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의 발자국 (러시아 시편)

디아스포라의 발자국 (러시아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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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우리 역사의 가장 슬프고 아픈, 이방의 삶들
- 김윤배 시집 『디아스포라의 발자국 - 러시아 시편』
김윤배 시인은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문단 생활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줄곧 전통 서정에 기반한 민중의 삶과 애환이 담긴 미시 역사를 다뤄온 김윤배 시인이 신작 시집 『디아스포라의 발자국 - 러시아 시편』을 펴냈다. 달아실시선 100번으로 나왔다.

〈달아실시선〉은 2017년 이홍섭 시인의 『검은 돌을 삼키다』를 1번 시집으로 시작한 이래 8년 동안 엄선한 99권의 시집을 꾸준히 발간하여 지역 문단을 대표하는 시선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번 김윤배 시인의 시집 『디아스포라의 발자국 - 러시아 시편』으로 달아실시선 100번째 시집이 채워진 것이다.

〈달아실시선〉을 처음 기획하고 지금까지 꾸려온 박제영 시인(달아실출판사 편집장)은 달아실시선 100번째 시집으로 김윤배 시인의 시집을 내기까지 얽힌 사연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2017년 이홍섭 시인의 시집 『검은 돌을 삼키다』를 시작으로 만 8년 만에 달아실시선 100번째 시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100번째라는 숫자가 지닌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독자들은 잘 모를 겁니다. 〈달아실시선〉을 기획하고 꾸려온 저로서는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달아실시선〉의 100번째 시집으로 김윤배 시인을 모실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김윤배 시인은 1986년 문단에 나온 이래, 오직 민중의 삶과 애환을 추적하고 그리는 데 시력을 다해온, 걷고 또 걸어 온몸을 끄을고 포월의 시를 살아낸 그런 시인입니다.
이번 시집도 그의 시가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고려인들의 이야기, 그 고난의 삶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 먼 이국의 고려인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이곳 바로 우리의 이야기임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하염없이 먹먹해지고 마는 그런 시집이 있습니다. 김윤배 시집 『디아스포라의 발자국 - 러시아 시편』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표4를 이렇게 적고 있다.

“김윤배의 시집 『디아스포라의 발자국 - 러시아 시편』은 과거 조선으로부터 러시아로부터 버려진 고려인들의 디아스포라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인은 과거 고려인이 걸었던 강제이주의 길, 6,400킬로미터라는 멀고 험한 고난의 길을 따라 그들의 핍진한 삶을 추적한다.
이 시집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든 세 번 읽게 될 것이고 세 번 울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야만 그 참담함에 울 것이고, 그 참담을 끝끝내 이겨낸 인간의 의지에 울 것이고 그리고 이러한 시를 읽었다는 벅찬 감동으로 울 것이다.
고려인, 조국으로부터 버려졌지만 끝끝내 살아남은 사람들, 그들은 기민(棄民)이 아니라 초인(超人)이었다.”

김윤배 시인은 이번 시집을 〈시인의 말〉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광활한 대지를 건너며 나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마음이 대지를 껴안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강물을 껴안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자작나무숲을 껴안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편들은 지금도 내 마음이 머물고 있는 대지의 이야기다.”


저기 아무르만,
해안을 지우며 몰려오는 두려움 같은 거
고국은 멀리 있고
두어 벌 옷은 오래전에 낡았다
혹 경성이나 함흥 사람 만날 수 있을지 하던
설렘도 아무르만에 이르러
붉어지는 눈빛이었다

어제는 우수리스크 한국역사관 뜰에서
검은 흙을 고르는 북쪽 사람 굳은 손바닥을 잡았다
따스한 체온이 넘어왔다
노역의 시간이 흐르면
그도 지독한 안개 속으로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아무르만의 안개는
단호하고 완벽하게 사람들 가슴을 덮친다

그 후
모든 길이
모든 침엽수림이
모든 색깔이 사라지고
안개의 도시가
안개의 바다가
안개의 하늘이 세워진다
마침내
안개의 말들
세상을 가득 채운다
- 「안개」 전문


개인의 심사와 서정을 다룬 고만고만한 시집들이 도토리 키 재기 하듯 도처에 널린 것이 요즘의 형편이다. 그런 가운데 김윤배의 시집이 우뚝 서 있다. 이런 시집은 읽기에 불편하고 감당하기에 힘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세상이란 나와 당신이 그리하여 우리가 함께 더불어 만들어가는 숲이다. 김윤배의 시에 유독 자작나무 숲이 자주 등장하는 데에는 그런 까닭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 불편하더라도 일독하기를 권한다.
저자

김윤배

저자:김윤배
1944년충북청주에서태어나한국방송통신대학교,고려대학교교육대학원에서수학하고인하대학교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1986년『세계의문학』에작품을발표하면서문단생활을시작했다.시집『겨울숲에서』『떠돌이의노래』『강깊은당신편지』『굴욕은아름답다』『따뜻한말속에욕망이숨어있다』『슬프도록비천하고슬프도록당당한』『부론에서길을잃다』『혹독한기다림위에있다』『바람의등을보았다』『마침내,네가비밀이되었다』『언약,아름다웠다』『그녀들의루즈는소음기가장착된피스톨이다』『내가너를사랑한다고고백했던말은』,장시집『살아남은사람들,시베리아횡단열차』『사당바우덕이』『시베리아의침묵』『저,미치도록환한사내』,산문집『시인들이풍경』『최울가는울보가아니다』,평론집『김수영시학』,동화집『비를부르는소년』『두노야힘내』등을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신한촌의봄

