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틈으로

시간의 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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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치곡견색, 오직 직구로 승부한다
- 최정란 산문집 『시간의 틈으로』
2020년 『수필 문학』으로 등단한 최정란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 『시간의 틈으로』(달아실 刊)이 나왔다.

산문집은 총 40편의 글을 싣고 있는데, 5부로-1부 오늘의 거짓말, 2부 백색소음, 3부 아버지들에게, 4부 착한 빚 vs 나쁜 빚, 5부 시간의 틈으로-나누어 각 부마다 8편의 글을 싣고 있다.

최정란 작가는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삶의 최전선에서 산전수전공준전을 다 겪은 전사다. 그래서일까. 그는 사소한 일에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고, 에두르는 법이 없다. 야구에 있어 투수로 비유하자면 그는 오직 직구로 승부하고, 타자로 비유하자면 선구안이 뛰어나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이라면 상하좌우 어디든 때려낸다.

탤런트 이순재 씨가 모델로 나오는 모 실버보험을 대놓고 까고(「돈 놓고 돈 먹기」), 의술보다 상술을 앞세운 병원을 대놓고 까고(「히포크라테스선서」), 노인들을 등쳐먹는 화장품가게 사장을 대놓고 까고(「그녀의 사과」), 시청료로 장난질하는 KBS를 대놓고 까고(「이런 KBS」), 통신요금으로 고객 주머닛돈을 빼먹는 통신사를 까고(「스튜핏 SK 스튜핏 KT」, 「휴대전화를 바꿀 때마다」), 민원인들을 우습게 여기는 공무원들을 대놓고 까고(「북을 두드리다」, 「비만입니다」), 그렇게 그는 대놓고 깐다.

약자라고 가난하다고 못 배웠다고 서민들을 우습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고 공공연히 업신여기는 모든 비뚤어진 강자들, 무법자들에 대하여, 설령 그가 대통령의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그의 불의에 대해, 잘못에 대해, 위선에 대해 대놓고 깐다.

그뿐인가. 일상의 그 어떤 사소한 것도 그에게는 훌륭한 글의 소재가 되고,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일도 그에게는 또한 맞춤한 글의 소재가 된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 그의 시선이 닿으면 곧 글의 소재가 되고 제재가 된다.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제 요양 보호사 일을 하면서 겪은 일들(「국민 파출부」, 「침묵으로 동참」, 「퇴직」) 속에서 조화로운 삶, 함께 사는 삶을 성찰하기도 하고, 설거지를 하다가, 밥상을 차리다가 지구환경 문제가 당장 내 삶에서 내 일상에 비롯되고 있음을(「내 몸속 플라스틱」, 「청소하는 미생물」) 성찰하기도 한다.

나와 가족과 사회 그리고 전 지구적 문제까지 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최정란 수필의 특징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오직 직구로 승부한다”라고 할 수 있겠다.

연암 박지원은 문장가가 글을 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치곡견색(致曲見賾)’이라고 했다. 『중용(中庸)』 제23장에서 빌린 것인데, 그 내용을 옮기면 이렇다.

“그 다음으로 사소한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이 생기면 곧 형상이 생기고, 형상이 되면 곧 드러난다. 드러난 것은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지만 남을 감동시킨다. 감동시키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其次致曲 曲能有誠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 唯天下至誠爲能化)

여기서 핵심은 치곡(致曲)이다. “작은 일(것)에도 정성을 다해 끝까지 살펴 최선을 다한다”라는 의미이다. 치곡이 나를 변하게 하고 세상을 변하게 한다는 것이 23장이 전하는 메시지다.

연암 박지원은 이 치곡에 견색을 더해 선비가 문장을 지을 때는 반드시 “치곡견색(致曲見賾)”을 견지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견색(見賾)이라 함은 심오하고 깊숙한 곳에 있는 나만의 것을 발견한다는 의미다.

최정란의 산문에서 ‘치곡견색’을 읽었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독자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

최정란

저자:최정란
강원도태백에서나고자라춘천에서살고있다.2020년『수필문학』으로등단했다.2020년김유정기억하기제27회전국문예작품공모에서우수상을수상했다.강원문인협회,춘천문인협회,강원수필,춘천수필회원이다.산문집으로『나는아직도몽고반점이있다』(2023),공동저서로『기타리스트의세탁기』(2020),『텅빈극장의엔딩크레딧』(2023)이있다.

