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읽는 동남아 : 동남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이끈 16인의 발자취

인물로 읽는 동남아 : 동남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이끈 16인의 발자취

$18.00
Description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의 동남아 연작 두 번째 이야기

16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동남아시아의 ‘진짜’ 근현대사를 만나다
국내 연구소 최초로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에서 학술지를 발간하고, 다양한 대중 교양서를 출간하는 등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의 전현직 연구원들이 모여 동남아 연작 두 번째 책 《인물로 읽는 동남아》를 펴냈다. 전작 《키워드 동남아》에서 전염병, 쌀, 전통 의상, 종교, 커피, 밀레니얼 연대 등 30개의 키워드로 동남아시아의 정치·문화·역사를 소개했다면, 신작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정치인 수카르노, 싱가포르의 상인 리콩치앤, 베트남의 승려 틱낫한, 버마의 독립운동가 아웅산, 동티모르의 초대 대통령 구스마오, 필리핀의 작가 호세 리잘 등 필진이 엄선한 16인의 삶을 통해 동남아시아의 치열했던 근현대사를 그렸다.
동남아시아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중 하나이자 주요 교역 대상 및 투자 파트너다. 또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의 무대였으며 우리가 평소에 즐기는 쌀국수ㆍ팟타이ㆍ월남쌈의 본고장이다. 이처럼 한국과 동남아는 다방면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앞으로 교류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다. 일터, 쉼터, 거리 등 우리의 일상에서 이들과 마주치는 일은 이제 자연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동남아시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동남아의 위대한 유산을 완성한 16인의 인생사를 드라마틱하게 들려준다. 덕분에 성인과 청소년 독자 모두 마치 한 편의 역사 드라마를 즐기듯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여전히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동남아가 한층 더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저자

강희정,김종호,이한우,정정훈,하정민,현시내

저자:강희정
서강대학교동아연구소교수.미술사전공.주요저서로《난처한동양미술이야기1~3》《아편과깡통의궁전》,공저로《키워드동남아》《도시로보는동남아시아사1,2》가있다.

저자:김종호
서강대학교동아연구소교수.화인사전공.주요저서로《화교이야기》,공저로《키워드동남아》《도시로보는동남아시아사1,2》가있다.

저자:이한우
전서강대학교동아연구소연구원.베트남정치경제전공.주요저서로《베트남경제개혁의정치경제》,공저로《베트남정치와경제,사회문화》《키워드동남아》《도시로보는동남아시아사1》이있다.

저자:정정훈
서울대학교아시아연구소방문학자.문화인류학전공.주요저서로《노란코코넛마을》,공저로《키워드동남아》《도시로보는동남아시아사1,2》가있다.

저자:하정민
계명대학교실크로드연구원교수.미술사전공.주요논저로〈베트남북부사원의불교목판연구시론〉,공저로《키워드동남아》《도시로보는동남아시아사2》가있다.

저자:현시내
서강대학교동아연구소연구교수.태국정치사전공.주요저서로《IndigenizingtheColdWar:TheBorderPatrolPoliceandNation-BuildinginThailand》,공저로《키워드동남아》《도시로보는동남아시아사1,2》가있다.

목차

머리말:익숙한동양의낯선인물들을찾아떠나는여행

1장동남아시아역사를이끈사람들

1.디아스포라지식인의근대화역정:우롄테
전도유망한식민지장학생,첫번째귀향|근대화개혁에나선페낭의젊은의사|제국통치기,폐페스트-아편에맞서싸우다:강희정

2.근대를추구한치앙마이의마지막공주:다라랏사미
치앙마이공주에서“라오여자”로|인질이자외교관이었던다라랏사미의삶|전통을사랑했던개혁지도자:현시내

3.급진적이상주의자,참극의주인공이되다:폴포트
‘붉은캄보디아’의극단적평등주의|크메르루주의잔혹행위와대학살|예의바르고잘웃던상류층소년|우익친미정권의등장과프놈펜함락|소수엘리트의그릇된신념이낳은비극:하정민

4.하노이의옛거리와민중을사랑한화가:부이쑤언파이
인도차이나미술학교의마지막졸업생|주류화단을거부하고자유로움을추구하다|고난을이겨낸베트남의얼굴:이한우

5.시대의아픔을함께한반전평화의가르침:틱낫한
틱낫한의새로운실험|참여불교,전쟁과가난의고통속으로|망명지에서펼친반전평화운동|지금여기에서평화를:하정민

6.초대헌법을기초한태국민주주의의상징:쁘리디파놈용
입헌민주주의를꿈꾸던청년|혁명의열기를개혁의동력으로|짜끄리왕조의섭정에서망명자신분으로|민주주의자로서의삶,되찾은영광:현시내

