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을 사랑한 춘천의 간서치 (김현식 유고집)

B급을 사랑한 춘천의 간서치 (김현식 유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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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수만 권의 고서 속에 숨어 살던 '간서치' 김현식, 그가 남긴 촌철살인의 기록
"어이, 88올림픽은 잘 끝났나?" - 무덤 속에서 건네는 지독한 책벌레의 안부
춘천의 문화예술계를 묵묵히 지원하며 ‘문학의 막후’ 역할을 했던 고(故) 김현식 소설가의 1주기를 맞아, 그의 생전 글들을 모은 유고집 『B급을 사랑한 춘천의 간서치』(달아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유고집은 그가 생전 페이스북에 남긴 산문과 필명 ‘노영무’로 쓴 시, 월간 〈태백〉 발행인의 편지 등을 엮은 것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지식인의 치열한 사유 세계를 복원해냈다.

소설가 김현식은 춘천 옥광산을 운영하는 대일광업의 대표였고, 월간 〈태백〉의 발행인이자 달아실출판사의 설립자였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간서치’였고 ‘수집가’였다. 하루 서너 권의 책을 읽고 수만 점의 유물을 수집하며 춘천 문화의 ‘은자(隱者)의 거인’으로 살았다.

세상은 속도에 미쳐 있다. 어제 나온 스마트폰이 구식이 되고, 방금 올라온 뉴스피드가 1초 만에 잊히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지 망각한 채 표류한다. 여기, 세상의 속도를 거부하고 평생을 고서와 골동품, 그리고 수만 권의 책 속에 자신을 유폐시킨 사내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춘천의 간서치(看書痴)’, 즉 책에 미친 바보라 불렀다.

생전에 김현식은 “B급을 사랑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만화책부터 곰팡이 냄새나는 고서적, 먼지 쌓인 LP판까지 수집하며 그 속에서 세상이 보지 못한 진실을 읽어냈다. 그에게 책은 ‘물질’이 아니었다. 누군가 책을 선물 받으며 “물질로 내 환심을 사려는 거냐”고 물었을 때, 그는 사그라지는 마음을 느끼며 탄식했다. 책은 영혼의 파동이었고, 시대의 거울이었기 때문이다.

이 유고집은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숨결이다. 그는 거북이와 토끼의 우화를 빌려 우리에게 묻는다. 자빠져 쉬고 있는 거북이가 묻는 말, “저기 88올림픽은 잘 끝났나?” 이 엉뚱한 질문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바보의 소리가 아니다. 본질을 잊은 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를 향한 뼈아픈 조롱이자, 멈춰 서서 삶을 되돌아보라는 정중한 권고다.

그의 문장은 날카롭고도 따뜻하다. “네가 최소공배수를 구할 때 나는 최대공약수를 찾아 헤맸더군”이라는 시구처럼, 그는 타인과 합치점을 찾기보다 스스로의 본질을 지키는 ‘서로소’의 삶을 자처했다. 평생을 ‘독종’과 ‘별종’으로 살고자 했던 그는, 정작 우리에게는 가장 ‘순정한 형’이자 ‘맛깔나는 지식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제 그의 서재 문이 열렸다. 춘천의 안개 속으로 사라진 그가 남긴 수만 권의 책과 문장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잠시 세상의 소음을 잊고 ‘간서치’가 머물던 그 깊고 고요한 지혜의 숲으로 초대될 것이다. 그곳에서 당신만의 ‘88올림픽’은 어떻게 끝났는지, 혹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지 조용히 자문해보길 바란다.
저자

김현식

소설가김현식(金賢植)은강원도춘천에서태어났으며고려대학교정치외교학과를졸업했다.1982년『소설문학』으로등단하였고,월간『태백』발행인을역임했다.국민대교수정선태와공편저로『‘삐라’로듣는해방직후의목소리』(소명출판,2011)를냈고,장편소설로『북에서왔시다』와단편소설집으로『독종과별종들』을냈고,장루이라는필명으로장편소설『1907-네개의손』,『1907-일몰』을냈다.2025년4월21일,영원한잠에들었다.

목차

유고집을엮으며

1부.간서치의얼굴책

2부.노영무의시
평창이모|카페화양연화|새나라의어른이|탕자의기도|취중취담|안부|노영무의결심|척사斥邪|망실신고|바겐세일사랑|첫사랑|오독誤讀|오월의복병伏兵|소오小悟|각자행|사월의낮비|취중인사|금연禁戀|비상시국선언非常詩局宣言|우화憂話|물금|블랙버킷리스트|소망|차라리유행가|잔인한낙언落言|어설픈사람들|검색|손톱을깎으며|쓰지말라는제목,무제|유기인|시인학교보충수업|어떤만남|산그늘|오늘도|1|C|어리석음의10,000과사전|암소가부럽다

3부.발행인의편지
월간〈태백〉발간의변|세상에서가장작은,그러나세상에서가장큰도서관|가다가멈추면아니감만못하리라|소박한실용주의자의꿈|시장의힘과대중의눈을믿습니다|피부에와닿다!살갗에와닿다!|치국(治國)이아니라치국(恥國)이라니요!|고맙닭!고맙다닭아의줄임말입니다|누구를위한,무엇을위한태스크포스팀인지모르겠습니다!|춘몽,春夢|환귀본처(還歸本處)|듣고싶은이야기|1707|23,000권대9,000권|역지사지(易地思之)|책과책방의미래|가갸날|인사여쭙습니다,잠시다녀오겠습니다

4부.벗들의추모
김보은|김종수|김춘배|박정대|신정환|심종록|유기택|전윤호|정현우|최대식|최삼경|최선중|하창수

5부.아내와딸들의편지
아내윤미소|딸김주희|딸김자연

출판사 서평

■달아실출판사는…

달아실은달의계곡(月谷)이라는뜻의순우리말입니다.“달아실출판사”는인문예술문화등모든분야를망라하는종합출판사입니다.어둠을비추는달빛같은책을만들겠습니다.달빛이천개의강을비추듯,책으로세상을비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