신한촌의봄│마방馬房의기억│라즈돌로니예역│수이푼강은문신을남긴다│안개│소실점을보았다말해야한다│알혼의별│발틱해│연가│애기똥풀꽃의영혼│엉겅퀴꽃│질문

2부.바이칼눈빛

예니세이강│나타샤│노보시비리스크역│덫│바이칼눈빛│볼가강│백야│늪│대지│순백의영혼│밤차창으로보았던붉은꽃│나무다리아래서의생각│언약

3부.코카서스의겨울

종지기│붉은내가붉은나를│죄에끌리다│코카서스의겨울│네바강│앨버트로스의날개│블라디보스토크항의저녁한때│바람의기억│검은흙한줌│천산산맥을넘었다

4부.리까제리나

박헬렌│광장시장│낮달│리까쩨리나│루바│김예브게니야여사│정착지│아무르강│우랄산맥은배반이다│시베리아횡단열차를타다│아바이에서│마지막밤│저기,달빛이

5부.묘지의적막

이륙│묘지의적막│폐철선│이르쿠츠크의반역들│율라츠크통나무집│8월의이르쿠츠크역│타이가역│아무르강교각에문신있다│레나강│타이셰트역│만찬│쑥│까라따우강에잠긴천산산맥│데껠레계곡의햇살│여파│여름코스모스│수즈달에서의하루

시인의산문
범독泛讀

출판사 서평

“2017년이홍섭시인의시집『검은돌을삼키다』를시작으로만8년만에달아실시선100번째시집을내게되었습니다.

100번째라는숫자가지닌무게가얼마나무거운지독자들은잘모를겁니다.「달아실시선」을기획하고꾸려온저로서는감회가남다르지않을수없습니다.그리고무엇보다「달아실시선」의100번째시집으로김윤배시인을모실수있어서얼마나기쁜지모르겠습니다.

김윤배시인은1986년문단에나온이래,오직민중의삶과애환을추적하고그리는데시력을다해온,걷고또걸어온몸을끄을고포월의시를살아낸그런시인입니다.

이번시집도그의시가어디를지향하고있는지여실히보여주고있습니다.아무도기억하지않지만여전히진행중인고려인들의이야기,그고난의삶을풀어내고있습니다.그리하여저먼이국의고려인이야기가아니라바로이곳바로우리의이야기임을보여줍니다.

마지막페이지를덮는순간하염없이먹먹해지고마는그런시집이있습니다.김윤배시집『디아스포라의발자국-러시아시편』이그렇습니다.”

그리고표4를이렇게적고있다.

“김윤배의시집『디아스포라의발자국-러시아시편』은과거조선으로부터러시아로부터버려진고려인들의디아스포라에관한이야기를담고있다.시인은과거고려인이걸었던강제이주의길,6,400킬로미터라는멀고험한고난의길을따라그들의핍진한삶을추적한다.

이시집을읽는독자라면누구든세번읽게될것이고세번울것이다.인간이만들어낸야만그참담함에울것이고,그참담을끝끝내이겨낸인간의의지에울것이고그리고이러한시를읽었다는벅찬감동으로울것이다.

고려인,조국으로부터버려졌지만끝끝내살아남은사람들,그들은기민(棄民)이아니라초인(超人)이었다.”

김윤배시인은이번시집을「시인의말」을통해이렇게이야기한다.

“광활한대지를건너며나는아무것도생각할수없었다.마음이대지를껴안고있었던것이다.마음이강물을껴안고있었던것이다.마음이자작나무숲을껴안고있었던것이다.
이시편들은지금도내마음이머물고있는대지의이야기다.”

저기아무르만,
해안을지우며몰려오는두려움같은거
고국은멀리있고
두어벌옷은오래전에낡았다
혹경성이나함흥사람만날수있을지하던
설렘도아무르만에이르러
붉어지는눈빛이었다

어제는우수리스크한국역사관뜰에서
검은흙을고르는북쪽사람굳은손바닥을잡았다
따스한체온이넘어왔다
노역의시간이흐르면
그도지독한안개속으로길을찾아나설것이다

아무르만의안개는
단호하고완벽하게사람들가슴을덮친다

그후
모든길이
모든침엽수림이
모든색깔이사라지고
안개의도시가
안개의바다가
안개의하늘이세워진다
마침내
안개의말들
세상을가득채운다
-「안개」전문

개인의심사와서정을다룬고만고만한시집들이도토리키재기하듯도처에널린것이요즘의형편이다.그런가운데김윤배의시집이우뚝서있다.이런시집은읽기에불편하고감당하기에힘들수도있겠다.

하지만인간은홀로존재하지않는다.인간세상이란나와당신이그리하여우리가함께더불어만들어가는숲이다.김윤배의시에유독자작나무숲이자주등장하는데에는그런까닭도있지않을까.그러니불편하더라도일독하기를권한다.

시인의말

광활한대지를건너며나는아무것도생각할수없었다.
마음이대지를껴안고있었던것이다.
마음이강물을껴안고있었던것이다.
마음이자작나무숲을껴안고있었던것이다.

이시편들은지금도내마음이머물고있는
대지의이야기다.

2025년10월
詩景齋에서김윤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