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동 사람들

잠실동 사람들

$18.62
Description
■ 주요 내용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동.
새마을 시장 뒤편 빌라촌 반지하 셋방에 사는 여대생 서영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원하지 않는 ‘알바’를 한다. 그녀는 상업지역의 각종 소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이를 악물고 알바 시간을 견뎌낸 뒤 문을 열고 나가는 알바 상대의 뒷모습을 보며 주저앉는다. 서영의 알바 상대였던 허인규. 두 아이의 아빠이자 회사원인 인규는 서영의 집에서 나온 뒤 시장 골목을 빠져나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돌아간다. 재건축으로 올린, 신축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인규는 방금 빠져나온 여대생의 거주 공간을 생각하며 자신이 귀가하게 될 깔끔한 아파트를 경이로운 시선으로 올려다본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해서 잠실로 이사들어온 인규의 아내 수정은, 주변 엄마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군부투하며 하루를 보낸다. 수정의 아이 지환이 레벨 테스트를 받은 어학원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는 윤서와 지환의 과외교사로 일하게 된 승필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고층아파트 내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담임 교사 퇴출 사건’을 향해 나아가는데…….
저자

정아은

1975년전남순천출생으로세종대영어영문학과를졸업했다.외국계회사에서통번역일을하다가헤드헌터로활동했다.직장을그만둔뒤단행본번역일과함께소설을쓰기시작했다.2013년《모던하트》로제18회한겨레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대학생이서영
2.지환아빠허인규
3.지환엄마박수정
4.어학원상담원지윤서
5.과외교사김승필
6.지환엄마박수정
7.파견도우미최선화
8.원어민강사지미더글러스
9.해성엄마장유미
10.초등학교교사김미하
11.해성엄마장유미,지환엄마박수정,태민엄마심지현
12.카페주인이태용,박수진
13.학습지교사차현진
14.경훈엄마강희진
15.과외교사김승필
16.해성아빠고성민
17.경훈엄마강희진
18.초등학교교사김미하
19.대학생이서영
20.초등학교교장최정상
21.지환엄마박수정
22.태민엄마심지현
23.해성엄마장유미
24.초등학생허지환

해설_싱크홀서희원(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칼처럼하늘을찌르고있는고층빌딩숲과재래시장과낮은빌라촌이공존하는곳,
대한민국서울특별시송파구잠실동에서살아가는우리들의이야기

《모던하트》로2013년제18회한겨레문학상을수상한정아은의신작장편소설《잠실동사람들》이출간되었다.전작이서른일곱헤드헌터의일상을통해학벌이계급으로작동하는사회를그렸다면,신작《잠실동사람들》은계급을상승시킬수있는유일한희망인‘교육’을좇는부모들과‘교육’으로먹고사는학교선생님,원어민강사,과외교사,학습지교사,어학원상담원들이벌이는분투기,더불어불공정한출발선이시작되는공간사까지아우르는소설이다.
배경이‘잠실’인데에는“강남3구중하나”이며“서민들의주거지였던잠실주공아파트단지가철거되고그자리에재건축된고층아파트”라는점에서,‘강남’에속하고싶은욕망과아무나속할수없는‘중산층’이라는계급사회를실감나게그리면서공감을얻어낸다.즉이작품속‘잠실’이란“지배계급의신분과공간으로진입하기위해서그들이스스로의경제적능력을활용해찾아낸도약대”와같은공간이다.부모들이자신의희망인아이들을태운채대치동으로열심히나르는일상의공간은이렇게은밀하고도“거대한상승욕구”를비추는얼음판이된다.
이처럼‘잠실’이라는특정공간에등장하는각각의인물들이저마다의시점에서이야기를이어가는구성은인물들에대한몰입도를높인다.문학평론가서희원은“좋은다큐멘터리작가가그렇듯이최대한대상에밀접한상태로,자신의감정을절제하며관찰”한다고평했다.
정아은의《잠실동사람들》은단순히아이를매개로자신의욕망을실현하려는부모의이기심을다루지않는다.‘교육’시장에아슬아슬매달려있는대학생,주과목이아니라서홀대받고,태어나서줄곧교육서비스대접에익숙한아이들과학부모를매일마주해야하는선생님,모욕감,치욕감을견디면서엄마들눈치를살피는과외교사와학습지교사,입시에악착같이매달린듯보이지만아이의미래에대한확신보다는떠도는소문에도쉽게흔들리는갈대같은부모등다양한삶의주체들이살아가는생의단면을제시한다.또한엄연히학벌과거주지로보이지않는선이그어지고그선을벗어나는반전은쉽게일어나지않는현실을속도감있게그려낸다.
이렇듯작가가묘사하는이사회의민낯은잠실동에심심찮게등장하는‘싱크홀’보다도더거대한싱크홀이“이시대를살아가는인간들의가슴에뚫려있고,그로인해우리의삶이되돌릴수없을만큼붕괴하였다는사실(서희원)”을상기시킨다.

