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산문)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산문)

$17.00
Description
“어쩌면 ‘싫음’은 곡절 없이 좋아하는 것을
몇 곱절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연중무휴의 사랑》 《헤아림의 조각들》 임지은 작가가
모노톤의 일상에서 발견한 미움과 사랑의 ‘낙차’

산문집 《연중무휴의 사랑》과 《헤아림의 조각들》(2023년 문학나눔 선정도서)로 2030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임지은이 신작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를 출간했다. 전작에서 냉철하고, 때론 따뜻한 연민과 너른 헤아림을 보여줬다면 이번 산문집에서는 작가 자신의 깊은 내면에 숨겨진 질투와 열등감, 욕망과 좌절, 위선 등의 감정을 진솔하게 마주해본다.
누구나 한번쯤 특별한 이유 없이 무언가를 미워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싫음’이라는 감정은 과연 무엇일까. 숨기고만 싶은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을 들여다볼수록 작가는 거기에 어떤 선망이나 외로움, 부끄러움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편으론 자기가 가진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을 돋보이게 하려는, 서툰 사랑의 마음이기도 했다.
작가는 슬픔과 기쁨과 외로움이 버무려진 이 “혼탕과 같은 삶”에 깊게 몸 담그며, 미움과 사랑 사이의 낙차를 발견한다. 엄마를 통해 흉보는 마음과 사랑이 때론 붙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온 세상과 자기 자신을 고루고루 아낌없이 사랑한다는 사람들 옆에서 홀로 투덜거리며 자신의 ‘싫음’을 통해 타인의 ‘싫음’ 또한 이해하게 되는 세계를 경험한다. 좋은 것은 당연하게 제 것이라 누리는 동거인에게 꼬인 마음이 드는 자신을 들여다보며 좋은 것을 좋은 것이라 수긍하기까지의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인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는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것대로 멋진 일이지만, 무언가를 미워한다는 것 또한 때로는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을 톺다 보면 이 책을 추천한 오은 시인의 말처럼, “곡절 없이 좋아하는 것들을 몇 곱절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곧 있으면 닥쳐올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직진하는 용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무언가 이유 없이 싫어지는 날이면 그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대체로 거기에 있는 건 내가 가진 진실이다. 내가 좋은 것의 집합이 아니라는 진실, 때로는 너무 중요한 것이 생김으로써 나쁜 마음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진실, 나쁜 마음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만큼이나 자연스럽다는 진실, 그럼에도 사람은 미움이 스스로에게 향하는 걸 두려워한다는 진실…. 그 진실로 나는 적어도 나에 대해 풍요롭게 알게 되었다. (…)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것대로 멋진 일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미워한다는 것 또한 때로는 좋은 일이다. 거기에는 거기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프롤로그 중에서)


“내 사랑이 이토록 옹졸하고 좀스러울 줄이야”

‘짙은 애정’과 미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쌍이다

총 2부로 이루어진 이 책의 1부에서는 ‘나’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이건 이래서 문제고 저건 저래서 문제”라며 균질하고 온화한 사랑만을 미덕으로 여기는 세상에 반기를 들기도 하고, “세상 제일의 개 호두”를 위해 엄마가 다른 개를 흉보는 것에서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돋보이게 하려는 사랑의 감정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나뿐인 동생을 향한 자신의 독점욕·집착 등을 마주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옭아매려는 자신에서 벗어나 소중한 이가 끝내 자신을 “배반”하고 홀로 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한편 작가는 타인을 이유 없이 혐오하는 사람의 마음 또한 들여다보는데, 딥페이크 범죄를 당한 작가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낱낱이 밝히며 여성을 향한 그릇된 혐오감에서 저지른 범죄자의 훼손된 영혼을 고발하기도 한다. 작가는 사람을 방해하는 것도 사람, 버티게 하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자신의 삶과 맥락을 공유할 수 있는 지인들을 통해 치유를 얻는다.
2부에서는 작가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러준다. 양극성 장애를 앓는 동생을 보며 심장이 너덜너덜해지기도 하고, 때론 삶을 저버리려고 하는 동생에게 “죽여버린다”며 깊은 사랑에서 오는 두려움을 분노로 드러내기도 한다. 화실 강사로 일하며 만난 초등학생 아이에게는 “나무는 갈색이지만 갈색이 아님”을 익히는 법을 알려준다. 눈 오는 날 한없이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곤 반대로 위태로운 장소에 서 있는 타인을 상상하며 눈물짓기도 한다. 핼러윈 이태원의 한 거리, 완벽하고도 어색한 옷차림으로 자기 자신을 한껏 꾸민 젊은이들에게 평소와 다른 오늘을 허락해주는 것. 그 승인으로 인해 무언가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을 상상하며 그 어떤 거대한 슬픔과 비난에도 맞설 수 있을 만큼 그날의 이태원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한때는 내 사랑이 너르고 깊은 줄만 알았다. 하지만 동생을 향한 내 사랑은 깊긴 하되 목구멍마냥 좁은 모양이다. 때론 목구멍 안쪽부터 뜻하지 않은 말들이 울컥 올라오고, 그럴 때마다 나는 거울 앞에서 서서 입을 벌리고 그 안을 들여다본다. 거기 누군가를 옭아매려는 컴컴한 심연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들켰다간 나를 곤란하게 할 심연이. 입을 닫으며 생각한다. 내 사랑이 이토록 옹졸하고 좀스럽고 짜칠 줄이야.”(60~61쪽)

