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공익 : 왜 어떤 사익 추구는 공익이라 불리나

불온한 공익 : 왜 어떤 사익 추구는 공익이라 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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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왜 나는 그들의 사익을 변호하는가

시민의 편의, 사회적 합의, 다수의 행복이란 탈을 쓴,
‘허용된 공익’에 맞서는 ‘위험한 사익들’을 위한 변론
수업권 침해를 이유로 고소당한 대학 내 청소 노동자, 코로나19 방역 위반으로 법정에 선 집회 주최자, 시민의 통행 불편을 초래했다는 명목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가.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이 공익인가”라는 생경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는 점이다. 이 사건들은 단어 그대로 ‘모두의 이익’을 뜻하는 ‘공익’에 대한 해석이 동일한 사회 집단 내에서도 이토록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왜 어떤 ‘사익 추구’는 의심 없이 ‘공익’이라 불리면서, 왜 누군가의 ‘사익 추구’는 과격한 ‘떼쓰기’로 여겨질까?
《불온한 공익》은 오랜 시간 소수자, 약자와 함께 싸워온 변호사 류하경의 첫 저서로, 스쿨미투 정보공개 청구, 경비 노동자 갑질 사망 사건, 삼성 최초 노조 설립 투쟁 등 직접 변호를 맡았던 굵직한 갈등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익’ 개념을 톺아보는 책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깊은 논의 없이 일종의 당위로서 강요되어 온 ‘공익’의 진짜 의미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저자는 우리가 쉽게 ‘공익’ 사건이라 떠올리는 사건조차도 모두 ‘사익’ 사건으로 수렴한다며, 어쩌면 ‘공익’은 “사회적 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그 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사익”일 것이란 도발적 주장을 펼친다. 그렇다면 허용되지 않는 사익이란 무엇인가.
허용되지 않는 사익은 기존 시스템을 흔들고 균열을 내는 사익이다. 국가 운영 방식과 사회 체제에 질문을 던지는 사익이다. 따라서 지배 세력이 볼 때 그 추구 행위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시민의 편의, 사회적 합의, 다수의 행복이라는 정치적 언어를 통해 그 사익들을 불온하고 과격하다고 선동한다. 다수의 공익을 해치는 이기적인 사익이라 낙인찍는다. 장애인의 사익, 아동의 사익, 난민의 사익, 성소수자의 사익이 그러하다. 이 책은 ‘길거리의 변호사’, ‘위험한 변호사’라고 불릴 정도로 투쟁 현장과 가깝게 지내온 저자의 경험을 통해 왜곡되고 둔갑된 ‘불온한 사익’들의 얼굴을 조명하는 데 집중한다.
저자는 ‘공익’을 완벽히 정의 내리는 것보다 모든 ‘사익’이 공평하게 이야기될 수 있는 경기장을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별 노력 없이도 모두가 귀 기울이는 자의 사익과, 소리 지르고 바닥에 드러눕고 유서를 남겨야 겨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의 사익이 동등한 경기 조건에 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 경기장을 평탄하게 만들고자 싸워온 저자의 노력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저자

류하경

저자: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소속변호사.연세대학교사회학과,전남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을졸업했다.변호사가된이후부터지금까지소수자,약자와함께싸워왔다.해우법률사무소와법률사무소휴먼에서일했고,현재는관악구에서법률사무소‘물결’과동네서점‘밝은책방’을운영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는글―왜어떤‘사익추구행위’는‘공익’이라불릴까

1장.공룡과의싸움―국가는국민의공익을보호하는가
대한문의아이히만과피고인이된변호사
스쿨미투,국가는가해자의대변인이었다
살려달라말하니공무집행방해가됐다
‘비례위성정당’이망친것들
강아지‘로마’의가족등록소송기
바이러스가목소리를막을순없다

2장.무엇이공익인가―불온한사익투쟁들의이면
자기가슴에칼을꽂은철거민
‘영혼살인’,경비노동자의유언
청소노동자를고소한대학생
메탄올실명사건판결문을받아들며
‘공장의전두환’,힘센자는수단이많다
세상을흔든이마트노동자들
80년삼성‘흑역사’를무너뜨린다윗들
이혼하기쉬운나라가행복한나라