모든것은일상적이지만문제가없는것은아니다
다르게말하자면,그일상이문제다

《잠실동사람들》의중심에는초등학교2학년같은반아이들을둔지환엄마,해성엄마,경훈엄마,태민엄마가있다.대출한계를채워가며무리해서잠실아파트로들어오거나미국유학,직장을포기하고아이교육에온신경을집중하고있는엄마들이다.아이들옆에서전전긍긍하면서도자신의미래를포기하는것이옳은지혼란스럽기도하다.

이것도아이들의복지와엄마의일이상충되는부분이다.아이들을학원으로돌리려니돈만들고제대로된교육을못시킬것같고,직접끼고가르치려니엄마가일을많이못하고.결국육아와여자의일은서로반목할수밖에없는걸까.희진은아이를잘키우고싶다는욕심을버리지못하는자신이안타깝다.펼쳐진탄탄대로를버리고페이닥터로주저앉은것도결국육아때문이아니었던가.하지만한번육아를손에잡고나니도저히놓을수가없다.보슬비가내리기시작하면당장에아이를끌고들어가는엄마들과달리장대비로바뀔때까지아이를빗속에방치한채모여수다를떠는조선족시터들의모습을,제키보다높은미끄럼틀에올라가무섭다고우는네살짜리아이에게혼자내려오라고친절하게말한뒤앉아서스마트폰에고개를처박고있는조선족시터의모습을보아버린뒤로는남에게아이들을맡길엄두가나지않는다.그렇다면나는이제의사로서성장하기는다틀린걸까.이대로남의병원에정부보조금늘려주는페이닥터나하다끝나는걸까.수백번도더해왔던생각이다시머릿속을채웠다.영원히결론내지못할해묵은문제가.

한편,잠실동에속해있지않은사람들은잠실고층아파트를바라보는속내가더복잡하다.삼성동여기저기옮겨다니며자란과외교사김승필과잠실동에서원주민으로자란학습지교사차현진이지닌이주의역사는서울강남권개발의역사와맞물린다.상전벽해라는말처럼,한순간모든풍경이변하는사회의속도는개인이쫓아가기엔너무나벅차고과거또한빠르게잊힌다.현재의고층아파트를보며한번도아파트에살아본적없던김승필은자신도모르던열망이솟구친다.

낡은아파트를허물고재건축해지었다는이세단지의고층아파트들에서아이들을가르치면서그는사람들이왜아파트,아파트,타령하는지알게되었다.걸어다닐때불안하지않은곳,즐비하게주차된차들때문에신경전을벌이지않아도되는곳.그것이아파트였다.(중략)
많이벌어서이런아파트를살것이다.착하고잘웃는여자를만나살림을꾸릴것이다.아이를낳아이런유모차에태우고다닐것이다.갑자기그런생각이들었다.그리고웃음이나왔다.사실아파트가미치도록갖고싶다거나재혼이너무너무하고싶은건아니었지만,승필은그생각을계속하기로했다.그런열망이생겨난게어딘가.집에틀어박혀떠나버린여자를생각하며시간을죽이는것보다백배는나을것이었다.

유년기의추억이사라져버린고층아파트를바라보는차현진은씁쓸하다.허울좋은재개발은집값을천정부지로올리고,대부분의사람들을동네밖으로축출했다.

