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개의 달과 아흔아홉 번의 겨울 (박제영 시집)

아흔아홉 개의 달과 아흔아홉 번의 겨울 (박제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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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상하고 수상한 데다 괴랄해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 박제영 시집 『아흔아홉 개의 달과 아흔아홉 번의 겨울』


박제영 시인이 일곱 번째 신작 시집 『아흔아홉 개의 달과 아흔아홉 번의 겨울』을 펴냈다. 달아실시선 99번으로 나왔다.

시인 박제영은 1992년 등단 이후 삼십여 년 동안 여섯 권의 시집을 통해 삶의 슬픔과 고통을 해학으로 어루만지고, 사회의 불공정과 부조리를 풍자로 비판해왔다. 박제영의 시편들을 단순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거칠게 요약하자면, ‘서사(敍事)와 사설(辭說)’이라는 뼈대에 ‘풍자와 해학’이라는 살을 입히고 있으며, 그 안을 흐르는 피(리듬)는 판소리에 가깝다.
저자

박제영

시인박제영은강원도에서태어났다.시집으로『시집밖의시인들은얼마나시답잖은지』(2024,달아실),『안녕,오타벵가』(2021,달아실),『그런저녁』(2017,솔),『식구』(2013,북인),『뜻밖에』(2008,애지),『푸르른소멸』(2004,문학과경계)등과산문집으로『사는게참꽃같아야』(2018,늘봄),『소통의월요시편지(2009,늘봄)』등과번역서로『딥체인지』(2018,늘봄),『어린왕자』(2017,달아실)등이있다.월간『태백』편집장을역임했고,현재춘천문화예술매거진〈pot〉의편집장으로,달아실출판사의문장수선공으로일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들어가는詩
나의시인에게

1부.사랑과이별에관한포에트리슬램,부에노스아이레스탱고를위한서곡
베고니아│뚱딴지꽃│배롱나무그늘에앉아│화진│복수초│탱자같은눈이내려서│프리지어│해는간절곶에서떠올라카보다호카에서진다네│사랑과이별에관한포에트리슬램,부에노스아이레스탱고를위한서곡│백년의오지,백년의미로│사랑에관한먹먹하고막막한색의번짐-시인강기원│사랑학개론│신은생식의기관으로만들었으나시인은연애와이별의기표로만들었으니꽃은어느편에설것인가당신이라면어디로기울텐가│에프엠구백구십구점구사랑은거짓말이야│만항│그믐│사랑은끝말잇기와같아서│꽃들의사정,늙은시인에게

2부.검은눈에물든다는건시에물드는일
박정대사용설명서혹은여행안내서│검은눈에물든다는건시에물드는일│1923년12월11일파리몽파르나스에처음문을연카페〈르셀렉트〉에서서른네살의장콕토와스무살의레옹라디게는무슨말을했나│무가당담배클럽동인이자인터내셔널포에트리급진오랑캐밴드멤버이자율란통신에스프리편집장무사강돌이자영화감독오랑캐이강이기도한그러나끝내시인인박정대형에게

3부.햄버거와황지우를빙자한시적사기술
오,마이캡틴!오,마이탁번!│애기동백,붙박이별그리고려족旅族들│아무도별을헤지않는다│박용하는서럽다│내시는진이정의각주에불과했다│매혹이란그런것이다│기담,기담을읽어요,기담식으로요│문장수선공k│숫│시인최승호와숫│눈사람자살사건의재구성│햄버거와황지우를빙자한시적사기술│쉰아홉의쟈니가스물아홉의쟈니에게│숲해설사,한잎의여자를모르는남자│어깨너머│뭄,빨간원피스를입은까롤린

