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쓸모 (박미라 시집)

죽음의 쓸모 (박미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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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시집은 “죽음의 쓸모”라는 제목처럼 죽음이 무용한 끝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다시 묻는 계기임을 보여준다. 때로는 소멸 속에서 새로운 환생의 가능성을, 때로는 고통스러운 죽음의 실상을 직시하면서 존엄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것이 박미라가 말하는 죽음의 쓸모일 것이다. 웃음을 거두고도 남는, 서늘한 울림이 이 시집 속에 있다.
저자

박미라

시인박미라는1996년대전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시집으로『파리가돌아왔다』외다수,산문집으로『유랑의뼈를수습하다』외다수가있다.지리산문학상,서귀포문학상대상,천안문학상,대전일보문학상본상,충남시인협회상본상을수상했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창작지원금,아르코창작기금(2회),충남문화관광재단창작지원금(5회)을받았다.우수도서선정(2회)이있다.현재나사렛대학교평생교육원에출강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
사소한기록│태풍의눈│스포일러│죽음의쓸모│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목격담│그래서봄비가싫어│먼지알러지│흐르는강물처럼│이별증후군│영구동토생성記│지렁이랩소디│낙관을찾아서│수족냉증1

2부
송화│손줄까?│탄생의이면│얼굴│가지가지│죽은강아지를위한파반느│잠의총량을구하는공식│눈부신오류│손가락수난기│무늬오징어│사랑니가있었다│멀어서아름다운것들이있다│엄마한테이를거야│생일혹은데자뷰

3부
별을위로하는까닭│그리운사막│죽음의풍경을힐끗바라보다│토굴새우젓을사러가시면│자두의변용│새│어지간하다│밥에대한예의│낯선여자│칼의자전自轉│풍경을바라보는자세│어머님전상서│빈손│그러니까언니

4부
트집잡기│다녹을텐데뭐│꼬리가긴표절에게│수족냉증2│빗방울화석│강낭콩아류│두릅│바다를다이해할필요는없지만│느릅나무삶아먹기│사막을견디는방법│시월일정표│화양연화│지워지는것들

해설_거짓말,그지독한연민에대한보고서ㆍ신상조

출판사 서평

당신의가슴을툭치고가는물고기,물고기가던지는질문들
-박미라시집『죽음의쓸모』


박미라시인이신작시집『죽음의쓸모』를펴냈다.달아실시선96번으로나왔다.

박미라시인의시(의특징)를한마디로축약하기는어렵지만거칠게축약하자면“정밀한묘사에서힘을얻는서사,깊은사유를품은어둑한서정”이라고할수있다.그리고이러한특징은이번신작시집『죽음의쓸모』의등뼈를이룬다.

노련한시인은시를물고기로만들줄안다.그가만들어낸물고기는유유히물속을유영하다가독자의가슴을툭치고는쏜살같이지나쳐간다.독자는순간흠칫할수밖에없다.‘방금내가슴을스친이것은뭐지?’박미라의시는그렇게,어느순간불쑥독자의마음을건드린다.

한예로「사소한기록」을보자.이시에서박미라는집을고래라는상징으로불러내어,가족사와죽음의기억을감각적으로형상화한다.


고래가있었다
캄캄하고뜨겁고기다란몸을가진고래였다
우리집고래는불을잘먹는단다할머니는
고래속으로고래속으로불을밀어넣었는데
고래가,욕심껏삼킨불을어쩌지못해
꾸역꾸역게워낼때면내등짝이후끈거렸다

할머니가죽고,동생이죽고,뒤란감나무가죽고,

숨죽여울다가차디차게식어버린고래
더는불길들이지않는저녁을견디던고래가
스스로무너져내렸다

내가,고래없는세상으로숨어든다음
고래는바다로갔다던데

더는불길삼킬고래도없는옛집을떠난후
불꽃같은분수를짊어지고떠돌더라는
고래이야기를듣고또듣고

고래가없이도등짝을데우는방법이우거진세상에서
내등짝은마른장마에도눅눅해서

가끔바다에들려고래소식을수소문해보는데

바다가지피는불은참,뜨겁기도하더군
얼마나다행인지
-「사소한기록」전문


여기서고래는단순히옛집의온돌구조물이아니다.불을삼키고게워내는생명체로형상화된고래는집의기억이자가족공동체의은유다.

