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와 살다의 상관관계 (박중기 시집)

산다와 살다의 상관관계 (박중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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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중기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산다와 살다의 상관관계』를 펴냈다. 달아실 기획시선 49번으로 나왔다.

두 번째 시집 『문장을 완성하다』에서 박중기 시인은 동서고금 누구도 완성하지 못한/못할 ‘삶이라는 문장’을 시로 보여주려 했고, 누구도 풀 수 없는/없을 ‘삶이라는 방정식’을 시로 풀어내려 했는데, 이번 시집 『산다와 살다의 상관관계』에서도 그런 노력은 여전하다. 그는 여전히 삶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시인이란 존재가 본래 그렇듯, 박중기 시인은 삶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김겸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을 한마디로 “성속일여(聖俗一如)의 시학”이라며 이렇게 얘기한다.

“저마다의 삶의 자리가 수행의 공간이라면 진리는 바로 그 자리에서 피어난다.
누구나 땅을 밟고 살지 하늘을 딛고 사는 것은 아니다. 고단한 일상의 세목에서 떠올리는 ‘한 방울’의 통찰은 통증으로 미만한 우리 삶의 자리를 ‘새살 돋는 상처’(「공감」)로 되먹임한다. 이 작용과 반작용은 삶에 대응하는 미학의 자리이자 시가 일상을 포월(匍越)하는 도약의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산다는 건 산부인과에서 장례식장까지 ‘동네 한 바퀴 도는 것’(「동네 한 바퀴」)과 같고, 그 생애 속에서 우리는 ‘밥값 위해 일개미가 되고/ 밥통 채우기 위해 돼지가 되고/ 밥줄 때문에 허공에 매달린 거미’(「밥」)가 된다. 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사야 하고, 사기 위해서는 벌어야 하는데, 이 ‘살다’의 필요조건인 ‘산다’(「산다와 살다의 상관관계」)를 위해 힘겨운 노동과 반복적 일상을 인내하는 것이다.
저자

박중기

저자:박중기
시인박중기는2011년『문장21』신인상을수상하고,2012년『서정문학』신인상을수상하면서등단하였다.수향시낭송회회원,시산맥특별회원,빛글문학회원으로활동중이다.시집으로『문장을완성하다』,『삶은요철이고물은셀프이다』가있다.강원문화재단예술나래지원문학창작지원금과춘천문화재단문학창작지원금을수혜했다.
jungkihan2001@daum.net

목차

시인의말

1부
개화│공감│독거│집주인이된파리│동네한바퀴│밀당│밥│사랑해례본│산다와살다의상관관계│이상한세상│동행│편육│파벌싸움│가족│한점의힘

2부
3?1절│사고다발지역│동종同種│시립요양원│두여자│보통명사가되다│수족관│무관의복서│인조인간│마른오징어│작명│중국집오토바이배달맨│철인│투명인간│청운식당

3부
나무를인용하다│갈대│자연인│동물원│만사형통│불안한자전│빈집│소똥구리│완경│윤회│이상한관계│파지│안개주의보│이빨│상강

4부.섬은섬을향한다
살신성인│만다라│보리수아래서│붓다│비문증│상가│선사│선암사│싹│양들의불면│외면│현대판삼종지도│임대계약중│장날│침묵

해설_성속일여聖俗一如의시학?김겸

출판사 서평

시인이란존재가본래그렇듯,박중기시인은삶에대한정답을제시하는것이아니라,삶에대한본질적인질문을던진다.

김겸문학평론가는이번시집을한마디로“성속일여(聖俗一如)의시학”이라며이렇게얘기한다.

“저마다의삶의자리가수행의공간이라면진리는바로그자리에서피어난다.
누구나땅을밟고살지하늘을딛고사는것은아니다.고단한일상의세목에서떠올리는‘한방울’의통찰은통증으로미만한우리삶의자리를‘새살돋는상처’(「공감」)로되먹임한다.이작용과반작용은삶에대응하는미학의자리이자시가일상을포월(匍越)하는도약의순간이라할수있다.
산다는건산부인과에서장례식장까지‘동네한바퀴도는것’(「동네한바퀴」)과같고,그생애속에서우리는‘밥값위해일개미가되고/밥통채우기위해돼지가되고/밥줄때문에허공에매달린거미’(「밥」)가된다.살기위해서는무엇인가사야하고,사기위해서는벌어야하는데,이‘살다’의필요조건인‘산다’(「산다와살다의상관관계」)를위해힘겨운노동과반복적일상을인내하는것이다.

이사떠난집앞
미처챙기지못한꽃화분
타는목마름으로시들어간다
지나던누군가생수한병붓다간다

스쳐지나간다
붓다인듯
―「붓다」전문

이시에서주인이떠난빈집앞,버려진꽃화분이메말라시들어갈때지나가던누군가가거기에생수한병을붓고간다.이에화자는말한다.‘붓다(Buddha)’인듯한사람이스쳐지나간다고!이작은꽃송이로상징되는생명에대한사랑과연민을뜻하는자비,중생의고통에공감하고이를구제하며함께깨달음에이르고자하는보살심,이러한붓다의가르침은결국타자의고통에공감하며더나아가그러한존재에게생명수가되는일을행하는데서시작된다.그붓다의행위가붓다의모습으로곳곳에서현현할때,세상은아직,그러나,그럼에도불구하고,라는믿음을거두어들이지않게할것이다.이러한믿음으로박중기시인의시가‘시속을모르는/겁이없는/사랑’을싣고더멀리아득히질주하길소망한다.‘부릉,부르릉’(「중국집오토바이배달맨」)일상에서건져올린싱싱한은유의힘으로,냄새나는똥굴리는소똥구리에서향기나는엄마를떠올리듯,속(俗)과성(聖)의세계를가로지르며천지사방붓다를일깨우며…….”

산책을한다
산부인과병원지나이유식가게지나장난감가게지나소아과병원지나유치원지나아이스크림가게지나학교지나피시방지나학원지나성형외과병원지나웨딩하우스지나여행사지나내과병원지나부동산중개소지나은행지나안과병원지나안경원지나치과병원지나죽집지나이비인후과병원지나보청기판매점지나정형외과병원지나의료기기상점지나요양병원지나장례식장지나

산다는건동네한바퀴도는것
―「동네한바퀴」전문

시집『산다와살다의상관관계』를통해박중기시인은집요하게묻는다.가게를지나가게를지나끝끝내가게를지나마침내동네한바퀴도는것이산다는것이라면,끝없이소비하는/소비할수밖에없는세계속에던져진게지금우리의삶이라면.소비가삶의필요조건이되어버린세계에서과연우리의삶은무엇이냐고.우리의삶은어디를향해치닫고있는것이냐고.

시인의말

매었다풀었다

묶었던매듭

헐겁다

2025년10월
박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