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 문보영 아이오와 일기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 문보영 아이오와 일기

$18.00
Description
“삶의 반의어는 들판이구나.
그럼 들판을 걸어야지”

《일기시대》 이후 3년 만의 신작 에세이
시인 문보영과 엑소포닉 작가들이 보낸 아이오와의 날들
제36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이자 시집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 산문집 《일기시대》 등 시인이자 일기 생활자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문보영이 3년 만에 신작 에세이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을 출간했다. 이번 산문집은 시인이 지난해 3개월간 아이오와 문학 레지던시 프로그램(IWP)에 참여하며 만났던 다양한 엑소포닉(exophoix, 이중 언어자) 작가들과의 발랄하고 코믹한 일상과, 지금까지의 삶의 반대 방향에서 발견하게 된 생의 의미를 들려준다.

시인이 다녀온 아이오와 시티는 외딴 시골 마을로, 윤슬이 빛나는 강과 고요하고 너른 들판이 펼쳐진 매우 느리게 시간이 흘러가는 장소였다. 선배 문학가인 최승자·최정례 시인 등이 먼저 다녀갔던 곳이었고, ‘문학의 도시’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지만, 시인에게 있어 아이오와는 체류 전후로 인생의 축이 나눠질 정도로 많은 가치관의 변화를 일으켰다. 한번도 외부인의 시선에서 한국을 바라볼 기회가 없었던 시인은 오히려 자신에게 가장 가까웠던 모국에서 한 발 떨어짐으로서 ‘한국 작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과, 언젠가부터 미세하고 납작해져버린 기존의 삶에 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시인의 말처럼 이 책은 지구 반대편에서 엑소포닉 작가들과 이민자들의 삶을 마주하며 변화한 내면의 기록이자, 자신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아이오와에 오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까지 그러한 것처럼 20대와 똑같은 30대를 살지 않았을까? 한국어로 시를 쓰며 시집을 내고, 문학을 하는. 이중 언어자로 살아가는 작가들과, 이민자들의 삶을 목격한 경험은 내 안에서 새로운 정체성과 모험의 씨앗을 움트게 했다.”(5쪽)
저자

문보영

저자:문보영
시인.시집《책기둥》《배틀그라운드》《모래비가내리는모래서점》,소설집《하품의언덕》,산문집《준최선의롱런》《일기시대》《불안해서오늘도버렸습니다》등이있다.독자들의집으로손글씨원고를부치는일기딜리버리를운영하고있다.제36회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들판의자유

1부
전망없는작가들의모임
마리나와걷기
죽고싶어하는따뜻한사람
작은자유
탈출의두가지방향
작가스럽지않은클럽
길을몰라,기적에의해구원받을뿐
Howareyou증후군
다른바람이느껴질거야
옥수수밭농장투어

2부
나무길
수업에안오면너의시를지우겠대!
실눈뜨고느리게걷는사람
박스밖으로
런드리맨
시詩음회
옆구리로삐져나오는언어
파리는fly다
쓰기와읽기의불완전함

3부
자바하우스
도망가는존의원고
야스히로자서전
시카고사건
비스킷낭독회
소화불량의책
겡끼데스까
밤에는들판을걸어야해
쓰러지는언어
깍두기의삶
나무에대해말하기
종이와나
흐린날의인형극사그리고골목담배
문틈으로들어오는것들

4부
매일신앙
내가두명이될가능성
시네마테크
잃어버린우산을찾기위해펼친우산
장갑이야기
나의웅크림은보상받는다
지명수배자들
번역과영혼
우산밖으로나가는사람
초미세하게살아가기

5부
맨발의시인
여분의심장
이해의욕구
과거를다시살기
입시설명회
미안하다고말하지마요
사랑이있다면
공룡이다가와
불화하는가족
내이름은아이오와
종이컵의결말

후기-엑소포닉의길
에필로그-운명과우연을따라

출판사 서평

“삶의반의어는들판이구나.
그럼들판을걸어야지”