현진은두리번거리며자신이살았던동이어디에있었는지가늠해보려했지만,그게지금의분수대자리에있었는지,227동자리에있었는지도통구분이되지않았다.과거에무엇이있었는지알려주는표식이전혀남아있지않아서,리센츠가주공아파트2단지를재건축한것이라는역사적사실이없었다면지나가다봐도여기가자신이자란동네라는걸모를것같았다.옆에있던1단지와건너편에있던3단지까지엘스,트리지움이라는초고층아파트로탈바꿈해있어과거를떠올리는데아무런도움이되지않았다.그나마중학교와고등학교건물은예전모습그대로여서,그자리를바탕으로자신이살았던동을어렴풋이가늠해볼수있으니그것만으로도감사해야하는걸까.이럴거면아예동이름도바꾸지,왜그대로잠실2동이란이름을유지하고있을까?현진은가끔그런생각을했다.아예동이름을바꾸고중ㆍ고등학교까지싹쓸어버렸다면이아파트가자기가살았던아파트란생각도들지않았을테고,고층아파트를올려다보며억하심정을갖지도않았을것아닌가.

정아은소설가는가진사람들과갖지못한사람들이나뉘기시작한지점을찾고,시간이흐를수록견고해져만가는계급사회를인물들의입을통해서술한다.중심부에서밀려난제각각의사연과일상을유지하기위해애쓰는이들의이야기는잠실동초고층아파트안의삶과비교되면서소설안에서더욱도드라진다.
특히지환엄마,해성엄마의집에서도우미일을하는최선화는아이셋을둔엄마이면서가장이기도하다.풍족하지않아도부족함없이살던일상은어느날동네가뉴타운으로지정되면서작은균열이일어난다.이주대신새아파트의임대주택으로입주했는데,아이들은학교에서놀림을받게되고전파상을하던남편이단골이었던이웃들을잃은것이다.그과정에서첫째화영이는미혼모가되었고,둘째서영이는집을나가고연락두절상태다.언제부터잘못되었던것일까,동네를옮기지않았다면하고선화는늘되짚어보지만일어난일은돌이킬수없다.한편집을나온뒤,근근이버티고있는대학생이서영에게도앞날이란암울하기만하다.

나는변호사가될수있을까.청운의뜻을품고대학에들어올때만해도로스쿨등록금을걱정했지,대학등록금을걱정하진않았다.올초에하남집을뛰쳐나온뒤,이것저것아르바이트를했다.과외,편의점알바,고깃집서빙등손에잡히는일을닥치는대로했지만돈은좀처럼모이지않았다.목이터지게아이를가르치면과외알선업체에서과외비의반에가까운금액을떼어갔고,편의점일은시급이너무적었다.고깃집일은시급이높은편이었지만일을마치면너무피곤해서학교공부를할수없었다.이렇게벌어도카드회사에서빌린대출금에대한이자를물고,책값을대고,방세에식비와교통비,통신요금을내면남는게없었다.대학의하루하루가모두돈으로메워가는시간이라는것을깨달았을무렵,‘알바’를하기시작했다.낯선남자의몸을견뎌야하는데에회의가들면엄마와언니를생각했다.구질구질하고고단한삶.평생그렇게살것인가.

이외에도‘빌라사는애들’운운하며학원을평가하는엄마들을대하는어학원상담원지윤서,‘눈이파란백인’으로학부모들의열렬한지지를받는원어민강사지미더글라스,학력과경력을속인채실력만으로평가받길원했던과외교사김승필,자신의아들은집에두고잠실엄마들의집을돌아다니며아이들을가르치는학습지교사차현진등의시선은“동(洞)이라고지칭하기보다는‘성(成)’이라고부르는것이좀더적절한”잠실동고층아파트에사는사람들의욕망을적나라하게비춘다.
《잠실동사람들》을통해정아은은‘무엇’을위해달리는줄도모르고뒤처지지않기위해,그안에소속되고자하는절실함을서술한다.생존을위해존재를부정당하는치욕감,모욕감,불쾌감을말할수없는사람들의그림자까지생생하게그리는이소설을읽다보면독자는어느새기억을잃고,맹목이되어가는우리를정직하게바라보는거울같은시선을마주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