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 세월호참사 10년, 약속의 자리를 지킨 피해자와 연대자 이야기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 세월호참사 10년, 약속의 자리를 지킨 피해자와 연대자 이야기

$20.77
저자

박내현,변정윤,변정정희,신정임,안미선,용우,장태린,정윤영,희정,히니

저자:박내현

우리동네노동권찾기,노동인권활동가.

노동,인권영역에서활동하면서,잘듣는것이결국그존재와가장깊게만나는일이라생각하며기록과인터뷰를하고있습니다.학력이나능력,나이나경험처럼가진것으로줄세워지는것이견디기힘들고대체그능력이뭔지이해가가지않아서,질문하고듣고공부하고있습니다.



저자:변정윤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사무국장.인간은물론살아있는모든생명체들과행복하게사는세상을꿈꾼다.『밀양을살다』,『기록되지않은노동』,『얼굴들』을함께썼다.



저자:변정정희

주로TV다큐멘터리,라디오등에서글을썼으며,새로운글쓰기를모색하고있다.



저자:신정임

노동전문월간지<노동세상>편집팀장으로일하며노동자들의이야기를찾아전국을누볐다.모든삶엔이야기가있다는믿음으로지금은삶의이야기를찾아르포를쓰고있다.

백화점의화려한조명뒤에감춰진노동을기록해제21회전태일문학상기록문부문을수상했고,함께쓴책으로는<달빛노동찾기>,<숨은노동찾기>,<사람의얼굴>,<나는시민기자다>등이있다.한미FTA저지투쟁으로수배중이던오종렬의장님을18평신혼집에며칠모셨던인연으로<오종렬평전>작업에함께했다.세상을호령하던민중의지도자,오종렬뒤에가려잘보이지않던‘인간오종렬’을담기위해애썼다.



저자:안미선

소수자들의목소리를기록해왔다.저서로『그때치마가빛났다』,『집이거울이될때』,『당신의말을내가들었다』,『똑똑똑,아기와엄마는잘있나요?』,『언니,같이가자!』,『여성,목소리들』,『모퉁이책읽기』,『내날개옷은어디갔지?』,『백화점에는사람이있다』(공저),『엄마의탄생』(공저),『기록되지않은노동』(공저)등이있다.



저자:용우

공동체은행‘빈고’조합원.기록활동을고민하면서알아가고있다.



저자:장태린

세월호세대청년.‘싸우는여자들기록팀’의멤버로,발딛고선곳의이야기를쓴다.



저자:정윤영

이런저런일로밥벌이하며르포를쓴다.공저로『숨은노동찾기』,『달빛노동찾기』,『숨을참다』등이있다.



저자:희정

기록노동자.살아가고싸우고견뎌내는일을기록한다.저서로는『삼성이버린또하나의가족』(2011),『노동자,쓰러지다』(2014),『아름다운한생이다』(2016),『퀴어는당신옆에서일하고있다』(2019),『여기,우리,함께』(2020),『두번째글쓰기』(2021),『문제를문제로만드는사람들』(2022),『일할자격』(2023),『베테랑의몸』(2023)이있다.

그리고『밀양을살다』(2014),『섬과섬을잇다』(2014),『기록되지않은노동』(2016),『416단원고약전』(2016),『재난을묻다』(2017),『회사가사라졌다』(2020),『숨을참다』(2022),『마지막일터,쿠팡을해지합니다』(2022),『당신은나를이방인이라부르네』(2023),『캐노피에매달린말들』(2023)을함께썼다.



저자:히니

노동조합활동가로,여성청년독서모임운영자로지냈다.평생할수있는활동을찾다가고향포항에서독립서점겸수제디저트카페를열었다.앞으로배울것도,해야할것도많다고생각하지만그중에서도당장할수있는최선은글쓰기라믿는다.



기획: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

참사10주기를맞아4월16일의약속을되새기고진실과책임,생명존중과안전사회를향한의지를다시모으기위해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4.16연대,4·16재단을주축으로발족하였다.

