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외국어는지금어디쯤있나요?
언어의한계와세계의경계를허무는외국어수업
책은갓박사학위를취득한응용언어학자가일본대학의교수로채용되어국경을넘는사건으로시작된다.한국인이,일본대학생들에게,영어를가르친다는전개만으로고개가갸웃하지만,진짜혼란은다른곳에있었다.어린시절애니메이션으로익힌‘야매’일본어만믿고도착한현지의언어는,애니메이션속일본어와너무나달랐던것.강의실을벗어나면교수에서,원하는음식조차제대로살수없는일본어초보자로변하는낙차에좌절하는것도잠시.저자는낯선나라에서독립된존재로살아가기위해서,그리고일본학생들에게영어를잘가르치기위해서일본어를배우기로결심한다.
『긴인생을위한짧은일어책:이것은외국어공부로삶을바꿀당신의이야기』는저자가수행하는세개의역할(학습자,교수자,연구자)과매개가되는세개의언어(일본어,영어,한국어)를축으로자유롭게뻗어나간다.사용언어에따라자신의위치가끊임없이변하기에,저자의일본어학습기는다양한입장과사회의맥락을파악해가는이해의과정으로그려진다.백승주교수가추천사에서“외국어정복의서사가허구임을,언어를배운다는것은결국온몸으로삶을통과하는과정임을”보여주는책이라밝힌이유다.경계를넘는다는건비단물리적이동으로만정의되지않는다.외국어를도구로나를새롭게발견하고나아가낯선타인과세상에대한이해를한뼘씩넓히는행위는,곧내가속한세계의경계를허무는것이기도하다.
언어와문화의관계를연구해온저자의시선은,책에또다른재미를더한다.잘알려져있듯일본은타인에게민폐끼치는걸극도로조심하는사회다.서로의공간을침범하지않는문화는언어에도그대로반영되어있다.대표적인표현인‘~てもらう(테모라우)’는직역하면‘~해받다’를뜻한다.쉽게말해“물좀주세요”란한국어문장이일본어필터를거치면“물좀받고싶습니다”가되는격이다.뜻은같지만한국과일본에서각각체감하는‘곧’과‘まもなく(마모나쿠)’의시간차는얼마나큰지,일본어의可愛い(카와이),영어의cute,한국어의귀여운은왜같지않은지풀어내는대목들은,“언어를배우는건단순히언어지식을수집하는과정으로축약될수없다”는저자의주장을고스란히보여준다.교재밖의살아있는언어로서의외국어를만나고싶은분,정체된외국어공부의동기를되살리고싶은분,나를표현하는언어도구를늘리고싶은분들께특별히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