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 : 최진영 장편소설 (양장)

원도 : 최진영 장편소설 (양장)

$15.00
Description
“나는 왜 살아 있는가. 이것이 아니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이것이다”

살아내기 위해 응시해야 하는 내 속의 광활한 구멍 하나
이 사람 ‘원도’와 다르지 않은 우리를 위한
삶과 구원에 대한 통렬한 이야기
2006년 〈실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2010년 첫 장편소설인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이름을 알린 지 십수 년 남짓. 처연한 비관의 세계에서 시작한 그는 2023년 이상문학상을 받으며 “등단 이후 십여 년간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걸어온 작가의 작품 세계가 마침내 새로운 경지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눈이 부시다”(소설가 윤대녕)라는 평을 받았다. 같은 해 출간한 장편소설 《단 한 사람》을 통해서는 십여 년간 곱씹은 질문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으며 작가적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크고 오래 사는 생물, 수천 년 무성한 나무의 수명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의 이야기인 《단 한 사람》은 출간되자마자 쇄를 거듭하며 하반기 최대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음은 물론, 〈한겨레21〉 〈시사인〉 〈채널예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20여만 부가 판매되며 역주행 열풍을 이끈 《구의 증명》에서부터 소설적 성취의 완결을 보여준《단 한 사람》까지, 발표하는 소설마다 특유의 거침없는 서사와 긴 여운을 남기는 서정으로 최진영 유니버스는 바야흐로 점점 더 확장 중이다.
그렇다면 최진영 유니버스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원도》가 그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2013년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짧게 독자를 만나고 절판된 채 중고책 시장에서 수만 원을 호가하며 판매되는 등 내내 복간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이 장편소설이 11년 만에 새 옷을 입고 독자를 찾아온다. 《원도》는 최진영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구의 증명》 바로 전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구의 증명》의 모티프가 선연한데, 특유의 강력하고 거침없는 파토스로 몰아치는 생동감은 작가의 여느 책을 능가한다. 작가 또한 “그때 원도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다음 질문으로 건너갈 수 있었음을” ‘새로 쓴 작가의 말’에 밝혀두었다.
살갗을 찢어내는 차디찬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골목길에 “불법 쓰레기”처럼 처박힌 한 남자. 횡령과 사기, 탈세와 살인혐의로 길거리와 여관방을 전전하는, 검붉은 피를 목구멍으로 토해내는 자, 그의 이름은 원도.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그는 한때 아내도 딸도, 집도 재산도 있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이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여섯 살에 목도한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무관심? 열등감으로 몸부림 치게 만들었던 그 녀석? 끝내 실패를 안겼던 사랑? 원도는 뒤틀려버린 인생의 한 조각 구멍을 찾으려 안간힘을 쓴다.
이 책은 이미 끝나버렸다고 판결된 삶이라도 어떻게든 복원해서 다시 한번 살고자 하는 한 남자의 생에 대한 갈구를 마치 시지프 신화의 비극처럼 쏟아낸다. 이 사람 원도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모두 그와 다르지 않은 자신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질문할 것이다.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어쨌든 나에겐 사랑이 필요하다는 호소. 그것을 전하려고 계속 소설을 쓰는 것만 같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문장은 ‘이렇게 계속 사랑해도 되는가’라는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핍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넘쳐흘렀다. 언제나 흐르고 있었다. 이 소설은 어쩌면 흐르는 그것을 잠시라도 막아서 내 안에 가두어보자는 안간힘이었는지도. 이 소설을 들여다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그때 원도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다음 질문으로 건너갈 수 있었음을._‘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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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진영

저자:최진영

2006년<실천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당신옆을스쳐간그소녀의이름은》《끝나지않는노래》《구의증명》《해가지는곳으로》《이제야언니에게》《내가되는꿈》《단한사람》,소설집《팽이》《겨울방학》《일주일》,단편소설《비상문》《오로라》가있다.만해문학상,백신애문학상,신동엽문학상,한겨레문학상,이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원도