목차


서문-10년동안약속을지켜낸사람들의이야기(박래군4·16재단상임이사)

1장.10년의기억을담은공간들

세월호는아직,여기에-목포신항만세월호선체,김애숙·정성욱
골목곳곳에아이들의기억이있다-안산‘기억과약속의길’,고명선
늦은출항,45명의탑승객을마저태우고-세월호일반인희생자추모관,양성일
하루에하루를보태며지켜낸교실-단원고4·16기억교실,이은화
쓸쓸한팽목곁을지켜온10년-세월호팽목기억관,정기열
제주에서,다시묶는리본-세월호제주기억관,박은영·김원
아이들에게박수쳐줄준비가되어있나요?-단원고생존학생을위한공간‘쉼표’,장성희
기억하는것은빛이난다-세월호기억공간‘기억과빛’,양승미
리본을다는게용기인세상에서-4·16재단,가온누리가족
안전지대가되겠다는약속-4·16생명안전공원,조선재

2장.10년의기억을품은사람들

우리의세월을잇는바람이될게-단원고생존자유가영·설수빈
파도잔잔하우다,죽지는않겠네-세월호일반인생존자오용선
이름없는죽음들이눈에밟혀서-세월호일반인유가족협의회위원장전태호
지금이내삶이자일상-0416단원고가족협의회위원장김정화
매일무너지고매일일어나요-4·16기억저장소소장이지성
기꺼이‘우리’가되었으면좋겠어요-단원고희생자박성호의누나박보나
노래를불러서네가온다면-416합창단단원안명미
너에게다른이야기를들려줄게-4·16가족극단‘노란리본’대표김명임
나무를도닥이며,함께웃으면서-4·16희망목공협동조합조합원유해종
엄마들은울지않는다-4·16가족나눔봉사단단장박정화

출판사 서평

“이곳에서기억은빛을잃지않았다”

팽목항에서,광화문광장에서,세상의곳곳에서
노란리본의약속을지켜온사람들,그10년의여정

“‘기억의방’은한을저장하는창고가아니고,
상처가아문자리에새살이돋아나는신생의방이다.”-김훈(소설가)

2014년4월16일,그날의참담한소식과이해할수없는현실에우리는거리로,광장으로나와함께외쳤다.그연대의힘으로특별법을제정했고,선체를인양했으며,무책임한정부를탄핵했다.‘한국사회는세월호이전과이후로나뉜다’는말처럼,세월호는많은것을바꾸어놓았다.하지만시간이흘러광장에모였던사람들은일상으로돌아갔고,기억을약속했던공간들은하나둘사라져갔다.진상규명은여전히미완,책임자들은속속무죄를판결받았다.그리고2024년,또다시우리는각자의자리에서‘세월호참사10주기’의소식을듣는다.빠른세월에놀라기도잠시,많은이들이잊거나일상으로돌아갔을때도약속의자리를지켜온사람들이이토록많다는사실에다시놀란다.
《기억의공간에서너를그린다》는세월호참사10년의시간을통과해온기억공간들을중심으로세월호생존자,유가족,활동가들을인터뷰하고,안전사회를위한다음걸음을고민하는책이다.세월호참사를증언하는여러기록에서잘다뤄지진않았으나,피해자와연대자들의광장이자집이자쉼터였던‘세월호기억공간’을재조명하고그필요에주목한다는점에서의미가있다.세월호참사이후에도이태원참사,오송지하차도참사등우리사회에끔찍한참사는반복되어왔다.변한게없다고느껴질지모르나,기억공간의문을열고흔적을쫓는글을읽다보면,그럼에도불구하고세월호가그려온선명한변화의궤적을발견할수있다.
또한이책은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4.16연대,4·16재단이주축이되어발족한‘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의기획으로송경동시인이직접각분야에서구술,인터뷰활동을해온10인의작가를모았다.10년전의약속을되새기고앞으로의10년을그리겠다는다짐을응원하기위해박래군4·16재단상임이사가서문을,김훈소설가가추천의글을보탰다.작가,생존자,유가족,활동가들이모아온10년의사진또한선별해실었는데,이는지나온세월만큼이나곳곳에서커져버린기억의공백을생동감있게메우려는시도이다.
이책에참여한인터뷰이들은자신이걸어온여정을성실히증언한다.세상이그날을잊고지우려할때,내일처럼기억공간을지켜낸이유에대해,살았다는죄책감과책임감사이에서‘나’를찾아간여정에대해,가족을떠나보낸그리움과미안함을삭이며그날의진실을쫓아온시간에대해말한다.이야기는배가가라앉아있던바다처럼어둡기도했으나,10년째다시찾아오는봄처럼곧피어날희망을품기도했다.꿋꿋이약속의자리를지켜온이들의이야기는지난한세월에무력함을느꼈던이들에겐다시나아갈용기를,참사를잠시잊고지냈던이들에겐다시기억의여정에참여할계기를마련해준다.