《일기시대》이후3년만의신작에세이
시인문보영과엑소포닉작가들이보낸아이오와의날들

제36회김수영문학상수상자이자시집《모래비가내리는모래서점》,산문집《일기시대》등시인이자일기생활자로독자들에게많은사랑을받았던문보영이3년만에신작에세이《삶의반대편에들판이있다면》을출간했다.이번산문집은시인이지난해3개월간아이오와문학레지던시프로그램(IWP)에참여하며만났던다양한엑소포닉(exophoix,이중언어자)작가들과의발랄하고코믹한일상과,지금까지의삶의반대방향에서발견하게된생의의미를들려준다.
시인이다녀온아이오와시티는외딴시골마을로,윤슬이빛나는강과고요하고너른들판이펼쳐진매우느리게시간이흘러가는장소였다.선배문학가인최승자·최정례시인등이먼저다녀갔던곳이었고,‘문학의도시’라는것또한알고있었지만,시인에게있어아이오와는체류전후로인생의축이나눠질정도로많은가치관의변화를일으켰다.한번도외부인의시선에서한국을바라볼기회가없었던시인은오히려자신에게가장가까웠던모국에서한발떨어짐으로서‘한국작가’로서의자신의정체성과,언젠가부터미세하고납작해져버린기존의삶에관해깊이고민하게됐다.시인의말처럼이책은지구반대편에서엑소포닉작가들과이민자들의삶을마주하며변화한내면의기록이자,자신의‘성장소설’이기도하다.

“아이오와에오지않았다면나는지금까지그러한것처럼20대와똑같은30대를살지않았을까?한국어로시를쓰며시집을내고,문학을하는.이중언어자로살아가는작가들과,이민자들의삶을목격한경험은내안에서새로운정체성과모험의씨앗을움트게했다.”(5쪽)

“삶의반대편에들판이있다면,
나는끝없이들판을걸어보고싶다”

지나온삶의부스러기를되돌아보고
앞으로잘살아내기를응원하는들판의말들

이책에는제목뿐아니라전체를관통하는주요키워드로‘들판’이등장한다.들판은사람이걸을수있게만든길은아니지만‘걸어도괜찮은길’이라는의미를지닌다.시인이머물렀던낡은아이오와하우스호텔주변에는강변을따라넓은들판이펼쳐져있었고,하루를시작하는대부분의사람들은들판의반대방향으로걸어다운타운으로갔다.그모습을보며시인은생각한다.‘삶의반대편은들판이구나.그럼들판을걸어야지.’
시인또한낮에는들판을등지고세상에파묻혀살았지만,밤이되면다시들판으로돌아갔다.시인에게들판이란,지나온삶의부스러기를잊어버릴수있게하는동시에선명하게기억하고,세상과멀어져균형을맞출수있는세계이자‘자유’였다.책에등장하는다양한에피소드와시의언어로녹아있는사유들은그래서작가의삶을,그리고우리의삶을다시한번돌아보게하는‘들판의말들’이다.

“아이오와는뭔가를잊을수있도록돕고,그것을다시기억할수있도록도와주는공간이라던동료작가의말을오래도록기억하고싶다.그말은어쩌면들판의말이었을지도모르겠다.삶의반대편에들판이있다면,난끝없이들판을걸어보고싶다.반대방향으로걸었을때우연히진짜삶을발견하게되어지금까지의삶을,그리고앞으로의삶을전혀다르게바라보게될지도모르니까.한국과정반대에있는어느작은시골마을에서자유를발견한것과같이.그것은들판이내게준것이었다.”(5~6쪽)

“자신이사는곳을사랑하기란너무어렵지않은가요?”

