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신생아중환자실에도착하는순간,하나의세계가도착한다.”
환자를환자라부르지않는유일한병동,신생아중환자실
산모들은아기를안는순간,출산의고통을거짓말처럼잊고엄마가됐다는걸실감한다고한다.그러나영원히기억될아기와의첫만남이모두에게허락되는것은아니다.심각한질환을가진채태어나거나예정보다너무빨리태어난아기는엄마품에안겨보지도못한채신생아중환자실(NICU)로가게된다.캘리포니아주립대소아과교수스텔라황은“아기가신생아중환자실에도착하는순간,하나의세계가도착한다”고말한다.신생아중환자실의료진은이세계를환자가아닌‘아기’라부른다.누군가에게는자신의목숨보다소중한존재가,의료진에게도특별하고고유한존재로자리하는것이다.
신생아중환자실아기들은혼자힘으로생존하기어려운미숙아가많아매우섬세한케어가필요하다.원래라면안전한태내에있어야했기에,소음과빛등외부자극을최소화해정상적인발달을돕고,온도와습도역시철저하게관리한다.특히28주미만의초미숙아는몸무게가채1킬로그램도되지않아약물을투여할때소수점단위까지용량을맞춰야한다.아기가기기의도움없이도호흡하고체온을조절하며모유(분유)를먹을수있으면마침내집으로갈수있다.저자가근무하는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작은몸으로어려운고비를잘버텨준아기들에게퇴원이아닌‘졸업’이란이름을헌정한다.
“아기와함께온가족도우리의보살핌을받아야할존재들이기에.”
의사와보호자에서,사람대사람으로
신생아중환자실을배경으로한이책에는환자뿐아니라환자의가족이등장하는에피소드가많다.의료진이치료하는대상은아기지만,아기가족을통해경과를알리고치료방향을논의하며선택의기로에섰을때연명치료를할지완화치료로전향할지결정하기때문이다.가족이아픈건누구에게나힘든일이지만자식이,그것도핏덩이같은아기가아픈걸그저지켜봐야하는부모의심정은감히짐작조차할수없다.
더이상의고통없이아기를보내줄것을권하는의사에게의자를던지며위협하다경비에게끌려나간아기아빠,상담을마친뒤의사를쫓아나와차가운복도한복판에서무릎을꿇고어떻게든살려달라고애소하는부모,사망선고뒤병실을다시찾은의사에게아기를안은채심장이아직뛰고있다고말하는가족….분노,슬픔,혼란에휩싸여혼란스러워하는가족들을한명한명떠올리며,스텔라황교수는아기가족도의료진의보살핌을받아야할존재라고이야기한다.치료를종료하는것으로의사의역할은끝나지만,저자는아기를잃은가족곁에서함께눈물을흘린다.가족이병원을떠난뒤에도연락해안부를묻는다.짧은생을살다간아기를기억하고애도하는누군가가있다는사실을전한다.두아이를키우는엄마이자어린나이에갑작스레가족을잃었던한사람이건네는인간적인위로다.
“아이가아프면모두가아프다.”
그누구도혼자아프고혼자힘들지않게
이책은‘아픈아이를돌볼의사가없는사회에과연미래는있는가’라는고민에서기획되었다.아이진료를위해부모들이새벽같이줄을서고,한국의수도서울에서소아환자가‘응급실뺑뺑이’로목숨을잃고,전공의미달로소아과가붕괴위기에놓인현실은비단아픈아이를둔부모만이아닌전체사회구성원이머리를맞대고풀어야할숙제다.소아과는번아웃이일상화된업무강도와현장의현실을반영하지못하는행위별수가제로인한낮은보상,어느과보다도의료소송에휘말릴가능성이높은것으로알려져있다.그럼에도소아과를선택하고또남기로한이들은어떤사람들인지보여주고싶었다.
『나는죽음앞에매번우는의사입니다』는스텔라황이라는한소아과의사의이야기지만소아과를지탱하고있는모든의료진들의이야기기도하다.생사의기로에선아이들을살리기위한순수한헌신,인생에서가장힘든시간을보내고있는아이가족에게전하는공감과위로,생명의가치와존엄한삶사이에서의끝없는성찰을담은이한권의책은우리에게희망을품게한다.여전히환자의곁을떠나지않는의사가분명우리가까이에있기에.그누구도혼자아프고혼자힘들지않도록묵묵히자리를지키고있는의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