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 역사에 연루된 나와 당신의 이야기

콰이강의 다리 위에 조선인이 있었네 : 역사에 연루된 나와 당신의 이야기

$20.00
Description
“오랫동안 갈라져 있던 세상이 서로 깊이 연루된 시기”이자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틀 지은 가장 가까운 과거” 19세기 말~20세기 중반 식민제국주의 시기를 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은 대륙을 넘어 상호작용하는 동시대 인물들의 연결을 횡으로, 지금까지도 이어져오는 당대의 사고 체계나 인식, 감수성 등의 유산을 종으로 횡단하는 교양 역사서다.

파리코뮌, 러일전쟁, 의화단운동, 제1차 세계대전, 3ㆍ1운동, 제1차 상하이사변, 베를린 올림픽,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 정치인과 군인, 연예인과 작가, 과학자와 지식인, 성을 파는 여성과 여성운동가, 독립운동가와 밀정, 평범한 생활인 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향유한 소설과 영화, 노래도 다수 인용된다. 그 모든 것들이 “역사에 휘말리고 역사를 만들다가 이윽고 역사가 되는”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역사의 본질을 연결과 연루로 파악하는 이 책은 선과 악, 승리와 패배, 피해와 가해로 요약되는 국가ㆍ민족 단위의 익숙한 역사 내러티브 대신 움직이고 반응하는 개인의 마음과 태도에 주목한다. 사랑하고 실수하고 꿈꾸고 욕망하는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얽히며 주고받는 역동을 입체적으로 그려나간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져야 할 역사적 책임과 역사가 이들에게 져야 할 책임, 나아가 연루된 주체로서 지금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함께 살핀다.

저자

조형근

저자:조형근
사회학자.늦은나이에정규직(한림대)교수가되었으나적성을찾아사직하고,파주교하의협동조합책방에서집필과강연에전념하고있다.동네살이의일환으로합창단과미얀마연대활동에도참여중이다.제국과식민지사이를헤쳐나간사람들의삶,사랑과상처에관심을기울여온역사사회학자이기도하다.
저서로《우리안의친일》《나는글을쓸때만정의롭다》《키워드로읽는불평등사회》,공저로《근대주체와식민지규율권력》《식민지의일상》《제국일본의문화권력》등이있다.

목차


1.역사의후퇴앞에서리샹란을생각하다
2.〈너의이름은〉,기억함으로써잊는것
3.콰이강의다리위에조선인이있었네
4.카스바에서의망향,자기연민의서사를넘어서기
5.한국인을혐오한어떤서구인이야기
6.세계일주의꿈,돌아와서만나는나
7.에레나를아시나요?
8.서구의시선이동양여성을그릴때
9.과학이우리를구원할까?
10.압록강을건넌의사들
11.재난의공동체,무정과동정을넘어
12.식민지에도스타는탄생하는가?
13.사할린한인,나의나라는어디인가?
14.혁명과사랑의이중주
15.레니리펜슈탈,무지한아름다움은무죄일까?
16.작은사람은어떻게성숙해질까?
17.〈사운드오브뮤직〉너머들리지않는이야기
18.별없이걸었다캄캄한식민의밤을



출판사 서평

“이런‘옛날이야기’라면하염없이읽고싶다.”_장일호(《시사IN》기자,《슬픔의방문》저자)

“무엇보다이책은재밌다.역사와나,세계를이해하고싶다는앎의의지를자극한다.”_김만권(정치철학자,《외로움의습격》저자)