4부.마이크타이슨을위한마이크테스트하나둘셋
창졸지간새된얘기│〈무릇형상있는것은모두허망한것이니,만약모든형상이형상이아님을보면곧여래를볼것〉이라는부처의말씀을야부스님은〈산은산이요물은물이로다부처님은어느곳에계시는가〉라는시로풀어냈다훗날이를성철스님이인용하셨으나알아들은이없어내다시시로풀어보는것이나이또한알아들을이누가있을지모를일이다│원숭이똥구멍이빨간거니│차마고도│나는개새끼로소이다│마이크타이슨을위한마이크테스트하나둘셋│사는게뭐냐고묻는다면눈이그쳤다고얘기할수밖에│어디선가누군가에무슨일이생기면틀림없이나타나는춘배옵빠를위한남녀혼성울트라짬뽕뽕짝트로트│정태순씨│장사익│수세미│아욱국

나가는詩
나의시인들에게

발문_박정대
시인,온언어로사랑을추구하는자
아름다운그믐의언어를사용하는자

엔딩크레딧
아흔아홉의천사들

출판사 서평

“박제영의시적상상력은근본적으로‘말의건강한힘을믿음’에서나온다.말의건강한힘은말의자유에서나오고말의자유는정신의자유에서나오는것이니,그의시정신이말의문법나아가시의문법에가두어질수없다는것은더말할나위가없다.시인은말의자유와함께시의자유를근기있게추구한다.그의시는‘시란무엇이다’가아니라‘시란무엇이아닌것도아니다’라는,이중의부정을통한대긍정(大肯定)의자유로움속에서태어난다.”
-임우기(문학평론가)

“박제영시인의걸음걸이는언제봐도엉성하다.그허한걸음걸이로이빡센세상을통과해왔으니그동안얼마나힘이들었겠는가.그러나나는그의엉성한걸음걸이가좋다.이걸음걸이가,여전히살아있는그의눈빛과이루는부조화가정겹다.시인은이실과허가영원히불화하는존재가아니던가.”
-이홍섭(시인)

“귀명창이판소리한대목을듣고깜작놀란다.동편제구나.예상을했지만,중저음의목소리가대단하다.걸쭉한너스레가허스키(수리성)까지하다.배꼽잡고웃다보면슬프다.요즘말로웃픈현실이다.나는30년넘게스산에서살아,내포지방말을거의안다.이문구선생이살아돌아온듯하다.박제영은한국문단의특이한존재,현장에누구보다강하다.그것을장돌뱅이할머니버전으로노래한다.책상물림들은그냄새와빛깔을죽었다깨어나도모를것이다.”
-유용주(시인)

박제영의시에있어서가장큰특징은그가비유나상징,이미지보다는서사에무게를두고있다는점인데,이번시집에서도다양한주제와다양한소재의이야기를다양한형식으로변주하여들려준다.이를두고시인전윤호는이렇게얘기한다.

“박제영시인은원래타고난이야기꾼이다.그런그가입심에더해아이러니와말장난까지장착했으니시집을읽다가현기증이다난다.다행스럽게도그이야기의주제가사랑인지라그래도읽다보면고개도끄덕여지고,누군가의이야기같기도하고,내얘기같기도하다.

시를예술을뭐라고생각해?

장난치지말고진지하게대답해줘
진지하게똥
카타르시스란얘기구나
아니그냥똥

애인은매우실망한표정으로떠나고
그는매우참았던똥을누러갔다

똥누는내내
애인을생각했다
샛노란
뚱딴지꽃같은애인을
-「뚱딴지꽃」전문

너무폼잡고진지하게말하면외려의심받는시대에그는빈정거리기시작했다.온세상을향해.그래서앞으로그가얼마나재미있고좋기까지한시들을써낼지기대하는중이다.”

유성호(한양대학교국문과교수)문학평론가는박제영의시를또이렇게이야기한다.

