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는 모종의 잔해

시라는 모종의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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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라는 모종에서 시를 싹 틔우는 모종의 실험들
- 조현정 시집 『시라는 모종의 잔해』

조현정 시인이 세 번째 신작 시집 『시라는 모종의 잔해』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103번으로 나왔다.

조현정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대, 느린 눈으로 오시네』를 두고 시인 박제영은 이렇게 얘기한 바 있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바닷가’를 살아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별다방 미쓰리〉를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여자. 내 병(病)의 거울 속에서 타자의 병(病)을 토담토담 쓰다듬으며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 노래 불러주는 여자. 지는 별에서 지는 방식으로 별의 중심까지 내려가 보겠다며 제 가슴에 무덤을 파는 삽. 빛의 중심에 다다르기 위해 그림자가 되어 어둠을 빚고 있는 손. 오늘은 지겠지만 내일은 이기자며 오늘은 어둠이 되겠지만 내일은 빛이 되자며 후후 부는 입김. 마침내 느린 눈으로 오시는 그대를 마중하는 그림자. 그이가 바로 시인 조현정이다. 눙치듯 던지는 그의 말들이 이 풍진세상을 건너는 당신에게 작으나마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줄 테다.”
저자

조현정

저자:조현정
시인조현정은춘천에서태어났다.2019년계간《발견》으로등단.시집으로『그대느린눈으로오시네』,『별다방미쓰리』가있다.민예총문학협회,강원작가회의,서면문인회,시문,A4동인으로활동중이다.2021년강원문화예술상,2023년김유정문학촌제2회실레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우린조금친해진걸까
주말시인│찔레나무곁에서│혼잣말│아직도그집에술래가산다│새집증후군│돈구루마│화르륵│정情│흰소리애인│앵두│통과│주름이있는풍경│복숭아│그별에서보기로하자

2부.너아직도시써?
시라는모종의잔해1│시라는모종의잔해2│시라는모종의잔해3│시라는모종의잔해4│시라는모종의잔해5│시라는모종의잔해6│시라는모종의잔해7│시라는모종의잔해8│시라는모종의잔해9│시라는모종의잔해10│시라는모종의잔해11│시라는모종의잔해12│시라는모종의잔해13│시라는모종의잔해14│시라는모종의잔해15

3부.살지,이렇게힘든데살지
왜를지우면│내담內談│소원바위│헛것│불편한관계│신세계│겨울솔숲에서│한파예보│반추│창백하고푸른│가시를바르며│물딸기철이에요│스톡홀름증후군│새들의빈집│휴머노이드마마│다행이라는병

4부.용감한봄날
봄,그섬―제주4·3평화공원에서│봄,동백을보다―청산도에서│동백을들이다―제주다랑쉬굴앞에서│돌아온승탑―법천사지유적전시관에서│봄은이제시작인걸요│백담사,봄길│쎄무와봄눈│동명항│예민銳敏│징크스깨기│당신은,울림통이야│재촉│첫사랑은길에서거반다늙었네│분홍낮달맞이꽃│그러다봄이오면어쩌려구요

해설_흩어지는말들의씨앗?오민석

출판사 서평

이번세번째시집『시라는모종의잔해』는지금까지조현정시인이보여준시적태도,타자에대한측은지심을유지하면서도이전의시집들과는조금결을달리한다.시인으로서의정체성과자신의시쓰기에대한고민과사색그리고그에따른질문과모종의실험이시집의한축을이루고있다.특히,시집의제목으로쓰인「시라는모종의잔해」연작시로이루어진2부에서확연히알수있는데,이를두고오민석문학평론가는이렇게설명한다.

“2부는이시집의제목과같은제목인「시라는모종의잔해」연작시로이루어져있다.총15편으로이루어진이연작시들은아무래도이시집의중심지대를이루고있다고보는것이좋다.연작시의제목이그대로시집의제목으로올라갔다는점과같은제목으로무려15편의연작시가시집의중앙에들어있다는사실만으로도(‘중심’이라는)충분한알리바이가성립된다.문제는제목의‘모종’에대한친절한안내가전혀없다는사실이다.여기에서모종은‘某種’인가,아니면‘모種’인가.전자는‘어떠한종류’를,후자는‘옮겨심으려고가꾼어린식물’을나타낸다.시인이한자표기를생략한것은이두개의어휘가상반된것이아니기때문에그런것일수도있다.이두의미중에어떤것을취하더라도의미자체가정반대로갈가능성은전혀없기때문이다.오히려시인은시가‘어떤종류’이긴하되구체적으로말하면아직성체(成體)가아닌‘새싹’같은것이라는의미로이단어를(한자표기없이)사용한것일수도있다.한자표기를했으면하나로굳어졌을이단어의의미는사실은이런의도적방치를통해오히려①어떤종류,②어린새싹같은것,③이두가지를합쳐놓은것혹은이두가지의미에걸쳐있는것의세가지로더확장된다.중요한것은시가이세가지중의무엇이든간에시인이그것의‘잔해’에관하여말하고있다는사실이다.시가모종의잔해라는말은시가‘모종’이라는중간어를걸치더라고결국은‘잔해’라는도착어로귀결된다는뜻이다.잔해는절대적중심이없거나해체된것,현전이아니라부재에가까운어떤것이다.”