리샹란과최승희,히틀러와손기정,안창호와파농,
잭런던과윤치호,나혜석과아인슈타인…

19세기말~20세기중반,대륙을넘어연결된인물들과
역사의소용돌이속에남겨진가파른마음들

“오랫동안갈라져있던세상이서로깊이연루된시기”이자“지금우리가사는세상을틀지은가장가까운과거”인19세기말~20세기중반식민제국주의시기를주배경으로하는이책은대륙을넘어상호작용하는동시대인물들의연결을횡으로,현재까지이어져오는당대의사고체계나인식,감수성등의유산을종으로횡단하는교양역사서다.파리코뮌,러일전쟁,의화단운동,제1차세계대전,3?1운동,제1차상하이사변,베를린올림픽,중일전쟁,제2차세계대전등으로이어지는역사의격랑속에서정치인과군인,연예인과작가,과학자와지식인,성을파는여성과여성운동가,독립운동가와밀정,평범한생활인들이등장한다.이들이향유한소설과영화,노래도다수인용된다.그모든것들이“역사에휘말리고역사를만들다가이윽고역사가되는”이야기가드라마처럼펼쳐진다.2023년5월부터2024년8월까지《시사IN》에서[조형근의‘역사의뒤페이지’]라는이름으로연재된글가운데18편을고르고보완해엮은책이다.

굵직한역사적사건보다개개인의복잡다단한마음을복각해내는것에집중하는이책에는순전한악마나가엾은희생자가등장하지않는다.다만역사의소용돌이속에서사랑하고실수하고꿈꾸고욕망하는인물들의입체적인모습과이들이서로스치고얽히며펼쳐지는이야기로가득하다.때로숭고하기도비열하기도한선택들과,이선택들이불러오는또다른사건의연쇄는국가와민족,선과악,승리와패배,피해와가해등기존의역사내러티브를구성하는모든경계를넘나들며역사를만들고바꾸어간다.

제목에활용된‘콰이강의다리’또한이렇듯경계를넘어선역사의한페이지를보여준다.제2차세계대전이한창이던1942년,동남아시아일대를점령한일본군은버마(미얀마)를넘어인도까지넘보고있었다.이를위해태국-버마철도건설을결정하고,연합군포로와현지민간인을강제동원했다.험지에서의난공사에수만명이죽어갔다.그‘죽음의철도’에1000여명의조선인들이있었다는사실은잘알려지지않은내용이다.강제징용되어포로감시원노릇을한이들은일본군에게맞고포로들을학대하며현장을이끌었다.어느영국군포로에겐가장끔찍한가해자의모습이조선인의얼굴이기도한것이다.전후,이들은전범재판의대상이된다.그들이그곳에징용되어갔다는사실,그들의일본인상관다수는재판을받기는커녕그대로풀려났다는사실을생각하면더없이부당한일이다.그러나명령에따라저지른폭력에는아무런책임이없는것일까?무엇보다당사자들이그렇게생각하지않았다.학대받은포로들을찾아가사죄하는동시에,일본정부에는책임을물었다.당한폭력에분개하며행한폭력에대한책임을인식하려했다.

역사의격랑속에서중첩된운명의당사자가된것은이들만이아니었다.신분을숨기고일제괴뢰만주국의스타가된인물이자전후에는위안부문제해결에적극개입한일본의평화운동가리샹란(야마구치요시코),질소비료개발로식량생산량을비약적으로늘리고염소가스제조법을발명하며대량학살의시대를불러온유대인프리츠하버,약육강식의질서를내면화한인물이자세간의비난속에서‘이혼녀’나혜석과박인덕을공개변호한계몽지식인윤치호,서구남성의동양여성판타지에일조한할리우드스타이자나치에맞선독일인마를레네디트리히,아프리카원주민의사라져가는삶을사명을다해기록한나치연루자레니리펜슈탈,‘전후독일의양심’이된나치친위대원귄터그라스등국가나민족,선과악,피해와가해의논리로는포착하기어려운인간의다종다양한면모를드러내는이야기가끝없이이어진다.

거대한역사의힘도,격랑의사건들도결국인간의이야기다.이책은인간의이야기로썼다.다수의인물들이역사에휘말리고역사를만들다가이윽고역사가되는이야기들이펼쳐진다.우리는서로얽혀있고세상은단순하지않다.이들을순전한악마나가엾은희생자로그리지않으려애썼다.사랑하고실수하는인간,꿈과욕망을가진인간으로이해하려애썼다.그들이져야할역사적책임,역사가그들에게져야할책임을함께보려했다.([서문]에서)

무정과동정을넘어
‘연루된주체’로서읽는공동의역사

제국주의시기를이야기할때우리는줄곧분명한입장을취한다.피해와가해의사실이명확히분별된다고여기고,과거사는책임보다요구와관계된문제로이해한다.피해사실을인정받아적절한배?보상을이루어내는것이이시기를건너오는가장적절한방법으로이야기된다.이책은제국주의열강의침략을문제의모든것으로보는익숙한관점을넘어그러한폭력을가능하게한당대의사고체계,인식,감수성의구조를이해하고성찰의계기로삼을때만이시기와의진정한단절이가능하다고이야기한다.

