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 도시로 숨 쉬던 모던걸이 스위트 홈으로 돌아가기까지

$20.00
Description
대중 여성잡지의 시원, 《신여성》 발간 100년
그때와 지금은 얼마나 다른가

한순간 경성 거리를 점령했다 사라진 ‘그 언니’들의 투쟁기
“지금부터 100여 년 전 일군의 여성이 거리에 등장한다. 수백 년 동안 집 안의 존재로서 목소리조차 울타리 밖으로 넘지 말아야 했던 여성들이 밖에, 거리에 등장하자 하나의 사건이 된다.”(7쪽) 단발과 뾰족구두, 교육받은 여학생과 신 직업부인. 근대 경성의 거리에 불현듯 등장해 기득 남성 세력을 아연 긴장시켰던 ‘신여성’에 대해 우리가 그리는 초상화다. 하지만 이것은 이 미스테리한 집단의 모든 면을 충실히 설명하고 있을까? 지금껏 신여성에 관한 논의는 나혜석, 윤심덕 등 소수 엘리트 신여성에 한하거나 혹은 그녀들의 개성적인 외양을 평가하는 데 그쳤다. 이 책의 초판 《신여성: 매체로 보는 근대 여성 풍속사》는 대중 여성잡지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여성》 속 글과 사진을 분석하여, 위 같은 당대 담론의 한계를 넘어 ‘신여성’ 집단을 다층적으로 복원하고자 시도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그때 그 많던 신여성은 어디로 갔을까?” 왜 우리는 그들의 이후 행보에 관해 궁금해하지 않을까? 잡지 《신여성》의 발간 100주년을 맞아, 개정판을 펴낸 이유도 이 새로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함이다.
초판 출간 후 20년이 흐르는 동안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 담론은 부지런히 변화하였고, 또 가려져 있던 여성의 역사 또한 다채롭게 드러났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춰 낡은 논의들은 과감히 삭제하고, 현재 시점에 맞는 질문을 새로이 던지고 걸맞은 사진과 글을 덧붙였다. 그 결과 놀랍게도 100년 전 ‘그 언니’들의 투쟁기가 현재 여성들의 싸움과도 똑 닮아 있음이 선명히 드러났다. “그때와 지금은 얼마나 다른가”라는 질문 아래 일군의 여성들이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기득 세력에 의해 강력한 ‘백래시’의 피해자가 되며, 다시 가정과 기존의 직분으로 회귀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세심히 발굴하여 펼쳐 보이는 데 집중했다.
결국 신여성은 화려한 도시의 모던걸, 거리의 침입자에서 ‘스위트 홈’의 파수꾼, 똑똑한 어머니, 능력 있는 워킹맘이 된다. 왜 그녀들은 이처럼 ‘막힌 출구’를 향해 나아갔을까? 9인의 저자는 그들의 행보를 보고 배움으로써 지금의 우리가 ‘진짜 출구’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음을 말한다. 이 책은 정희진의 추천사처럼 “여성의 역사뿐 아니라 남성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지만, “100여 년 전 우리 사회의 일상사, 정치경제, 문화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와 재미를 담보한다.

“사회의 이중적 잣대, 강력한 여성혐오, 노동 기회의 원천 봉쇄 등으로 신여성은 ‘밖’에 자리하지 못하고 점차 도시의 거리에서 사라져갔다. 그 많던 신여성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신여성》 읽기는 당대와 지금 여기의 현실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구성하고 발전시키는 일이자, 100년 전 신여성을 통해 현재의 현실과 대결하는 일이다.”_머리말에서

저자

김명임외8인

저자:김명임
인하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박사학위를받았다.현대소설전공자로서문학과잡지매체등에관심을가지고연구했으며글쓰기교재를편찬하기도했다.지금은인하대프런티어대학에서강의를한다.

저자:김민숙
시인을꿈꾸는느린문학연구자.건국대학교에서현대시를전공했다.이후1920-30년대한국시의장소성을연구해왔으며,건국대학교강사를거쳐현재배화여자대학교학술연구원으로,한국여성시의트라우마와장소성을공부한다.

