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따뜻하고명민한기록을예찬하지않을수없다.
아이와함께현재를,그여정을사랑하는법을보여주는책”_임현주(아나운서·작가)
★★★“아이라는가깝고도먼타자와관계맺는행위의
고충과보람을하나하나밝힌다”_허희(문학평론가)
“아이와함께하는작고사소한날들이나를살린다”
어느젊은인문학작가가말하는‘나를덜어나를채우는’삶
《인스타그램에는절망이없다》《사랑이묻고인문학이답하다》등지성과감성을토대로인문사회와에세이분야를넘나드는독보적장르를구축한정지우작가가신간에세이《그럼에도육아》를선보인다.저자가매일경제에기고한칼럼‘그럼에도육아’는어린아이와교감하는시절의소중함을일깨우는내용으로수많은맘카페를뜨겁게달구며SNS에서공감육아칼럼으로크게회자되었다.
책《그럼에도육아》는이화제의칼럼에서영감을얻어만들어진육아에세이다.해당칼럼을보완해수록한것은물론,아이낳기를사실상권하지않는‘요즘같은시대’에나아닌누군가를사랑하는것,나아가그렇게나를덜어냄으로써나를채우고살릴수있었던나날을기록했다.“한생명을책임지게된비가역적인순간”(25쪽)을맞닥뜨린이후삶의변화와현실육아의고충,그리고아이와함께뛰놀고대화하고교감하는일상속에서배운인생철학과가치를풀어낸다.이처럼육아에대한풍부한인문학적고찰과스스로삶에더깊이속하는충만한감각에대한이야기로확장하며,기존실용적코칭위주·개인경험공유의육아에세이와차별화된매력을보인다.
20여년간매일글을써오며정지우는꾸준히삶의태도와의미에천착했다.그의인문학적통찰은아이라는‘작은우주’를마주하며한층더깊고넓어지는동시에섬세해진다.허희평론가의말에기대어표현하자면,저자의글은“아이라는가깝고도먼타자와관계맺는행위의고충과보람을하나하나밝힌다”.이를테면,저자는아내와떨어져연고없는도시에서홀로아이를씻기고먹이고재우는시간속에서,문득“우리에게필요한것이다른종류의태도였다는걸”(24쪽),“이제삶은내것또는네것사이의거리조절이아니라,우리의것을함께만드는일이라는걸”(25쪽)깨닫는다.또매일정신없이반복되는일상을해치우듯살다가도,“영혼을고갈시키듯이사랑하는”(20쪽)이시절이찰나와같다는점을,그래서기억도하지못할유년기시절의아이를정성껏사랑하고함께부대끼는시간이의미있고가치있는것은역설적으로그소실성과유한함때문이라는진실을발견해낸다.
이책은,육아의힘듦을부정하거나아이를키우는것이유일한행복의길이라예찬하지않는다.임현주아나운서가쓴추천의말처럼,그저“아이와함께현재를,그여정을사랑하는법”을보여준다.더불어사는삶과사랑이라는근본적가치에대해다시생각해보게함으로써큰울림을선사한다.
자기자신을사랑하는것만이지상과제였던시절에는‘아이를사랑하는부모’의마음같은건전혀이해할수없었다.그것은뭐랄까,약간어리석은희생처럼느껴졌다.그러나막상이사랑의세계에진입하고보면,자기자신만을사랑했던내가오히려더왜소해보인다.이곳은마치다른우주처럼,가보지않으면알수없는영토였다는걸깨닫는순간이있다._46쪽
“나는단수로서의삶이아닌,복수의삶을살고있는것이다”
아이라는가깝고도먼타자와관계맺는의미
먼저,1부‘아이라는낯선세계로’에는아이가환대받지못하는한국사회에서작은생명을책임지며느낀어려움과고민,좌충우돌하는일상이녹아있다.이어2부‘서로에게배우는시간’에서는아이와함께하는날들속에서깨달은삶의진리와유연해진삶의태도를풀어낸다.마지막3부‘사랑으로덧칠하는삶’에는아이의유년기시절이유한하기때문에더크게경험하는사랑의무한함에대해이야기한다.
