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 뒤의 무늬 (김윤삼 산문집)

무늬 뒤의 무늬 (김윤삼 산문집)

$15.00
Description
고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삶으로 환원된다
- 김윤삼 산문집 『무늬 뒤의 무늬』
- 30여 년 현장을 지킨 노동자의 손으로 길어 올린 맑고 단단한 사유의 기록
- 상처를 흉터로 남기지 않고 꽃으로 피워낸 ‘회복’과 ‘긍정’의 문장들

상처를 응시하며 그 이면의 무늬를 찾아가는 시인 김윤삼의 첫 산문집 『무늬 뒤의 무늬』(달아실 刊)가 출간되었다. 이번 산문집은 거친 조선소의 용접 불꽃 아래서도 문학의 끈을 놓지 않았던 저자가 30여 년의 노동과 삶,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한 상실과 회복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일상의 사소한 장면과 관계의 결을 통해 삶의 깊이를 탐색하면서 시간과 기억, 관계와 나이듦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
저자

김윤삼

글쓴이김윤삼은경주감포에서태어났다.울산공업고등학교와서울디지털대학교를졸업하였다.시집으로『고통도자라니꽃되더라』,『붉은색옷을입고간다』가있다.한국작가회의,울산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중이다.

시간은언제나처음이다.우리를스쳐지나가며상처를남긴다.그러나그상처는단순한흉터로머물지않는다.기억은때로아프게,때로빛나게우리를다시불러세운다.지나간고통은사라지는것이아니라,다른형태의삶으로환원된다.
걷는발자취마다흙속에뿌려진씨앗처럼흔적이남고,언젠가그흔적은꽃이되어피어난다.그것은우리가살아왔음을증언하는가장단단한방식이며,동시에사라짐조차하나의피어남이라는사실을알려준다.

목차

작가의말

1부하루의온도
아침을여는차한잔|그해봄|노랑나비|비오는날의속도|나의속도로살아가기|늦은오후의그림자|접사의거리|저녁이데려오는얼굴들|마루

2부사람과사람사이
오래된친구와의침묵|동살의시간|갈라진잎,그사이로흐르는것들|어디쯤가을|부모와자식,그중간의거리|소고기뭇국|이웃이라는풍경|관계,서로를비춰주는거울|키스|한번도만나지못한사람에게|퍼즐이라는사회의다양성

3부나이의얼굴
몸이말하는것|등굽은국밥|빛을잃고,읽는법을배운다|어디쯤|거울속의느린시간|사월|잃어버린것과남은것|오만과편견|나이들어생기는용기|단하나의걸음으로

4부사소하지만오래남는것들
손에익은물건|그리움의지분|자주쓰는단어|초록별지구수비대|책상위의빛|생각의감옥|암흑카페|지갑속낡은사진|인연,그아름다운꽃한송이|거꾸로선다는일

5부길위에서배운것들
여행은왜돌아오게하는가|문앞에서,나를마주보다|화분에깃든시간|사과이야기|기차창밖의풍경|날빛의시간|길가의들꽃과눈인사|가르치는것과배우는것|낯선도시의오후|스크래치

6부나를지켜준말들
누군가의한문장|어머니께드리는졸업장|오래품어온구절|충조평판|쓰다지운편지|시간속의시간|말하지못한고백|우물의온도

출판사 서평

극단의피로사회,‘나만의온도’를찾는법

언제부턴가우리는초경쟁,초개인,초스피드,초연결사회(超連結社會,HyperconnectedSociety)로치닫고있다.브레이크페달은파열된지오래다.파시스트적가속도속에서현대인들은정작자신의속도를잃어버린채타인의시선에매몰되어살아간다.그야말로극단적인피로사회,피로시대이다.이럴때우리는어떤삶의스탠스를취해야하는가.
김윤삼시인은“비오는날의속도는,내안에쌓인것들을천천히내려놓게한다”(「비오는날의속도」)며,효율과속도만이미덕인시대에‘멈춤’과‘비움’이주는미학적가치를역설한다.“외부의환경이변해도18℃를유지”(「우물의온도」)하는우물처럼,세상의흔들림속에서도나를지키는내면의힘이무엇인지,자신의속도로사는것이왜중요한지(「나의속도로살아가기」)를성찰한다.

