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 헤리티지(큰글자도서) (공단과 구디 사이에서 발견한 한국 사회의 내일)

구로동 헤리티지(큰글자도서) (공단과 구디 사이에서 발견한 한국 사회의 내일)

$33.00
Description
구로공단, 구로디지털단지, 중국인 밀집 지역…
24년 토박이도 몰랐던 ‘진짜’ 구로의 위대한 유산

오해와 편견을 넘어 경이와 매혹으로 가득한
아주 사적인 구로 견문록
구로동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수십 년의 역사 속에서 구로공단, 디지털 단지, 중국인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뽑아 든다. 이 열쇠 말 속에 초기 산업화에서부터 고도 정보화 사회까지 달려온 한국 사회의 숨 가쁜 질주가, 저임금 노동의 공급국에서 수입국으로의 드라마틱한 변신이 집약되어 있다. 구로동은 한국 현대사의 비밀이다. _조형근(사회학자)

24년 구로 토박이인 저자는 자기 동네에 대한 외지 사람들의 인식이 세대별로 다르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1960년대 이전에 태어난 그의 부모 세대는 구로동을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구로공단의 이미지로 기억했다. 그러다 보니 저자는 종종 낡고 가난한 동네에 산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선배 세대인 1980년 전후 출생자들은 구로동을 첨단 IT 산업과 혁신 벤처 기업이 즐비한 구로디지털단지로 인식했다. 그래서 활기차고 세련된 신도시를 기대한다. 저자와 동년배인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구로동은 중국인과 재한 중국 동포(조선족)가 많이 사는 지역으로 통한다. 덕분에 치안이 허술한 우범 지대라는 편견이 생겼다. 분명 1960~1970년대의 구로는 도시의 변방, 인권의 사각지대인 동시에 수출 경제의 중심, 노동과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이었다. 지금은 IT와 벤처 산업의 교두보이자 세계화와 다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과연 구로동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로컬 문화의 가치를 기록해 온 저자에게 구로동은 삶터이자 배움터, 놀이터이자 일터였다. 그곳은 언제나 ‘공단, 디지털 단지, 중국인’으로 정의되는 모습 그 이상을 보여 주었다. 동네를 누비고 살피고 맛보고 즐길수록 생경한 매력들을 발견했고 때로 노동, 인권, 차별, 다문화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과 맞닥뜨리기도 했다. 구로구청 앞을 지나면서 1987년의 부정 선거 논란과 민주화의 열망을, ‘수출의 다리’를 건너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재봉틀을 돌렸던 여공들의 애환을 생각했다. 구디(구로디지털단지)와 가디(가산디지털단지)에 밀집한 정형외과를 바라보며 IT 노동자와 청년 세대의 ‘웃픈’ 현실을 곱씹는가 하면, 구로 콜센터발(發)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통해 건강권을 고민하고, 마라탕을 먹으면서 이주민과의 행복한 연대를 꿈꾸었다.
이렇게 동네 구석구석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을 때마다 저자는 한 편 한 편 글을 써서 남겼다. 그리고 자신이 발견한 구로동의 새로운 매력과 가능성, 불편하지만 외면해서는 안 될 고민과 물음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쓴 글들을 다듬어 한 권으로 엮었다. 이 책은 구로동을 향한 저자의 순애보가 담긴 일종의 견문록이다. 독자들은 때로 냉철한 시선으로, 때로 따뜻한 공감과 연민의 시선으로 그려 낸 구로동을 탐방하면서 한국 사회의 내일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저자

박진서

구로동에서태어나24년째살고있다.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예술경영을공부하며다양한문화예술프로젝트에기획자로참여했다.지역을문화적관점에서바라보고그속에서다양성을발견해기록하는일에관심이많다.또누구보다단단한‘읽고쓰는사람’이되기위해끊임없이지면을탐색하며나아가는중이다.
저자는삶터면서일터,놀이터였던구로가항상궁금했다.이지역에대해오해와편견을가진사람은동네안팎에많았다.자신도잘모르거나엉뚱하게알고있는것투성이였다.1960~1970년대의구로는도시의변방,인권의사각지대인동시에수출경제의중심,노동과민주화운동의최전선이었다.21세기의구로는IT와벤처산업의교두보이자세계화와다문화의교차로가되었다.과연구로의본모습은어떠한가?우리에게남겨준,그리고남겨줄유산은무엇일까?
동네를누비고살피고맛보고즐길수록생경한매혹에빠져들었다.때로노동,인권,차별,다문화등한국사회가직면한문제들도발견할수있었다.그럴때마다글을써서남겼고,구로의새로운매력과가능성을다른사람들과나누고싶었다.이책은그동안쓴글들을다듬어엮은것으로,구로를향한저자의순애보가담긴견문록이다.