이를테면9장‘과학이우리를구원할까?’는‘과학’을‘힘’으로해석하는소설《무정》의마지막장면과《무정》의작가이광수의나치즘?파시즘에관한관심,황우석붐과초전도체논란,인류를식량위기에서구한노벨화학상수상과학자이자염소가스개발로화학전과대량학살의시대를연유대인프리츠하버의일생등을포개어살피며,과학을오직힘과경쟁력으로환원해온역사속에서여전히강력하게작동하는식민주의를돌아보게한다.

일본조계지상하이에서꽃핀동양여성에대한서구남성의환상과이에부응하는각종문화상품들,이러한오리엔탈리즘적감수성이일본에서는미군상대직업여성‘팡팡걸’로,남한에서는양공주‘에레나’로,베트남에서는‘미스사이공’으로이어지며형성된성착취의역사또한이책전반에서거듭다뤄지는주제다.국가에의해동원되고국가에의해잊힌이들에게‘과거사청산’이란어떤의미이며,우리자신을이러한역사로부터얼마나타자화할수있는지를현재적맥락에서반성적으로보게한다.

기억하는주체로서우리는언제나역사에연루되어있음을환기하는것도이책의중요한시도다.그대표적인예로한국과미국이공적인자리에서베트남전쟁을기억하는방식을짚는다.베트남인희생자,부도덕한전쟁에끌려가길거부하며감옥행을택했던사람,반전운동가들을누락하며참전군인만을추모하고연민하는선택적기억과,베트남전쟁참전군추모행사와일본총리의야스쿠니신사참배를향한이질적인반응들이그것이다.저자는전쟁을기억하는우리의방식이,거듭되는참사에‘국가적애도’를표하면서도비극을야기하는구조에대한성찰은부재한현실과맞닿아있다고이야기한다.무정(無情)도동정(同情)도넘어,역사가우리‘에게’져야할책임만큼이나우리‘가’져야할역사적책임을철저히돌아볼때에만과거를반복하지않을수있다는것,이는무엇을어떻게기억할것인지판단하는것에서시작하는일이기도하다는것을이책은보여준다.

파국의역사속에서돌아보는
섬광같은마음과태도들

홀로코스트생존자이며신경정신과의사였던빅터프랭클은인간에게서모든것을빼앗을수있지만단한가지,주어진상황에서개인이태도를선택하고취할자유만은빼앗을수없다고말한다.‘보통사람’들의마음과태도를섬세하게따라가는이책은대문자역사에는기록되지않은,다시새겨볼만한섬광같은마음의유산을빼곡히소개하는귀한기록이기도하다.

화학전과대량학살시대를연천재과학자프리츠하버의손녀는할아버지가만든독가스의해독제를개발하는데전념하다연구예산이핵폭탄개발에우선투입된다는소식을듣고는목숨을끊는다.(158쪽)어느영국인포로는콰이강으로향하는화물선안에서질식의공포를느끼며이송되던와중조선인포로감시원이상관몰래열차의문을열어주었던순간을회상한다.그때불었던쾌적한바람과,열린문으로아무도탈출하지않던일,감시원이곤란해지지않도록도착후얼른문을닫아주던포로들의모습을기억했다.(65쪽)정사(正史)에남아회자되는이야기는아니지만,누군가는이순간을오래기억하고기록으로남겼다.이책은이러한‘사소한’선택들을역사의무대위에세우며또다른가능성을상상해보게한다.이념,국적,인종등의경계를넘어‘보편’을향했던작은선택들을돌아보고기억함으로써우리는어쩌면아주다른역사를가져볼수도있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