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폴라 일지(큰글자도서)

나의 폴라 일지(큰글자도서)

$39.08
Description
“이 지구라는 행성에 남극이 있는 한 인간은
그리고 세계는 회복할 수 있다”

생명의 가장 깨끗하고 단순한 출발 앞에 선
다감한 소설가의 투명한 기록
2009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일상의 순간에서 길어올린 깊은 통찰과 산뜻한 위트로 인간 내면의 지형도를 섬세하게 그려온 작가 김금희의 세 번째 산문집을 펴낸다. 2024년 세 번째 장편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로 괄목할 만한 작가적 도약을 이루며 앞으로의 행보에 두터운 신뢰의 시선이 모이는 지금, 국내 소설가로서는 사상 최초로 남극 체류기를 들고 돌아왔다. 왜 남극이어야 했을까. 그리고 작가는 그 극지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기록했을까.
주권도 화폐도 국경도 없는 곳, 세계의 끝,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지구의 가장 먼 곳, 마치 흰빛처럼 아스라이 존재하는 얼음 땅. 얼음이 말뚝을 대신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유빙이 해안까지 몰려오며 멀리서 빙벽 무너지는 소리가 허다하게 들리는 곳. 펭귄과 고래와 이끼와 암석과 영구동토층이 본연의 자리를 지키는 그곳. 작가는 인간과 그것이 만들어낸 문명이 없는 자연 속에서 압도적인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잠시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오래 머무르며 인간종으로서 작고 단순하고 겸손해지는 과정을 겪어보기를 원했다고.
작가가 되기 전부터 꿈꿨던 남극 기지 방문은 쉬이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다. 여러 경로로 시도했으나 늘 실패했고 마침내 〈한겨레〉의 특별 취재기자 자격을 부여받음으로써 극적으로 가능해졌다. 특파원으로 위촉된 뒤에는 극지연구소에서 파견하는 하계 연구 대원이 받는 훈련에 준하는 생존과 안전 교육 과정을 여름 내내 수료한 뒤, 2024년 2월 1일 비로소 남극 땅을 밟는다. 1월 27일 한국에서 출발해 남극의 관문인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 대기한 후 이루어진 여정이다. 근 한 달 동안 직접 남극 세종 기지에 체류하며 그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대면함은 물론 극지에서 행하는 연구와 이를 수행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꼼꼼히 취재하고 그 깨달음을 ‘나의 폴라 일지’로 남겼다. 이를 〈한겨레〉에 10개월간 연재한 뒤 전면 개고를 거쳐 이 산문집으로 엮어낸 것이다.
《나의 폴라 일지》는 “오랫동안 꿈꿔온 공간에 다녀온 한 여행가의 벅찬 감상이자 젠투펭귄들 사이에 뜬금없이 끼어든 아기 턱끈펭귄처럼 무한한 호기심을 먹이 삼아 과학자들 사이를 탐험한 소설가의 일기, 그리고 자연 속에서 하나의 종으로 살면서 작고 단순하고 환해졌던 날들에 대한 일지”다.
곽명주 화가와의 협업으로 생생한 일러스트를 삽입해 보는 즐거움을 더했음은 물론 부록에는 작가가 직접 찍은 현지 사진을 다수 수록해 대자연이 주는 감동은 배가된다.

아침에 일어나니 유빙이 기지 해안가까지 몰려와 있었다. 하얀 포말과 함께 해안을 채우고 있는 얼음들, 앞으로 미는 파도의 힘에 엉거주춤 지상으로 잠시 올라와 앉는 덩어리들. 내 방은 유빙 무리가 잘 보이는 쪽이었고 아침마다 그 풍경을 바라보자면 나조차 투명해지는 느낌이었다. 다른 존재에 이입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능력이라면 그것이 자연을 향할 때 인간은 가장 아름다워지고 대범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_본문에서
저자

김금희

2009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너의도큐먼트〉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센티멘털도하루이틀》《너무한낮의연애》《오직한사람의차지》《우리는페퍼로니에서왔어》,장편소설《경애의마음》《복자에게》《대온실수리보고서》,중편소설《나의사랑,매기》,짧은소설《나는그것에대해아주오랫동안생각해》,산문집《사랑밖의모든말들》《식물적낙관》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현대문학상,우현예술상,김승옥문학상대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책,캐리어그리고천사들
‘없는’행성으로/그여름,버디라인/아유오케이?/나는비펭귄인간

2작은눈사람들의세상
여름언덕의펭귄들/이상한관찰자/그카펫은밟지마/식물수업

3대기의강
남극의독학자/언니네‘공기밭’/비닐금지/황금빛이끼숲/해피뉴이어

4명명의세계
먼저떠나는사람들/남극해를걷다/유령들/따뜻하게,더따뜻하게

5나의폴라속으로
천사도가끔거짓말을한다/고래의첫숨/거꾸로된달의얼굴/안녕,펭귄

에필로그태어나서내가가장잘한일
부록나의남극사진일지

출판사 서평

주권도화폐도국경도없는세계의끝
남극에서마주한자연과인간,그감동과경이
《대온실수리보고서》김금희신작산문!

