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서소설가는발문〈고스트하기,노마드하기〉에서이언주의소설을“비존재를통해현재의관계를비추는서사”로읽는다.고스팅은관계를파괴하는행위가아니라,기존관계의규범과위계를벗어나기위한탈주이며,사라짐은타인과의연결을완전히거부하는것이아니라새로운관계가능성을향한이동이다.이때인물들은고립된개인이면서도,역설적으로서로의상실을통해연결된다.이언주의소설에서반복적으로등장하는실종,고스팅,죽음,귀신과유령의이미지는단순한설정이아니라,현대인간관계의단절과정서적소외를형상화한은유다.
한편,이언주의소설집『모두의안부』는“인간의삶이라는것을도무지이해할수없다”는다자이오사무의『인간실격』을자연스럽게떠올리게한다.『인간실격』에서다자이는타인과의관계맺기에실패한개인의내면을통해,“인간으로살아간다는것”자체가불가능해진상태를고백문형식으로드러낸다.『모두의안부』속인물들역시사회적규범과관계의언어에끝내적응하지못한존재들이다.그들은웃음과예의,정상성의가면을쓰지못하거나쓰기를거부하며,그결과관계의바깥으로밀려난다.이언주의소설에서반복되는실종과고스팅은다자이가말한‘인간실격’의현대적변주로읽힌다.인간관계에실패한개인이스스로를삭제하거나,사회로부터지워지는방식이다.
물론두작품사이에는결정적인차이가있다.『인간실격』이자기파괴적고백을통해존재의붕괴를밀어붙인다면,『모두의안부』는붕괴이후에도남는생의감각,그가능성에주목하며우리에게는아직희망이남아있다는메시지를전한다.
이언주작가는말한다.“삶은여전히견디기어렵고,관계의단절속에서유령처럼떠돈다해도,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끊임없이자신의삶에타인의삶에안부를물어야한다.”고.그의소설집을덮으며니체의“아모르파티(AmorFati)”를떠올리는까닭이다.
“잘지내?”
잘지내느냐고묻는말에굳이그렇지않다고대답할수도없고,
잠자코나는자신에게되묻는다.
“정말괜찮은거야?”
스무해가까이해외를떠돌며살았다.아직도잠이들면어디론가떠나고,길을잃고헤맨다.중심에서멀어져있던시간만큼세상은낯설기만하다.
어느날,지인에게서『크라잉클럽』에가입했다는문자를받았다.멈칫하고서서한글자한글자를곱씹으며읽었다.나를기억해주는사람때문에눈물이나려했다.
소설공간에서,밤이되면이국의카페에모여우는사람들.낮이되면신기루처럼사라지는우사모(우는사람들모임)회원과함께하겠다니…….
누구나마음에뚫린구멍하나씩껴안고살아가는모양이다.국외자인그들을보며‘친밀한우리’라는단어를떠올렸다.내글이누군가에게위안이될거라고는미처생각하지못했었다.힘을내다시쓰기로했다.
여섯편의중·단편을묶어소설집을내게되었다.교정을보며찬찬히다시읽었다.
현재는해남으로가겠다고했다.나도현재를따라나섰다.해남은땅의끝답게멀고도멀었다.비행기를탔더라면지구반바퀴를날아갔을시간에겨우닿을수있는거리였다.그러나바닷가의특별한인상이없었다.땅끝까지가려면또다시차를갈아타야했다.
지친다,정말.
현재의탄식이귀에맴도는듯했다.
환경이바뀌면글도달라질거라고기대했다.그러나달라질것이없었다.
가도가도길은끝나지않고,
길에대한의문은여전히그대로남아있다.
문득,사람들의안부가궁금하다.
모두가덜외로웠으면좋겠다.
2025년겨울
백련재에서이언주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