2장.근대와민주주의라는갈림길

7.인도네시아를이끈통합의민족주의자:수카르노
민족주의에눈뜬자바청년|대중을움직인수카르노의연설정치|군부-공산당과손잡고강력한독재정치를펼치다|군부독재종식과메가와티시대의개막:강희정

8.식민시대마지막화교상인,현대를열다:리콩치앤
동남아화인비즈니스그룹의후계자|거대금융기업설립으로정점에서다|국민국가형성기,등불이된리콩치앤의삶:김종호

9.강소도시국가싱가포르의설계자:고켕스위
신생독립국이된이민자의나라싱가포르|제조강국싱가포르의초석을놓다|자주국방과신교육수립이라는새로운임무|강소국싱가포르를일군고켕스위의철학:김종호

10.실용외교로인도네시아독립을일구다:모하마드하따
제3세계외교전략의창시자|미낭까바우족의엘리트청년|네덜란드본토에서펼친반제국주의운동|개혁과통합에나선신생독립국의이인자|양두정치의주인공,권력을버리고존경을얻다:정정훈

11.민주주의를열망한저널리스트작가:목타르루비스
인도네시아인의눈에비친한국전쟁|외곽도서출신의청년,민족주의와만나다|독립이후의언론활동:수카르노비판과탄압|가택연금시기,문학으로세상과소통하다:정정훈

3장.독립의꿈,민족의청사진을그리다

12.근대버마의청사진을그린독립영웅:아웅산
청년기학생운동과무장투쟁|영국식민지정책에맞선버마인들|반제국주의운동으로얻은국제적명성|태평양전쟁기연합과통합전략|통일과공존의꿈은유효한가:김종호

13.독립과민주주의를이끈라오스의붉은왕자:수파누웡
루앙프라방왕자,레닌주의와만나다|왕자들의권력투쟁과공산화|평화없는독립,독립없는평화:현시내

14.제국을물리친베트남의영원한장군:보응우옌잡
프랑스식민정부에도전한혁명적민족주의자|항일게릴라전과인도차이나전쟁|분단과통일의역사를함께하다:이한우

15.21세기첫독립국가의초대대통령:샤나나구스마오
포르투갈카네이션혁명과동티모르의독립|인도네시아의개입에맞서저항군을조직하다|광주인권상초대수상자의독립투쟁기|대한민국과동티모르의특별한만남|위대한독립운동가에서정치인으로:정정훈

16.아시아최초의민족주의자,첫번째필리피노:호세리잘
작가의눈에비친식민지필리핀현실|조국의아름다운희망,필리피노|제국을움직인호세리잘의문학적성취:김종호

출판사 서평

오늘날동남아의위대한유산은누가만들었을까?

동남아시아의역사를들여다보면한국과많이닮아있음을알수있다.동남아도우리나라와마찬가지로식민통치와독립,근대화와민주주의정착이라는격동의20세기를경험했기때문이다.1장‘동남아시아역사를이끈사람들’에서는오늘날동남아의문화와정신,가치관정립에큰영향을끼친대표적인물들을만나본다.

태국은동남아시아에서최초로입헌민주주의제도를도입한나라다.1932년‘인민당’혁명은짜끄리왕조의절대왕정을종식하고입헌군주제와내각제를도입했는데,이혁명의주역이바로‘태국민주주의의아버지’라불리는쁘리디파놈용이다.하지만그는공산주의자라는비난과왕의암살에연루되었다는오명을쓰기도했다.1933년,내무부장관이던쁘리디는특별위원회로부터이런질문을받는다.“프롤레타리아트독재하에서구사회의세력과전통에맞서고앞으로등장할새로운부르주아지와영원히싸울것인가?”그는이렇게답했다.“나는프롤레타리아독재뿐아니라어떤계급의독재도싫다.”위원회는쁘리디가공산주의자가아니라고인정했다.(80쪽)

한평생군부독재에반대했던쁘리디와달리,캄보디아의폴포트는히틀러와스탈린에버금가는역사상최악의독재자이자학살자로평가받는다.그는급진적인공산주의정권인‘크메르루주’를이끌었는데‘자급자족적인농업중심유토피아’를추구하며극단적인평등주의정책을실시했다.그가권력을장악한3년9개월동안(1975년4월~1979년1월)극악무도한인권침해와대량학살이자행되었고당시캄보디아총인구의4분의1에해당하는200만명이목숨을잃었다.역사는이참사를‘킬링필드’라부르며폴포트에게유죄를선고했다.하지만현실에서그는감옥에가지않았고가택연금상태로지내다가73세에세상을떠났다.(44쪽)