삶의의지를표상하는‘무늬뒤의무늬’

이번산문집의제목은‘무늬뒤의무늬’이고,6편의산문속에‘무늬’를직접언급하고있는만큼,‘무늬’라는단어는이번산문집의핵심을찾아가는중요한열쇠임에틀림없다.

“나만의무늬가나만의무늬를부른다.”(「비오는날의속도」)
“무늬뒤의무늬는약점이아니라,향기가될준비다.”(「나의속도로살아가기」)
“시간의무늬안에서오늘하루를건너온저마다의사정이숨어있다.”(「저녁이데려오는얼굴들」)
“세월의무늬가몸에새겨진다는건,쥐고있던것을놓는일인동시에,놓아야할것과붙잡아야할것을천천히구분해가는과정인지도모른다.”(「잃어버린것과남은것」)
“세상을바꾸겠다는큰포부가아니라나의무늬를나의마음에새기겠다는다짐이쌓여,내일의빛으로번진다.”(「나이들어생기는용기」)
“손바닥의굳은살속에새겨져있다.그것은말이아니라,시간을몸으로살아낸자들의무늬다.”(「날빛의시간」)

‘무늬’는나를지배하는환경들특히시간에관련되어있고,‘무늬뒤의무늬’는주어진환경을극복하려는삶에의의지와관련되어있는데,겉으로드러난삶의무늬뒤에숨은또다른결,상처와흔적,침묵과여백속에서피어나는존재의의미를심도있게그려내고있다.

사진을통해전하는거리두기의지혜

산문집『무늬뒤의무늬』는총6부-〈1부,하루의온도〉,〈2부.사람과사람사이〉,〈3부.나이의얼굴〉,〈4부.사소하지만오래남는것들〉,〈5부.길위에서배운것들〉,〈6부.나를지켜준말들〉-로구성되어삶의다향한국면을조망하고,아침햇살,한잔의차,반려견과의교감,부모에대한기억,오래된친구와의침묵등일상적소재를통해인간존재의본질을사유한다.

특히‘거리’에대한작가의사유가인상적이다.사진기법인‘접사(接寫)’를통해‘관계의미학’을설명하는대목은압권이다.“꽃은손길을허락하지않는다.가까이다가서면더이상머물수없고,멀찍이바라볼때비로소빛난다”(「접사의거리」)는통찰은타인과의관계에서고통받는이들에게적절한거리두기의지혜를제시한다.

거친현장에서피워올린섬세한문장

저자김윤삼은경주감포출생으로,울산공업고등학교를졸업하고오랜시간조선소현장에서노동자로살아왔다.시집『고통도자라니꽃되더라』등을통해고통을삶의승화를노래해온그는이번산문집에서한층깊어진시선으로삶을조망한다.거대한크레인과용접기불꽃이튀는현장에서도그는“떠돎의절반은노랑나비찾아헤매던날들의설렘때문”(「노랑나비」)이었다고고백하며,척박한현실을문학적사유로치환해내는시인특유의서정을보여준다.

사라짐조차하나의피어남임을증언하는책

김윤삼시인의첫산문집『무늬뒤의무늬』는“나에게남겨진상처들이단순한흉터로머물지않고,어떻게다른형태의삶으로환원되는지를보여주는단단한증언”이다.비문증과백내장으로시력을잃어가는위기속에서도“빛을잃고,읽는법을배운다”며절망을공부의기회로삼는저자의태도는독자들에게깊은울림과용기를전한다.

『무늬뒤의무늬』는단순한감성에세이를넘어,현대사회에서잃어버리기쉬운느림의가치,관계의균형,자기인식의중요성을문학적언어로환기한다.빠르게소비되는콘텐츠환경속에서,한문장한문장을곱씹게하는밀도의산문을보여준다.

무엇보다『무늬뒤의무늬』는우리모두의삶에남은작은흔적과상처가언젠가꽃이되어피어날수있음을조용히증언하는책이다.삶의표면을넘어그이면의무늬를바라보고싶은독자들에게,이책은깊은울림과긴여운을남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