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셋 2025
Description
작가, 출판사, 독자 ‘셋’의 만남을 ‘셋(set)’하다
한국문학의 큰 샛별이 될 내일의 문학들
“이들은 한국문학의 최전선에 있다”
-하성란(소설가)

심윤경, 박민규, 윤고은, 최진영, 장강명, 이혁진, 강화길, 박서련 등 한겨레문학상을 통해 한국문학의 중역이 된 작가들을 배출해온 한겨레출판과 박상영, 장류진, 천선란, 정대건, 김기태, 김현 등 차세대 문인을 양성해온 한겨레교육이 만났다. 202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한 이지혜와 제2회 〈너머〉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송지영, 제1회 림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성수진까지 걸출한 신인 작가들을 발굴해낸 《셋셋 2024》에 이어 이번에도 신년 첫 달에 《셋셋 2025》를 선보인다. ‘셋셋’은 작가, 출판사, 독자 ‘셋’의 만남을 ‘셋(set)’한다는 의미를 품은 시리즈로, 신춘문예나 문학상을 통한 등단이 정석으로 자리 잡은 한국 문단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뛰어난 문학적 역량을 지닌 신인들을 누구보다 빠르게 찾아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는 시를 제외하고 하성란, 서유미, 김현영 소설가가 엄정한 심사 과정을 거쳐 6인의 소설을 선정했다. 각 위원과 한겨레출판이 참여한 워크숍 과정을 통해 6인의 소설은 한층 깊은 문학적 성장을 이루었다. 선정위원들의 애정 어린 ‘추천의 글’은 신인들의 작품을 처음 접할 독자에게 사려 깊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한국문학의 영토가 다변화하는 지금, 새로이 탄생한 작가들이 써 내려간 내일의 문학이 눈 밝은 독자들에게 오롯이 가닿기를 기대한다.

오랫동안 소설을 읽고 써온 이들의 솜씨였다. 매일매일 소설을 생각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양성과 완성도에 감탄하면서도 그 고군분투의 과정이 아프게 와닿았다. _하성란(소설가), ‘추천의 글’에서

“어쩌면 구원 같은 것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로 들려준다”_김현영(소설가)
이해와 공감에서 기적을 발견하는 이야기들

《셋셋 2025》의 첫 소설인 김혜수의 〈여름방학〉에서 엄마는 아빠의 장례를 치른 뒤 힘겨운 생활고로 인해 종교에 빠진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되리라 믿으며 주일마다 ‘나’를 교회에 데려간다. 그렇지만 ‘나’는 엄마가 그토록 찾는 구원이 어디에도 없음을 확인할 뿐이다. 훗날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던 ‘나’는 어쩌면 구원이란 힘든 시기에 곁을 지켜주던 또래 친구 세희, 그 애와 은밀하게 주고받았던 ‘도깨비 말’을 통해서만 가능했던 게 아니었을까 곱씹는다.

나는 엄마가 찾아 헤매고 있고, 찾았다고 생각하는 구원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 그걸 알게 되었지만 (…)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려서 그 마음을 세희에게 전하기가 어려웠다. _김혜수, 〈여름방학〉에서

이서희의 〈지영〉도 구원은 거창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며 “한때 내가 꾸었던 꿈이 나를 산 채로 잡아먹는 괴물”이 되었음에 좌절하던 ‘나’는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지영을 만난다. 불우한 환경을 극복한 지영에게서 호감을 넘어 경이로움까지 느끼며 그녀가 의지하는 종교에 새삼 다른 관점을 갖게 된다. 어쩌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안아주고 함께 울어주는 것만으로 우리는 서로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때 나는 지영이 대단히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사람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낼 수 있을까? 행복해질 자격이 없다고 믿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해진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_이서희, 〈지영〉에서

이지연의 〈아이리시커피〉에서 희수 엄마는 끔찍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딸에게 “주님이 널 지켜주신 거야”라고 말한다. 자신이 오랫동안 해온 기도의 응답이라고, 기적이라고. 그러나 희수는 눈앞에서 벌어진 참사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유품을 들고 찾아간 소미의 집에서 소미 엄마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누군가와 애도를 함께 나눔으로써 희수는 비극 앞에 굳건히 설 수 있는 마음을 얻게 된다.

