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 소멸 사회 : 압축 성장 대한민국은 왜 복합 위기의 길로 들어섰나

압축 소멸 사회 : 압축 성장 대한민국은 왜 복합 위기의 길로 들어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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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역대 최연소 제10대 국회입법조사처장 이관후 교수 신간

압축 성장 대한민국은 왜 압축 소멸을 선택했나?
소멸을 앞둔 시한부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대한민국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는 이제 낯설지 않다.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저출생과 자살률, 인구 절벽과 초고령화 사회 진입,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등에 더해 기후 재난, 전쟁 위협, 에너지·산업 전환 등 지정학적 문제들이 중첩된 복합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소멸의 ‘속도’다. 과거 우리는 최빈국이자 약소국으로 분단과 전쟁까지 겪었지만 이내 초고속으로 문명적 근대화, 경제적 산업화,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성공의 원동력이었던 발전주의, 성장 이데올로기, 능력주의, 개인주의, 개발주의가 이제는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공동체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압축 성장’의 결과로 ‘압축 소멸’을 맞게 된 것이다.
나라 자체가 소멸할 위기 앞에서 우리는 꽤 둔감하다. 사회학자 엄기호 교수의 지적처럼 ‘소멸에 대한 감각이 소멸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대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외면한 채 담담히 최후를 기다려야 할까? 격변으로 인해 사회가 어려울 때, 제도를 만들고 고치고 운영하는 기술인 ‘정치’가 파멸을 막는 장치로서 작동해야 한다. 정치학자로서 국회와 정부에서 이론 현장과 실무 현장을 풍부하게 경험한 이관후 교수는 ‘사회의 소멸에는 정치의 소멸이 선행한다. 우리 사회가 소멸을 막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치가 먼저 소멸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16쪽)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는 국가 소멸을 극복할 고민과 대안은커녕 당장의 사회적 갈등이나 재난조차 해결할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우리는 국가 부재 상태에서 무관심과 무능으로 일관하는 정치를 보고 있다. 과연 정치 소멸과 국가 소멸이라는 양대 위기를 어떻게 막아 내야 할까? 저자는 ‘벼락 발전한 것은 벼락 소멸하기 마련’이라는 자조를 단호하게 배척하고, 지금 우리가 처한 국내외 상황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분석해 이 책에 담았다. 절망을 부추기는 대신 희망을 찾는 저자의 문제의식과 해법 모색은 소멸을 앞둔 시한부 대한민국에 매우 귀중한 인사이트를 선사할 것이다.

저자

이관후

저자:이관후
정치학자.서강대학교정치외교학과에서학부와석사를마치고,영국의런던대학교(UCL)에서‘대표(representation)’개념에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서강대글로컬한국정치사상연구소전임연구원을거쳐현재건국대학교상허교양대학교수로근무하고있다.제16,17대국회에서보좌진으로일하고행정안전부장관정책보좌관,국무총리메시지비서관을지냈으며,2024년11월에역대최연소로제10대국회입법조사처처장으로임명되었다.
《한겨레》《경향신문》《프레시안》등각종매체에오랫동안칼럼을썼고,지은책으로《양극화에도전하는시민》,공저로《다시읽는‘서구중심주의비판’》《기후,기회》《시민의조건,민주주의를읽는시간》,옮긴책으로《정치를옹호함》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는말

1부대한민국은왜소멸을선택했나

희망소멸사회는어떻게탄생하는가
압축성장대한민국,압축소멸을결심하다
지금여기사는청년이행복해야하는이유
지극히한국적인자살률과출생률
정치가소멸하면나라도소멸한다

2부절망을부추기는사회,위기를방치하는정치

안전도,희망도없는아수라의세계
5000만전국민이서울에서산다면
저출생문제막을생각없는저출생정책
전쟁위기는교통사고처럼온다

3부정치의소멸은어떻게오는가

게임과스포츠만도못한정치
정치를거부한대통령이선거에미치는영향
대한민국계파정치는왜변질되었나
정치와행정이사라진검찰공화국
‘자유민주주의’정부에서후퇴한민주주의
무엇을위한법치,누구를위한자유인가
정의당은왜원외로내몰렸나

