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콘서트 (정순자 시집)

풀의 콘서트 (정순자 시집)

$12.00
Description
낮고 작고 외로운 것들이 펼치는 생의 찬가
- 정순자 시집 『풀의 콘서트』
춘천의 고유한 서정과 평범하면서도 치열한 삶의 연륜을 시로 승화해온 정순자 시인이 두 번째 시집 『풀의 콘서트』를 펴냈다. 달아실 기획시집 52번으로 나왔다.

■ 시(詩)와 삶, 그 찬란한 ‘기울어짐’의 미학
흔히 문학을 삶의 균형을 잡는 저울에 비유하곤 하지만, 어떤 시인은 기꺼이 한쪽으로 지독하게 기울어짐으로써 자신만의 독창적인 서정적 영토를 구축한다. 정순자 시인의 신작 시집 『풀의 콘서트』는 바로 그 ‘기울어짐’이 만들어낸 따스하고 단단한 고백록이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詩에, 아들에, 기울어져 살았습니다”라고 나직이 고백하며 시집의 문을 연다. 홀로 아들을 키워내기 위해 “논술 강사, 요양 보호사, 박물관 직원, 갤러리 카페지기, 막국숫집 주인”(「희망이라는 이름의 씨앗」)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최전선에서 ‘전쟁 같은 삶’을 버텨낸 시인의 이력은 개인의 서사를 넘어 숭고한 모성(母性)의 리얼리티를 획득한다. 그렇다고 시인은 과거의 고단함을 훈장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를 ‘제대한 노병’이라 칭하며, 인생 후반전에 찾아온 평화와 또다시 시에게로 기꺼이 기울어지는 은은한 온기를 보여줄 뿐이다.
저자

정순자

시인정순자는춘천에서태어났다.『문예사조』신인상으로등단하였다.시집으로『수수꽃다리엄마』를냈다.춘천문인협회회원,강원여성문학회회원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속살같은물무늬자국들
희망이란이름의씨앗|아기돌고래태오|노란우산|꽃등거짓말|엄마표지판|엄마와나,동생의달|삼십원짜리할머니|외할머니의사과|일침헌一針軒의겨울|그가자꾸만뚱뚱해지는이유는|달과함께차차차|엄마의둥지|외모콤플렉스|노을의집|아버지와멸치

2부.유리벽밖의사람들
안개의길|오래된우정|참사랑|진심의가치|흩날리는벚꽃잎을보며|그사람이름은못잊었지만-박인환문학제에서|배추밭그라데이션|죽의변주|3월에듣는녹턴|고해성사|동남이오빠|눈신발-김학선선생님께|저녁노을이은행나무그림을벽에그리는시간|안개죽다

3부.선과면사이에서
하루에걸린모든생|들꽃처럼살고싶었네|신기루환상통|너나나나|풀의콘서트|서리꽃|가난한애인|서울,2015년2월7일|백석의사랑,자야가부러울때|외옹치항|물마중|하루사용법|꿈의변주|엄마는호수-산후조리원에서|고추를말리며-복자씨의대화중에서

4부.이렇게살았으면좋겠습니다
보쌈|비이름|주전자마음|사랑충蟲|묵사발을먹던날|이렇게살았으면좋겠습니다-용수그리고마사코를위한축시|족발나무|의암|날고싶은모과나무|눈물에나를숨겨놓고|삼베옷을몸에걸치고-마의태자|가을로가을로

해설_풀의콘서트,관계와시간과사유의은유ㆍ송연숙

출판사 서평

■혈연의내리사랑에서‘유리벽밖’이웃을향한연민으로
시집의전반부(1부와2부)는현해탄을건너들려오는다섯살손자‘태오’의재롱과아들가족을향한애틋한사유로가득차있다.시인에게손자는단순한혈육이아니라,팬데믹의빗장속에서찾아와“찌질한윙크”로마음병을씻어준천사이자(「꽃등거짓말」),할아버지와할머니의삶에싹터준싱싱한기쁨의‘노란우산’이다(「노란우산」).한국어와일본어를섞어쓰며할아버지를‘하버러지’라부르는손자의맑은눈망울을통해시인은지난했던삶의가시같은상처들을비로소치유받는다.

물론이번시집이지닌진짜미덕은극히개인적이라고할수있는내리사랑이〈2부.유리벽밖의사람들〉에이르러타인을향한깊은연민과연대로확장된다는점에있다.시인의시선은요양병원으로향하며점차안개가되어버린노인의‘인식의소멸’을아파하고(「안개의길」),가난한시골정류장에서짜장면한그릇을서로에게권하며장미보다고운참사랑을실천하는보살같은부부의모습을포착한다(「참사랑」).

특히5학년시절,칠판글씨도제대로보지못하던자신을안경점에데려가‘눈신발’(안경)을맞춰주었던담임선생님을추억하는「눈신발-김학선선생님께」는,그날의안경이평생세상을똑바로보게해준창문이었다는고백을통해각박한현대사회에조용하지만큰울림을던진다.

■관계의은유와대지가부르는‘풀의콘서트’
시집의표제작인「풀의콘서트」가수록된3부와4부는인간과자연,그리고사유의단층들이유기적으로결합하는절정을보여준다.해설을쓴송연숙시인이짚었듯,이시집을관통하는중심이미지는‘풀’과‘씨앗’이다.


풀은자유를몰라자유를말하지않지만
자유를몰라서풀은언제나자유롭다

(중략)

바람과비와천둥과번개
그리고이풀과저풀이어우러져
소나기처럼온땅을두드리며
우주의리듬을타고흐르는막춤
-「풀의콘서트」부분


시인에게풀은거창한성취의대상이아니다.물음표없이제개성대로짙푸름을채워가고,대본이없어도온땅을두드리며막춤을추는존재들이다.“커튼콜없는무대인줄알면서도객석뒷줄에서긴휘파람을날리는이”가누구인지묻는시인의질문은,결국보이지않는곳에서묵묵히삶을지탱하고쓰러진풀들을일으켜세우는‘사랑의연대’에대한확신으로이어진다.

인생이라는거대한게임앞에서“더하고빼고곱하고나누니사는거거기서거기”라며스스로를“날씨따라울고웃는빈손의여행자”로낮추는시인의태도는달관을넘어숭고하기까지하다(「너나나나」).

■마른봉투에촉촉한정을담아내는시적구원
정순자의시편들은세련된수사학이나날선이성으로독자를설득하려하지않는다.대신된장국을끓이려멸치똥을따는손끝의감각(「아버지와멸치」),가을볕에상처입은고추를보며“내가사랑해줄게얼릉나아라”라고말을건네는다정한대화(「고추를말리며」)처럼철저히삶의노동과공감의감각을통해독자를끌어당긴다.그게정순자시의매력이다.

남편의50년우정값은20만원이지만,슬픔을당한이에게건넨순간의진심은80만원의가치가있다는구절(「진심의가치」)처럼,시인은“마른봉투에도촉촉한정이담긴다”는평범하지만무거운진리를시를통해가볍게눙친다.

인생의매운꿈속에서도여전히마당가득동네잔치육개장을끓이던아버지의허기진봉지를기억하는이따뜻한시인의기도가,이계절상처받은당신들의마음에은은하게타오르는촛불이자,다시일어설용기를주는‘부싯돌’이되었으면좋겠다.능히그럴테다.

■달아실출판사는…

달아실은달의계곡(月谷)이라는뜻의순우리말입니다.“달아실출판사”는인문예술문화등모든분야를망라하는종합출판사입니다.어둠을비추는달빛같은책을만들겠습니다.달빛이천개의강을비추듯,책으로세상을비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