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18.50
Description
“슬픔·사소함·서투름·근육·거울·직선과 곡선…”

그림 속에서 길어 올린 9개의 키워드에
철학과 문학을 곁들여
세상의 딸들에게 전하는 ‘진짜’ 아름다움
그림 속 철학 이야기를 담은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으로 많은 독자들을 만났던 이진민 작가의 신작 《언니네 미술관》이 출간됐다. 이번 책 역시 미술과 철학의 만남에서 출발한 것은 동일하지만 세상을 조금 더 먼저 살아가는 언니의 입장에서 후배 여성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미술을 매개로 한 여성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슬픔, 사소함, 서투름, 근육, 거울, 마녀 등 9개의 키워드로 그림을, 때로는 문학을 읽어가며 저자가 전하고픈 진정한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풀어낸다. 1부 ‘다시 바라볼 것들’에서는 그간 여성 희로애락의 무늬를 새겨온 것들에 관해, 2부 ‘크게 바라볼 것들’에서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에 관해, 3부 ‘함께 바라볼 것들’에서는 사물의 뒷모습, 보이는 것 너머를 살피는 마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가듯 자주 미술관을 드나들고 산책하며 그림과 함께 일상에서 노는 법을 배웠다. 거기에 말랑한 언어로 사유하는 작가의 인문학적 시선이 더해져 어렵게만 생각했던 미술과 철학을 독자들의 일상으로 끌어들인다. 책을 추천한 김소연 시인의 말처럼 “우리의 낡은 통념들이 봄볕에 눈 녹듯 스르르 풀려 어떻게 자연스레 전복되는지, 사소함과 자상함과 섬세함에 깃든 힘을 문장으로 느끼게” 해준다.

저자

이진민

저자:이진민
어렸을때부터읽고쓰는것을좋아하는책탐많은아이였다.세상을보는눈을가지고싶어연세대학교정치외교학과에입학했다.맥주를콸콸마시면서새로운세상을만났지만,가끔은이산이아닌가보다하는나폴레옹의마음을느꼈다.그러다세부전공으로정치철학을만났고이거다싶었다.미국매사추세츠주브랜다이스대학교에서멜론장학금을받으며,그리하여또맥주를쭉쭉마시며정치철학을전공했다.지금은맥주가샘솟는나라독일의뮌헨근교시골에살면서이런저런글을쓰고강의를한다.
세상이좀더다정해졌으면하는마음으로글을쓰고,배운건남을줘야한다는생각으로강의를한다.세상에해가되지않는글과생각을내놓는사람이되고싶다는커다란목표를가지고있다.아이들에게큰해가되지않는편안한엄마가되는것역시인생의중요한목표.철학을일상의말랑말랑한언어로바꾸는데관심이많다.지은책으로《나는철학하는엄마입니다》《다정한철학자의미술관이용법》《아이라는숲》《동굴밖으로나온필로와소피》《모든단어에는이야기가있다》가있다.
계속사랑하고계속공부하며계속글을쓰고싶다.아직도가슴속에쓰고싶은책이여러권들어있어행복하다.

목차

저자의말

PART1.다시바라볼것들
1장.근육-명사가아닌동사로살아가기위해
근육과의거리두기|플라톤의동굴밖으로나온죄수|보티첼리의비너스에게도복근이있다|연두부에서단단한두부로|보이는몸과기능하는몸|우리모두에게는근육이필요하다

2장.마녀-이단어에무엇을담아왔는가
딸들에게불친절한세상|가르바티,메두사의억울함에답하다|슈투크의그림속메두사의눈동자|닥치거나미치거나|워터하우스가그린키르케의변화|우리안의마녀

3장.거울-우리의상(像)은어디로수렴하는가
반사와반영의사이|하디와뭉크,두개의거울|다정하지만무례한슬픔|시간의두얼굴,크로노스와카이로스|거울아거울아이세상에서누가제일예쁘니|윌코튼의아이스크림동굴|명령하는자는누구인가|몸보다는몸가짐|들뢰즈의아장스망,그리고외로

PART2.크게바라볼것들
1장.슬픔-인간의가장무해하고본질적인감정
무성한슬픔|오귀스트쉥크의어미양|슬픔을묻는일|월터랭글리,슬픔이슬픔에게|가장무해하고맑게자리하는것|슬픔은힘이세다|그늘을읽는일

2장.서투름-인간을가장인간답게만드는것
야코비데스의아이들|서투름이빛나는이유|매끄러움의이면|기술은다정하고도덕적일까|고흐와밀레의아름다운격려|루소,서투름의철학|더용감해지고더너그러워지는우리

3장.사소함,익숙함,하찮음-결코사소하고하찮지않은것
사소함의단단함|결코사소하지않았던이름,엄마|페르메이르,익숙함의아름다움|그림속빛나는푸른치마의의미|하찮음이라는열쇠

PART03함께바라볼것들
1장.직선과곡선-나뉘었으나나뉘지않은것들
직선과곡선의이분법|아우구스트마케,직선의그림과곡선의그림|우로보로스의세계|청자베개가건네는말|이분법의마음과사이의마음|김환기가전하는지혜

2장.앞과뒤-보이는것너머를보는일
뒷모습을보지못하는사람들|마그리트의그림과거울속내뒷모습|진실은앞이아니라뒤에|시선의범위|에른스트와뒤집어보는사람들|뒤는새로운앞이되고

3장.너와나-그럼에도불구하고곁에서는일
어디에누구와함께|브랑쿠시의연인들,갈라진두쪽|스며들고침범하는우리|마그리트의연인들과‘이해’라는환상|김홍도,사이에부는바람|사람이어디한겹이야?|달과물과의자