4부다시희망을찾아서

기후재난은선거를어떻게바꿀것인가
정치복원,압축소멸을막는유일한방법
한강을기념하는법

나가는글

출판사 서평

절망을부추기는사회,위기를방치하는정치

외환위기이후심화된양극화는무한경쟁과각자도생의시대를낳았다.상대를이기지못하면내가죽는다는극단적인경쟁속에서각자의삶을갈아넣는다.경쟁에서이긴소수도,탈락한다수도행복하지않고,앞으로더나아질거라는희망도없다.바야흐로희망소멸사회다.(231쪽)결혼,출산이줄고자살이늘어나는이유는청년세대가희망을갖지못하기때문이다.그나마청년들은실낱같은기대를품고서울로향한다.그리고지방은차츰말라간다.청년들이계속빠져나가는상황에서과연어떤지속가능한대안이있을까?‘떠나는청년을붙잡자’가아니라‘지금여기사는청년을행복하게하자’로정책의목표와방향을바꾸는것에서부터시작해야한다.(51쪽)

인구소멸,지방소멸같은위기는비교적평화롭고안정적이다.그러나세계는불안정해졌고한국은지정학적경계에위치하고있어더심각한위기들이마치교통사고처럼갑작스럽게덮쳐올수도있다.가장명확하게실감할수있는것이바로기후위기다.세계적으로공인된‘기후악당’인한국은매년기록적인폭염과가뭄,폭우와폭설등기후재난을겪고있다.(217쪽)이로인해생명과재산의직접적피해를입는것도문제지만,에너지전환이라는국제정세의변화는‘수출한국’의경제에구조적타격을가한다.RE100,탄소제로등수출제조업제품에대한국제적규제기준이탄소배출이될것이지만친환경에너지원이부족한한국기업상당수는탄소중립을위해무엇을어떻게해야하는지조차모르는실정이다.(35쪽)

또다른위기는바로전쟁의위협이다.제2차세계대전이후냉전이나다자주의질서가만들어온평화의시대가끝나고,힘에기반을둔패권경쟁의시대가다시도래했다.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이스라엘-하마스전쟁의뒤를이어중국-대만과한반도가새로운전장이될지모른다는우려가크다.(116쪽)특히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북한군파병,미국의트럼프정부2기출범은새로운변수로작용할것이다.
이러한위기속에서국가경영에가장큰책임을져야할이들은국민에게서권력을위임받은대통령과정부,국회와정치인들이다.그런데이들은인구소멸,세계질서의변화,에너지전환이라는거대한변환에아무관심이없다.자기들이잘하려고노력하기보다상대를심판하는프레임에매달리고있다.심판프레임에머무는한여야는‘나라가망할수록자신에게유리하다’고생각할수밖에없다.그책임을상대에게전가할수록반사이익을얻을수있기때문이다.(37쪽)지금은정치가만연해서가아니라정치가아무것도하지않아서,정치가없어서문제다.(236쪽)어쩌다우리정치가이지경에이르렀을까?

정치의소멸은어떻게찾아오는가

한국의정치가팔팔살아있을때도있었다.전세계적으로민주주의에대한신뢰가줄어들고포퓰리즘이미국과유럽을삼키고있던2016년에한국의촛불은폭풍우속외로운등대처럼민주주의를지켰다.그러나8년여가지난지금많은것이변했고한국의민주주의신뢰도와정치효능감은빠르게후퇴했다.그원인으로선거제도나권력구조,정당정치의퇴조,미디어환경의변화,전세계적포퓰리즘의흥기등을꼽을수있다.그리고이로인해정치에서상대를경쟁자가아닌적으로보고배제하거나말살하려는경향이아주강해졌다.(133쪽)

여야를막론하고정치인들은포퓰리즘과팬덤정치,당내계파싸움에몰두한다.옳고그름보다는이기고지는것을중요하게여긴다.게임과스포츠에는룰과존중이있지만지금한국정치에는그런것이없다.반칙을해서라도이기는게우선이다.과거계파정치에는정치적가치와노선이있었다.지금은권력획득을위한패거리집단이되어버렸다.이런정치인들에게주어지는것은명예와긍지가아니라‘공천’과‘자리’라는실질적보상이다.박근혜대통령의탄핵사유가공천개입이었다는사실은당시나지금이나무척의미심장하다.(154쪽)

