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블루칼라 여자 : 힘 좀 쓰는 언니들의 남초 직군 생존기

나, 블루칼라 여자 : 힘 좀 쓰는 언니들의 남초 직군 생존기

$18.00
Description
“화물차 기사·형틀 목수·용접사·철도차량정비원·먹매김 노동자·
건설현장 자재정리 반장·주택 수리 기사·
자동차 시트 제조 공장 노동자·레미콘 기사·빌더 목수”
소매 걷어붙이고 근력 다져가며 ‘험한 일’ 하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여성 10인 인터뷰집

여기,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대신 ‘노가다’라 불리는 현장에 뛰어든 여성들이 있다. 《나, 블루칼라 여자》는 화물차 기사·용접공·목수·철도차량정비원·주택 수리 기사 등 남성들만 가능할 것 같았던 직군에서 온갖 차별을 겪으면서도, ‘험한 일’ 해내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멋진 언니들의 삶과 사연을 들여다본다.
〈프레시안〉 사회부 기자인 저자는 지난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블루칼라 여성 노동자 10인을 만났다. 35도를 육박하는 폭염 아래 아파트 건설현장에 포대를 깔고 앉아 이야기를 들으며 온몸이 땀으로 젖기도 했고, 분진이 휘날리고 중장비 소음으로 시끄러운 현장에서 서로에게 고함치듯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기도 했다. 담배 냄새가 가득한 현장 사무실에서 기침을 하며 인터뷰하기도 했고, 레미콘차 기사와 좁은 골목과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레미콘 운반 ‘두 탕’을 함께한 적도 있었다.
이처럼 《나, 블루칼라 여자》는 여성 10인의 인터뷰를 토대로 지금까지 기록으로 존재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스펙트럼 속 여성 베테랑 노동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인터뷰이와의 현장감 넘치는 대화에 더불어 황지현 작가의 사진들은 이들의 직업과 노동 환경을 더욱 생동감 있게 포착한다. ‘먹매김 노동자’ ‘형틀 목수’ ‘빌더 목수’ 등 생소한 직업군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저자

박정연

저자:박정연

2017년부터프레시안에서정치부와사회부를오가며기자로일하고있다.들리지않는목소리를들리게하고싶어기자가됐다.오해없이듣고정직하게쓰고싶다.



사진:황지현

10년이넘는시간동안사진을찍었다.한사람의고유한눈빛과표정,미소가담긴인물촬영을가장좋아하고,이부분을잘담아내려고노력하는포토그래퍼이다.

목차


프롤로그-블루칼라여성노동자들이건네는삶의용기

“여자라는걸자랑스럽게생각했으면
좋겠어요.당당하게,여자답게살자고요”
―화물노동자김지나

“50킬로그램알곤용접기를양쪽어깨에
피멍이들어도메고다녔어요”
―플랜트용접노동자김신혜

“건설판에서먹줄튕기며얻은자유,
저는‘먹아줌마’가아닌‘먹반장’입니다”
―먹매김노동자김혜숙

“남자들이‘원숭이’보듯쳐다봤지만,
보란듯이합판을들어올렸어요”
―형틀목수신연옥

“동료들과함께살아남으려면
내팀은내가지켜야해요”
―건설현장자재정리·세대청소노동자권원영

“레미콘차를여자가모는게
뭐어떤데요”
―레미콘운전노동자정정숙

“가장힘들었을때요?
동료가아닌‘여성’으로만볼때죠”
―철도차량정비원하현아

“‘공순이’라불렸던나,
이제는베테랑공장노동자”
―자동차시트제조공장노동자황점순

“여성주택수리기사,
정말‘0명’이라제가시작했습니다”
―주택수리기사안형선

“‘노가다’아닙니다,
스물세살여성빌더목수입니다”
―빌더목수이아진

출판사 서평

“우리는여자가아니라한사람의기술자입니다”
힘좀쓰는언니들의프로페셔널한기술의세계

경력이나기술이없는여성들은일자리조차구하기힘든세상.10인의블루칼라여성들은일터에서당당하게커리어를이어올수있었던자신만의‘서글픈’생존노하우를들려준다.철도차량정비원인하현아는‘남성들의험한세계’에서여성의몸으로일하며여성성을애써지우려했다.‘여자라서배려받는’상황이올때면몹시자존심이상해힘들어도절대힘들다는소리를하지않았다.무리하게혼자서철도‘입환작업’을하다가온몸이멍투성이가된적도,기차먼지와기름으로범벅이된적도있었다.건설현장자재정리·세대청소작업반장인권원영도자신이여자인탓에팀원들까지부당한상황에처할까봐일부러현장에서거칠게자신을드러내고남들이쉬는시간에도바닥에한번도앉지않고계속‘빡세게’일했다.여자라는정체성이편견이되지않기위해하루하루인내했다.