3장.나의사익투쟁기―변호사를변호합니다
전투에서이겨도전쟁에서패배한다
변호인을위한변호
선비와상인의경계에서
변호인은아무도믿지않는다
나는왜로스쿨개혁운동에나섰나
변호사시험운영방식과‘5탈제’는위헌이다
검경수사권조정그이후
때로는‘미움받을용기’가필요하다
최악을피하는법

나가는글―“평화비용”

출판사 서평

국가는누구의이익을보호하는가
골리앗과맞서싸운‘불온한’다윗들

대한민국헌법에따르면국가는국민의기본권을보호할의무가있다.하지만국가의이익과국민의기본권이대치되는상황에서,국가는어떤입장을취해왔을까?1장‘공룡과의싸움’에서는누구보다국민의권익을앞서보장해야할것같은국가가,역으로어떻게자기의이익을보전하면서국민개인과갈등하고있는지살펴본다.국가는그책임을회피하기위해공권력에서비롯된폭력을사용하거나,변명하거나,근거없는논리를내세우기도한다.

가장충격적인사례는국가가사회질서를빌미로폭력을사용하는경우다.저자는2013년대한문앞쌍용자동차해고노동자집회에나가재판받았던경험,변호사생활내내접했던노점상투쟁의풍경을예로든다.경찰및공무원은이들투쟁을강압적으로진압하면서‘특수공무집행방해’죄목을들거나,“심히공익을저해”하는경우를요건으로하는‘행정대집행법’을적용했다.즉투쟁가들이공적질서를방해하고다수의공익을해쳤다는뜻이다.과연그럴까?박근혜정권시절대한문에서해고노동자강제진압을주도하고,민주노총사무실을강제침탈하기도했던경비과장최성영은그사건들후몇달이채되지않아경정에서총경으로승진했다.현대제철비정규직노동자들의집회를폭력진압하고해산명령에불복종한노조간부들을긴급체포한당일은정의선현대차그룹회장이공장을방문하기로한날이었다.그렇다면이사건들에서국가의폭력은과연국민의‘공익’을위한것이었을까?

우리사회는그동안‘공익’을구성하는요건에관해깊이논의하거나혹은그정의와조건을타협하기위해대화해본적이없다.따라서국가는‘누군가의사익’을사회적합의,시민의편의,다수의행복이라는정치적언어를사용하여‘완전무결한공익’으로둔갑시킨다.심지어이에반발하는움직임을‘공익을저해’하는행위라며강제진압하고탄압한다.이책의1장은우리사회가공익을논의하는데어려움으로작용하는모든안개를걷어내고,공익이라는이름으로탄압되는개개인의정당한사익추구에눈뜨게한다.따라서사익과공익의추구는서로대치되는것이아니라,여러조건에서관계를맺으며발전해나가는개념임을깨닫게된다.

사익과사익이맞설때,
누구의손을들어야하는가

개인의권익을침해하는주체가국가가아니라개인이라면,그논의는조금더복잡해진다.이론적으로개인의권리및기본권은그자체로보호받을만한가치가있기때문이다.이지점에서우리사회는이권갈등상황을맞닥뜨렸을때생산적인논의를어려워한다.2장‘무엇이공익인가’에서는개인과개인의사익이부딪히는현장을살펴보면서,누구의손을들어주는것이공익추구와부합하는방향일지탐구한다.스쳐지나가는인상비평이아니라,저자가실제사건을경험하며쌓아온치밀한근거와논리가인상깊다.

대표적인예로거대기업과노동자,그리고고용인과피고용인의이권이대립하는현장이있다.저자는삼성80년무노조‘신화’를종식시킨삼성최초노조조합원들을변호한경험부터,휴대전화부품공장내안전시스템부재로실명하게된2~30대노동자들과함께싸운경험까지상세하게풀어낸다.두사건은노동자가‘이윤추구’를최고의목적으로두는거대기업에맞서안전한환경에서정당한대가를받으며노동할권리를주장한다는점에서동일하다.유사한사건들에서기업과고용인이아닌,노동자의손을들어주는것이‘공익’에부합하는방향일것이라생각하는건어렵지않다.하지만저자는대다수가이러한이권투쟁을‘선’과‘악’의관점에서접근하려는게문제라고지적한다.보통소수자,약자의투쟁에서이같은관점이주로발견되는데,이경우투쟁하는이들에게소수자다움,약자다움을기대하게된다.이들이정해진틀에서벗어났을때손쉽게‘떼쓴다’,‘욕심이많다’,‘위험하다’낙인찍는것도그때문이다.