베트남의승려틱낫한은시대의아픔과함께하며평화,화합,비폭력의메시지를설파했다.불교의현실참여를주장하면서베트남전역과전세계를무대로붓다의가르침을전파했는데,미국의흑인운동가마틴루서킹목사는그를‘평화와비폭력의사도’라칭했고,티베트의영적스승달라이라마는‘친구이자영적형제’라고불렀다.1966년,틱낫한은‘인터빙(Interbeing)’이라는말을창안했는데세상만물이서로의지하며공존한다는의미로,전쟁을거듭하는자들을향한단호한꾸짖음이담겼다.베트남전쟁의참상을목격하고조국에서정치적탄압을받아오랫동안망명생활을하는와중에도세계인의화합과연대를이끌어내기위해노력한그의메시지는세대와지역을넘어지금의우리에게커다란울림을준다.(68쪽)

근대화와민주화를위한치열하고치밀한도전들

식민지배에서벗어난동남아의독립국가들은곧근대화와민주주의정착이라는과제에직면했다.그리고이를이루기위한과정에서정치적대립과갈등,쿠데타와독재같은시행착오도적지않았다.2장‘근대와민주주의라는갈림길’에서는저마다의철학과방법으로동남아시아의근대화와민주화를위해활약한인물들을다룬다.

1만8000여개의섬으로이루어진인도네시아에는2억7500만명이300여개의언어를사용하는1300여종족으로나뉘어산다.그만큼다양한전통과문화가존재하기때문에단일한역사와문화를공유하는국가만들기는무척어려운일이었다.인도네시아의국부로일컬어지는초대대통령수카르노는통일된민족국가를수립하기위해민족주의,종교,공산주의를통합한교도민주주의를내세우며강력한독재정치를펼쳤다.“수카르노의매력과권모술수,럭비공처럼어디로튈지모르는예측불가함은경탄과분노를일으켰고,사람들은그를숭배하는쪽과적대시하는쪽으로갈렸다”는말처럼그의행적에대한오늘날의평가는엇갈리고있다.하지만인도네시아현대사에서수카르노의사상은정치적흐름이었고,그의리더십자체가하나의역사였음을부정할수는없다.(97쪽)

저널리스트이자세계적인작가목타르루비스는이런수카르노에게분노하고적대시하는쪽이었다.목타르는한국전쟁당시종군기자로서전장한복판으로뛰어들었고전쟁의참상은물론한국인의아픔과슬픔을기록해세계에알렸다.1949년인도네시아가네덜란드로부터독립하자그는특정정치집단에얽매이지않는독립적언론을지향하며신문《인도네시아라야》를창간했고수카르노의독재정치를비판하며민주화를위해노력했다.하지만정부의탄압을받아신문은폐간되고목타르는감옥에수감되었다.그런그가세상과소통하는창구로선택한것은바로소설이었다.《자카르타의황혼》《호랑이!호랑이!》《분노속의인간》등작품을통해인도네시아의현실을때로풍자적으로,때로사실적으로그려냈다.(158쪽)

인도네시아만큼복잡한민족·문화구성을가진싱가포르에서수카르노와는다른방식으로근대화와민주화를위해노력한인물이있다.싱가포르의경제와사회체제의기본을수립한행정가고켕스위다.1965년8월에독립한싱가포르에서는어떻게국가영역을설정하고지킬것인지,산업별비중을어떻게할지,공동체구성원들을어떻게‘국민’으로탈바꿈시키고교육하고일하게할지,세금은어떻게거두고어디에쓸지등을정하는것이최우선과제였다.이때고켕스위는재정부·국방부·교육부장관과부총리,중앙은행책임자를차례로역임하며경제·교육·군사등전분야에걸쳐국가수립의토대를만들었다.경제적생존,자주국방,실용적교육을추구한그의철학은싱가포르가근대화한것을넘어21세기아시아에서가장잘사는국가,관광대국,금융의허브,미중관계의조정자로자리매김하는데초석이되었다.(129쪽)

독립이라는목표는같지만서로가는길이달랐다

동남아시아는대항해시대이후풍부한천연자원과이권을노린서양열강의식민지배를오랫동안받았고,제2차세계대전중에는일본의침략도받았다.3장‘독립의꿈,민족의청사진을그리다’에서는이시기조국의독립을위해민족주의와이데올로기대립,혁명과쿠데타,냉전과저항의역사에삶을던진이들을소개한다.