저자:김연숙
경희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경희대학교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인문교양강의를한다.저서로《그녀들의이야기,신여성》《나,참쓸모있는인간》《박경리의말》등이있다.

저자:문경연
경희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동국대학교다르마칼리지에재직하며인문교양과문화예술강의를맡고있다.저서로《취미가무엇입니까?》《한국근대극장예술과취미담론》,역서로《연기된근대》《포스트콜로니얼드라마》등이있다.

저자:박지영
현대시를전공했으며,현재성균관대동아시아학술원연구원으로한국근대문학/문화와매체,번역,검열이란키워드에관심을두고공부한다.주요저서로《번역의시대,번역의문화정치》《‘불온’을넘어,‘반시론’의반어》《젠더와번역》(공저)등이있다.

저자:손유경
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한국현대소설과비평을가르친다.저서로《고통과동정》《프로문학의감성구조》《슬픈사회주의자》《삼투하는문장들》이있다.

저자:이희경
‘인문학공동체문탁네트워크’에서공부한다.최근에는친구들과‘나이듦연구소’를꾸려나이듦,돌봄,죽음,애도등에대해탐구한다.또한포스트휴먼시대,우리집늙은엄마,가난한비혼여성후배,앞산의도롱뇽,불청객러브버그,이웃집아스퍼거꼬마와서로돌보며함께사는삶의방식을고민한다.

저자:전미경
동국대학교가정교육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동국대학교가정교육과에서가족학을가르친다.저서로《근대계몽기가족론과국민생산프로젝트》,역서로《근대가족,길모퉁이를돌아서다》등이있다.

저자:허보윤
서울대학교미술대학공예과와동대학원을마치고,영국미들섹스대학과포츠머스대학에서석·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서울대학교미술대학에서현대공예론을연구하며가르친다.저서로《권순형과한국현대도예》,역서로《욕망의사물,디자인의사회사》《일본근대와민예론》《공예란무엇인가》등이있다.

목차

머리말《신여성》과신여성―100년전그언니들에게말걸기

1장.모던걸이온다
새로운신분의등장
모던하게보이기
도회문명을향유하다
모던걸과‘못된걸’

2장.신여성수난사
근대의새로운스타
색상자,소문을쫓아라
관음하는미행자은파리
신여성에관한우스개
사전과어록,정당화된상징폭력
참을수없는존재의불온함
덧붙이는글1:《신여성》의어록,십계명

3장.문제적기호,‘여학생’
‘여학생’의탄생
여성교육속‘맨스플레인’
소녀를보호하라
규율과감시,단속되는몸
상상된학교,핍진한현실
‘데마’를뚫고나아가라
덧붙이는글2:1920년대실제여학생수는얼마나되었을까?
덧붙이는글3:왜여학생중에는영어이름이많을까?

4장.대중문화의첨병이되다
대중문화와조우하다
여성팬,그녀들이위험하다
열망과절망사이에서대중문화즐기기
덧붙이는글4:1927년어느봄날,영화관을찾은‘극다광구보씨의일일’

5장.은밀한,그리고폭로된성(性)
연애가유행인시대
성욕을인정하라
제2부인,경계에서출현하다

6장.과학,또다시어머니를만들다
지금은과학의시대
여성과모성의새로운결속
신여성의과학적인어머니노릇
막힌출구,어머니
덧붙이는글5:봉근이는어미의손으로죽였습니다

7장.슈퍼우먼의탄생
어쨌든직업을가져야한다
직업부인의공공성문제
다시,집으로…
날아라,슈퍼우먼

부록.《신여성》을펼치다
《신여성》의구성
《신여성》의인쇄와유통

출판사 서평

100년전경성거리를진동케한
불온하고새로운신분,‘신여성’의등장

여름이다가오면흰구두와양산을사고,주말이되면해수욕과벚꽃놀이를즐긴다.머리는구부리거나짧게자르고가끔은테니스와골프도친다.좋아하는배우의브로마이드를사모으거나자유로운데이트를즐긴다.놀랍게도이는지금이아닌,당대신여성의일과를묘사한것이다.X세대,MZ세대등유구한역사를가진현재의세대론처럼,‘신’세력들은남들과다르게차려입고,다르게소비하고,다르게향유함으로써‘구’세력과자기자신들을구분하며등장한다.이책은신여성이어떠한전략을통해근대조선의공적영역에침입했으며,새로운존재양식을통해자리를보전하고자했는지당대의잡지,신문,사진자료등을통해충실히살펴본다.

