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16.80
Description
낯선 외국어가 일상의 언어가 되기까지
혼란과 매혹 스무 해의 기록
전작 『다른 삶』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 『그녀들의, 프랑스식, 연애』를 통해 에세이스트 특유의 섬세함과 이방인의 예리한 감각으로 프랑스 안팎을 소개해 온 곽미성 작가의 신작이 출간됐다. 『언어의 위로』는 낯선 외국어를 체화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작품으로, 프랑스어 해방 일지이자 모국어가 아닌 언어가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관한 내밀한 기록이다. 의미가 되지 못하는 이질적인 소리가 너무나 피로해서 수영장 물속으로 몇 시간씩이나 도망치던 유학 생활 초기부터 자신의 프랑스어 실력을 더는 의식하지 않게 된 시기를 거쳐, 모국어와 프랑스어를 오가며 나의 세계를 확장해 가는 과정은 어떤 드라마보다 감동적이다. 작가의 눈에 서서히 들어온 프랑스 문화와 프랑스인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책의 외연을 한층 더 넓힌다. 다른 삶을 꿈꾸는 이, 외국어라는 미지의 문 앞에 선 이,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는 이에게 속 깊은 ‘언어의 위로’를 전하는 책이다.

저자

곽미성

저자:곽미성
영화공부를위해파리에온이후로스무해넘게프랑스어를쓰며살고있다.파리1대학과7대학에서영화학으로학위를받았다.전공과관련없는직장에서일하게되면서매일새벽에일어나출근전까지모국어로글을쓴다.파리에서가장사랑하는일은걷기.프롬나드(promenade),플라네(flaner)등‘산책’을의미하는모든프랑스어단어를좋아한다.지은책으로『외국어를배워요,영어는아니고요』『다른삶』『외로워서배고픈사람들의식탁』『그녀들의,프랑스식,연애』,옮긴책으로『파노라마』『파리지엔은사랑하기를포기하지않는다』가있다.

목차

프롤로그_외국어로생활하고있습니다

1부.프랑스어의세계로들어가다
제프랑스어실력은요…
프랑스어해방일지
정확한행복을말하기까지
당신이그냥하는말에내마음은두근두근
요코가미쳤다고요?
언어가애정사에미치는영향에대하여
각자,할수있는대로말할뿐
F의한국어,T의프랑스어
닿을수없음을알면서도애쓰는마음
영원한결핍

2부.프랑스어가내삶으로들어왔다
프랑스식,아주이성적인위로
누군가에는간절한안부인사
프랑스어의까칠함
계급이된취향에서해방되기
프랑스의금수저와흙수저
동시대를살며스쳐가는사람들에게
인생의모양과방법과속도는개별적이다
혁명이지나가고남은것

에필로그_나의포근한언어

출판사 서평

독보적에세이스트,곽미성작가신작
문지혁소설가,심혜경번역가추천!

낯선외국어가일상의언어가되기까지
혼란과매혹스무해의기록

영원히내것이될수없는,남의나라말을하며
외국에서산다는것에관하여

외국에서의삶은많은이들의로망이다.그곳이‘프랑스’라면더없이낭만적이기까지하다.곽미성작가는배낭여행으로떠난프랑스에서덜컥유학을결심한다.자신의도피처였던‘영화’를본격적으로공부하고싶다는꿈을품고,어떤고생이든감수하겠다는다짐으로.10대의곽미성은알지못했다.외국에서의삶은,더정확히는‘삶의질’은외국어능력에달렸다는것을.프랑스어로인해자신이앞으로어떤일들을겪게될지도.여행자가아닌유학생으로돌아온프랑스는‘현실’이었다.

무려24년.이방인의시간은어느덧한국에서나고자란세월을훌쩍넘었다.생존을위해시급히채워넣어야했던프랑스어를일상의언어로쓰게된지금,저자는이렇게고백한다.외국어를모국어수준으로구사하는일은영원히일어나지않을것이라고.무엇보다외국어는모국어의자리를대신할수없다고.다만곽미성작가는괴테의문장을가져와외국어를바라보는또다른관점을제시한다.

일곱개의언어를구사했고,외국어로글을쓰며삶의문제를해결해갔다는독일작가괴테는,“외국어를통해자신을바라볼때,외국어는그자체로거울이된다”고썼다.“외국어를모르는사람은모국어도알지못한다”라는그의유명한말도같은맥락일것이다.괴테의표현을빌리자면,이책은거울이된외국어이야기다.나와는아주먼세상의말이라여겼던외국어가결국내가가진언어를돌아보게하고나를확장시킨이야기.(10쪽)

『언어의위로』는결과보다‘과정’에시선을두는책이다.모국어가아닌언어를오랜시간과노력에걸쳐몸에새길때,한사람의삶에서어떤‘변화’가일어나는가를밀도있게보여준다.20여년간누적된경험을모은저자의글은국제연애,외국어공부등을다루는짧은영상에서는볼수없는이야기를전한다.단몇줄로정리되는프랑스인과의연애장/단점,프랑스어완전정복노하우와는완전히결이다른.최고의외국어공부법은외국인과사귀는것이라는농담같은말은절대닿을수없는곳까지,곽미성작가의이야기는아주멀리또깊이나아간다.

