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상점 - TURN 2

식물, 상점 - TURN 2

$15.00
Description
“죽……여주는 곳 맞죠, 여기?”
유해한 세계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그녀들의 고요한 선택
2020년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강민영 작가가 서스펜스 넘치는 신작 장편소설 《식물, 상점》으로 독자를 찾아왔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문장”(노태훈 평론가), “신인의 패기”(소영현 평론가), “정확한 문장으로 세계를 직조해낼 줄 아는 작가”(안보윤 소설가), “얼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종산 소설가)이 들게 하는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한 이래 꾸준한 자신만의 행보를 보여온 작가의 시선이 마침내 닿은 곳은 비밀이 가득한 어느 상점이다. 시대의 불안한 삶을 예민하게 드러내면서도 고립된 여성을 구해내는 작가의 서사는 여전하고 거기에 전에 없는 스케일이 진전을 이룬다.
특유의 차분하고 신비로운 감성으로 지역 내 핫플레이스가 된 '식물, 상점'. 구옥을 고친 자못 독특한 이 가게를 운영하는 여자 사장, 최유희. 상점과 주인 모두 섬세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상점이 문을 닫는 늦은 시간이면 유희는 호미와 삽을 들고 고요히 마당으로 향한다. 때로는 곱게 갈린 무언가를, 때로는 톱에 잘린 어떤 덩어리들을 흙 속에 묻는다.
몇 차례의 연애 실패 후 마음을 닫았던 유희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유희는 잠시나마 희망을 품어보지만 결국 남자가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식물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와 '쉬운 여자'라는 발언까지, 자꾸만 선을 넘는 남자를 향한 유희의 분노는 점차 끓어오른다. 그런데 '그날의 사건' 이후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평정을 되찾은 유희에게 사람들이 찾아온다. 저마다 어느 곳에서도 해결해주지 못한 문제들을 안고 여자들이 유희의 상점 문을 두드린다. 그들은 문을 열며 말한다. “죽……여주는 곳 맞죠, 여기?” 한편 형사 차도경은 '식물, 상점' 주변에서 남자들이 계속 실종되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고 유희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과연 유희와 그녀들의 비밀은 드러나게 될까?
《식물, 상점》은 여자들이 현실 세계에서 당면하는 사회적 사건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데이트폭력, 불법촬영 및 유포, 오픈채팅방 내 성희롱, 동물 학대와 스토킹 범죄, 로맨스 스캠, 가정폭력…….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욕망을 우선하며 상대방을 지배하려 하고 복종시키고자 한다. “그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굵은 선이 머리 위로 이어진 것처럼 공통점이 있었다.”
식물은 자신이 처한 문제를 조용히 머금다가 견디지 못할 때 표출한다. 또한 본인이 뻗어나갈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다. 사려 깊게 식물이 처한 문제점을 해결하듯 유희는 '식물, 상점'의 손님들에게도 차례대로 다가간다. 유희는 여자들의 강력한 아군으로 새로운 차원의 상상을 발휘한다. 대개 반성도 사과도 할 줄 모르는 파렴치한 가해자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처단한다.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다음에 올 여자들이 또다시 같은 형태의 고통에 처하지 않게 하기 위해 결국 시발점을 찾아 말끔하게 지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옭아매던 어릴 적 트라우마를 회복해간다.
여성을 향한 혐오를 정면으로 반격하며 통쾌함을 선사하는 《식물, 상점》은 특유의 분위기로 독자를 압도한다. 고통 속에서 홀로 맥없이 사그라드는 여성을 호명해 전에 없던 방식으로서의 연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강민영 작가의 새로운 세계를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들의 이름이 기억되고 여자들이 다치거나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모든 여자가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그 이름의 뜻을 곱씹으며 종국에는 완전히 행복하지 않더라도 이전보다 나은 삶을 얻기를” 바라는 작가의 말은 그래서 더욱 뜻깊다.

유희는 마당에 서서 자신이 밟고 있는 땅바닥을 한참 내려다봤다. 끊임없이 여자를 괴롭히던 남자들. 그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굵은 선이 머리 위로 이어진 것처럼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과 엮인 여자들에게서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결국 시발점을 찾아 말끔하게 지워야 했다. 유희는 그동안 '식물, 상점'을 거쳐 간 여자들을 떠올렸다._본문에서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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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민영

저자:강민영
2020년자음과모음경장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부디,얼지않게끔》《전력질주》,산문집《자전거를타면앞으로간다》를썼다.영화매거진의편집장을맡고있다.

목차


아보카도
벌레잡이제비꽃
케르베라오돌람
현호색
아가베
로즈메리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식물,상점』은여자들이현실세계에서당면하는사회적사건들을정면으로다룬다.데이트폭력,불법촬영및유포,오픈채팅방내성희롱,동물학대와스토킹범죄,로맨스스캠,가정폭력…….작품에등장하는남자들은하나같이자신의욕망을우선하며상대방을지배하려하고복종시키고자한다.“그들은마치보이지않는굵은선이머리위로이어진것처럼공통점이있었다.”

