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적막의지층에서길어올린,내일의쓸쓸함에게보내는긴편지
―유현숙시집『내일뭐해』
시와소설을병행하며독자적인서정의지층을다져온유현숙시인이네번째시집『내일뭐해』(달아실시선112)를펴냈다.
총4부로구성된시집속에서유현숙시인은고독한유배지와같은‘오늘’속에서도서두르거나과장하지않고,고요하게내면의에너지를받아적는다.
삶의고독과상실,사랑과기억,존재와시간의결을섬세하고도깊은언어로길어올린다.자연과사물,사람과관계를바라보는시선은따뜻하면서도처연하며,일상의풍경속에서삶의본질을응시한다.
우리는모두너무빠른속도로흐르는세상위에위태롭게서있다.매일같이쏟아지는디지털신호와무수한메시지속에서손가락하나로타인과연결되지만,역설적이게도그연결의깊이는모래알처럼가볍다.
밥벌이라는미혹을두르고인간의산맥을떠돌며,멋모르고맞장뜬생계의파도속에서우리는저마다‘오늘’이라는유배지에갇힌채고립되어간다.서로의안부를묻는일마저서먹해진시대,마음의행간은점차난해해지고인간의온기는표백되어갈뿐이다.
이서글프고건조한공백의한가운데서유현숙시인은낮은목소리로빗장을두드린다.
“볕이참좋다.내일뭐해?”시인이던지는이어눌한질문은단순히시간을묻는행위가아니다.그것은“누군지도모르는누군가에게보내는기한없는초대장”이며,“오늘의쓸쓸함이내일의쓸쓸함에게보내는긴편지”(「시인의말」)이다.
시인은우리가잊고지냈던상실과결핍의자리를가만히응시하게만든다.
시집의책장을넘기다보면,속도와수사에가려졌던시인의지극한육성이들려온다.시인은현란한수사를잃어버린어눌한혀로,“흐르다멈추다/멀어져가는것들과의작별을연습”(「늦게해지는나무아래서듣는―뿔」)한다.그리고그쓸쓸함의끝에서마침내흙과자연,그리고타인을향해노를젓기시작한다.
“분홍의섬에서/능금처럼익어가는그대에게닿기위해/꽃빛송판으로배를짓”고,“숲한채로노를젓는일”(「그대에게가는길」)을멈추지않는다.
그것은완벽한고독속에서비로소타인의존재를온전히받아들이고공존을꾀하는,시인만의숭고한방식이다.
이시집은우리에게타인의슬픔을향해“손먼저내밀수”(「시의산책」)있는용기를건넨다.내손목의경고음과삶의오탈자를참회하며모서리만골라앉던변방의영혼들이,비로소“이만하면됐습니다”라고스스로를보듬을수있도록이끈다.
문학평론가오민석교수(단국대명예교수)는해설에서“‘내일뭐해’라는일상적인질문은유현숙에게알리바이에불과하다.그는어떤‘그대’에게닿기위해말을건다”고분석하며,시인이안보이는그대에게다가가기위해언어를다루는치열한미학적투쟁을높이평가했다.
독자들이여,이지독한소외의계절에시인이정성껏지펴둔화목난로앞으로걸어들어오라.그리하여시인이내려놓은따뜻한커피를마시며,“눈감으면더잘보이는”(「눈감으면더잘보여」)내면의풍경과마주하기를바란다.이시집은당신이홀로견뎌온쓸쓸한밤을가만히감싸안아줄가장아름다운동행이될것이다.
시인의말
무엇엔가,
어딘가에닿기위해
나는얼마나많은마음을걸어여기까지왔을까.
볕이참좋다,내일뭐해?
이한마디는
누군지도모르는누군가에게보내는기한없는초대장이다.
오늘의쓸쓸함이
내일의쓸쓸함에게보내는긴편지다.
햇살로,노을로,들풀로,침묵으로
빗장을두드리는어눌한말들을알아챌까?
내모든시의시적詩的지층은
지금
여기
이모든것들에서시작始作되고,시작詩作되었다.
2026년5월
유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