하루에하루를보탰더니10년
나와내가족,내이웃을위한안전지대를만들다

어떻게10년이란긴세월동안참사를‘나의일’로여기고변화의약속을지켜낼수있었을까.1부‘10년의기억을담은공간들’에서는수많은방해와반대에도자리를지킨10곳의기억공간을둘러본다.세월호선체가거치된목포신항만,두번의임시이전끝에자리를잡은단원고4·16기억교실,설립반대압력에도착공을앞둔4·16생명안전공원등사람들의발길은뜸해졌지만여전히기억의빛을간직하고있는귀중한공간들이다.기억공간을지켜온활동가들의구술과이곳의사진들을따라읽다보면,함께노란리본을만들고,명절을지내고,수다를떨고,맘편히웃고우는세월호생존자,유가족,활동가의얼굴이생생하게그려진다.“공간에는잊지않겠다는의미가있잖아요.사고,참사가반복되는건잊히기때문이라고생각해요”(125쪽)라는한활동가의말처럼안전한사회를만들기위해‘기억의공간’의역할이얼마나큰지다시금생각하게된다.
눈에띄는것은기억공간을운영하고지켜온활동가들의사연이다.이들중에는참사의피해당사자도있지만,대부분참사와직접적인관계가없는일반시민이기에활동의어려움과별개로“관종이냐며비아냥”(170쪽)거리거나,“네가하지않아도세상은바뀌고있”(157쪽)다는빈정거림또한견뎌야했다.하지만이들은이런말과태도를지적하며기억공간을지키고진상규명을촉구하는것은남의일이아닌‘나의일’이라고거듭강조한다.세월호선체곁을지키던김애숙은입대한아들이근무하는연평도에포격전이있고난뒤,아들에게받은문자를보여준다.“엄마,살아서휴가나가서만나요.”(32쪽)그때김애숙은세월호부모들을떠올렸다.또그무렵아들또래의아이들이이태원에서희생되었다는이야기를들었다.“그러니까세월호도이태원도내일”(32쪽)일수밖에없었고아이와살아가기에‘안전한사회’가아니라는걸다시금느꼈다.이처럼이들의구술곳곳에는‘참사는모두연결되어있다’는당연한진실이녹아있다.쉽게남의일이라치부하거나이제그만잊으라고강요하는이들에게활동가들은“이런상태라면세월호는20년후에도,30년후에도진행중일것”(147쪽)이라답한다.실제로세월호이후이태원참사,오송지하차도참사등을우리사회는경험해왔다.연결의감각과연대의행위가얼마나중요한지알수있는대목이다.
그렇다면이런질문도하게된다.망각하지않고10년을견뎌온이들에게특별한용기가있었던걸까.그냥‘가야할것같아서’팽목항으로달려갔던김애숙은“도시락을유가족에게전달하는것말곤무엇을해야할지알수없었”(26쪽)고,생존학생을위한쉼터‘쉼표’를운영하는장성희는위로조차어려워“살얼음판을걷는듯한느낌”(138쪽)으로지냈다고한다.그래서광주시민상주모임의정기열은“옆에서걸어만주자는마음으로며칠동안말도안하고종일걸었”(106쪽)고,노란리본공작소의양승미는“손이라도보태야지하는생각으로”(149쪽)10년간리본만만들었다고했다.결국특별한능력,별다른방법없이‘하루에하루를보태며’엮어온세월이지금의10년을만들어왔다.마침내4·16재단의국민발기인박강희는깨닫는다.“투사처럼거창하지않아도그분들한테우리같은시민이기억하고있다는걸알려드리는게내소임이구나.”(173쪽)
1부의마지막에서희정작가는이들의말을쭉듣고난뒤이렇게말한다.“안전한공간이군요.”(196쪽)그의말처럼서로의이웃이되어줄때우리는안전하다.이들이10년간애써공간을지켜온이유도마찬가지일것이다.1부의말들을성실히들어왔다면공간을지키는일이“영구히슬픔에빠지고자하는일”이아니라“서로의이웃이되어주자는약속을기억하는일”(196쪽)이라는것을,특별한능력과별다른방법이없더라도그곁을함께지키고자노력하는것이안전사회로향하는첫걸음임을깨닫게된다.