희수는 오래전 잃어버린 줄 알았던 어떤 마음이 자신 안에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불꽃이 꺼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온기 같은 것. 나약해지려는 자신을 고양시켜 어떻게든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밀어붙이는 무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_이지연, 〈아이리시커피〉에서

“저마다 다른 지점에서
다른 색의 빛을 내는 소설들이었다”_서유미(소설가)
냉혹한 현실 속에서 작은 위안을 건네는 소설들

김현민의 〈동물원을 탈출한 고양이〉에서 ‘나’는 루이소체치매를 앓는 엄마를 집 안에 가둬두고 뷔페식당 일을 하러 다닌다. 기억을 잃고 사물을 판단하지 못하는 엄마는 길거리의 고양이를 보면서도 표범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떤다. ‘나’는 그런 엄마를 돌보는 일에 피로함을 느끼지만 이따금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견딘다. 제과회사에 다니던 엄마가 명절마다 가져다주던 과자를 입천장이 까지도록 먹었던 기억이 힘겹게만 느껴지는 생을 부드럽게 도닥여주는 것이다.

나는 지나간 어제와 지금 마주한 오늘을 이어 붙인다. 이렇게 길게 늘어뜨린 시간을 걸어가다 보면, 삶이 조금은 느긋한 소풍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지 않을까._김현민, 〈동물원을 탈출한 고양이〉에서

양현모의 〈호날두의 눈물〉은 사십대 남자의 현실을 재치 있게 다룬다. ‘나’는 그저 호의로 건넸던 음료가 추파로 오인되면서 언제부터인가 ‘개저씨’로 취급되는 스스로를 돌아본다. 연이은 실패와 노화의 시간 속에서 과거의 연인이었던 현주를 떠올리고, 두 사람을 이별하게 만들었던 결정적 계기로 호날두를 기억한다. 경기에서 패배할 때마다 관중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던 호날두. ‘나’는 이제 사람들 앞에서 우는 호날두를 볼 때마다 “어딘가 아픈 것만 같은 기분에 눈물이 날 것” 같다.

카타르월드컵을 떠올리면 우승컵을 든 메시와 8강에서 탈락한 후 울면서 복도를 지나가던 호날두의 모습이 교차로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호날두가 다시 신경 쓰이기 시작한 게._양현모, 〈호날두의 눈물〉에서

전은서의 〈경유지〉 속 ‘나’는 한때 결혼까지 꿈꾸었던 연인 상민의 부고를 접한다. 장례식장에서 듣게 되는 상민에 관한 이야기들이 모두 생경하게만 느껴진다. “어떤 것이 상민의 진짜 모습이었을까?” 하지만 ‘나’는 상민이 남긴 사진 속에서 자신의 모습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알았던 상민이 진짜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으리라는 깨달음에 점차 이르게 된다.

그 시간 우리는 함께 있었다. 비록 서로를 경유하고 다른 곳으로 나아갔다 하더라도, 서로가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작은 땅이었다는 건 틀림없었다._전은서, 〈경유지〉에서

소설을 왜 읽고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 있고 참신한 기획 ‘셋셋’

‘셋셋’ 시리즈의 첫 책 《셋셋 2024》의 이지혜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통해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질문을 건넨다”는 평을 받으며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같은 해 송지영은 “세계와 인물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이 돋보인다는 상찬과 함께 〈너머〉 신인문학상을, 성수진은 “개성적인 작품 세계를 확보하고 있으며 신뢰할 만한 쓰기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림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렇듯 ‘셋셋’이 앞서 발굴해낸 작가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개성을 빛내며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올해에도 《셋셋 2025》를 통해 이제 막 출발점에 선 신인들의 첫 소설을 읽는다는 건 얼마나 귀하고 뜻깊은 일인가. 부디 새해에 탄생한 내일의 문학이 한층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신인들이 글을 써나갈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다정한 응원을 건네주길 바란다.

