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뭐 해 - 달아실시선 112

내일 뭐 해 - 달아실시선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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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현숙

저자:유현숙
시인유현숙은경남거창에서태어났다.시집으로『내일뭐해』(2026,달아실),『몹시』(2021,상상인),『외치의혀』(2016,현대시학),『서해와동침하다』(2009,문학의전당)가있다.eBook으로『우짜꼬!』(2022,디지북스),『고독한여름』(2024,디지북스),『숲,스케치』(2025,디지북스)등이있으며동인시집『오거리』,『관계에대한여덟가지오해』,『미루』1,2,3호를출간하였고,에세이(공저)로『세상의존귀하신분들께』(2020,건강신문사)가있다.2009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창작기금,2026년서울문화재단원로예술지원사업기금을받았다.2017년제10회미네르바작품상을수상하였다.『문예바다』소설신인상을수상하여지금은시와소설을쓰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볕이참좋다.내일뭐해?
고독한여름―竟|가을볕|시의산책|그냥그대로|슬픈자화상|밀롱가|사르가소해|자두나무|양동리화첩|겨울산|눈빛,오후6시의|푸른꽃|만첩적막|늦게해지는나무아래서듣는―뿔|그대에게가는길

2부.낯선오랑에앉아
저녁소리|우물곁에서목말라죽는―목숨|시간을들이다―돌의내장|클래식풍으로연軟께|그대앞에서1|그대앞에서2|이만하면됐습니다|연애소설을읽다|명자꽃|그대,봄|눈감으면더잘보여|생각만灣|드퀘르벵증후군―손목건초염|오,그대여―반가사유하다

3부.청학떼를보았습니다
모스부호―김수영을읽다|무자경無字經한채|통증의형식|별,흐름에관한보고서|샤갈처럼|만행|낯선곳에앉아울었네|자기소개|느닷없이|굴피수첩|상원사동종|넝쿨장미―도둑|첫발―내이름은파이pi/π,나는조난당했다|폐기물스티커|저기,서풍

4부.열차는언제달말리역에도착할까
시쓰는아침|풍경Ⅳ|그랜드마더로즈|숲,스케치1|숲,스케치2|웃다|기껏|행간이난해하다|돌풍을위한서사|처방전|올해마지막밤|새들의나이테|공중제비|박새|13월의숲

해설_그대에게가는먼길?오민석

출판사 서평

고독과적막의지층에서길어올린,내일의쓸쓸함에게보내는긴편지
―유현숙시집『내일뭐해』

시와소설을병행하며독자적인서정의지층을다져온유현숙시인이네번째시집『내일뭐해』(달아실시선112)를펴냈다.

총4부로구성된시집속에서유현숙시인은고독한유배지와같은‘오늘’속에서도서두르거나과장하지않고,고요하게내면의에너지를받아적는다.

삶의고독과상실,사랑과기억,존재와시간의결을섬세하고도깊은언어로길어올린다.자연과사물,사람과관계를바라보는시선은따뜻하면서도처연하며,일상의풍경속에서삶의본질을응시한다.

우리는모두너무빠른속도로흐르는세상위에위태롭게서있다.매일같이쏟아지는디지털신호와무수한메시지속에서손가락하나로타인과연결되지만,역설적이게도그연결의깊이는모래알처럼가볍다.

밥벌이라는미혹을두르고인간의산맥을떠돌며,멋모르고맞장뜬생계의파도속에서우리는저마다‘오늘’이라는유배지에갇힌채고립되어간다.서로의안부를묻는일마저서먹해진시대,마음의행간은점차난해해지고인간의온기는표백되어갈뿐이다.

이서글프고건조한공백의한가운데서유현숙시인은낮은목소리로빗장을두드린다.

“볕이참좋다.내일뭐해?”시인이던지는이어눌한질문은단순히시간을묻는행위가아니다.그것은“누군지도모르는누군가에게보내는기한없는초대장”이며,“오늘의쓸쓸함이내일의쓸쓸함에게보내는긴편지”(「시인의말」)이다.

시인은우리가잊고지냈던상실과결핍의자리를가만히응시하게만든다.

시집의책장을넘기다보면,속도와수사에가려졌던시인의지극한육성이들려온다.시인은현란한수사를잃어버린어눌한혀로,“흐르다멈추다/멀어져가는것들과의작별을연습”(「늦게해지는나무아래서듣는―뿔」)한다.그리고그쓸쓸함의끝에서마침내흙과자연,그리고타인을향해노를젓기시작한다.

“분홍의섬에서/능금처럼익어가는그대에게닿기위해/꽃빛송판으로배를짓”고,“숲한채로노를젓는일”(「그대에게가는길」)을멈추지않는다.

그것은완벽한고독속에서비로소타인의존재를온전히받아들이고공존을꾀하는,시인만의숭고한방식이다.

이시집은우리에게타인의슬픔을향해“손먼저내밀수”(「시의산책」)있는용기를건넨다.내손목의경고음과삶의오탈자를참회하며모서리만골라앉던변방의영혼들이,비로소“이만하면됐습니다”라고스스로를보듬을수있도록이끈다.

문학평론가오민석교수(단국대명예교수)는해설에서“‘내일뭐해’라는일상적인질문은유현숙에게알리바이에불과하다.그는어떤‘그대’에게닿기위해말을건다”고분석하며,시인이안보이는그대에게다가가기위해언어를다루는치열한미학적투쟁을높이평가했다.

독자들이여,이지독한소외의계절에시인이정성껏지펴둔화목난로앞으로걸어들어오라.그리하여시인이내려놓은따뜻한커피를마시며,“눈감으면더잘보이는”(「눈감으면더잘보여」)내면의풍경과마주하기를바란다.이시집은당신이홀로견뎌온쓸쓸한밤을가만히감싸안아줄가장아름다운동행이될것이다.

시인의말

무엇엔가,
어딘가에닿기위해
나는얼마나많은마음을걸어여기까지왔을까.

볕이참좋다,내일뭐해?

이한마디는
누군지도모르는누군가에게보내는기한없는초대장이다.
오늘의쓸쓸함이
내일의쓸쓸함에게보내는긴편지다.

햇살로,노을로,들풀로,침묵으로
빗장을두드리는어눌한말들을알아챌까?

내모든시의시적詩的지층은
지금
여기
이모든것들에서시작始作되고,시작詩作되었다.

2026년5월
유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