“너에게다른이야기를들려줄게”
떠나간이들에게답해줄진실을모아온시간

2부‘10년의기억을품은사람들’은참사의피해당사자인생존자,유가족의이야기를담고있다.이들은참사이후진상규명을요구하고안전사회의기틀을마련하는동안“시체팔이”(44쪽)등의혐오표현을견디고,“빨대꽂는인간들”(242쪽)에게뒤통수를맞고,“자식잃었는데웃어?”(348쪽)라는시선에상처받았다.2부는이들의진솔한고백을꼼꼼히옮겨적으며그동안세월호피해자들을가리고있던오해의안개를걷는데집중한다.하지만이는결코‘참사피해자’라는정체성을강화하거나일반적인피해자상을그려내고자함이아니다.단원고생존자유가영은책속에뉴질랜드로워킹홀리데이를갔던이야기를썼더니“딸기농장에서일한얘기는왜썼냐는질문”(212쪽)을받았다고밝힌다.그동안우리는세월호피해자에게듣고싶은이야기를일방적으로강요해온게아닐까?이책은이러한문제의식을바탕으로피해자각각의묵직하지만반짝이는이야기를꾸밈없이담아내고자했다.
예를들면2부의인터뷰이로참여한단원고생존자유가영,설수빈은비슷하면서다른생각들을자유롭게펼쳐놓는다.유가영은지난해《바람이되어살아낼게》라는책을출간하며“나름대로마음정리를다끝냈기때문”(202쪽)에생존자말하기모임에참여하지않았다고말한다.반면설수빈은친구의책을읽지않은이유에대해“울어버리면후련해질수도있지만,후련해지고싶지않을수도있잖아요”(204쪽)라고답한다.이미마음정리를끝냈거나혹은정리하고싶지않거나,그것은10년동안살아남은자로살아내면서그들이각자선택한삶의방식일것이다.이러한차이는같은유가족사이에서도목격된다.일반인유가족협의회위원장전태호는이태원참사유가족들에게“죽을각오로싸우셔라!”(248쪽)하고조언하지만,4·16목공소의조합원유해종은5·18유가족들의“조바심내지말고천천히싸우라”(354쪽)는조언을따른다.이처럼2부는피해자들의각기다른삶의방식과싸움의과정에집중하며,오히려그들이공통으로추구하는‘진상규명,책임자처벌,안전사회건설’이란목표로가는다종의길을조명한다.
그렇다면11인의생존자,유가족들은막막하고고단했을10년의길을어떻게걸어왔을까?4·16가족극단대표김명임은10년의시간을“‘왜?’라고물어올너의궁금증에답해줄말들을”(331쪽)모아온시간이라말한다.이처럼이들은각자의방식으로떠나간가족에게답해줄진실을쫓고,들려줄이야기를만들어왔다.투사가되어싸우고광장에서피케팅을이어가기도했지만,문화적인방식인합창과연극으로시민들에게다가가기도,봉사를통해비슷한처지의이웃을보듬고자노력하기도했다.방법은다를지라도그바탕에는다른이들은나와같은슬픔을겪지않았으면한다는다짐과의지가깔려있다.그래서세월호참사피해자들은이태원참사유가족들에게이렇게말했다.“우리가더싸웠어야하는데….미안합니다.”(12쪽)이처럼세월호피해자들은반복되는죽음의행렬을막기위해,다음세대에안전사회를물려주기위해타협없이싸워왔다.더나아가어떤이들은자기의연대가참사피해에만국한되지않음을내비친다.단원고희생자박성호의누나박보나는‘기후위기’를비롯한우리사회의재난들을언급하면서기꺼이‘우리’가되고자하는마음이중요함을강조한다.

세월호생존자,유가족,활동가들이걸어갈앞으로의10년은어떤모습일까.실제로이들은“10주기에는무엇을할거냐는질문”(285쪽)을자주받는다고했다.그에대한답은간단하다.그런질문에앞서10주기에무엇을할것인지를먼저이야기해줬으면좋겠다는것이다.이들의이야기를모두귀기울여듣진못하더라도이제라도자신이품고있는기억을각자의자리에서나누고,기억공간을찾고,다시연대의힘을보태주는것.그것으로충분하다고이들은말한다.이책에담긴,앞서걸어간피해자와연대자들의단단한뒷모습과다정한목소리가다시기억의여정을시작하려는이들에게든든한길라잡이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