윤석열정부의국정운영능력부재도심각하다.이태원참사,잼버리사태,엑스포유치실패,R&D예산삭감,의료대란등행정과위기대응역량은처참한수준이다.특히이정부에서는적극적인경제,재정,산업,복지정책을찾아보기어렵다.할줄몰라서안하는게아니라일부러하지않는것처럼보일정도다.게다가실무일선에서는‘적극행정’을찾아보기어려워졌다.‘적극행정’을하다가문제가발생하면누구도책임져주지않는다는불안감이팽배하기때문이다.지난2년동안일어난많은사건사고들,국내외적실책들은이런분위기와관련이깊다.(169쪽)

검사라는특이한사법엘리트기술관료와포퓰리즘이결합한‘사법관료포퓰리즘’은윤석열정부가완성한검찰공화국의대표적인통치수단이다.정치적상대방과정치적공방을벌이며경쟁하는것이아니라사법의영역으로끌고와서단죄하는방식인데,정치혐오정서를강화시키면서정치자체를사법적판단의하위에놓으려는반정치적기획이다.궁극적으로정치가소멸할수밖에없다.(174쪽)

하지만정치소멸의원인이비단윤석열정부와여당의무능과무책임에만있을까?만약그렇다면국민의지지는야당쪽으로압도적으로기울어야한다.하지만실제로는그렇지않다.이사실은한국에서정치의실패와소멸이단순히대통령이나어느한정치세력의전적인책임이아니라는것을말해준다.(78쪽)그렇다면정치소멸을막고나아가대한민국공동체의소멸을저지하려면무엇이필요할까?저자는그결정적방법으로‘정치복원’을제안한다.

한국의소멸위기는인류사적대사건,
이를막을유일한방법은정치복원

오늘날한국정치에는국민을잘살게하고국가적문제를해결할정책경쟁이없다.오로지상대를적대화해정치적이익만누리려는태도만이확고하다.지금의정치는민주주의적경쟁이아니라권력을두고벌어지는인기투표에불과한것처럼보인다.정치가바로서고,나아가우리사회를지속가능한공동체로바꿔나갈전환점을만들려면무엇보다사회적합의가필요하다.근본적문제들을치유할비전과대안을찾고,그것을실행하는과정에서각자가감당해야할몫에대한합의를이뤄내야한다.한국판베버리지보고서(영국의경제학자윌리엄베버리지가정부위촉으로사회보장에관한문제를연구·조사한보고서)와그것을실천할공동체의연대도필요하다.특히정치를왜하는지에대한철학과비전을언제든지물을수있는정치,국가를이끌어갈수있는전문성과리더십을갖춘정치,소수의지지자가아니라다수국민의의견에귀기울일줄아는정치가절실하다.(229쪽)

정치가스스로복원되지않는다면헌법적주권을가진시민들이새로운정치를촉구하고스스로만들어나가야한다.이를위해서는시민들의숙의와토론이가능한공론장이필요하다.다음세대에게희망없는무한경쟁세상을물려줄지,지속가능한행복의세상을만들어나갈지는시민스스로결정해야한다.그러려면정치에더많은관심을기울여야한다.정치혐오로는아무것도이룰수없다.

나아가대한민국의소멸위기는단순히한국가의소멸,공동체의소멸로그치는것이아니다.불평등을해결하지못하는근대적민주주의,무제한적으로팽창하는자본주의,더디기만한기후위기대응노력으로보건대마치인류는파멸을향한돌진을멈추지못하는것같다.그래서어쩌면소멸하는것은대한민국공동체가아니라전세계인류인지도모른다.다만우리가그첨단에서있는것뿐인지도.저자는훗날이런이야기가들려오기를간절히희망한다.‘세계가아직안전하다고생각했을때한국이라는나라가먼저성장과소멸을압축적으로겪었다.그들은인류의과거이자현재,미래였다.그들은누구보다빨리미증유의소멸위기에처했다.전세계에서닥칠미래의위험들이거기서먼저일어났다.그리고그들은해답을찾았다.세계는그들의방식으로조금더인류의생존을지속시킬수있었다.’(250쪽)이것이바로우리가소멸위기를극복해야하는또다른이유이자의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