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끝》은한부인의장례식장면에서시작한다.몇몇등장인물이스쳐지나가듯묘사되고곧이조용한마을에서일어난과거와현재의사건들이,죽은사람과살아있는사람들의사연이뒤엉키기시작한다.작은시골마을라스모이사람들은"이곳에서는아무일도일어나지않는다"라고말하지만,사실누군가의인생을바꿀정도의일들이조용히이미그들의일상속에서일어나고있었다.
윌리엄트레버는수백편의단편과18편의장편을발표했고,아흔을앞둔지금까지꾸준히작품활동을이어오고있다.세번의휫브레드상을받고,다섯번의부커상후보와노벨상후보에매해오르며단편의대가로서명성못지않게훌륭한장편을쓰는작가로알려져있다.트레버는자신의전작을통해무수한사랑과좌절,희망과낙심,관조와수용을그려왔다.그의소설속인물들은아일랜드의정치적혼란에휩쓸린망명자이건,젊은시절사랑의고통으로평생을혼자살게된중년의여인이건모두본질적으로선량하고여린사람들이며,서로에대한연민과이해로써나름의평온을찾아간다.
《여름의끝》역시남편이있는여자의사랑은작가의손에서순수하고숭고한사랑의이야기로변화하며,이들을둘러싼마을사람들의감춰진사연역시공감의시선으로섬세하게묘사된다.닭모이를주거나돌사과밭을거닐거나찻물을끓이거나목초지울타리말뚝을박는것같은일상의묘사에서,반짝이는여름풍경의묘사속에서인물들은선명하고입체적으로일어서며이들의기쁨과슬픔은온전히독자들에게전해진다.
일본에서이책이출간되었을때작가에쿠니가오리는이러한세부묘사에대하여"난생처음느낀사랑의신선한묘사는압도적이어서읽고있는책의페이지가눈부실정도"라고언급했다.이밖에도힐러리맨틀,줌파라히리,이윤리와같은현대영문학을이끄는최고의작가들이가장사랑하는작가이자영향을받은작가로윌리엄트레버를손꼽으며존경을보내고있다.작가의원숙한필력을통해지난여름의향기가여전히그윽한여운을남기는《여름의끝》(원제LoveandSummer)을소개한다.
줄거리
1950년대아일랜드의작은마을라스모이,코널티부인의장례식에서엘리는옆마을에서온청년플로리언을처음만난다.엘리는그를사랑하게된다.난생처음느낀첫사랑이다.하지만그녀에게는남편이있다.근면하고자상한남편은끔찍한실수로전처와아이를죽게하고고통속에살아온사람이다.그러던중누이들의소개를통해고아로수녀원에서자란엘리를가정부로맞게되고,그로부터몇년후두사람은자연스럽게부부가되었다.엘리는자신과결혼한것을‘행운’이라고말하는남편과그녀스스로도어찌할수없는첫사랑사이에서흔들린다.과거의어떤사건으로인해평생을미혼으로살아온코널티양과,온전하지않은정신으로마을을떠도는노인오펀렌은뜻밖의형태로엘리의사랑에,그녀의마지막선택에영향을미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