목차

들어가는말

1부.오늘의거짓말
돈놓고돈먹기│히포크라테스선서│오늘의거짓말│그녀의사과│이런KBS│국민파출부│침묵으로동참│퇴직

2부.백색소음
스튜핏SK스튜핏KT│휴대전화를바꿀때마다│북을두드리다│이겼는데│비만입니다│등대지기는새를너무사랑한다│백색소음│내몸속플라스틱

3부.아버지들에게
황산의아버지들│청소하는미생물│아버지들에게│천년의기록│왕의탄생│가족│남의편│순이할머니

4부.착한빚vs나쁜빚
버리고나서야│귀신고래│보조는없다│문학의바다│착한빚vs나쁜빚│천연기념물417호│참잘했어요│춘천이야기

5부.시간의틈으로
왕족이니라│공지천을부탁해│시간의틈으로│어머님전상서│도파민터지던날│벌교문학기행―마음의선(線)│벌교문학기행―길을묻고나를찾고│효과음별로네

출판사 서평

최정란작가는가족의경제를책임지기위해삶의최전선에서산전수전공준전을다겪은전사다.그래서일까.그는사소한일에도그냥지나치는법이없고,에두르는법이없다.야구에있어투수로비유하자면그는오직직구로승부하고,타자로비유하자면선구안이뛰어나고스트라이크존에들어온공이라면상하좌우어디든때려낸다.

탤런트이순재씨가모델로나오는모실버보험을대놓고까고(「돈놓고돈먹기」),의술보다상술을앞세운병원을대놓고까고(「히포크라테스선서」),노인들을등쳐먹는화장품가게사장을대놓고까고(「그녀의사과」),시청료로장난질하는KBS를대놓고까고(「이런KBS」),통신요금으로고객주머닛돈을빼먹는통신사를까고(「스튜핏SK스튜핏KT」,「휴대전화를바꿀때마다」),민원인들을우습게여기는공무원들을대놓고까고(「북을두드리다」,「비만입니다」),그렇게그는대놓고깐다.

약자라고가난하다고못배웠다고서민들을우습게여기고함부로대하고공공연히업신여기는모든비뚤어진강자들,무법자들에대하여,설령그가대통령의자리에있다하더라도,한치의물러섬없이그의불의에대해,잘못에대해,위선에대해대놓고깐다.

그뿐인가.일상의그어떤사소한것도그에게는훌륭한글의소재가되고,아무도관심두지않는일도그에게는또한맞춤한글의소재가된다.어디를가든누구를만나든무슨일을하든그의시선이닿으면곧글의소재가되고제재가된다.

요양보호사자격증을취득하고실제요양보호사일을하면서겪은일들(「국민파출부」,「침묵으로동참」,「퇴직」)속에서조화로운삶,함께사는삶을성찰하기도하고,설거지를하다가,밥상을차리다가지구환경문제가당장내삶에서내일상에비롯되고있음을(「내몸속플라스틱」,「청소하는미생물」)성찰하기도한다.

나와가족과사회그리고전지구적문제까지그의시선이닿지않는곳이없다.그러나무엇보다최정란수필의특징을한마디로얘기하면“오직직구로승부한다”라고할수있겠다.

연암박지원은문장가가글을대하는데있어가장중요한것이‘치곡견색’이라고했다.『중용(中庸)』제23장에서빌린것인데,그내용을옮기면이렇다.

“그다음으로사소한일도무시하지않고최선을다해야한다.사소한일에도최선을다하면정성스럽게된다.정성이생기면곧형상이생기고,형상이되면곧드러난다.드러난것은이내밝아지고,밝아지지만남을감동시킨다.감동시키면변하게되고,변하면생육된다.그러니오직세상에서지극히정성을다하는사람만이나와세상을변하게할수있는것이다.”(其次致曲曲能有誠誠則形形則著著則明明則動動則變變則化唯天下至誠爲能化)

여기서핵심은치곡(致曲)이다.“작은일(것)에도정성을다해끝까지살펴최선을다한다”라는의미이다.치곡이나를변하게하고세상을변하게한다는것이23장이전하는메시지다.

연암박지원은이치곡에견색을더해선비가문장을지을때는반드시“치곡견색”을견지해야한다고한것이다.견색이라함은심오하고깊숙한곳에있는나만의것을발견한다는의미다.

최정란의산문에서‘치곡견색’을읽었다면,당신은이미훌륭한독자라고할수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