“나는(프랑스인남자친구)R이자주쓰는단어들,대강의의미는알지만정확한뜻은모르던단어들을사전에서찾아확인하기시작했다.더나다운,더내마음과닮은,더내생각에가까운단어를고민하고,나만의방식으로표현하려고노력했다.어떤이슈에대해,인물에대해그의의견을들으면,반문하고,확인하고,이해하고,내생각을전개했다.나만의세계를만들고독립하기위한일종의투쟁이었다.우리의관계는한쪽으로기울었다가,다른쪽으로기우는과정을거치면서적절한균형을찾아갔다.관계속나의영토가분리되고확장되면서,서로를이해하는과정도다시치열해졌다.우리의관계도그때부터성숙해졌다고나는믿고있다.각자가자신의독립적인언어를사용하는어른의관계.나의프랑스어도그때부터가시작이었다.정말내것인,나의외국어는그렇게말해지기시작했다,마침내.”(79쪽)

알면알수록까다롭지만미워할수없는
프랑스,프랑스어,프랑스사람들

프랑스생활의토대위에쓰인이책은,프랑스어를모르는이들마저끌어들이는힘이있다.직접부딪치고경험하며알게된프랑스특유의문화와화법을곁들여언어너머의풍경까지생생하게전하기때문이다.곽미성작가는낭만의나라로알려진프랑스의진정한낭만은이들이일상적으로쓰는표현에있다고말한다.예를들면,프랑스사람들은내심장(moncœur),내보물(montresor),내벼룩(mapuce,보호해줘야할아주작은존재라는의미)같은애칭으로‘천연덕스럽게’서로를부른다.한창열애중인커플이나신혼부부가아닐지라도.

나의시어머니는함께산지50년이다되어가는자신의남편을여전히새끼고양이(minou)라고부르고,아들은벼룩이라고부르는데,이런식이다.“내새끼고양이,화장실청소좀해”,“내벼룩,왜이렇게얼굴이안좋니?저녁에뭐먹고싶어?”(54쪽)

그렇다고프랑스어를낭만의언어로속단하긴이르다.긴대기끝에만나게된은행직원이자신의두눈을바라보며건네는말(이제나는당신의것입니다!Jesuisavous!)을듣고,세금연체나보험료인상을알리는고지서의끝인사(당신을읽을날을기다리며,저의각별한감정을수락해주시길간청합니다Dansl’attentedevouslire,jevouspried’agreerl’expressiondemessentimentsdistingues)를읽으며저자는알게된다.프랑스사람들은별다른감정을담지않고도이토록낭만넘치는말들을한다는걸.

그냥하는무엇도아름답게치장해야마음이놓이는사람들,과도하고그저형식일지언정사랑이겉으로드러나야행복한사람들의언어가프랑스어다.그리하여알면알수록까다로운이외국어를나는도저히미워할수가없는것이다.(55쪽)

낯설고피로했던소리가온전한의미가되어
정확한위로로와닿을때

아는이하나없는타국에서,입을뗄때마다의식적인노력과에너지가필요한외국어를하며나의자리를만들기까지얼마나많은일이있었겠는가.억울한일을당해도언어가서툴러서혹은자신의처지를떠올리며무수한말들을삼켰을것이다.이런서러운현실에도계속이방인으로살아갈수있는것은,삶의고비마다쓰러진마음을끌어일으켜준사람들을만났기때문이라고곽미성작가는고백한다.

아버지의부고를듣고도한달음에달려갈수없어이미재가되어버린아버지의장례식을마치고돌아온그에게,“나는당신을생각합니다”라며슬픔을헤아려준덴마크문화원장.퇴직전마지막진료날,“우리는서로가늙어가는것을지켜보았군요”라는인사를전하며15년간이어온인연을실감케해준주치의.이들이진심으로건넨프랑스어가완벽한위로로와닿았던순간들이,곽미성작가를지탱해온것이다.

그럼에도지울수없는결핍과그리움은모국어로채운다.출근전새벽마다모국어로글을쓰고,“이미몸과마음속에스며들어”있어“노력하지않아도자연스럽게구사할수있는단하나의언어”인모국어로쓰인책들을읽으며.두언어에서받은위로로곽미성작가는꾸준히자신만의이야기를만들어나갈것이다.다른삶을꿈꾸며기꺼이그길을걷고있는사람들에게따뜻한‘언어의위로’를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