웃을일만기다리는걸그만두어야할때가바로지금이라는것을.그럼좀나아질까.잘우는법을잊은우리는웃음을멈출수있을까.평온한침묵을다시시작할수있을까.당신과우리가마음다치지않고함께우는법을배울수있을까.그러면당신이,당신의과수원에서과일이들지않은빈봉지들을수없이뜯어내곤아무일도없는저녁처럼집으로돌아올수있을까.우리최악이라는말은쓰지말자.해마다최악의기록을경신하는최악이라니.그런말은하지말자.그렇게끝나는세상은없을테니까.

언제부터인가웃음도울음도한꺼번에잃어버린당신에게술한잔사주고싶은저녁,비가여러날을이어내리고있다.
-「시라는모종의잔해6」부분

“삶은하나의거대한주름이나평면으로이루어져있지않다.그것은다른곡면들과만나무수히다양한주름들을만들어낸다.산다는것은이다양한주름들로이루어진미로를거쳐나가는것이고,시는이다양한주름과주름들사이에서흩어지는바람의언어이다.삶의주름은‘웃음’만으로이루어져있지않다.거기엔웃음을그치고‘우는법’을배워야할주름도있다.‘최악’이란주름도종결이아니다.‘최악’은‘최악의기록을경신하는최악’의다른잠재적주름(들)을항상가지고있다.‘웃음도울음도한꺼번에잃어버린’주름도삶의곡면중의하나이다.‘시라는모종’은곡면으로이루어진그런미로들의잔해이다.”

반드시횡단보도로건너야직성이풀리는내가평소무단횡단을일삼는그와부딪힐확률은지극히낮다고보아야한다.우리가만날수있는건,그가구김없이다려진흰와이셔츠정장차림으로횡단보도위에첫발을반듯하게내려디딜때.혹은헤어지는길에서마주친눈을조금길게바라보다홀린듯그의뒤를따라안개낀로터리를무단횡단할때.아!거기서그만,가슴이부서지는대형사고를상상하며“그의품에서죽었으면좋겠네.”중얼거리며실없는웃음이날때.슬픔으로가득찬그의얼굴을감싸쥐는나의작은손.“나때문에와이셔츠가지저분해졌군요.미안해서어째요?”이런발칙한멘트를비눗방울놀이처럼하늘가득무지갯빛으로펼쳐보일때.홀로중앙선에갇혀오도가도못하는신세가되어울상인내게,손을흔들며어서건너오라는손짓,그너머로하얗게빛나는치아에물린미소를보았을때.
-「주말시인」부분

“시는,서로다른길들이만날때,하나의강세가다른강세와부딪혀파장이생길때,서로다른이야기들이교차할때,그리하여어느한쪽으로만몰아붙일수없는의미의산종(dissemination)이생겨날때,희미한무지개처럼떠오른다.흩어진물분자들과산란(散亂)상태의빛이만날때겨우뜨는무지개처럼,시는서로다른에너지들이꿈틀대며‘가슴이부서지는대형사고를상상’할때겨우펼쳐진다.조현정의시들은이렇게서로다른것들의사이에서,그틈이만드는긴장의자리에서일어나는바람을보여준다.”

“조현정은절대적중심을허물어뜨리고그경계를횡단하는자리에시적이야깃거리가있음을,그틈새의자리에시적사유가끼어들어야하고,상상력이가동되어야함을잘알고있다.”

조현정시인은첫시집『별다방미쓰리』로시인으로서의재기(才器/才氣)를보여주며‘강원문화예술상’을수상하였고,
두번째시집『그대느린눈으로오시네』로발효된말(言語)의진면목을보여주며‘실레작가상’을수상한바있다.
이번세번째시집『시라는모종의잔해』로새로운실험을시도하며시적태도와시쓰기의전범(典範)을보여주고있는조현정시인이이번에는어떤상을받게될지궁금하다.
시인에게가장큰상은물론‘독자들의심금을울린상’(줄여서‘독심상’)이아닐까.이번세번째시집이꼭‘독심상’을수상하기를기대해본다.

■달아실출판사는…

달아실은달의계곡(月谷)이라는뜻의순우리말입니다.“달아실출판사”는인문예술문화등모든분야를망라하는종합출판사입니다.어둠을비추는달빛같은책을만들겠습니다.달빛이천개의강을비추듯,책으로세상을비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