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변기의 역학 - TURN 3

그 변기의 역학 - TURN 3

$15.00
Description
2019년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수권의 책을 펴내며 한국문학의 활기찬 동력이 된 소설가 설재인이 괴이하고 의문투성이인 미스터리의 세계, 《그 변기의 역학》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그간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종말 그 자체”(천선란 소설가), “변신과 함께 우리 마음을 파고드는 핏빛 내시경”(김창규 소설가)이라는 평과 함께 장르문학계의 믿음직한 신성으로 우뚝 선 작가는 ‘봉수 파괴’라는 파격적 소재와 ‘크리처(creature)의 등장’이라는 기이한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쳐 보인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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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설재인

저자:설재인
소설집『내가만든여자들』『사뭇강펀치』,장편소설『세모양의마음』『붉은마스크』『너와막걸리를마신다면』『우리의질량』『강한견해』『내가너에게가면』『딜리트』『범람주의보』『캠프파이어』『소녀들은참지않아』『별빛창창』,산문집『어퍼컷좀날려도되겠습니까』등이있다.

목차


그변기의역학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수많은건물로둘러싸인서울도심한가운데몸하나누일작은방을전전하던소설가이자,국가가보증하는‘청년’의마지노선만39세의성아정은어느날청년임대주택사업에당첨된다.보증금6천만원에월세6만원,최장거주기간10년인투룸머니빌의입주조건은단두가지.첫째,등록된세대원이외에거주할수없다.둘째,연간시행되는자체평가에의거해불량입주자로등록된이는즉시퇴거한다.아정은벼락같이찾아온행운이행여나도망갈까서둘러입주를마치고가족과사회로부터내몰린줄만알았던삶을돌보기시작한다.그렇게만족스러운나날을보내던중아정은듣게된다.아무도없는새벽우르릉소리를내며내려가는변기물소리를.변기가저절로마르는‘봉수파괴현상’과마른변기에서풍기는극심한냄새에큰스트레스를받던소심한이웃아정은대뜸솟아오른봉수로자신의오물을뒤집어쓴날사건의원흉인윗집으로돌진하고,윗집의현관을열고나오는아주작은,사람의모습이아닌형체를발견한다.그리고그형체와같이사는수상한남자.수리업체말로는윗집에서버려선안될걸버려배관이막혔다고하는데……대체,윗집남자는새벽마다뭘버려대는걸까?그형체의정체는뭘까?

속이울렁일정도로빠른속도감을자랑하는《그변기의역학》은한번펼치면다음장을넘기지않을수없다.그중심엔이아스트랄한이야기에빠져들게되는이유,해괴한사건과대비되는리얼리즘이자리한다.“종이류를내놓으면두어시간안에싹쓸이해가는사람들.그리하여분리배출의귀찮음을덜어주는사람들”(52쪽)이라거나,“이웃은간헐적인층간소음과거실에있을때들리는현관문밖의소리와온갖종류의재활용쓰레기그리고우편함의우편물이나현관문앞으로배달된택배상자의형태로만존재했다”(37쪽)“남들점심시간에먹는점심의맛”“서른다섯을넘기니세상에서그사람들이가장부러워지더라”(141쪽)식의사실적묘사는소설속일들을바로우리지척으로바짝끌어당긴다.

리얼리즘과참신하게어우러지는판타지요소들도《그변기의역학》만의매력이다.‘현대판고려장’기업‘실버스파클’의등장은‘부모보다못살게된첫세대’라불리는오늘날청년들의역린을과감히드러내고,결국화장실에서괴수의비웃음을사며죽을뻔한아정의사연은가족이나이웃과의연대보다개인적공간의침범을경계하고나의안온만이우선되는사회에원초적충격을가한다.실제로작가는이소설이자신의경험(청년주택당첨과봉수파괴)을바탕으로쓰였다고밝히며,어떤“운의현실화를내‘능력’으로내면화”하지말것을당부한다.우리세대에게능력밖의일은너무나많고,그것으로자신의삶을평가하거나운에잡혀살지는말라고.조금은투박하지만진심어린동료애속에서그는‘설재인이이런거쓰는사람이었어?’라는의외의작품을더쓰고싶다고말한다.무시무시한속도감,흥미진진한이야기,파격적인소재와괴상한인물들이털털하고친근한위로를건네는설재인세계를깊이체험해보길바란다.