식물은자신이처한문제를조용히머금다가견디지못할때표출한다.또한본인이뻗어나갈방향을정확히알고있다.사려깊게식물이처한문제점을해결하듯유희는'식물,상점'의손님들에게도차례대로다가간다.유희는여자들의강력한아군으로새로운차원의상상을발휘한다.대개반성도사과도할줄모르는파렴치한가해자들을자신의방식으로처단한다.반복되는악순환의고리를끊기위해,다음에올여자들이또다시같은형태의고통에처하지않게하기위해결국시발점을찾아말끔하게지운다.그렇게함으로써자신을옭아매던어릴적트라우마를회복해간다.

여성을향한혐오를정면으로반격하며통쾌함을선사하는『식물,상점』은특유의분위기로독자를압도한다.고통속에서홀로맥없이사그라드는여성을호명해전에없던방식으로서의연대를드러낸다는점에서강민영작가의새로운세계를목도할수있을것이다.“여자들의이름이기억되고여자들이다치거나죽지않는세상을만들어보고싶었다.모든여자가자신의고유한이름을가지고,그이름의뜻을곱씹으며종국에는완전히행복하지않더라도이전보다나은삶을얻기를”바라는작가의말은그래서더욱뜻깊다.

유희는마당에서서자신이밟고있는땅바닥을한참내려다봤다.끊임없이여자를괴롭히던남자들.그들은마치보이지않는굵은선이머리위로이어진것처럼공통점이있었다.그들과엮인여자들에게서반복되는악순환의고리를끊으려면,결국시발점을찾아말끔하게지워야했다.유희는그동안'식물,상점'을거쳐간여자들을떠올렸다._본문에서

지금가장새로운이야기로의가뿐한귀환
한겨레출판턴(TURN)시리즈론칭

한겨레출판이흡인력있는전개와새로운문제의식으로무장한장르소설시리즈를리디와공동기획해론칭한다.다년간전자책플랫폼으로구축한장르친화적인노하우로작가발굴에힘써온리디와손잡고SF,스릴러,미스터리등다채로운소설을통해문학의경계를초월해무엇보다이야기본래의재미와가능성을꿈꾸며기획된시리즈라의미를더한다.

한계없는이야기의세계에서저마다의터닝포인트를마주하기를바라는턴시리즈는신인의패기로무장한작가부터지금가장주목받으며자신만의세계를확고히한이까지두터운작가군을확보했다.『트로피컬나이트』『칵테일,러브,좀비』등을통해특유의스타일로사랑받아온조예은작가의최신작『입속지느러미』가'턴'의포문을연뒤이후강민영,설재인,김달리,청예작가등의신작장편이순차적으로공개될예정이다.영상문법에익숙한젊은독자들을포섭하는데소극적이던기존문학의장을뛰어넘어첨예한상상력을담아낼이시리즈가침체된출판계에활력이되리라기대한다.

턴시리즈소개

지금가장새로운이야기로의가뿐한귀환,턴(TURN)은한겨레출판과리디가공동기획한장르소설시리즈입니다.SF,스릴러,미스터리등다채로운소설을통해이야기본래의재미와가능성을꿈꿉니다.이야기의불빛이켜지면새로운세계에도착합니다.한계없는턴의이야기는계속됩니다.

작가의말

“남성이너무이유없이죽는거아닌가요?”그질문을던진사람은남성이었고,그자리에앉아있는절대다수는여성이었다.그가던진말한마디로촉발된많은담론이소설과상관없이오갔다.얼마간설전이이어졌지만그내용은잘기억나지않는다.나는그질문을받고지금까지살아오면서읽었던모든주류의이야기속에서영문도모른채무수히죽고사라져간여성들을떠올리려애를썼다.하지만실패했다.당연한일이다.그들에겐이름이없었으니까.그냥그들이'죽는다'라는행위자체만이강조되어왔기때문이다.

그렇다면판을조금바꿔보고싶었다.여자들의이름이기억되고여자들이다치거나죽지않는세상을만들어보고싶었다.모든여자가자신의고유한이름을가지고,그이름의뜻을곱씹으며종국에는완전히행복하지않더라도이전보다나은삶을얻기를말이다.

왜냐하면(너무나당연하게도)소설밖현실은그렇지않기때문이다.수많은좌절과절망을넘어조금은나아진세상과사회가왔다면아마《식물,상점》은다른방향으로우회하는이야기가되었을지도모른다.하지만결국이소설은그런방식으로쓰이지않았다.그러니까다시말하자면꽤많은시간이흘렀음에도불구하고달라진건그리많지않다는말이다.

소설을작업하는동안또다시믿을수없는여러사건을접하고,그틈새에서사라지는여성들의이야기를보며매순간좌절했고공포를느꼈다.어쩌면그래서이이야기의주인공이자,모든사건의해결점을쥐고있는'유희'가그것을제거해주기를바랐을지도모른다.

나에게도유희와같은존재가필요했던순간이있었다.그와동시에유희처럼혼자모든걸감당하고해소하기위해노력하는사람이없었으면하는양가감정이들었다.혼자서모든것을견뎌야만하는사람은없다.누군가는반드시당신을그리고우리를도와줄테고,그런사람들에게기대어살아갈수있다면,단한명의손이라도아주굳건하게잡을수만있다면,앞으로감내해야할세상은조금은덜아프고덜힘들지않을까하는생각을자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