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발전전략’으로삼은푸틴의러시아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을이해하려면먼저그배경인소련붕괴후의러시아사회를알아야한다.통속적으로나마15개의산하공화국을하나로묶었던소련공산당의좌파이데올로기는오늘날러시아의침공을정당화하는국가주의적민족주의로대체됐는데,이는푸틴체제의억압성만으로설명할수없다.
이책은반전운동을조직하고이끌정치세력의부재에주목한다.대부분의국내제조업체가군수업체나군수업체의유관기업이라많은노동자가푸틴의군사주의를지지하는데,러시아의주류좌파정당인연방공산당은이들을기반으로삼고있다.전쟁에반대하는일부자유주의정치세력이있지만,소련붕괴이후급속한자본주의화가낳은폐해의책임자이기때문에시민들의지지를받지못한다.게다가소련이몰락하는과정에서여러사회적공동체가해체돼러시아는“각자도생에골몰하는수많은개인과가족들의모래더미같은집합체”(51쪽)가됐다.강력한반전운동이조직되지못한이유다.
이런상황에서푸틴의러시아가전쟁을일종의‘발전전략’으로삼았다고이책은지적한다.군사부문에서미국다음의‘2위대국’인러시아로서는전쟁이손쉽게선택할수있는성장전략이라는것이다.강철,망가니즈,우라늄같은자원을보유한‘옛러시아제국’의영토,우크라이나를“수복”해국제경쟁에서보호받는경제영토안에서자본을육성하고,장기적으로는서방과도경쟁할힘을갖춘다는것이러시아의구상이다.
이런‘발전전략’의시행은미국패권의쇠락과맞물려있다.2008년경제공황,중국의경제적부상등은세계질서의정점에있던미국의추락을보여주는사건이었고,푸틴의러시아는이시점을‘발전전략’을추진할적기로판단했다.
다원패권체제와윤석열정부의실패
이런관점에서볼때,이전쟁에서정말중요한것은침략그자체가아니라침략을계기로분명해진세계의변화다.중국,인도,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등세계의각지역강국이러시아제재에불참하며미국의리더십에불복했다.제재를가한나라들의인구는세계총인구의14퍼센트에불과하다.즉,미국이라는초강대국이군림하던일극패권체제가여러지역강국이세력균형을이루며견제하는다원패권체제로이행하고있으며,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은이같은세계재분할의첫단추가될수있다는의미다.
하지만다원패권체제는평화와거리가멀다.“균형이약간이라도깨질것같으면바로군사적대응이실행되기때문”(296쪽)이다.저자는세력균형의원리로돌아가는세계에서는대규모의전쟁이일상적으로일어날것이라며“장기평화가이제는끝나가고있는것”(296쪽)이라고강조한다.이스라엘-하마스전쟁,수단내전등최근벌어진일련의전쟁들이이를증명한다.
그렇다면이새로운전쟁의시대에한국은잘대응하고있는가?저자가평가하는윤석열정부의대러정책은낙제점에가깝다.한국이1980년대에소련과의수교를모색했을때부터대러관계의초점은안보였다.북한의주요후견국가였던소련이상위동맹국이자군사기술공급자라는역할을포기하게만들어북한을견제하는것이한·러관계의핵심목표였다.그러나윤석열정부는한미동맹강화에만치우쳐철저하게러시아의반대편에섰다.우크라이나를지원하는캐나다,폴란드에포탄과전차,자주포를수출한것이대표적이다.러시아는이에반발하며북한과의동맹을견고히했고,북·러관계는냉전시대를연상케할만큼전례없이밀착했다.한반도를둘러싼안보환경이크게악화한것이다.
전쟁의시대를전쟁없이지나는법
이책은전쟁의시대를전쟁없이헤쳐나가려면‘한반도평화’를중심에둔외교·안보정책을펴야한다고역설한다.그러려면무조건적대미맹종의태도를버리고,한국이미국글로벌전략의‘졸’이아닌한반도주변외교의독립적주체가돼야한다고강조한다.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서윤석열정부가취한태도가한반도안보에위협이됐듯,한미동맹에만‘올인’하는외교는위험하다.특히지금처럼미국패권이쇠락하고,세계질서가다원패권체제로재편되는시기에는더욱그렇다.따라서미국과일본만이아닌러시아,중국,북한등한반도를둘러싼여러국가들과평화지향적인외교에나서야만한반도평화를지킬수있다.
이처럼이책은러시아사회와세계질서에대한깊은통찰을바탕으로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을비롯한일련의전쟁이후새롭게재편될세계질서를치밀하게분석한다.또한,다원패권시대에한국이선택해야하는외교·안보노선과정책을구체적으로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