1장‘모던걸의등장’에서는새로운외양을장착하고도시문화를향유함으로써수면으로드러나기시작한신여성의존재감을감지한다.시스루,단발등서양에서수입한옷차림과머리모양을하고‘데-파트(백화점)’를쏘다니는신여성의‘모던하게보이기’전략은단숨에그들을근대의스타로만들었다.이장은지금껏우리가알고있던신여성의상징적인외양부터,신여성이즐겨먹던호떡,군고구마등의군것질거리,근교나들이와스포츠취미등잘알려지지않았던생활양식까지상세히담고있다.4장‘대중문화의첨병이되다’에서는유행가,영화등당대폭발적으로유입되었던대중문화에대해어떤집단보다먼저수용자와생산자가되기를자임하면서,자기들만의문화를쌓아나가던신여성의적극성을보여준다.5장‘은밀한,그리고폭로된성’에서는변화하는시대의요구에맞춰자유로운연애와성에대한욕망을적극적으로드러냈던신여성의행보가눈에띈다.당대뜨거운논란거리였던신여성의‘동성애’문제부터불륜을일삼는‘제2부인’문제까지그들의도발적인욕망이드러난다.화려하게꽃피웠던당대신여성들의문화양식을생생한자료를통해지켜보는것만으로도대단히흥미롭다.

다만중요한것은이러한신여성의일상과문화를묘사하는잡지《신여성》의태도다.《신여성》은‘신여성’이라는이름을내걸고있지만,사실신여성주체의매체였다기보다그녀들을대상으로하는남성필자들의매체였다.따라서《신여성》에는그녀들의불온한행보를비난,조롱하고억압하려는시도들이가득하다.그들은신여성을‘사치와허영’을일삼는‘못된걸’이자‘정신적미성숙자’라고치부하지만,신여성들은이에아랑곳하지않고오히려그불온한존재감을통해자기들의아이덴티티를세워나간다.그아슬아슬한힘의줄다리기를살펴보는것역시이책이주는재미다.

조선판‘백래시’와‘맨스플레인’
참을수없는존재의불온함을견뎌내는법

‘백래시(backlash)’는진보적인사회,정치적변화에대한기득권의반격을뜻한다.이책의초판을출간할당시만해도한국사회에서생소한단어였지만,페미니즘담론이부지런히발전한오늘에는대단히익숙한용어가되었다.20년뒤다시읽은《신여성》에는조선판‘백래시’라고할수있는강압적인남성세력의반발이선명히드러나있었다.그렇다면‘신여성’은누구였을까?신여성은‘여학생’‘모던걸’‘현모양처’‘직업부인’과어떻게달랐을까?신여성들이자기스스로를정의하기에앞서,《신여성》의남성필자들은그녀들의불온한존재감을편리한방식으로소화하고자했다.신여성의외양과행동을무차별적으로비난,조롱하고그녀들의의견에반발하며그의도를왜곡하는방식으로말이다.이지점에서바로조선판‘백래시’가작동했는데,이는특히책의2장과3장에구체적으로드러나있다.

2장‘신여성수난사’는‘근대의스타’신여성이겪었던각종스캔들과소문,가학적폭력을묘사하고있다.이는마치요즘여성연예인들이겪는고초와도비슷해서익숙하며놀랍다.신여성들의‘실체’를밝혀내겠다는정의를내세우지만그저미행자,관음자의위치를즐기던‘은파리’와,‘아님말고’를기치로신여성에관한소문을양산하던‘색상자’는현대의연예뉴스와도똑닮아있다.신여성의행동을과장되게묘사하고,그들의언어를우스꽝스럽게표현하던다양한코너가있었는데,이는결국새로운세력을향한공포감을달래려는남성들의전략이었을것이다.《신여성》은그러한맥락에서최전선의전초기지였다.그녀들이겪었던온갖고초를지금여성들의분투와비교해보는것도흥미로울것이다.3장‘문제적기호,여학생’에는조선판‘맨스플레인’이등장한다.맨스플레인(mansplain)은어떠한사안에대해여성들이잘모를것임을전제하고,남성들이무턱대고아는척설명하거나가르치려고하는태도를나타낸단어다.3장에서는새롭게공적영역에나타난여성을대상으로염려하고걱정하는체하며,또는꾸짖고계도하겠다는목적을내세우며남성세력이취했던여러전략이구체적으로드러난다.특히‘여학생’을순진무구하고우리사회가지켜야할취약한존재로상정하고행한억압들은놀라울정도다.

