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종이 쟁쟁한 날 : 제주 냄새, 사람 냄새, 물씬한 풍경들

은종이 쟁쟁한 날 : 제주 냄새, 사람 냄새, 물씬한 풍경들

$15.00
저자

김세홍

저자:김세홍
1997년한라일보신춘문예시등단.시집『소설무렵』.제주작가회의회원.

목차

작가의말

1부

코뿔소가시덩굴│니가타현의사마귀│벽돌한장│수인을읽었다│무두내마씀│감목관을배알하다│네댓번만나도초면인사이│은종이쟁쟁한날│형수L│느티나무열매│그는중국의좌파였다│때를놓치면뱃속이불량해진다│진주귀걸이를추억하며│네가먹은붕어빵개수를알고있다

2부

공구가나를길들인다│벚꽃축제│악덕업자│노변잡설│신의마법이풀리는순간│칼끝사랑│부러운착각│의심스러운이용사│여뀌장사│방귀유감│M여사의험담│허공에꽃이피었다│꽃을훔치는남자│구형백동전│저승미투리전

3부

옛일을끄집어내는방식│홀애비조새유감│십년공부도로아미타불│햇볕을섬기는집│가을비긴머리처녀야│보다자유롭고성실하게│저,김태원입니다│다시,당신에게│혼다오토바이에게안부를묻다│구릿대아래꺼병이들을생각했다│아들은언제아비를닮을까│맹꽁이소리│화려강산도│굼슬거운웃음이비쳤다

4부

검은별│똥간청소부승혁이│옛전집이있다│부치지못한편지│쇠다마│아버지의유산│양은밥상│어머니근력│예장(醴狀)│포도담금주│말똥버섯│DDT보리밥│바늘│아버지와먼길을걷다│수목제사│문중벌초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우리집마당에는매년9월초순이면호랑나비가알짱알짱날아든다.초피나무두그루에알을낳기위해서다.근십년가까이그애벌레들은단한마리도부화하지못했다.초록똥을누는애벌레는그집푸성귀를돌보던이씨부인의손가락에의해짓이겨지기일쑤였다.

올해도호랑나비는늦더위탓에일주일쯤늦었지만팔락거리며대문을타넘었다.마당한켠에서는처서가한참지났는데도무화과가열리고있다.찬바람이불면채익지못한채모조리마를것이다.

얼마전길가화단에서는수박줄기에맺힌손톱만한열매를본적도있었다.바람까마귀가아무도찾지못하게구름속에먹이를숨겨둔것처럼,그들은왜무용해보이는일을벌이는걸까.어딘가차원이다른곳에서애씀의결과를얻고있는건아니냐는바보같은상상을해보기도했다.

글쓰기의갈피갈피,층층이쌓인층위를다스려세상이내보이는질감을제대로이해하고싶었다.알아챔과끈기도각성의일부라고여기게된것은최근의일이다.여러해동안우리집에서산사람이라면한겨울에바짝말라시커멓게된무화과가새들의먹이라는사실을깨닫게될것이다.

그러니까지금무화과가열매를밀어올리는것은한겨울먹이가궁할바람까마귀들을위한것이다.알아차림이둔해서그렇지,세상에무용한행위란것이어디있겠는가.나는이런이야기가좋다.긴가민가하지만떨림이커서하루종일설레게만드는기운말이다.부끄럽지만,여기에실린지극히사적인수많은졸고는하루오백자쓰기의소산이라는것을밝힌다.

2025년초겨울제주에서
김세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