초판작가의말
새로쓴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비장한서사,거침없는문체,뜨거운주제의식…
최진영유니버스의시작그리고귀환

원도,그는누구인가.엄마의애정을갈구했고질문이많았던아이,그러나이제는“스스로목숨을끊을수도있는어른”.검은봉지에담겨으슥한곳에버려진쓰레기처럼병든몸으로길거리를전전하는남자.“파산자에범죄자에도망자가되어,가족에게버려진채매일피를토하면서도,이지경으로도죽지않은이유는무엇인가”.원도는결정적인순간,인생이뒤틀려버린단한순간을알아내려고한다.무슨일이자신에게일어난것인지,대체어떤선택을했는지.

여섯살이되던해눈앞에서“아버지를믿어라”라는말을남긴채물을마시고죽어버린아버지,이후나타난다른아버지,이두아버지로부터이야기를시작해야할까.다른아버지는훈육이라는이름으로폭력을휘둘렀고,엄마는봉사활동을다니며원도외의존재에게사랑을베푸느라부재했다.정작원도앞에서는눈물만흘리는엄마때문에죄책감을느꼈다.보육원의그녀석,늘어른들의사랑을독차지해경쟁의식을부추긴장민석이시작이었나.항상다른남자와비교하던대학시절여자친구유경때문인가.수많은사람을파산시키면서돈을탐하게되었던은행에취직한것부터가잘못인가.기억의심연을고통스러울정도로파헤친끝에마침내거대한비밀의문앞에이르는원도.과연그가마주한진실은무엇일까.

이소설은광활한기억가운데인생의뒤틀린한조각을찾으려는남자의처연한여정을담았다.피할수없는악취와독기속에서,자기자리를찾지못하고차차괴물이되어간한인간의사투의기록과도같다.조각나고짓밝힌기억은“느닷없이벽을뚫고튀어나오는주먹과같”고“그안에꽃잎이있을지잘린혀가있을지터진눈알이있을지다이아몬드가있을지,전혀짐작할수없다”.그러나인간의삶이란근본적으로“시작과끝이텅빈구멍”이고“그구멍으로온생이콸콸쏟아져”결국사라질것임을원도를통해보여준다.그가어두운여관방에서홀로목놓아울때독자는직감할것이다.원도는나였다고.나는왜죽지않았는가라는질문은죽고싶지않다는열망의다른표현이었다고.우리는영원히메울수없는구멍하나를평생들여다보며살아야할거라고.

작가는원도의처절한질문을독자의몫으로건넨다.죽지않고살아내기위해기억하고선택해야한다고.왜사는가,이것은원도의질문이아니고왜죽지않았는가,또한아니며“그것을묻는당신은누구인가”라는문장으로.

《원도》는비장미넘치는서사,날카로운문체,인간과구원이라는주제를꿰뚫는묵직한통찰로최진영작가초기소설세계의정점을목도할수있다.이전면개정판이반갑고귀한것은빠르게소진되고소비되는출판시장에서11년의시간을견디고의연히돌아왔기때문이다.문제의식은낡지않았고소설적순정은오히려빛을발한다.주저앉지않고끊임없이걸어온,소설로서인간과생을기억해온작가의패기넘치는귀환이자못경이롭다.

일어나려면일단앉아야한다.걷기위해선먼저멈춰야한다.함께하길원한다면우선혼자여야한다.죽지않고살기위해서는기억해야한다.어떻게살아왔는지를.기억하고선택해야한다.미룰수없다.거부할수없다.주저앉았던원도가일어난다._본문에서

새로쓴작가의말

초판발행날짜는2013년12월24일.무척추운겨울이었다.당시나는원도처럼혼자였고간절하게기억을헤집으며갈등했다.나는왜살아있는가,살아있다고말해도되는가,이렇게계속살아도되는가질문했다.이제는‘어떻게살아야할것인가’라는질문을따라가며소설을쓴다.계속살아야겠다고마음먹은것이다.