1886년,영국은버마(미얀마의옛이름)지역을영국령인도의한주로편입했다.미얀마의독립영웅아웅산은국가와민족의독립을위해서는희생이필요하고무력등수단과방법을가리지말아야한다고주장했다.그래서그는조국독립에도움이된다면사회주의세력,소수종족,일본,영국등상대를가리지않고손을내밀었다.예를들어태평양전쟁시기에영국에대항하고자일본과손을잡기도했고,이후일본이배신하자다시영국에손을내미는등실용적전략을구사했다.그러면서아웅산은일본을끌어들인자신의과오를솔직하게고백했는데독립에대한열망이얼마나간절했는가를엿볼수있는대목이기도하다.그리고그의딸이자노벨평화상수상자인아웅산수끼(아웅산수치)는현재미얀마민주주의의상징이되었다.(173쪽)

21세기의첫독립국가인동티모르의샤나나구스마오는아웅산과조금다른경로로독립이라는꿈을향해나아갔다.동티모르는400여년간포르투갈의식민지배를받았고이후25년간인도네시아의무력통치를받았다.1980년해방군의사령관이된구스마오는언론인터뷰를통해인도네시아의무력통치와학살을전세계에고발했다.수많은나라가이에응답했고,1997년에는당시남아프리카공화국대통령이던넬슨만델라가직접인도네시아를방문해감금되어있던구스마오와의면담과석방을요구하기도했다.결국동티모르는1999년에독립해민주국가로서첫걸음을내디뎠고구스마오는초대대통령으로취임했다.그는2000년에광주5·18기념재단이만든광주인권상의초대수상자로선정되기도했다.하지만초대대통령으로5년,이후총리로8년을보낸그가2023년에77세의나이로다시한번총리직에올랐는데,이런행보를두고권위주의적통치가계속되는것아니냐는비판의목소리가크다.(217쪽)

독립운동의수단으로아웅산이무력,구스마오가언론과정치를이용했다면필리핀의세계적인작가호세리잘은자신의소설을무기로삼았다.그는수백년동안스페인의식민통치를받으며축적되어온착취와차별의구조를고발함으로써모순을바로잡아야한다고생각했고,그노력의결과로1887년에《나를만지지마라》를출간했다.이작품의위험성을직감한스페인식민당국은금서로지정하고호세리잘을탄압했지만,그는고통받는필리핀농노들을위한활동을이어갔다.그는온건하고평화적인방식을선호했지만급진적혁명과무장봉기의배후로여겨져결국체포되었고1896년에사형을당했다.호세리잘은필리핀의국민영웅,민족주의운동의상징,아시아최초의민족주의자,첫번째필리피노라고평가받는다.리잘은타고르와같은해,쑨원보다5년,간디보다8년앞서태어났고,가장먼저민족주의운동혐의로제국에의해처형당했기때문이다.그의짧지만불꽃같은삶은동남아시아뿐아니라이후아시아곳곳에서일어난민족주의운동에큰영향을끼쳤다.(234쪽)

동남아의어제와오늘을통해우리의내일을고민하다

사업가,화가,소설가,기자,승려,혁명가,군인,의사,왕족등지난세기동남아시아에서활동한각양각색의인물들이한권의책에모인이유는무엇일까?바로이들의노력과희생이주는울림과메시지때문이다.그들은조국의독립을위해목숨을바친혁명가였으며민중을사랑한예술가이자공동체를이끈휴머니스트였다.한편에는전쟁범죄를저지른학살자가있고권력을유지하려던독재자가있었으며사후에평가가엇갈리는모순적인인물도있다.이책이훌륭한인품을지닌위인들만을선택하지않은이유에대해필자는이렇게말한다.

“도덕적으로훌륭한인품을지닌사람,혹은불굴의의지를지닌인간의모범으로서이들을주목하자는거창한뜻은없다.(…)누구에게는소소한교훈이될수있고누구에게는삶의지표가될수있다.타인의삶이곧내삶이되지는않겠지만위안은될수있다.”-머리말중에서

오늘날동남아시아의많은나라가차별과갈등,민주주의탄압등으로고통받고있다.이는현재한국사회가풀어야할문제와도연결된다.식민지,독립운동과혁명,전쟁과이념갈등,군사쿠데타와독재로이어지는역사는우리에게도낯설지않다.이웃나라동남아시아의역사와그들의현재를들여다보아야하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