저자에게아이의탄생은삶에서가장큰전대미문의사건과같았다.결혼전후아이와함께하는삶에대해크게생각해본적없던자신에게마치“운석이떨어진이후지구에서의삶처럼전혀다른세계가도래”(9쪽)했기때문이다.혼자잠을자지못하던시절의아이는매일을비몽사몽중에흐르게하고,잘걷지못하던시절의아이는유모차가진입하기쉬운쇼핑몰나들이만가능하게한다.작고연약해병치레가잦은아이를위해부모는직장에서‘반차의신’이된다.그뿐일까.여유로운주말의독서를중단시키고,만화주제가소리로집안을가득채우는‘사랑스러운감성파괴자’와의동거로인해,자신을“사로잡아왔던인생의감성들이파괴당하는”(75쪽),인문학작가로서의작은실존적위기를느끼기도한다.퇴근후피곤한몸을이끌고아이를정신없이씻기고먹이고재우며,아내와‘우린무얼위해이렇게사는걸까’하는이야기를나누기도한다.
그러나저자의시선은단순한행위서술에머무르지않고,그너머‘관계맺음’의의미로나아간다.양보와조율,희생과인내의행위이면에는함께하는기쁨,어린아이의시선으로세상을겹쳐바라볼수있는즐거움,부대끼며살아가는충만함이동시에존재한다.아이와의관계맺음은논리적으로설명되지않는다.특정한목적이있거나이윤이되는결과물이남아서유의미한것이아니라,맺어나가는과정그자체에의미가있다.저자는아이라는가깝고도먼타자와관계맺어가는과정속에서비로소“삶은결국‘나와사랑을나눈사람들의총합’이라는말을믿게된다”(54쪽)고,그렇게나자신만을위한‘단수로서의삶’이아니라,‘복수의삶’을살수있다는의미를발견한다.
내가나의욕망이나쾌락에만고도로몰입하면서얻는것못지않게,나를희석시키고뒤로물리면서얻는것이있다는걸알게되어간다.내가배워가는삶은또다른모양의행복이더있음을속삭인다.(...)나는단수로서의삶이아니라,복수의삶을살고있는것이다.삶이곧관계라는것을,진정한관계를삶에들이는만큼나는오히려삶에더깊이속하게된다는것을진정으로믿게된다._53~54쪽
“요즘같은시대,‘육아’라는인생의또다른단계로들어선이들을응원한다”
위로와공감을선사하는선물같은에세이
신이있다면,신은우리에게잠시온영혼을고갈시키듯이사랑하라고아이가있는한시절을주는것같다.한번사는인생,그렇게사랑할시절을가지라고,삶의가장깊은정수를한모금마시고돌아오라고말이다.그리고나는생각한다.삶이어려운것은그만큼가치있기때문이라고,가치있는모든것은어렵다고말이다.삶의어려움이아이와살아가는삶의가치를훼손할수는없다고생각한다._20~21쪽
저자는육아를‘정신없는날들속에핀꽃’에비유하며,육아하는삶은마치무성한풀과돌틈에서피어난꽃을하나씩골라천천히꽃다발을만들어가는과정과같다고고백한다.허리를굽혀꽃을고르는과정이힘들고지난해,정작손안에들린꽃다발이얼마나아름다운지잊을수있다.마음을적시고때로는미소를번지게하는생생한에피소드는독자로하여금함께들판의꽃을꺾어꽃다발을만드는경험을선사하고,그가치와아름다움을상기시킨다.
아이는때때로저자에게‘작은시인’처럼삶의영감을주고,특유의천진하고솔직한언행으로예상치못한웃음과감동을준다.어느날,화장실에서바퀴벌레를맞닥뜨린저자는죄없는바퀴벌레를죽이지말자는아이와논쟁을벌인다.바퀴벌레가아니라바퀴벌레에묻은세균이나쁜것아니냐며반박하는아이를끝내완전히납득시키지못한채씁쓸하게마무리되는일화는바퀴벌레와의당황스러운조우를아이의순수한시선으로바꾸어풀어내며웃음을자아낸다.또,저자는아이와함께온갖공룡과포켓몬의이름을줄줄외우는순간과아이의작은손을맞잡고노을지는하늘을보며걷는풍경을묘사하며,아이와의순간에집중할때온갖압박감,책임감,스트레스,중압감으로부터잠시해방되는치유의경험을풀어낸다.이처럼저자특유의섬세하고따뜻한시선이담긴이책은마치선물처럼,바쁜일상에서쉽게잊히는육아의가치와아이와함께하는삶의행복을한아름모아선사하며,몸과마음을바닥까지박박긁어아이를사랑하며살아가는이들을응원한다.
나는세상의모든엄마아빠들을응원한다.(...)어렵지만함께인삶을알게되는그여정,믿음을이해하고의존을받아들이며,그래서삶의또다른단계를걷는그함께함의여정을응원한다.나는그렇게우리들이어른이된것을축하한다._24~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