“미움받을 용기만큼 미워하는 마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삶에 도사린 갖가지 모순과 양가적 감정에도
더욱 세게 용기를 움켜쥐는 책

한때 베스트셀러 도서에서 비롯된 ‘미움받을 용기’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움받을 용기만큼 무언가를 미워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싫어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들을 내세운다. ‘미움’을 드러내는 이를 종종 곤란하게 여기기도 한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은 나쁜 것이고, 부정적인 감정은 품지 말고 털어버리라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괜찮은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쌓아야 하는 ‘스펙’처럼 세상을 향해 긍정적인 마음을 품지 않는 이는 ‘별로’인 사람이 된다.
하지만 작가는 “사실 그래서 곤란한 건 내 쪽”이라고 말한다. 마음먹은 대로 감정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유복한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온 사람들과 달리 일찍이 세상 모든 풍파와 쓴맛을 겪어본 이들에게는 매번 긍정해야 하는 마음이란 때론 가질 수 없는 강요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 온전한 사랑을 받을 때, 그것을 공평하게 받지 못하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늘이 자란다. 사랑과 욕망하는 것 앞에서 가질 수 없음을 인지할 때 결코 아무렇지도 않을 사람은 없다. 그렇게 사랑과 관심은 차별을 포함한다.
작가는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마음에 생기는 미움 탓에 찌질하고 옹졸한 스스로가 싫다가도 자신이 좋은 것의 집합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기 안의 미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곰곰이 들여다본다. “삶의 도사린 갖가지 모순과 양가적인 감정”에 위선을 떨기보다 ‘미움’에서 찾아낼 수 있는 진실을 발견한다. 너무 중요한 것이 생김으로써 나쁜 마음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과, 나쁜 마음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만큼이나 자연스럽다는 것, 그럼에도 사람은 미움이 스스로에게 향하는 걸 두려워한다는 것을. 그 진실을 품은 채 작가는 오늘도 한 발 나아갈 용기를 움켜쥔다.

“어떤 자연스러움은 누군가에게 훈련의 영역에 있지. 그런 게 언제나 조금씩 나를 상하게 만든다고, 개를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아무 불편도 모르는 얼굴,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멸균된 얼굴은 역시 내 것이 아니다. 훈련해봤자 조금 상한 얼굴을 더 자연스럽게 여기는 내 관점은 아무래도 끝내 바뀌지 않을 모양이다. 그래선지 어떨 땐 사람들의 얼굴이 다 조금씩 상한 것처럼 보이곤 한다.”(105쪽)

“대중교통을 오가며 힐끗힐끗 사람들을 본다. 사람들이 상처 입거나 불행하지 않길 바라면서. 그러나 나는 어쩐지 그들 각자의 상처나 불행이 없어지길 곧장 바라지는 않는다. 거기서 오는 고통과 모순 같은 것들은 한 사람을 감싸는 오래된 맥락이므로. 나로선 그 안에 새겨진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다. 그들의 완두콩들을 헤아려보고 싶다. 그런 건 사람이 상처와 불행 속에서도 그럭저럭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임을 알려준다.”(106쪽)
저자

임지은

저자:임지은
1990년서울에서태어났다.에세이《헤아림의조각들》《연중무휴의사랑》,공저《우리둘이었던데는나름의이유가있겠지요?》《언니에게보내는행운의편지》가있다.
@uncommon__J

목차

작가의말

1부나에관한것
엄마는사랑할때흉을본다
마음이흐린날엔사주를보러간다
중인배들
낙차
배반을격려하기
아름다움에는더많은것이속해있어
냉장고라는은유
한뼘의자리
RIP내안의디오니소스
미리죽기
딥페이크사진의초상

2부당신에관한것
할머니의에르메스
젖소와여자들
후회와살기
눈내리는계절에
쓰잘데기없는예체능
무너지기쉬운사람들
우정
나의쪼그라든개구리
번화가로모여드는사람들
바람이분다
죽은할머니안심시키기

출판사 서평

“내사랑이이토록옹졸하고좀스러울줄이야”

‘짙은애정’과미움은떼려야뗄수없는한쌍이다

총2부로이루어진이책의1부에서는‘나’를둘러싼이야기를들려준다.작가는“이건이래서문제고저건저래서문제”라며균질하고온화한사랑만을미덕으로여기는세상에반기를들기도하고,“세상제일의개호두”를위해엄마가다른개를흉보는것에서자신에게소중한것을돋보이게하려는사랑의감정을발견하기도한다.하나뿐인동생을향한자신의독점욕·집착등을마주하며사랑이라는이름으로누군가를옭아매려는자신에서벗어나소중한이가끝내자신을“배반”하고홀로설수있기를진심으로응원한다.한편작가는타인을이유없이혐오하는사람의마음또한들여다보는데,딥페이크범죄를당한작가자신의내밀한경험을낱낱이밝히며여성을향한그릇된혐오감에서저지른범죄자의훼손된영혼을고발하기도한다.작가는사람을방해하는것도사람,버티게하는것도사람이라는것을깨달으며자신의삶과맥락을공유할수있는지인들을통해치유를얻는다.