2022년연세대학교청소노동자들이쟁의행위를하다가몇몇학생들에의해‘수업권방해’명목으로고소당하는일이있었다.이때학생들은악하고,노동자들은선한가.그렇기때문에노동자들의쟁의권을보장하는것이‘공익’인가.섣불리답을내리기보다갈등의원인과구조를다면적으로접근해파악해야한다.해당사건에서저자는갈등의원인이정당한학습권을주장하는학생이나노동권보장을외치는청소노동자에게있는게아니라,이들을고용하고관리하는원청학교와용역업체에있다고말한다.그리고이러한갈등상황을바라볼때,그싸움이동일한조건하에서이뤄지는지살펴봐야한다고주장한다.
일례로삼성노조투쟁중고염호석조합원의장례식장에서경찰은유족을설득할수있는인물을발굴해합의금을제시하는등사측대리인처럼굴었다.이처럼힘센자는수단이많다.돈과권력,심지어국가까지그들을보호한다.저자는각자의이권이동일한경기장에서논의될수있어야한다고말하며,우리사회의법제도와정치가힘과수단이부족한이들을보조하는역할을해야한다고주장한다.그래서우리는소수자,약자의이권투쟁에귀를더기울이고,함께싸우는무기가되어주어야한다.더나아가언젠가우리모두는자신의사익을위해투쟁하는순간을맞닥뜨릴것이다.이때우리가부지런히만들어온평등한경기장이나의사익투쟁역시지켜줄것이다.그러므로저자는세상을상대로투쟁을벌이고있는훌륭한‘사익’투쟁가들을응원한다.

선비와상인의경계에선변호사,
한국사법시스템을향한이권투쟁을벌이다

한국사회에서변호사라는직업은돈과권력을지닌기득권이라여겨진다.때문에변호사가자신의이익을위해투쟁을벌인다고하면힘있는자의욕심이라보는시선도존재한다.3장‘나의사익투쟁기’에서는저자가노동자이자,자영업자이자,또기본권을보장받아야하는개인으로서벌여온여러투쟁의현장들에대해이야기한다.이를통해오랜시간‘공익’변호사로불려온저자역시‘불온한사익’을추구하는투쟁가였음이드러난다.

하나의예로,저자는로스쿨2기입학생으로서‘로스쿨개혁운동’에적극적으로참여한다.로스쿨은기존사법시험의부작용을타파하고자,변호사배출방식을‘수험’을통한‘선발’에서‘교육’을통한‘양성’으로전환하기위해만들어졌다.하지만변호사시험의합격정원을입학정원대비75%로고정한탓에,현재는그합격률이50%내외로낮아졌다.처음로스쿨의취지는사라지고또다시학생들은무한경쟁에빠져들었다.게다가변호사시험에다섯번불합격하는경우영영응시를제한하는‘5탈제’는더심각한데,학생들의‘직업선택의자유’까지침해하기때문이다.왜이런불합리한제도가유지되는것일까?자신의밥그릇을빼앗기지않으려는기성법조인들의이권과맞닿아있기때문이다.심지어이들은로스쿨생의이권투쟁을막기위해로스쿨을‘귀족스쿨’,‘돈스쿨’이라거짓선동하기도한다.

저자의사익투쟁기를통해정말다양한현장에서,심지어같은이익을공유하고있는집단내에서도치밀하고치열한이권투쟁이벌어지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그럼에도저자는대화와타협의가능성을저버리지않는다.누군가의사익을보장하는것이,꼭다른누군가의사익을포기하는것이아니며투쟁의현장에서상대의목소리를듣고대화하고자마음다해시도할때그공존의가능성을발견할수있다고말한다.어쩌면지금우리에게필요한것은더옳은사익을분간해내고그타당함을판단하는적확한판결문이아니라,당장답을내릴수없어도끊임없이부딪히고발화하는시끄러운대화의장이아닐까.점차첨예해지는한국사회의이권갈등속에서쉽게선동되거나휘둘리지않고자하는,보다많은사람들의이권이대화를통해공존해나갈수있다고믿는이들에게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