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벽

이름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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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불행을 훔친 자, 사랑을 말하다
- 홍대욱 시집 『이름의 벽』
홍대욱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름의 벽』이 달아실 기획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사회적 부조리를 뼈저리게 감지하는 자가 끝끝내 놓지 않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사랑을 품고 있다. 누구도 훔치고 싶지 않은 것을 훔쳐 살고 있는 사람이 쓴 시집이다.

그렇다. 시인 홍대욱은 시 「죽음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방법」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보통은 남의 행복을 훔치지만 남의 불행을 훔치곤 했다
- 「죽음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방법」 부분

이 짧은 진술은 시인의 사랑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타인의 불행을 ‘훔쳤다’는 고백은 타인의 고통을 무력하게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몸과 말의 차원으로 끌어들이는 윤리의 감각이다.
저자

홍대욱

저자:홍대욱
한신대철학과에서공부했고여러출판사의편집(책임)자로일했다.2019년서울시인협회(동아리)월간「시SEE」추천시인상(「위험한권유」등5편)으로새내기시인이되었다.시집『세상에없는노래를위한가사집』『도대체,대책없는낭만』,서평모둠『인문오디세이아』,소설모둠『밤의작품』을썼다.

목차

시인의말

1부.이름의벽
이름의벽│나│항抗그리움│고랭지여자│진주의넋,잊다│남원가는길│겨울원행遠行│길잠│마리안페이스풀│죽음이우리에게말을거는방법│객사│고요새│찹쌀종이지옥│무정연가│포물선의사랑│죽을지경이라면서│푸른사과와고래│먼지연옥│발밑보라꽃│발칸의이리나│남현희│1센티미터책등의우주│감정약국│거름의시간

2부.고카페인김수영
고독生│고카페인김수영│구원│그때│그라데이션│그리운콜라│꽃잎의추신│꽃문신의사내│꿈꾸는플라타너스│눈물의묵시│노래│늦눈│다시밥을짓기위하여│두개의물병│라볶이를먹는법│신기루부엌

3부.롱테이크샷
롱테이크샷│머리카락을짧게밀며│무게│멍│문어의마음│바다의마음│밤흰꽃│밤샘이여안녕│밥때와컵라면물이덥혀질사이│성난성자│소나기│용대리폭포│소란한날의애가│외딴아이스크림창고│이름표의서정│장마의첫날│전갈과먹구름│청동의여인│초록등대│푸른가출│탐침│산수유│聖겨울쪽지│해월海月│화천가는길│환멸

해설_저항하는행위자의사랑-신상조

출판사 서평

불행을훔친자,사랑을말하다
―홍대욱시집『이름의벽』

홍대욱시인의세번째시집『이름의벽』이달아실기획시선으로출간되었다.

이시집은사회적부조리를뼈저리게감지하는자가끝끝내놓지않는‘최후의보루’로서의사랑을품고있다.누구도훔치고싶지않은것을훔쳐살고있는사람이쓴시집이다.

그렇다.시인홍대욱은시「죽음이우리에게말을거는방법」에서이렇게고백한다.

보통은남의행복을훔치지만남의불행을훔치곤했다
―「죽음이우리에게말을거는방법」부분

이짧은진술은시인의사랑이어디에서비롯되었는지를명확히드러낸다.타인의불행을‘훔쳤다’는고백은타인의고통을무력하게관찰하는데그치지않고,자신의몸과말의차원으로끌어들이는윤리의감각이다.

남의불행을훔친자로서슬픈한시대를온몸으로느끼는시인은,시「성겨울쪽지」에서“뒤틀리며펄럭이는”쪽지한장을바라보며이렇게쓰기도한다.

나무도아닌시멘트전봇대
세찬바람에뒤틀리며펄럭이는
스카치테이프손가락마디만큼붙은쪽지
급구주방보조
먹고사는이가먹고살려는이를
간절히찾는다
그나마매정한세파는
전봇대마다뾰족돌기판을씌워
발도붙이지못했다
눈쌓인응달에외로이서서
휘파람은불지도못한채
바람따라울면서펄럭이는
겨울쪽지
―「성겨울쪽지」전문

이짧은시에서‘쪽지’는존재의흔적이며,구조적폭력의상징물앞에서도끝내무너지지않는작고단단한삶의의지이자거대한사랑으로읽힌다.

“먹고사는이가먹고살려는이를/간절히찾는다”는구절은이쪽지가단순한구인광고가아니라,사람을찾는쪽지이며,이름을호명하려는시의본능이라는것을알려준다.

그래서이쪽지는곧펄럭이는홍대욱의시자체다.

바로그런점에서시집『이름의벽』이품은중심감정은멀리있는‘정의’가아니라,가까이있는‘이름’이고,얼굴이며,응시다.곧,삶이다.

홍대욱시의정신적기반에는김수영이있다.시「고카페인김수영」에서그는자신의청춘과감각을이렇게증언한다.

아침은본드,점심은각성제,저녁은김수영의거대한뿌리를달여마시고살았다
정신이놋주발처럼쨍쨍울리고
(…)
김수영,나의힘,나의레드불,나의악마
―「고카페인김수영」부분

이고백은단지오마주가아니라,존재론적영향의진술이다.김수영은시인의‘악마’이자‘레드불’로서감정을일으키는연료이고,무자비한세계를견딜수있게만든사유의근육이다.

시인은김수영을“달여마신다”고까지표현한다.그렇게섭취된김수영은다시홍대욱의시로다시태어난다.

김수영은“욕망이여입을열어라/그속에서사랑을발견하겠다”고썼고홍대욱은“그칠줄모르는전쟁의시대/(…)/사랑을기억하리니”라고썼다.

너로들어가는험한길
나로돌아오는험한길
그칠줄모르는전쟁의시대
사람이죽는다
사랑이죽는다
살을헤집고
뼈를부러뜨리는너란강선腔線
탄피는쩔그렁거리고
나의등은피가터져
세월에갇힌글씨가물드는
이름의벽
사랑을기억하리니
―「이름의벽」부분

시인의등은피가터져세월을받아내고그세월이벽에새겨진다.그벽은시인의몸이며,동시에시집의등뼈이기도하다.사랑은거기서피처럼번지고시가된다.

홍대욱은시집『이름의벽』에서사회적부조리를바꾸겠다는선언을하지는않는다.그러나그부조리를‘뼈저리게감각하는’이의사랑으로바꾸는데는성공한다.

이시집의사랑은도덕도정의도아니다.그것은“타인의불행을훔치는”존재가끝끝내놓지않는감응의형식이다.

시인은“사랑을기억하리니”라고쓰며,죽지않고살아있기위해시를쓴다.그것은“울지도못한채/바람따라펄럭이는”겨울쪽지처럼,조용하지만지워지지않는한사람이벽에또렷이새긴서명아니고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