변기를채우고있어야할물이모두사라지고없었다.아정은레버를아래로밀었다.우르릉소리와함께물이내려가고,다시차올랐다.변기중간에서놀리듯넘실대는맑은수면을바라보며아정은의아해했다.꿈을꾼걸까.내가들은소리는무엇이었을까.그러나침실로돌아와이불을덮고누운지몇분이지나지않아다시그소리가들렸다.아무도없는아정의화장실에서,우렁차게변기물이내려가는소리가.아정은벌떡일어섰다.아무도없던화장실의변기는아까처럼말라있었다.그리고구멍을통해스멀스멀올라오는역겨운하수구냄새를아정은곧바로맡아냈다._본문에서

지금가장새로운이야기로의가뿐한귀환
한겨레출판턴(TURN)시리즈론칭

한겨레출판이흡인력있는전개와새로운문제의식으로무장한장르소설시리즈를리디와공동기획해론칭한다.다년간전자책플랫폼으로구축한장르친화적인노하우로작가발굴에힘써온리디와손잡고SF,스릴러,미스터리등다채로운소설을통해문학의경계를초월해무엇보다이야기본래의재미와가능성을꿈꾸며기획된시리즈라의미를더한다.

한계없는이야기의세계에서저마다의터닝포인트를마주하기를바라는턴시리즈는신인의패기로무장한작가부터지금가장주목받으며자신만의세계를확고히한이까지두터운작가군을확보했다.《트로피컬나이트》《칵테일,러브,좀비》등을통해특유의스타일로사랑받아온조예은작가의최신작《입속지느러미》가‘턴’의포문을연뒤이후강민영,설재인,김달리,청예작가등의신작장편이순차적으로공개될예정이다.영상문법에익숙한젊은독자들을포섭하는데소극적이던기존문학의장을뛰어넘어첨예한상상력을담아낼이시리즈가침체된출판계에활력이되리라기대한다.

작가의말

나는지금LH에서공급하는전세형청년매입임대주택에거주하고있으며이사업의당첨경쟁률은,접수번호로미루어보건대아마도몇천대일이었다.서울안에서는도저히불가능한액수의보증금만을내고살고있는것도,그전에반지하를알아보던것도,예비자였던내게순번이돌아왔다는당첨전화를아주추운겨울날에받은것도모두실제있었던일이다.하여이소설의초반부는‘아정’이라는이름을‘재인’으로바꾸어도아무런문제가없을정도로자전적이다.그러니까,어디까지냐하면봉수파괴가일어나는순간까지가그러하다(아마이소설을읽은많은분이그부분에서‘봉수파괴’가실재하는현상인지궁금해인터넷검색을해보았을거라생각한다.그렇다.귀신들린화장실마냥변기의물이저절로내려가는현상에실제로고통받는이들이있다!).

마치평행우주처럼아정과재인의삶이갈라지는부분이거기부터다.솔직하고정확하게고백하자면아정과달리나는LH하자센터(소설에서말하는그대로관리실의역할을하는곳이다)에전화조차하지못했으니까.2,3주동안봉수파괴로이루말할수없는스트레스를받았고업체나공사없이해결할방법을하루몇시간씩검색하다뜨거워진핸드폰을집어던지며(물론소중한핸드폰이고장나서는안되므로매트리스에던졌다)울기도했고내변기의문제가아닌데도온갖종류의뚫어뻥을사서들이밀었다.

그럼에도나는전화하지않았다.이런말을하면사람들은다들입을쩍벌리고서“왜?”를묻는다.그러게,나는왜못했을까.소설에묘사된것과달리LH의직원들은아주친절하고,나는사소한문제에대해서는오히려하자센터에쉽게연락한바가있었다.그런데왜봉수파괴에대해서는할수가없었을까.그이유를찾는것에서아마도소설은시작된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