출판사 서평

복근의비너스,마녀키르케,반전의성모마리아까지
캔버스속명사의삶에서뛰쳐나와
마침내동사로살아가게된존재들에대하여

이책의1부에서는여성의삶에서다시바라봐야할‘근육’‘마녀’‘거울’이라는세단어에주목한다.보티첼리의〈비너스의탄생〉속비너스의복근을바라보며남에게‘보이는몸’이기보다삶을더욱충만하게살기위해‘기능하는몸’으로가꾸자고이야기한다.워터하우스가그린〈마녀키르케〉3부작을통해서는오랜역사속에서남성들아래순종하기를거부하다‘마녀’로취급당해왔던여자들의이야기를들려주며그럼에도여성들에게끊임없이질문하고,주체적으로살아갈것을당부한다.뭉크의〈거울앞의나신〉을보며시간이지나면저물수밖에없는젊고아름다운것에권력을부여하기보다특별하고소중한찰나,즉‘카이로스적순간’을경험하기위해나를찾는일에몰두해보라고이야기한다.

“산다는것은동사다.어딘가에가만히놓여있는명사가아니라,걷고달리고고꾸라져넘어지고숨을고르고다시일어서서발을내딛는.그렇다면이렇게나무수한동사로이루어진삶을사는데어째서근육이없어야한다고말했던것일까.딸들에게울퉁불퉁한근육이없어야한다는것은너희는가만히명사로살아가라는얘기다.나는세상의딸들이몸을쓰고움직이며,휘두르고걷어차며,내뻗고달려가며,삶의희열을느끼기바란다.한껏최선을다해다양한동사로살아보기바란다.”(본문43쪽)

2부에서는인간의가장본질적이고무해한감정이지만일상속에서잃어버렸던내안의작은것들(슬픔,서투름,사소함)을들여다본다.쉥크가그린어미양의〈비통함〉을보며자식을잃은어미의슬픔에함께공명한다.인간은본질적으로슬픈존재이며,하지만함께기대면서아픔을나누다보면그렇게또살아갈수있다고이야기한다.고흐와밀레의〈첫걸음〉속아이의첫발자국을바라보며서투름이란찬란한보물의가능성을기다리는시간이며,상대의힘을신뢰하고북돋아줄것을강조한다.
3부에서는보이는것너머를보는법에관해이야기하며김환기,마그리트,에른스트등의그림을통해실존주의·현상학등의철학적개념들을소개한다.마그리트의〈금지된재현〉속어느뒷모습과,복제된듯한거울속또다른뒷모습에서는우리가어디까지보려고하는사람인지,눈에보이는것이전부라고쉽게판단하지는않는지,끊임없이의심해야한다고말한다.성모마리아가경쾌하게예수를‘패는’에른스트의〈세명의목격자앞에서아기예수를체벌하는성모마리아〉라는작품은어쩌면신을모독하는작품으로오해할수도있겠지만,이는기존의권위와규범속에서타성에젖은예술계에매를내리치고전복하겠다는의미다.작가가강조하는‘뒤집어보기’의사례이다.

“니체는도덕적인현상이란전혀존재하지않으며,‘현상에대한도덕적인해석만이있을뿐’이라고말한적이있는데,나는이런유의사고방식이앞과뒤의관계를보는핵심이라고생각한다.지금당장은기회를놓친것같고순서가다지나버린것같더라도,무엇을앞으로놓고무엇을뒤로할지는세상이정한다기보다삶의흐름속에서내가규정하는경우가많다는사실을기억했으면좋겠다.”(본문289~290쪽)

인간의가장본질적이고,무해한감정에서부터
이분법의경계를넘어보이지않는곳을바라보는것

작가는비가오면마케의〈숲길위의커플〉을떠올리며산책을떠난다.숲속나무들이꼴깍꼴깍물을마시고환호하는소리를듣는다.그림속붉은숲길처럼매대의이국적인향신료들이뿜어대는강렬한색감과냄새를탐색한다.야코비데스의〈아이들의콘서트〉를볼때면사랑하는이들의따뜻한가슴에귀를대고심장소리를들어본다.찻잔위소리없이흩어지는수증기를가만히지켜볼때면박물관한쪽‘사유의방’의너른여백속〈반가사유상〉의고요함을함께떠올린다.보티첼리의〈비너스의탄생〉에그려진아직보지못한올리브숲은정말로금빛으로빛나는지,그숲의냄새는어떨지상상해본다.
작가는이렇게그림속요소들을하나씩꼼꼼히살펴보는것처럼자신의몸에있는모든감각을온전히느껴보자고말을건넨다.우리가사는세계의숨은신비를하나씩찾아내어껍질을벗기고,속살을톺아보는기쁨을누린다.자신의몸에서몰랐던근육을찾아내듯하나씩새로운것을만나는일과,익숙함속에서도낯선감각을깨우는은은한도전이우리의삶을더욱풍요롭고충만하게만들것이기때문이다.

“끝이새로운시작이되듯이,뒤는새로운앞이된다.우리삶자체가하나의커다란흐름이지단계별로단절된시간들이아니듯,우리는봄에서여름을보고,여름에서또가을을본다.모든계절은무자르듯토막토막잘려있는것이아니라서로를보드랍게포개안고있다.봄꽃향기속에서문득여름의태양냄새가느껴지고,여름날장대비속에서볼을빨갛게하고있는나뭇잎하나를만나게되는것이다.”(본문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