을 펴냈다. 달아실시선 91번으로 나왔다.

전윤호는 여전히 젊은 시인이다. 어느 흐린 주점에서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며 술잔을 털어 넣던,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던 서른 살의 전윤호와 지금 전윤호의 외모는 삼십 년의 세월만큼이나 달라졌지만, 전윤호의 시는 삼십 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젊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왜 늙지 않는 것일까. 그는 지금도 천 길 낭떠러지 위에서 시라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중이기 때문이고, 그는 지금도 시라는 서슬 퍼런 칼날 위를 걷고 있는 까닭이다. 한 발만 잘못 내디뎌도 목숨을 잃는 것이니, 그는 지금도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결벽의 시’를 살아내고 있는 까닭이고,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까닭이다.
저자

전윤호

저자:전윤호
시인전윤호는강원도정선에서태어나1991년《현대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정선』,『이제아내는날사랑하지않는다』,『순수의시대』,『연애소설』,『늦은인사』,『봄날의서재』,『슬픔도깊으면힘이세진다』등의시집을냈다.시와시학젊은시인상,한국시인협회젊은시인상,편운문학상을수상했다.
poet91@hanmail.net

목차

시인의말

1부.사랑의환율
매둔동굴│돌배나무│내시계│동창회│슬픈항해│겨울강│내안의오랍뜰│사랑의환율│밤나무블루스│밤노래│봄눈이내려│불멍│삼천년의잠│새벽비│소나무│수마노탑│영이별│이별노래│이별사│처녀치마길│초대│죽은왕│호수에지다

2부.정선아라리줍는아침
서시│고향│구절구절│귀양살이│딱천년│딸│떼꾼│마음한그루│망명│물봉선│백정│버들이우는밤│사라진여인│산돼지사냥│쌍둥이네│여량│여량아리랑│여울│이웃│주인│콧등치기│정선아라리줍는아침

3부.흐르는아이
고독에대하여│고아│공주│귀신고래│달맞이꽃│불온한필경사│사스래나무│삼베수의│손님│시판돈│솔직한아침│식은접시│애완동물│장렬한가을│징징돼지│짬뽕과짜장면│충고│팔호광장│하늘고기│환갑│흐르는아이│호야

4부.팔레스타인아이에게
강가다래나무│고양리교회│그나무―최만헌에게│그절│도롱이연못│도원일기│두루마리사│멈출수없는│명당│밤기차│번영슈퍼│빈아침│쑥갓에게│음나무아래│입춘대길│장렬과수원│지구인│파관│팔레스타인아이에게│하늘길을위하여│황천―이종선에게

발문_사랑의환율론방민호

출판사 서평

내손목시계는안맞는다
시간도틀리고
날짜도요일도제멋대로다
매일아침바늘을맞추고
요일과날짜를고친다
그나마차고있지않으면멈추는
서툰시계
숫자가따박따박초단위까지나오는
전자시계도있고
틀릴걱정없는휴대폰도있지만
아기처럼매일고쳐주고흔들어줘야한다
너와의약속을한시간빨리돌리고
막차시간은한시간늦추는사람에겐
얼마나소중한지
맘대로차고다니는
내손목시계가좋다
―「내시계」전문

이번시집『사랑의환율』에서도전윤호특유의서정이라고할수있는,‘결벽의시’의면모를여실히보여주고있는데,방민호문학평론가(서울대학교교수)는시집발문에서이렇게이야기한다.

“이번그대의새시집은처절한외로움으로쌓아올린시집인듯해.어떤존재론적고독에침잠하여자연그자체와의만남으로나아가는것같아.
나는이시집에서가장아름다운시들이몇편의이별의노래라는것은부인할수없어.인간은아무리그집합적생명이어제에서내일로흘러간다해도끝내‘나’의죽음을면할수없음이필지의사실이니까.바로이‘죽음’과‘이별’을절감하고있는데서그대의현대시인으로서의,비극의인식도존재하는것이겠지.
그대는세상의흐름과는다른시간을살기로작정한사람.‘안맞는’시계를손목에차고자기만의삶의시간을살아가는그대는어딘지모르게혼탁,혼란스럽고,그래서비루하기만한이세계의고민을훌쩍뛰어넘는차원의시인같아보여.지금우리세상에시인이름을가진사람참많지만그대처럼시속에시계를맞추지않으려는고집스러운시인은아주드문법이지.
미국의모더니즘작가토머스울프가쓴장편소설『그대다시는고향에가지못하리』(Youcan’tgohomeagain,1940)의주인공처럼그대는차라리뉴욕의브루클린을닮은서울의어느반지하방에서고독한자기세계를일구고있어야했던것은아닐까?
재귀(再歸)한다는것,다시돌아간다는것,이를위해애써몸부림친다는것은분명이동시대의혼탁과혼란,탐욕과약탈을향한최후의항거의몸짓일테지.이렇게희유한길을선택하고또고집하는데서그대는값진시인으로존재증명을이루는것이겠지.
이메마른봄이다가고긴장마끝에환한여름이오면나도그대사는정선에가려네.그대를만나러,그대의노래가된정선들을만나러.그때까지부디안녕히계시기를.”

당신이사랑하는사람은당신을사랑하지않습니다
서운하다면조금고쳐드리지요
당신이사랑하는만큼사랑하지않습니다
애초에다른나라사람이니
이정도에서만족할순없을까요
나를사랑해주는만큼나도사랑해
그런경우는드물더군요
손익을따지고
관세를올리기도하지만
서로다른화폐라
같은가치로환전할수없네요
돌아서면서랍구석에서녹슬어갈
차마바꾸지못한동전들
블랙홀이되지않으려면
여권에철컥스탬프찍고멀어지세요
꼭이윤을남길필요도없잖아요
별들은적당한거리두고있을때빛납니다
당신이사랑하는사람은당신을사랑하지않습니다
―「사랑의환율」전문

봄날이다.그중에서도오월이다.전윤호시인의말로는지금껏많은시집을냈지만,오월에시집을내는것은이번이처음이란다.오월은‘당신을사랑하지않는방식으로당신을사랑하는’전윤호의시를읽기에좋은계절이다.일독을권한다.

시인의말

내안에돌배나무한그루
불꽃은시들었지만
술한단지감췄네
네가오기기다리며
향긋하게익어가고있다네

2025년오월
전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