저자

김혜수,이서희,김현민,이지연,양현모,전은서

저자:김혜수
인천에서태어났다.고등학교를졸업하면서글쓰는사람은되지말아야겠다고다짐했지만부끄럽게도서른이넘어다시쓰기시작했다.이상한글을쓰더라도포기하지않고계속쓰는것이꿈이다.

저자:이서희
한겨레교육작가아카데미에서김성중,김현영,문지혁그리고하성란선생님께소설쓰기를배웠다.앞으로글을쓰며살아갈방법을찾고있는초보소설가이다.

저자:김현민
불문학과사회학을오래공부했다.사회학자를꿈꾸며언론사를퇴사했지만,긴방황끝에소설을쓰게되었다.밤에는학원에서영어를가르치고낮에는글을쓴다.소중한문우들과함께읽고쓰며한주를마무리한다.마르그리트뒤라스의글과영화를좋아한다.

저자:이지연
중어중문학을전공했고방송글을쓴다.소설을읽는사람에서쓰는사람이되기까지긴시간이필요했다.꾸준히소설쓰는사람이되고싶다.

저자:양현모
서울에서태어났다.미술을전공했다.매일읽고쓰면서조금씩나아가고싶다.소설쓰는일이즐겁다.

저자:전은서
대구에서태어났다.의과대학과대학원을졸업했다.병원에서일하며소설을쓴다.읽고쓰는일이자신의삶에도움이되었듯누군가에게닿을수있는이야기를쓰고싶다.

목차

여름방학|김혜수
지영|이서희
동물원을탈출한고양이|김현민
아이리시커피|이지연
호날두의눈물|양현모
경유지|전은서

추천의글|하성란,서유미,김현영

출판사 서평

“어쩌면구원같은것을진심으로믿는사람만이
낼수있는목소리로들려준다”_김현영(소설가)
이해와공감에서기적을발견하는이야기들

《셋셋2025》의첫소설인김혜수의〈여름방학〉에서엄마는아빠의장례를치른뒤힘겨운생활고로인해종교에빠진다.“하나님의사랑으로모든것이다”해결되리라믿으며주일마다‘나’를교회에데려간다.그렇지만‘나’는엄마가그토록찾는구원이어디에도없음을확인할뿐이다.훗날어린시절을돌이켜보던‘나’는어쩌면구원이란힘든시기에곁을지켜주던또래친구세희,그애와은밀하게주고받았던‘도깨비말’을통해서만가능했던게아니었을까곱씹는다.

나는엄마가찾아헤매고있고,찾았다고생각하는구원이사실은아무것도아니었다는것.그걸알게되었지만(…)그때의나는너무어려서그마음을세희에게전하기가어려웠다._김혜수,〈여름방학〉에서

이서희의〈지영〉도구원은거창한것이아님을이야기한다.영화시나리오를쓰며“한때내가꾸었던꿈이나를산채로잡아먹는괴물”이되었음에좌절하던‘나’는어느날우연한계기로지영을만난다.불우한환경을극복한지영에게서호감을넘어경이로움까지느끼며그녀가의지하는종교에새삼다른관점을갖게된다.어쩌면누군가의이야기를들어주는것,안아주고함께울어주는것만으로우리는서로를구원할수있는것인지도모른다고말이다.

그때나는지영이대단히멋진사람이라고생각했다.어떻게사람이자신의트라우마를극복해낼수있을까?행복해질자격이없다고믿었던사람이어느날갑자기행복해진다는게정말가능한일일까?_이서희,〈지영〉에서

이지연의〈아이리시커피〉에서희수엄마는끔찍한현장에서살아남은딸에게“주님이널지켜주신거야”라고말한다.자신이오랫동안해온기도의응답이라고,기적이라고.그러나희수는눈앞에서벌어진참사를적극적으로막지못했다는사실에죄책감을느낀다.유품을들고찾아간소미의집에서소미엄마와마주앉아식사를하고이야기를나눈다.그렇게누군가와애도를함께나눔으로써희수는비극앞에굳건히설수있는마음을얻게된다.