목차

들어가는말:나는내일어제의구로를만난다

1부24년토박이의구로를잘안다는착각
하마터면디지털동이될뻔한사연
당신의동네는어디부터어디까지입니까
10년이면강산도,영화제도변한다
신도림을녹색으로물들인성패트릭씨
구치소가떠난자리에서마천루를만나다
구로구청이기억하는1987년의그날

2부공단과구디에서일하고살아가고
미싱(mishin)과미싱(missing)의시대
재봉틀과키보드의도시
6411,길을만든건언제나노동자였다
그많던순이는다어디로갔을까
코로나시대의콜센터에서살아남기
메이드인구로공단과변방의문제들

3부회색도시를넘어모자이크도시로
마라탕,고향의맛유행의맛
중국에가지않아도본토요리를즐기는방법
BloodSibling,피를나눈것처럼연대하기
K-콘텐츠가주입하는일그러진구로동
차별과혐오는쓰레기종량제봉투에버리세요

나가는말:지금,여기,구로동

출판사 서평

구로공단,미싱(mishin)과미싱(missing)의시대

구로동을정의하는세키워드중에서가장뿌리깊은것은무엇일까?저자는한치의망설임없이‘구로공단’을꼽는다.1960년대,구로동과가리봉동일대를중심으로조성된이후30여년동안수출경제의최전선이었던구로공단.이제공단은사라지고그자리에소프트웨어,게임,콘텐츠를생산하는굴뚝없는공장과회사들이들어섰다.하지만디지털단지곳곳을다니다보면‘한강의기적’과당시의영광을기록한안내판을쉽게찾아볼수있다.그안내판에는이자리에얼마나큰공장이있었는지,얼마나많은노동자가일했는지,그리고이공장이대한민국발전에얼마나큰기여를했는지가적혀있다.이처럼구로공단은구로동을노동과산업의공간인동시에열심히일하면가난에서벗어날수있다는희망과대한민국의경제성장을견인했다는영광의공간으로인식하게만들었다.(153쪽)
스포트라이트의반대편에는그림자가존재하듯,구로공단의영광이면에는산업화시대의유산인노동,인권,주거,환경문제가존재한다.이또한동네곳곳에서확인할수있는데1970~1980년대구로공단의생활상을재현한‘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이대표적이다.저자는이전시가구로공단을경제성장의역사로만기록하지않고노동자개인의삶까지조명했다는점에서큰의미가있다고강조한다.하지만동시에약간의아쉬움과불편함도토로했다.가난과열악한노동·주거환경을단순한구경거리나체험의대상으로만소비하면과거노동자들이왜그런곳에서일하고생활할수밖에없었는지에대한문제의식은뒷전이되어버릴수있기때문이다.(128쪽)실제로구로공단은대한민국최초의동맹파업이자한국노동운동사의주요한분기점으로평가받는‘구로동맹파업’의무대다.(92쪽)저자는구로공단에서미싱을돌리던수많은‘순이’의삶을보여주는것에서그치지말고오늘의삶과연결될수있는기획이고민되어야한다고지적한다.그리고이부분에서독자들은문화예술프로젝트기획자인저자가‘자신의과제를발견했다’고여기게될지모르겠다.
구로공단과경기도광명시의경계를구분하며흐르는안양천으로눈길을돌린저자는또다른현재진행형문제를짚는다.바로환경문제다.과거의안양천은대표적인오염하천이었다.오염의원인은공단의폐수와급격한인구증가로인한생활하수였다.하지만주변에주택가와아파트단지들이들어서면서‘쾌적한환경’에대한시민들의요구가강해졌다.공장들이서울밖으로이전하고시민들의자발적인정화운동까지더해져안양천의수질은놀랍도록좋아졌다.하지만저자는환경문제가해결된듯보이지만실상은전혀사라지지않았다고,그저우리로부터멀어져잘보이지않게된것뿐이라고지적한다.오염의원인인공장이구로동과도시에서벗어나지방,혹은더멀리개발도상국으로옮겨갔기때문이다.(160쪽)
이는노동,주거,인권문제도마찬가지다.저자는이렇게중심에서변방으로전가된문제들을뫼비우스의띠에비유한다.뫼비우스의띠의구조는안팎구분,시작과끝이없기때문에어디에서시작하든결국처음으로돌아갈수밖에없다.그러므로우리가다른사람,지역,나라에전가한문제들은언젠가다시돌아올지모른다는것이다.우리는어떻게이뫼비우스의띠에서벗어나야할까?


구로디지털단지,최첨단의뒤편에도사람이있다

사실구로동은어디에나있다.그리고저자는묻는다.저임금장시간노동으로지친몸을벌집에잠시누이던공단노동자의처지로부터,저화려한유리성채의디지털단지속하청업체노동자들은얼마나달라졌느냐고._조형근(사회학자)

