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의최전선,
타인의비극과고통앞에서어떤태도를취해야할까
참혹한사건현장과대규모사고현장을자주접하고이를수습하는직업인들의이야기를우리는많이알고있다.경찰관,응급의학과의사,간호사,유품정리사에이어이책은그현장에가장먼저달려가자리를지키는사람들,응급구조사의이야기를눈에보이듯생생하게그려낸다.특히총기와마약사고가빈번한캐나다현장에서근무하는저자는한층더잔혹하고충격적인사건사고를일상처럼목격한다.따라서이들은한발떨어져삶과죽음에관해사유하기보다는,당장눈앞에닥친타인의비극과고통앞에서어떤태도를취해야할지고민하는과제를떠안는다.
“총알이뚫고지나간것은환자의얼굴만이아니었다.”(82쪽)빛이들지않는지령실에앉아,신고현장의음성을온종일들어야했던응급구조사N,코카인에취한산모옆조산아에게거듭심폐소생술을해야했던응급구조사C,은퇴전출동한마지막현장에서손녀딸의죽음을마주해야했던응급구조사E.이들은받아들이기힘든순간마다“그저돌아서서외면해”(6쪽)버리거나,죽음자체에무감해지거나,일을그만두는방식으로비극의현장에서벗어난다고말한다.하지만실제로책의에피소드속등장하는응급구조사들의행동은그말과는사뭇다르다.“명백한방역규칙위반인데도마스크를내려서”(131쪽)자살기도를한환자에게따뜻한인사를건네고,“규정상안전에위해가되는요소가있다면현장에다가가면안되는데”(89쪽)불길이치솟는사고차량안으로,맹견이맹렬히짖어대는환자의집안으로누가먼저랄것없이달려간다.앰뷸런스안환자와맞잡은손에눈물을흘리고,호스피스시설로향하는환자의마지막부탁을들어주기위해고군분투하기도한다.
참혹한사건사고와대형참사,믿기힘든재난소식이자주들려오는세상이다.결국타인의고통을외면하거나비극에무너지기보다는자기만의방식으로그현장을마주하고지켜내는이들의담담한고백을통해우리는타인의고통과비극앞에서취해야하는올바른태도를배울수있다.
죽음이결코빼앗을수없는삶의빛나는조각들
환자들로부터나의삶을일으키는법을배우다
“기력이없는가운데서도마치오래기다린손님을마중나온듯밝고반가운기색이역력”(233쪽)한환자를마주한저자와그의동료들은당황스러웠다.그환자는이미시한부선고를받고,병원에서도더할수있는게없어호스피스시설로이동하는중이었기때문이다.저자는환자와대화를나누며크게웃기도,위로의말을건네기도했지만환자와마지막인사를나눌때는혼란스러웠다.죽음의순간을기다리는사람이어떻게이렇게밝을수있을까?
이책은죽음을앞둔여러환자들이자신의마지막을보내는다양한방식을보여주고있다.아픈하루하루를연명하기보다는가족과아름다운시간을보낸집에서마지막을보내고싶다는환자의이야기에는마음이뭉클해지고,동네할아버지들과‘썸’을타며일상의순간을즐기는매력적인할머니의이야기는자못유쾌하다.전신발작을일으키는와중에도얼굴이익은응급구조사의손을꼭잡아주며“너도괜찮아질거야”라고말하는환자의이야기에서는따뜻한위로를얻는다.저자가환자들과나눈대화,환자들이보여준표정과몸짓을가만히들여다보면죽음과고통이결코망가뜨릴수없는우리삶의가치들을떠올리게된다.그것들은힘들고잔혹한순간에도우리삶을일으키고다시나아가게하는강인한힘이된다.결국이책은추천사를쓴남궁인작가의말처럼“인생그자체의이야기이자비극이절대침범할수없는우리삶의가치”에관한이야기이며,이를통해우리는위험으로가득찬삶을두려워하지않고건너갈수있는용기를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