희수는오래전잃어버린줄알았던어떤마음이자신안에남아있음을느낄수있었다.불꽃이꺼진후에도사라지지않는온기같은것.나약해지려는자신을고양시켜어떻게든조금더나은사람으로밀어붙이는무언의목소리가들리는듯했다._이지연,〈아이리시커피〉에서

“저마다다른지점에서
다른색의빛을내는소설들이었다”_서유미(소설가)
냉혹한현실속에서작은위안을건네는소설들

김현민의〈동물원을탈출한고양이〉에서‘나’는루이소체치매를앓는엄마를집안에가둬두고뷔페식당일을하러다닌다.기억을잃고사물을판단하지못하는엄마는길거리의고양이를보면서도표범을떠올리며두려움에떤다.‘나’는그런엄마를돌보는일에피로함을느끼지만이따금어린시절의행복했던순간을떠올리며견딘다.제과회사에다니던엄마가명절마다가져다주던과자를입천장이까지도록먹었던기억이힘겹게만느껴지는생을부드럽게도닥여주는것이다.

나는지나간어제와지금마주한오늘을이어붙인다.이렇게길게늘어뜨린시간을걸어가다보면,삶이조금은느긋한소풍처럼느껴지는순간도있지않을까._김현민,〈동물원을탈출한고양이〉에서

양현모의〈호날두의눈물〉은사십대남자의현실을재치있게다룬다.‘나’는그저호의로건넸던음료가추파로오인되면서언제부터인가‘개저씨’로취급되는스스로를돌아본다.연이은실패와노화의시간속에서과거의연인이었던현주를떠올리고,두사람을이별하게만들었던결정적계기로호날두를기억한다.경기에서패배할때마다관중들이지켜보는앞에서울음을터뜨렸던호날두.‘나’는이제사람들앞에서우는호날두를볼때마다“어딘가아픈것만같은기분에눈물이날것”같다.

카타르월드컵을떠올리면우승컵을든메시와8강에서탈락한후울면서복도를지나가던호날두의모습이교차로떠올랐다.생각해보니그때부터였던것같다.호날두가다시신경쓰이기시작한게._양현모,〈호날두의눈물〉에서

전은서의〈경유지〉속‘나’는한때결혼까지꿈꾸었던연인상민의부고를접한다.장례식장에서듣게되는상민에관한이야기들이모두생경하게만느껴진다.“어떤것이상민의진짜모습이었을까?”하지만‘나’는상민이남긴사진속에서자신의모습조차제대로알아보지못한다.그렇기에자신이알았던상민이진짜가아니더라도상관없으리라는깨달음에점차이르게된다.

그시간우리는함께있었다.비록서로를경유하고다른곳으로나아갔다하더라도,서로가잠시기대어쉴수있는작은땅이었다는건틀림없었다._전은서,〈경유지〉에서

소설을왜읽고써야하는지에대한
의미있고참신한기획‘셋셋’

‘셋셋’시리즈의첫책《셋셋2024》의이지혜는“흥미로운에피소드를통해시대정신을관통하는질문을건넨다”는평을받으며서울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었다.같은해송지영은“세계와인물을바라보는따뜻하고섬세한시선”이돋보인다는상찬과함께〈너머〉신인문학상을,성수진은“개성적인작품세계를확보하고있으며신뢰할만한쓰기역량을갖추고”있다는평을받으며림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이렇듯‘셋셋’이앞서발굴해낸작가들은각자의자리에서서로다른개성을빛내며놀라운성장을보여주고있다.그러니올해에도《셋셋2025》를통해이제막출발점에선신인들의첫소설을읽는다는건얼마나귀하고뜻깊은일인가.부디새해에탄생한내일의문학이한층높이도약할수있도록,앞으로도신인들이글을써나갈용기와힘을얻을수있도록다정한응원을건네주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