“할머니가죽고,동생이죽고,뒤란감나무가죽고”라는구절에서드러나듯,가족사의비극은고래의소멸과겹쳐진다.그러나고래는바다로가서다시태어난다.죽음을통한소멸이새로운환생의염원으로전환되는것이다.

이런죽음과환생은시집제목과같은「죽음의쓸모」에서더뚜렷하게드러난다.


서어나무한그루고요하다
제가제죽음을믿을수없거나
끝내지못한문장이있는시인의후생인것만같은

저죽음의준비는오랜시간이걸린듯
살점을말끔히저며내고큰키를접어그늘을거두고
먼인연의바람에게물기를부탁했을테지

지금내가보고있는것은서어나무의진행형환생과정은아닐지

육탈의갯골을타고천만갈래의와디가지나간자리를곰곰살펴
바닥을고르고알을낳는알락수염하늘소의비명으로
숲이잠깐소란했는데

죽어서다시사는서어나무의간절이푸르르웃겠다
그러니까서어나무는알락수염하늘소를부려서날아갈다음생을기다리던거였다

키다리서어나무를데리고숲을살아내야하는알락수염하늘소는
나무가아주떠나기전에온전한집터를찾아야할텐데
편애가심하다는서어나무의본관을믿는수밖에

어쩌면,알락수염하늘소의수염무늬는제가환생시킨서어나무의숫자인듯도하여

죽어서다시사는것들의이름앞에깊이절한다
-「죽음의쓸모」전문


이시는죽음을단순한끝이아니라,다시삶으로이어지는환생의과정으로보여준다.서어나무의소멸은알락수염하늘소의탄생을부르고,그순환은죽음의의미를새롭게정의한다.“죽어서다시사는것들의이름앞에깊이절한다”라는고백은죽음을향한연민이자존엄의선언이다.

그렇다고박미라의시가언제나죽음을환생으로승화하는것은아니다.죽음이가장고통스러운모습그대로다가오기도한다.대표적인예로「지렁이랩소디」를꼽을수있겠다.


덥다,뜨겁다,펄펄끓는다.절절끓는다.
살이타들어간다.데어죽을것같다.
드문드문꺼내쓰던낱말을뒤적인다

그러나,나갈사람은나가고뛸사람은뛰어야산다고

죽음을작정한사람처럼불볕속을걸어가는데
보도블록위에죽은지렁이즐비하다

어디로가려던것일까
풀밭도그늘도멀고먼데
어쩌자고,길을잡았나
죽은지렁이를밟지않으려고겅중거린다

지렁이는데어죽었다
지렁이는말라죽었다
지렁이는타죽었다

꺼낼시간을놓친쿠키처럼숯이되는중이다
아니다숯처럼다시불이될수는없을테니
저혼자바스러져지워지는중이다

지렁이와다른목숨을사는나는
죽지않고마트에다녀올수있다

존엄사에대한생각을정리하기좋은날씨다
-「지렁이랩소디」전문


이시에서지렁이의죽음은견디기힘들만큼고통스럽다.“데어죽었다,말라죽었다,타죽었다”라는반복은죽음의잔혹한풍경을누적시킨다.시인은보도블록위의죽음을밟지않으려발을굴리지만,죽음의이미지는끝내독자의눈에각인된다.

마지막구절,“존엄사에대한생각을정리하기좋은날씨다”라는문장은아이러니하다.고통속에서맞이하는죽음과존엄의거리는얼마나먼가.그러나이거리감을통해시인은인간의존엄,죽음의방식에대한성찰을자연스럽게열어젖힌다.

문학평론가신상조역시이시집의핵심을“거짓말,그지독한연민에대한보고서”라명명한다.그의평에따르면“오래된것들이풍기는냄새”는곧존재의본질적“향기”이며,박미라의시는바로그흔적을외면하지않는태도에서힘을얻는다.

이시집은“죽음의쓸모”라는제목처럼죽음이무용한끝이아니라삶의의미를다시묻는계기임을보여준다.때로는소멸속에서새로운환생의가능성을,때로는고통스러운죽음의실상을직시하면서존엄의문제를제기한다.그것이박미라가말하는죽음의쓸모일것이다.웃음을거두고도남는,서늘한울림이이시집속에있다.


■달아실출판사는…

달아실은달의계곡(月谷)이라는뜻의순우리말입니다.“달아실출판사”는인문예술문화등모든분야를망라하는종합출판사입니다.어둠을비추는달빛같은책을만들겠습니다.달빛이천개의강을비추듯,책으로세상을비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