적어도구로디지털단지의노동자들은구로공단에서비롯된뫼비우스의띠에서벗어나지못한것같다.제조업을이끌었던공단과첨단IT·정보산업을담당하는디지털단지의겉모습은서로다를지언정그안의노동은마치평행이론을보는것같기때문이다.시대,환경,제도가변했어도디지털단지노동자들은공단노동자들이그랬던것처럼시간과젊음과건강을바쳐일하고있다.
공단의여공들은좁고어두운공장안에서각자의재봉틀앞에앉아저임금장시간노동에시달렸다.환기조차잘되지않는악조건속에서기본적인휴식조차기대할수없었고안질과폐병등각종질환을달고살았다.부푼꿈과기대를안고디지털단지에서사회생활을시작한청년들은자신에게허락된책상앞에앉아하루종일키보드를두드린다.한밤중에도불이꺼지지않아‘디지털단지의등대’라는별명이붙은빌딩들속에서일상적으로찾아오는야간초과근무를견뎌낸다.그결과손목터널증후군,거북목,디스크등을호소하는이가많다.“이렇게많은데장사가될까”싶을정도로카페,정형외과,마취통증의학과,한의원이밀집해있는건이때문이다.(109쪽)
공단이떠난자리에들어선‘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는젊음,혁신,첨단,미래지향적이미지를구로동에부여했다.하지만저자는“디지털단지의안과밖에서바라본모습은그렇게단순하지않고실상도달랐다”고단언한다.디지털단지의구성원이젊고입주기업들의성장속도가빠르며일자리가계속창출된다는점은특유의역동성으로비춰지지만여기에는맹점도존재한다고꼬집는다.빈번한장시간노동과과로에서비롯된짧은근속연수와잦은퇴사의산물이기때문이다.(97쪽)
디지털단지에밀집해있는콜센터,디지털레이블링(labeling)교육시설,인공지능·알고리즘전문기업등첨단산업에는우리가상상하는것보다훨씬많은인간의노동력이투입된다.그리고이노동의대다수를차지하는것은중소기업,하청업체,외주노동자들이다.하지만사람이감춰질수록기술은더놀랍고대단해보인다.그래서우리는세상의모든기술에사람과노동의흔적이남아있음을잊지말아야한다.(114쪽)디지털단지근무경험이있는저자와그의지인들은하나같이입을모은다.이곳에는“많은것이변했지만여전히변하지않는것,반드시변해야하는것도많다”고.이처럼구로동에서는첨단산업을향한20세기의환상과21세기의현실이교차하고있다.


중국인밀집지역,회색도시를넘어모자이크도시로

과거수출경제의최전선이었던구로동은이제첨단산업의최전선이되었다.더불어국제화,다문화의최전선이기도하다.왜냐하면구로구는거주자중외국인이10퍼센트이상을차지하는,국내최대중국인밀집지역중한곳이기때문이다.(204쪽)덕분에중국인사장과종업원이운영하는식당,중국식재료를취급하는상점,이주민들의편의를위한시설들이즐비하다.그러다보니구로동은이주민과소수자에대한오해와편견,혐오와차별이촉발되는공간으로비춰지기도한다.
국내에서천만관객을동원하며크게흥행한〈범죄도시〉나〈청년경찰〉같은영화,글로벌시장에서비스하는OTT드라마등일부K-콘텐츠는구로동을범죄소굴이나무법지대로그렸다.또그곳에거주하는이주민과재한중국동포를위험과혐오의대상으로묘사했다.덕분에현실속소수자들은사회에서사라져야할존재라는그릇된꼬리표를달고끊임없이차별과혐오의언어에시달린다.이런콘텐츠가내재하고있는또다른문제는구로동을비롯한이주민밀집지역에사는평범한사람들의일상을지워버리고그저모든순간이범죄서사를위한복선과장치로활용된다는것이다.(200쪽)그래서정작저자자신은아무렇지않은데지인들로부터구로의치안에대한우려를심심찮게들어야했다.(13쪽)
‘이러다간대한민국이외국인에게점령당한다’거나‘세금한푼내지않는조선족이무려40가지혜택을받는다’처럼혐오를조장하는가짜뉴스와정치도문제다.저자는이런잘못된주장을일삼는이들에게‘돌직구’를날린다.“당신들의걱정은미래가아니라오늘의일이라고.염려의문제가아니라우리가적응해야할사회의단면이라고.”(219쪽)2022년을기점으로대한민국의통계상인구는감소세에진입했다.점점출생률은떨어지고고령화의속도는빨라지고있다.게다가대한민국은경기침체와장기적인디플레이션의기로에놓였다.이런상황에서생산가능연령외국인의존재는매우중요할수밖에없다.이주문제는거스를수없는시대적,사회적요구인셈이다.
저자가이를분명하게깨달은것은쓰레기종량제봉투에병기된영어와중국어를인지하고서부터다.구로구는10여년도훨씬전부터종량제봉투판매소에중국어를병기하는서비스를시행했다.그리고외국어병기종량제봉투를제작,보급해왔다.이제구로뿐아니라전국의많은지자체가이와유사한정책을시행하고있다.(215쪽)지역에사는이주민과소수자를배려하고공존을모색하는정책은당연한수순이다.그리고구로동의이런적극적인노력은포용과연대를위한더넓고깊은고민이필요한우리사회에시사하는바가크다.
제조업에서첨단산업으로의전환,첨단산업에대한이상과현실의간극,이민자들의점진적증가는모두한국사회가21세기에들어서면서마주한주요변화들이다.그리고구로동은이모든것을가장선두에서겪어왔다.그런의미에서어쩌면구로동은다른지역보다조금먼저미래를살고있었는지도모르겠다.(229쪽)독자들은구로동이걸어온길을되짚어봄으로써우리가나아가야할길을가늠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