화물차기사김지나는자신이여성인게좋고숨길수도없다고생각하여‘내가낸데(내가나인데)’정신으로있는그대로의모습을드러내며차별과싸웠다.남들이‘형’‘형님’으로동료를호칭해도,‘내가여자라는건변하지않는데왜남자를형이라고불러야하나’하는생각에‘오빠’소리를고집하기도했다.레미콘기사정정숙은여성들중에서도작은몸집으로커다란레미콘차를몰기위해온몸에힘을실어큰핸들을안아돌리기도하고,자신만의방식으로후진기술을터득하기도했다.남성들조차아무도나서지않는부당한상황에서홀로투쟁하여모두의안전을지킬수있는노동환경을만들어내기도했다.

남성조차버티기힘든직군에서
일하는재미로살아온블루칼라여자생존기

물리적인힘이필요한건설현장직군인빌더목수이아진과용접사신연옥은남성에뒤지지않는1인분의몫을해내기위해퇴근후운동을하며알짜근력을키웠다.그덕에이전에는들기어려웠던40∼50킬로그램짜리현장자재들을가뿐하게들어올리게됐다.20대이아진은블루칼라노동을‘노가다’라폄하하는편견을깨뜨리기위해자신의유튜브채널과SNS를통해직업을얼마나사랑하고하루하루즐겁게일하는지를보여주고있다.50대신연옥은배관파이프만보면그렇게반갑고,현장마다냄새가다르며출근하는길이행복하다고말한다.

20년동안식당찬모로일하다생활고로‘먹줄일’을시작했던김혜숙은,콘크리트바닥에먹실을튕겨도면을그려건축물의기초를닦는먹매김베테랑이다.처음에는건설현장에서은어처럼쓰이는용어조차몰라작업반장에게심한욕을듣기도하고같이일하는동료에게성희롱을당하기도했다.이제는그렇게모멸감을참아가며쌓았던자신만의노하우와기술을현장에서후배여성노동자들에게알려주며그들이잘적응할수있도록돕고있다.

자동차시트도장팀에서일하는황점순은‘공순이’라무시당하면서도하루12시간씩일하며야간고등학교졸업장을따냈고,결혼한뒤에는아이둘을키우며25년을일했다.그는오래일하기위해서는‘자존심보다는자부심’을갖고일해야한다고말한다.

주택수리기사안형선은2016년‘강남역살인사건’을계기로여성들이안전할수있는사회를만들고싶어2018년1인여성가구주택수리서비스사업을시작했다.그러나여성수리기사를구하고싶어도‘0명’이었던현실탓에그가직접기술을배워수리기사로일하고,이일에종사하고싶은여성들에게기술교육을하며새로운길을만들어나가고있다.

특징적인부분은여성노동자들이그저현장에서하루하루살아남기위해대부분노조에가입했다는점이다.이들에게생존은곧투쟁이었다.노조에들어간뒤로는여성이라는이유만으로해오던사무실청소를하지않게되었고,성희롱으로어려움을겪을때노조의도움을받아떳떳하게불쾌하다고말할수있게되었다.자신들은그저먹고살기위해열심히일하는사람들일뿐인데정부가자신들을‘건폭’으로,‘귀족노조’‘정치노조’로매도하는것은이해할수없었다고한결같은목소리로말한다.