2부에서는작가의주변부에있는사람들의이야기를들러준다.양극성장애를앓는동생을보며심장이너덜너덜해지기도하고,때론삶을저버리려고하는동생에게“죽여버린다”며깊은사랑에서오는두려움을분노로드러내기도한다.화실강사로일하며만난초등학생아이에게는“나무는갈색이지만갈색이아님”을익히는법을알려준다.눈오는날한없이고요하고아름다운풍경을보곤반대로위태로운장소에서있는타인을상상하며눈물짓기도한다.핼러윈이태원의한거리,완벽하고도어색한옷차림으로자기자신을한껏꾸민젊은이들에게평소와다른오늘을허락해주는것.그승인으로인해무언가를더아름답게만들어줄것을상상하며그어떤거대한슬픔과비난에도맞설수있을만큼그날의이태원을좋아한다고고백한다.

“한때는내사랑이너르고깊은줄만알았다.하지만동생을향한내사랑은깊긴하되목구멍마냥좁은모양이다.때론목구멍안쪽부터뜻하지않은말들이울컥올라오고,그럴때마다나는거울앞에서서서입을벌리고그안을들여다본다.거기누군가를옭아매려는컴컴한심연이있기라도한것처럼.들켰다간나를곤란하게할심연이.입을닫으며생각한다.내사랑이이토록옹졸하고좀스럽고짜칠줄이야.”(60~61쪽)

“미움받을용기만큼미워하는마음에도용기가필요하다”

삶에도사린갖가지모순과양가적감정에도
더욱세게용기를움켜쥐는책

한때베스트셀러도서에서비롯된‘미움받을용기’라는말이유행한적이있었다.그러나미움받을용기만큼무언가를미워하는것에도용기가필요하다.사람들은대체로싫어하는것보다사랑하는것들을내세운다.‘미움’을드러내는이를종종곤란하게여기기도한다.미워하고싫어하는마음은나쁜것이고,부정적인감정은품지말고털어버리라는것이다.언젠가부터괜찮은사람이라면필수적으로쌓아야하는‘스펙’처럼세상을향해긍정적인마음을품지않는이는‘별로’인사람이된다.

하지만작가는“사실그래서곤란한건내쪽”이라고말한다.마음먹은대로감정이따라주지않기때문이다.유복한환경에서부족함없이자라온사람들과달리일찍이세상모든풍파와쓴맛을겪어본이들에게는매번긍정해야하는마음이란때론가질수없는강요가될수도있다.누군가온전한사랑을받을때,그것을공평하게받지못하는다른누군가에게는그늘이자란다.사랑과욕망하는것앞에서가질수없음을인지할때결코아무렇지도않을사람은없다.그렇게사랑과관심은차별을포함한다.

작가는무언가를부러워하는마음에생기는미움탓에찌질하고옹졸한스스로가싫다가도자신이좋은것의집합이아니라는것을인정하고자기안의미움이어떻게작동하는지곰곰이들여다본다.“삶의도사린갖가지모순과양가적인감정”에위선을떨기보다‘미움’에서찾아낼수있는진실을발견한다.너무중요한것이생김으로써나쁜마음이만들어지기도한다는것과,나쁜마음은무언가를좋아하는마음만큼이나자연스럽다는것,그럼에도사람은미움이스스로에게향하는걸두려워한다는것을.그진실을품은채작가는오늘도한발나아갈용기를움켜쥔다.

“어떤자연스러움은누군가에게훈련의영역에있지.그런게언제나조금씩나를상하게만든다고,개를쓰다듬으며생각한다.아무불편도모르는얼굴,그래야한다고주장하는멸균된얼굴은역시내것이아니다.훈련해봤자조금상한얼굴을더자연스럽게여기는내관점은아무래도끝내바뀌지않을모양이다.그래선지어떨땐사람들의얼굴이다조금씩상한것처럼보이곤한다.”(105쪽)

“대중교통을오가며힐끗힐끗사람들을본다.사람들이상처입거나불행하지않길바라면서.그러나나는어쩐지그들각자의상처나불행이없어지길곧장바라지는않는다.거기서오는고통과모순같은것들은한사람을감싸는오래된맥락이므로.나로선그안에새겨진것들을가만히들여다보고싶다.그들의완두콩들을헤아려보고싶다.그런건사람이상처와불행속에서도그럭저럭버티며살아갈수있는존재임을알려준다.”(1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