초고를쓸때파일명은‘원도’였다.출간하면서‘나는왜죽지않았는가’라는제목으로바뀌었다.당시출판사가그제목을원했다.이유를충분히이해했으나반대하고싶었다.‘나는왜죽지않았는가’라는문장자체가나에게는커다란공포였으니까.책이나를빤히바라보며끊임없이질문할것만같았다.그러나‘원도’를원하는사람은나뿐이었고,그때나지금이나나는전문가의견을따르는편이다.
출간후책장구석진곳에책을꽂아두고다시펼쳐보지않았다.내안에들끓던무서운질문을소설로써서전부버렸다고믿었다.내겐다른이야기가필요했다.겨울은끝나고,또다른겨울이도래하고,쉼없이글을쓰던2018년어느날,절판을요청하는메일을출판사에보냈다.출판사내부사정과개인적인이유가맞물렸다.그렇게이소설은초판으로끝나리라생각했다.
몇년전‘나는왜죽지않았는가’라는제목의그책이온라인서점의중고책시장에서정가의서너배넘는가격으로판매된다는사실을알고놀랐다.겨울밤어둠속에서홀로스러져가는원도처럼고요하게잊힐줄알았는데……대체……왜……?극소수일지라도원도의이야기를찾아읽는사람들이존재한다고생각하자문득무서워졌다.써서버렸다는믿음은착각이었다.나는여전히그질문을두려워하고있었다.
개정판작업을시작하기까지고민이많았다.십여년전에쓴나의글을다시읽는데는꽤나큰용기가필요하니까.한편으로는고마웠다.나조차외면하고있는‘원도’에게관심을가져주는사람들에게.책장구석에서책을꺼내펼쳤다.책속에는십여년전책갈피삼아만들었던빳빳한종이가있었다.그것에다음의두문장이적혀있었다.

인간은과연구원을호소하지않은채살아갈수있는가?
이문제가바로나의관심의전부다.
-《시지프신화》(알베르카뮈지음,김화영옮김,책세상)

소설을쓰던당시골몰한주제일텐데,그또한까맣게잊고있었다.소설속문장처럼‘느닷없이벽을뚫고튀어나오는주먹’같은‘그안에꽃잎이있을지잘린혀가있을지터진눈알이있을지다이아몬드가있을지,전혀짐작할수없는’기억들.그래서나는과연구원을호소하지않은채살아갈수있는가?그때내대답은기억에없다.지금내대답은‘그럴수없다’.
제목에관하여,십여년전과정반대의일이일어났다.나는본래제목을유지하길원했고출판사에서는‘원도’라는제목을원했다.초판과개정판이별차이없으므로원제를쓰는게옳다고생각했다.원제를바꾸는행위가‘나는왜죽지않았는가’라는제목에이끌려책을선택했을극소수의초판독자에게서운함을주지않을까우려도됐다.
시간이흘러다시보니‘나는왜죽지않았는가’라는제목이꽤파격적이며심지어멋지다는생각도들었다.그질문에서어느정도멀어진것이다.두렵지만피하고싶진않을만큼.하지만‘나는왜죽지않았는가’를원하는사람은나뿐이었고,그때나지금이나나는전문가의의견을따르는편이다.그렇게이소설은십여년전의파일명을되찾았다.

어쨌든나에겐사랑이필요하다는호소.그것을전하려고계속소설을쓰는것만같다.‘이렇게계속살아도되는가’라는문장은‘이렇게계속사랑해도되는가’라는문장과크게다르지않다.결핍뿐이라고생각했는데넘쳐흘렀다.언제나흐르고있었다.이소설은어쩌면흐르는그것을잠시라도막아서내안에가두어보자는안간힘이었는지도.이소설을들여다보며다시금깨달았다.그때원도의이야기를썼기때문에다음질문으로건너갈수있었음을.

(…)초판을읽어주신분들,중고책을찾아주신분들께진심으로감사드립니다.여러분이아니었다면용기내지못했을거예요.지금도저는소통의불가능과타인의몰이해를생각합니다.더는믿지않고그저생각합니다.질문을따라계속나아가겠습니다.그길위에서언젠가다시만날수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