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16.80
Description
“내 피부는 파랗고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어느 쪽이 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차별과 멸시 속에서 마주한 세계의 비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자란다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장강명의 《표백》, 강화길의 《다른 사람》, 박서련의 《체공녀 강주룡》, 김희재의 《탱크》 등 1996년 제정되어 오랜 시간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한겨레문학상이 스물아홉 번째 수상작 《멜라닌》을 출간한다.
총 240편의 응모작 중에서 《멜라닌》은 유일하게 심사위원 전원의 지지를 받으며 최종심에 올랐다. 7인의 심사위원은 신중한 토론 끝에 “이민사의 굉장한 디테일” “매력적인 문장과 세련된 결말” “주인공 소년이 지닌 정감과 매력” 등을 이유로 《멜라닌》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수상자 하승민 작가는 IT와 금융업에 종사하다 2020년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매일 8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3000자 쓰기를 과업으로 삼으며 치밀한 자료 조사와 취재를 병행한 끝에 한겨레문학상을 거머쥐었다.
《멜라닌》은 파란 피부로 태어난 한국 베트남 혼혈 소년이 미국 이민을 통해 디아스포라적 상황을 겪는 성장소설이다. 피부색과 인종으로 인해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급으로 취급되는 존재가 학교 친구와 선생님, 이웃들에게 일상적으로 차별과 멸시를 받는 과정이 9·11테러, 총기 난사 사건, 한국 대통령 탄핵 등의 역사적 사건들과 촘촘하게 맞물리며 펼쳐진다. 자신을 아끼고 보호해주던 이들이 죽거나 멀리 떠나는 상실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소년의 분투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김금희 소설가는 《멜라닌》의 매력으로 “한 소년의 이야기를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서 치밀하게 세공하다가도 불현듯 꿈처럼 환상적이고 애틋해지는 장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는 점을 꼽았다. 서영인 문학평론가는 《멜라닌》이 “명백한 불행 속에서 생겨난 새로운 인류를 기반으로 그들과 함께해야 할 공동체를 상상하게 한다”라고 평했으며 편혜영 소설가는 “《멜라닌》을 통해 한국 소설은 차별과 혐오를 가리키는 인상적인 또 하나의 고유명사를 갖게 되었다”라고 상찬했다.

나는 호수 가장 깊은 곳에 몸을 담그고 헤엄을 친다. 얼마나 오래 숨을 참을 수 있는지 시간을 재고 얼마나 깊이 잠수할 수 있는지 시험한다. 참았던 숨을 파, 하고 내지르면 검은 하늘에 별은 점점이 박혀 있고 하얀 구름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클로이가 종이봉투에 담아 온 술을 한 모금, 셀마는 우리 사진을 찍으며 깔깔거린다. 사진 속 피부색을 무지개 색으로 바꿔본다.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의 피부색을 파란색으로 바꿔본다. 한 번 더 크게 깔깔거린다. _279쪽
수상내역
2024년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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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승민

저자:하승민
부산에서태어나서울에살고있다.IT와금융업에종사하다불면증을해결하기위해글을쓰기시작했다.소설을쓰는건지금껏거쳐온많은취미중에건져올린,유일하게쓸만한직업이다.코미디언과격투기선수가되겠다는꿈은일찌감치접길잘했다고생각한다.아무리하고싶어도재능이없는건어쩔수없다.음악만큼은놓지못해간헐적으로밴드에서곡을쓰고노래를부른다.최근드라마「악귀」의OST에도참여하였다.
2020년첫장편소설『콘크리트』를출간하였으며,이어『나의왼쪽너의오른쪽』을출간하며호평을받고영상화계약되었다.단편소설「우주를가로질러」로제11회심산문학상최우수상,단편소설「사람의얼굴」로뉴러브공모전당선등의수상경력이있으며,경장편소설『당신의신은얼마』가있다.

목차


멜라닌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이피부색은나를계급의가장낮은단계로내려보낸다”
첨예한문제의식,개성넘치는인물,현실과환상이직조된서사……
불평등의역사로핍진하게그려낸이방인의성장담

《멜라닌》의주인공소년재일은어린시절부터파란피부탓에가부장적인아버지의은근한냉대와이웃들의노골적인멸시속에서자라났다.학교에서는이름대신“아바타,스머프,도라에몽”“똥남아튀기”같은별명으로불리며늘혐오와기피의대상이되었다.그런재일에게대차고강직한성격의어머니는유일하게마음을기댈수있는존재였다.새빌라로이사를가던날윗집부부가“파란피부가어쩌네,집값이어쩌네”하며쑥덕거리자어머니는바로계단을뛰어올라문을두드린다.삿대질을하고고함을지르며맞서싸우길주저하지않는다.그랬던어머니가미국이민을준비하는과정에서베트남으로떠난뒤돌아오지않자재일은크게상심한다.난생처음사랑하는이를잃어버린경험에서소년은어찌할바를몰라눈물조차흘리지못한다.