“처음에는회사에서내몫을못할까봐출근하면서부터긴장했어요.한번은이런일도있었습니다.야간작업중에열차칸끼리붙이고떼는작업을‘입환작업’이라고하는데,어떤날에는혼자하게되기도합니다.그래서제가이쪽의입환을못하면다른동료가또와야하니까,그렇게안하려고온몸으로달라붙어서무게를실어서옮겼어요.몸무게로힘을실어서하다보니,정말머리끝부터발끝까지기차의먼지와기름에범벅이된적도있었습니다.그렇게라도해야지만버틸수있었어요.”(151쪽)

“친구가노조가입을권유해서건설노조에가입했습니다.들어와보니더안전하게일하게되어서좋아요.여자에게커피심부름을시키지도않고‘먹아줌마’가담당하는현장관리소장사무실청소도하지않아요.정부가건설노조를탄압하는건잘못됐다고생각해요.우리는일하는사람들일뿐입니다.여름이면땡볕에서일하고겨울이면눈맞고일하는한사람일뿐입니다.건설노조라고하지만다일하는서민입니다.현장에서는애꿎은사람들만피해를보고있어요.”(68~69쪽)

“여자는어디에나있다.당신이상상할수없는곳에,
당신이상상한모든곳에”

블루칼라여성노동자들의레퍼런스이자
삶에서분투하는모든이를위한책

블루칼라노동현장은남성노동자들에게도팍팍하고사람대접못받는경우가허다한곳이다.하물며여성들은때론불꽃이눈앞으로튀고,온몸에피멍이들기도하고,레미콘차안에서몇시간을꼼짝없이보내면서도남성들의임금에훨씬못미치는급여를받아야했다.그렇지않아도화장실이부족한현장에서여자화장실은먼곳에하나뿐이어서하루종일물도마시지않고일하는날들도있었다.

그러나그중가장험난했던건,함께일하는남성들의편견과배제였다.똑같이생계를위해일하러나온건데‘차라리식당일을하지왜이렇게험한일을하러나왔냐’고걱정하는이도있었고,‘남자가하는일을여자가하면남자들은어디가서먹고사느냐’며따지는이도있었다.여성노동자를동료로서가아니라‘여자’로취급하며‘선넘는’행동과성희롱으로정신적인괴로움을주었던이들도있었다.대부분여성을‘동료’로마주한적이없었던남성동료들의반응이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블루칼라여성들은일터에서살아남기위해,계속일하기위해고군분투했다.인터뷰이들은처음에는돈이필요해서일을시작했지만지금은누구보다자신의일에자부심을갖고일한다며,항상주눅들어살다가일하면서새로태어난것같다고공통적으로이야기한다.이들은‘여자라서못한다’는소리를듣지않기위해남자들보다도1∼2시간씩일찍출근해쉬지도않고열심히일했다.그제야남성동료들도일에‘진심’인여성노동자들을여자가아닌‘동료’로받아들이기시작했다.

그동안블루칼라현장은전쟁터를방불케할정도로위험하고,일도도제식으로배우다보니마초적인문화가익숙했던게현실이다.여성노동자또한없다시피할정도로드물었기에남성중심적인문화가지배적일수밖에없었다.그러나지금은그곳에자리잡은여성들이친구를하나둘데려오며현장에서일하는여성노동자의수가꾸준히늘고있으며자기목소리를내고투쟁하여조금씩조직내문화도바뀌고있다.

저자는이책이블루칼라여성들의레퍼런스가될뿐만아니라삶에서분투하는모든이를위한책이되기를희망한다.책을추천한서한나작가의말처럼블루칼라여성노동자들이건네는이야기는어디로가서어떻게살아야할지모르겠는사람들에게,기운이필요한여자들에게앞서경험한이들의해방의순간과용기를,생에대한깊은사랑을전해줄것이다.

“이런얘기하면동료들이미쳤다고하는데,파이프(배관)를보면반가워요.용접하면서‘내가너를예쁘게떼워줄테니까오래오래잘있어’라고최면을걸어요.지금도아침에눈을뜨면일하러갈수있는게너무좋고새로운현장에가면설렙니다.현장마다해야하는일도,분위기도,냄새마저도달라요.그래서좋아요.‘더일찍용접을배웠다면좋았을텐데’하는아쉬움마저듭니다.”(39쪽)

“일을하다보면노동자스스로도자신을‘노가다’라고부르는경우가있는데,우리끼리높은프라이드를갖자고공감대를형성하고싶었어요.작업복도소개하고공구도소개하다보면우리끼리더재미있게공감하고,또이일을바라보는제자신의시선도바뀔거라고생각했습니다.먼저걸어온사람들의문화는쉽게바꿀수없겠지만,저같은사람들을늘리는게맞지않나요?”(2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