“박제영의시는가령‘썰물과밀물처럼끝이보이지않는술래잡기’의형식으로찾아온다.그는누구도범접하기어려운멋진문장수선소를차려서‘한페이지를읽는데/천년이걸리는사람’으로살아가는가하면,시인으로서‘당신의부재를완성할지도모를’시간을술래잡기처럼숨기고기다리고끝내그것을찾아내우리에게들려준다.그는‘애기동백처럼붉은문장하나는이미/당신의심장을붉게달구었을’거라면서‘심장을요동치게만드는문장을만들어내는’가하면,오늘도‘사는게뭐냐고묻는다면/눈이그쳤다고얘기할수밖에없다는’이들과함께‘우기와건기가반복되는열대우림에물과불의시를새기는일’에오랜시간을바치고또바친다.‘영원히닿지못할/서로의오지를살고’있는우리는그대가‘시’라는오래고도지극한사랑의힘으로‘이제세상에없는문장’에스르르까르르와르르가닿기를하염없이소망해본다.천년의세월을넘어,아흔아홉의겨울을건너,찬찬한우보(牛步)를한없는열망과기도로옮겨가는시인이여,과연그럴수있지않겠는가.”

그리고이번시집의발문을쓴시인박정대는이렇게얘기한다.

“박제영의시들을읽으며여러가지생각에사로잡힌다.그의시들에는숨길수없는그의성정이고스란히드러나있기때문이다.감출수록드러나고드러낼수록감춰지는,이상하고아름다운시의경지에그는당도해있다.감춤과드러냄이서로길항하며이룩하는선명함이시의바탕을이루었으니그의시는이상하게재밌고,이상하게아름답고,이상하게감동적이다.
박제영은시의바람을타고가랑잎처럼굴러서자신의길을간다.남만격렬족시인이기때문이다.아름다운그믐의언어가무엇인지는말하지않겠다.박제영의시를읽으며독자들스스로‘아름다운그믐의언어’에당도하길바랄뿐이다.아름다운그믐의언어로쓰인그의시두편을소개한다.”


탱고에는실수가없어,도나

사랑은끝말잇기와같아서
슬픔과아픔같은울증의감정은물론
기쁨과미쁨같은조증의감정도숨겨야해
어설픈코스튬을흉내내서도안되지
새벽녘이나저물녘은피아구분이어려우니
조심또조심하고
붉은제라늄은독초라는것을명심하고
라듐이나이리듐같은맹독은더더욱피해야하지

사랑은끝말잇기와같아서
필사적으로피하려해도언젠가는
금기의단어와맞닥뜨리게되는것
주체할수없는기쁨으로차오르다가
어느새슬픔으로치다를테니
파국을피해종횡을누빈다한들
마침내픔과쁨과튬과듐과늄그리고녘이라는
외통수에다다르는것이니
그것이사랑이라는끝말잇기의숙명이지

하지만애인아
절망할이유는없어

사랑은끝말잇기와같아서
둘뿐아니라셋도넷도가능하니까
내일또누군가를만나서
다시시작하면되니까

실수하고스텝이엉켜도계속추는거야그게탱고야
-「사랑은끝말잇기와같아서」전문


거짓말처럼쏟아붓던
삼월의눈이그쳤다
또언제벼락같이눈을퍼부을지모르지만
눈이그쳤다

겨울내내눈이내린것은아니지만
사이사이눈이내리고그치면서
사랑에빠진저이는열병에들끓고
버림받은저이는화병에가슴을두드리고
늙고병든저이는죽지못해산다하고
풍찬노숙저이는살아도사는게아니라는데
삼월이무에대수간

사는게뭐냐고묻는다면
눈이그쳤다고얘기할수밖에없다는
얼음새꽃이본디울음새꽃이라는
당신의말은어디까지가농담이고
어디까지가진담일까
-「사는게뭐냐고묻는다면눈이그쳤다고얘기할수밖에」전문


무엇보다이번시집의특징은그구성과형식에있을테다.시인박제영은이번시집을가우디의건축에빗대어설명한다.

“바르셀로나에가면누구나가우디의건축에반하지않을수없다.그의건축물은건축이라기보다는오히려예술에가깝다.나는이번시집을그렇게지으려했다.무언가를나타내려하기보다무언가를숨기려했고,시지속의시,한편한편은독립되어있으나한편으로는시집을구성하는질료로서유기적으로연결되어있기도하다.독자들이이시집을하나의건축물로보아주길바란다.”

이상하게재밌고,수상하게아름답고,괴상하게명랑한시집이다.한마디로참괴랄한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