한국은어느덧과거였다.내가소유한유일한세계는조지아의좁고지저분한아파트속작은방하나였다.곰팡내를풍기는벽지와기계소리,낯선언어사이에서나는뭍으로올라온해파리처럼수축하고있었다._56쪽

그렇지만외롭고험난한미국생활에도재일을돕는이들은나타난다.이렇다할능력도없이불평불만만늘어놓는아버지에게선뜻일자리를마련해주는강우삼촌과셰인빌고등학교에서만난클로이,셀마가든든한조력자이자친구가되어준다.강우삼촌은세탁소겸세차장을운영하며재일을친아들처럼보살핀다.재일에게‘제이’라는영어이름을지어주고미국문화와생활방식에대한조언도아끼지않는다.클로이는백인부모사이에서태어난파란피부로,학생들이재일에게거리를두는상황에서도기꺼이말을걸어온다.셀마는수업시간에‘칭챙총’같은인종차별발언을하는교사에게직언을서슴지않으며재일을돕는다.이후로도클로이와셀마는공격적인혐오나괴롭힘으로부터재일을보호한다.셋은청소년기의아이들이그러하듯학교생활,진로,음악,영화,연애등에대한이야기를나누며빠른속도로가까워진다.하지만재일에게평온한시간은그리오래지속되지않는다.

나는미국에와서처음으로안전하고포근한시간을보내는중이었다.나와같은파란피부,내가좋아하는셀마사이에앉아소속감을만끽했다.우리는저녁이될때까지함께있다가헤어지곤했다.들뜬마음은집으로들어서는순간착가라앉았다.겨울을앞둔어느저녁,어두운거실이나를기다리고있었다._121쪽

얼마후클로이는미네소타로이사를간다.셋은예전처럼많은대화를나누지는못하지만꾸준히소통한다.낯선곳에서적응하는동안클로이는자신의블로그에많은글을쓴다.그중에는파란피부로서자신의느낀차별적시선,재일이경험했던모욕에대한폭로도있다.그내용이일파만파퍼지며클로이는유명세를얻는다.“변혁을꿈꾸는십대의아이콘”으로불리며언론의조명을받게된다.그러던어느날이에반발심을느낀범죄자에게끔찍한일을당한다.

파란피부,살해,용의자,체포,카니발리즘.기사를아래로내리자웃고있는클로이의사진이나왔다.클로이의블로그를열었다.새로운댓글이잔뜩달려있었다.추모와애도사이에간헐적인조롱이섞여있었다.까불더니꼴좋다.언젠가이렇게될줄알았지.맛있으려나?어떤댓글은초밥이모티콘으로도배가돼있었다._195쪽

재일은클로이가당한일에서쉬이헤어나지못한다.같은파란피부로서평생이고통을떨쳐버릴수없으리라생각한다.그러던중강우삼촌도불의의사건을겪는다.갱의총격을받아치료를받던중목숨을잃는다.셀마는숲에난화재에휘말려의식불명상태에이른다.그러자재일은주변에서일어난모든불행을제탓으로여긴다.그동안자신이감내해야했던경멸과야유를떠올리며삶에대한비관에빠져드는것이다.과연재일은이러한역경들을어떻게극복할수있을까.사랑과인간으로서의존엄을회복할수있을까.

나와가까웠던사람들은모두죽거나다치거나나를떠났다.어떻게그모든일이셰인빌에서,하필이면내게,융단폭격처럼쏟아진건지모르겠다.어쩌면사람들의말이사실일지도모른다.이피부색은인간이아닌짐승의것인지도.나는음흉하고어두운천성을타고났을지도.이것은내가가지고태어난저주인지도._277~278쪽

“나는시스템과싸워야했다”
공동체의미래를비판적으로응시하며
불행을딛고나아가는새로운인류의탄생

《멜라닌》은세상에서가장희소한외형을지닌소년이잔혹한현실에도불구하고선의를잃지않으며사랑을향해나아가는소설이다.폭력적이고혹독한“이모든시간을겪어낸제이가마침내는어른이되기때문이다.”(박서련소설가)이과정에서재일은쉬이도식화할수없는고유한매력과생명력을보여준다.일방적인구타와조소에움츠러들기만하던시기를지나증오가제영혼을파괴하지못하도록나서서행동하기에이른다.

나는더이상백인을우러르지도,흑인을두려워하지도않았다.누군가를선망하지도경멸하지도않았다.인간을무채색으로만들고나면가진것을잃을까두려워하는사람들,일터와인간관계에지친사람들,애국심과규율로무장한벙커에숨어떨고있는사람들이보였다.우리는피해자인동시에가해자였다.우리는어둠속에서서로를공격하고있었다._291쪽

문화다양성과인류공영이표방되고있으나정작현실의세계는차별과혐오가만연해지는추세이다.이러한와중에파란피부를지닌인간의등장은우리에게소수자성에대한첨예한질문을던져놓는다.기후재난과국가간전쟁으로인해디아스포라가점점늘어나는오늘날,《멜라닌》은더이상외면할수없는이민자와그로인한계급문제를지극히현실적인에피소드와환상적인존재를경유해지적한다.인종주의는인류스스로만들어낸제약이자불행임을깨닫는재일의모습을통해서순진한낭만없이,그럴듯한낙관없이앞으로우리가함께써나가야할공동체의미래를비판적인시선으로응시한다.이러한분투는,인간에대한믿음과사랑을결코포기하지않으려는안간힘은《멜라닌》이후하승민작가가펼쳐나갈작품세계를더욱기대하도록만든다.

탄생부터이주민이자이방인으로규정지어진주인공이우리를향해다가오고있다.첫울음의순간부터우리와함께성장하기위해._김숨소설가,‘추천의말’에서

작가의말

베트남에도착한재일은곧다른세계를여행할것이다.클로이가자신의작은방에앉아목소리를전하고자했던그세계로.삼촌이탐험하라고했던,미국의스무배나된다는그세계로.셀마의응원에힘입어재일은떠날것이다.다른블루멜라닌을찾아나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