하나의언어에서다른언어로도망치는작은자유

책은시인이아이오와에도착한직후부터시간순으로흘러가는데,너른들판이펼쳐진아이오와하우스에다양한나라의작가들이IWP참가자격으로하나둘씩모이며이야기가시작된다.코토미,에바,오릿,야스히로,메리할머니,츠베타,라울등30여명의작가들은첫날부터하나같이개성강하고‘괴짜’같은존재감을뚜렷하게드러낸다.어느날에는전망이전혀없는‘벽뷰’방을배정받은작가들(일명‘전망없는작가들의모임’)이‘창문봉기(‘우리에게도전망이있는방을달라’)를일으키기도하고,벽으로둘러싸인중정한가운데에있는버려진종이컵을주제로단체채팅방에모든작가가글쓰기퍼레이드를벌이기도한다.
작가들은말도잘통하지않는타국에서언어적충돌을경험하면서도,아이오와의고요하고너른들판을정서적근간으로공유하며조금씩서로에게균형을맞춘다.들판은이들에게하나의언어에서다른언어로도망치는작은자유를누리는것을가능케했다.
시간이지날수록IWP작가들과의교류가점점두터워지고,시인은그중대만출신의일본작가코토미(탈출작가),홍콩작가에바(비탈출작가)와‘삼총사’를이루며다양한일상을경험한다.시인은‘탈출작가(모국을떠나타국에정착해제2언어로작품활동을하는이)’와‘비탈출작가(모국에서자신의언어로작품활동을하는이)’들사이에서자신의정체성에관해고민하기도하고,한국어를구사할때와영어를구사할때의차이를통해자신에게서이중자아를느끼기도한다.
또한아이오와대학수업을청강하면서문학적영감이가득한새로운형식의예술작품들을접하는데,그중톰필립스의《휴무먼트》와이르마블랭크의《하이퍼텍스트》라는책에서발상의전환점을얻기도한다.엑소포닉작가오릿의제안으로함께영어시쓰기작업을하는과정도흥미롭다.엽서에첫단어를쓰고상대방의방문아래로밀어넣으면그다음사람이단어를추가하는방식으로한편의시를완성하는것이다.타국어로시를쓴다는걸상상하지도못했던시인은“언어를낯설게느끼는만큼더좋은걸만들확률이높아진다”는조언을동료오릿에게듣는다.

“아이오와에서나는많은작가가자신의나라를떠나낯선언어로작품을쓴다는사실에적잖은충격을받았다.살던곳을떠난이유는제각각이었지만,언어의충돌은그자체로그들의핸디캡이면서동시에개성이었고글쓰기의중요한동력인듯했다.한편그것은하나의언어에서다른언어로도망치는작은자유이기도했다.”(4~5쪽)

“나는강해지지않아도괜찮다.
난변하지않기로한다”

있는그대로사랑받고,사랑할수있는웅크림에관해

아이오와IWP프로그램의절반이상이흘러간시점,작가들은모국어가아닌영어로의사소통을하며서로의말을완벽하게이해하지못할때도헤아림의지점을만들어내는경험을하게된다.하루는새벽5시에노엘이‘너몇시에뱀잡으러나가?나도같이갈래’라는문자를보내왔는데,알고봤더니SNS에시인이올린게시물글이‘저는매일뱀을잡으러들판으로나갑니다’라고잘못번역된것이었다.그뒤로시인과노엘은종종의식처럼서로를의지하며들판을걸었다.
시인은지금까지한국에서초경량의삶을살아왔다.조금손해를보더라도갈등을일으키지않고지는쪽을항상택해왔는데,그러한삶의태도가타인에게‘호구’처럼비춰질때가많았다.그래서미세하게살아가는방법외에사는법을잊어버리고살아왔다.하지만아이오와에서는똑같이움츠려있어도사람들은호의를알아차리고그에게보답을해주었다.

“한국에서의나는조금더강해져야한다고다짐한다.하지만이곳에서나는강해지는것외의다른선택지가있다는걸안다.어떤따뜻한곳에서는내가변할필요가없다는것을,호구처럼살아도된다는걸안다.아이오와에서도똑같이움츠려있지만,나의웅크림은보상받는다.사람들은호의를알아차리고보답한다.며칠전에타로를봤다.이번달에당신은너무많은사람들에게사랑받는다,동시다발의사랑이발생하여선택과집중을해야한다.카드는말했다.나는강해지지않아도괜찮다.나는변하지않기로한다.”(209쪽)

시인은지금까지일기를쓰는일이,“외로움을지키기위해자신의방에서글을쓰고자신을위한둥지를트는”것이었다.하지만아이오와에서쓴일기는다르다.시인의말에따르면이일기들은그곳에서의뭉근한경험들로인해자신도“행복해도된다는걸알아버린”것에대한반추다.시인이“아이오와에서의행복했던기억으로면회를가기위해”썼다는이책을통해독자들또한‘자신만의아이오와’를찾아떠나는경험을할수있을것이다.

“나는요즘일기를아주아주많이쓴다.내가깨달은건난행복해도된다는것이다.난행복해도슬픈시를쓸수있고,행복해도행복한시를쓸수있고,행복해도별로인시를쓸수있고,행복해도멋진시를쓸수있다.사랑이많으면나는더많은것을,그리고더좋은것을쓸수있다.행복할수록나의영혼은더세분화될수있음을,시인이지만나도행복해도된다는걸알아버린것이다.난사랑받아야하고,사랑해야한다.”(2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