결국근대조선의남성들은위에서드러난것처럼각종전략을통해신여성들을거리로부터내쫓고가정이라는익숙한공간으로혹은경제전선이라는새로운과로의현장으로내몰고자했다.이에저항하는신여성의분투와쉽지않은싸움을지켜보면서우리는지금우리의싸움이어떤모양으로나아가야하는지고민하게된다.

‘신여성’이라는매혹적인오아시스를지나
‘스위트홈’이라는고립된섬으로...
과학의발전과경제적자유는신여성을어떻게억압했는가

이책의추천사를쓴여성학자정희진은자신의저서《다시,페미니즘의도전》에서여성의공적영역진입과사회진출이또다른방식으로여성의‘과로’를조장하며더욱복잡한방식으로여성을억압하고있다고말한다.실제로당대조선에수입된서양사상들,예를들면‘과학’이라는이성적이고논리적인도구와‘여성의사회진출’이라는진보는신여성을답답한조선사회로부터해방시켜줄것같았지만,막상《신여성》을살펴보면어떻게이것들이다시신여성을기존의직분으로회귀시켰는지가자세히드러난다.

6장‘과학,또다시어머니를만들다’에서는머리틀고구두신는신여성이어떻게다시‘오르간타는어머니’가되었는지,그과정에서‘과학’이어떻게작동했는지를상세히증명한다.가사노동의과학화,가정의탈주술화는20세기초전세계적으로유행한현상이었고조선역시예외가아니었다.여성들은‘신’세력이되기위해과학적지식과태도를무장할수밖에없었다.하지만이는모성과여성의결속을새로운스타일로꾸며낼뿐이었다.이제가정내의여러문제,예를들면아이가아프거나또래에뒤처지거나,출산과임신중겪는여러어려움이여성의과학적‘무지’에서비롯된다는문제의식이공유되었다.따라서여성은‘신’의위치를지키기위해역설적으로더욱더가정에충실히복무하게된다.

7장‘슈퍼우먼의탄생’에서는여성이직업전선에진출하며겪게된여러어려움이드러난다.이제는여성이단순히‘밖’으로나가는것이여성해방을의미하지않음을모두가알고있다.‘유리천장’,‘워킹맘’,‘경력단절’등의용어가이를뒷받침하지만당대의여성들은경제적인자유가곧여성을해방시켜주리라믿고있었다.하지만《신여성》속여러자료는경제활동을하는,혹은하지않는여성에대한이중삼중의억압을보여주고있다.경제활동을하지않는여성은타인에대한의뢰심으로남성의‘창기’가다름없다고말하고,경제활동을하는여성은가정에소홀하거나,여성성을잃어버렸거나,혹은‘성’을팔며돈을번다고치부한다.심지어경제활동을하며가정까지챙기는여성에게는남성의‘기를죽인다’는논평을덧붙였으니당대직업여성들의고초가어땠을지짐작할수있다.

존재의자유와해방을위해투쟁했던당대신여성들의고군분투가왜인지너무익숙하다.“지금우리는모두가신여성처럼산다.학교에다니고대중문화를즐기고자신을위해소비한다.욕망을드러내는데주저함이없다.또강요된모성은막힌출구라는걸알아차렸고,독박육아에거부권을행사한다.”(249쪽)하지만우리가지금달려가는길끝에‘열린출구’가있을지는미지수다.우리도그때그언니들처럼‘막힌출구’를향해가고있는건아닐까?두렵지만어찌멈출수있겠는가.언제끝날지모르는끝없는그길에이책이단단한동료가되기를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