“거기서는모든것이한눈에보였다.
내가평생살면서가장먼곳을바라본순간이아닐까”


“이대륙에서가장따뜻한사람이된것같다”
열도높은호기심과모험심으로무장한남극의독학자들

1부〈책,캐리어그리고천사들〉에서는긴시간염원했던남극기지방문에의꿈이이루어지기전지난한준비과정과입남극까지의여정을담았다.국가라는제도안에들어와있지않은,마치‘없는’행성처럼존재하는남극에가게되다니,철저한준비는여름부터시작되었다.산티아고를거쳐푼타아레나스에대기하면서함께하게될과학자들과인사를나누고‘식생팀’이되어달라는따뜻한제안을받는다.얼음이말뚝을대신하는남극에들어와서는‘비펭귄인간’으로서기지이곳저곳과사람들을읽혀나간다.
2부〈작은눈사람들의세상〉에서는한국이주도해제정한최초의남극특별보호구역,아스파인펭귄마을에방문하는일정이소개된다.2인1조로만움직여야하는기지에서버디와함께그토록보고싶었던펭귄과물개를조우한다.‘식생팀’으로서마치카펫을깔아놓은듯폭신한이끼식물밭에서식물수업이이어진다.남극식물인지의류가운데하나인우스네아의빼어난자태에감탄한다.극지나사막같은극한지역은물론이고우주에서도살아남은생명체라는지의류를통해공생체의감각을학습하기도한다.
3부〈대기의강〉에서는세종기지안식당셰프의출중한음식솜씨로나날이지방을축적해가는평화로운일상과각자의연구분야를발표하는세미나를앞두고흐르는긴장감을목도한다.대기를관측하는카밀라언니,옆새우에빠져있는안연구원,대기과학자인클라우디우라는일명구름씨,과학분야의신사업아이템을찾는벡터등사명감과열정으로가득한여러대원을만난다.해표마을대피소에서황금빛이끼도마주한다.이윽고남극에서맞는설날에는모두모여떡국을먹고윷놀이도하며진짜새해를자축한다.중위도지역에서형성되는‘대기의강’은수분과열을품고수천킬로미터로흐르는지구기후시스템을좌우하는현상이다.이를파악하려고‘라디오존데’라는대형기상관측풍선을매일띄워대기상황을관찰한다.우리나라에서도풍선을띄우는데이모든작업들이연결되어있다는사실이인류의낙관처럼느껴진다.
4부〈명명의세계〉에서는이름을붙여존재를인식하는행위의고귀함을역설한다.기지역사박물관을둘러본뒤최초대원들의‘휴머니티’에벅차오름을느낀다.주일이되어카밀라언니와함께인생최초의남극미사를드리기도한다.극지에서자연의포악하고도무도한죽음들을목격할까두려웠던내가생과사를평온히받아들이게된데는기지곳곳에서빈번히보이는‘뼈’가큰역할을했다.고래나펭귄등죽음의흔적들에서무정하지도무심하지도않은평정심을배웠다.안연구원과함께‘미보고종’옆새우채취를위해여름의남극해를두발로걸어나갔던경험은잊을수없다.
5부〈나의폴라속으로〉에서는풍광맛집이라는전망대로이동해백두봉에까지오른여정이등장한다.가장높은봉우리에오른최초의작가로(아마도최장시간이걸린주인공으로)남을까.조류를관찰하고채취하고자수중으로다이빙을하는연구원들곁에서고래의‘살아있음’그자체인첫숨도목격한다.중국장성기지에방문해다른나라연구동을살피고친목도다진다.‘인간’보다대륙자체의‘자연성’이앞서며그안에서인간은모두다를것없는종이라는,이런남극의우정이미래에대한새로운힌트일지모른다고상상하면서.세종기지를떠나기전마지막으로펭귄마을에들러녀석에게마침내안녕을고한다.마을을내려오며왜그토록남극에오고싶어했는지알것같다고생각한다.“다른마음으로세상을살고싶어서였다.”

남극하면우리와먼곳처럼들리지만막상여기와보니남극의모든것이삶을관장하고있었다.지구의양끝인남극과북극은세상의대기와해류를이동시키는아주거대한손이었다.이곳의변화들이지구를휘저었고우리일상이조형되었다.‘기후’라는말뒤에붙는변화,위기,때론전쟁과습격이라는수많은불확실성속에서도매일전세계의과학자들이같은시각에풍선을올려하늘을살핀다는것이작은낙관처럼느껴졌다._본문에서

“우리는모두연결된존재다”
자연의질서를깨닫는아름다운여정

우리에게남극은어떤의미일까.남극은단순히먼대륙이아니라가깝게연결된지구고우리가주의깊게살펴야할중요한공간이며,결국함께써내려갈미래의기록이다.내일상적선택들이일으킬변화에대한예민한자각들만이,행성으로서의지구와한종으로서인간과의긴밀한연결감만이앞으로도래할위기들을헤쳐나갈전략이될것이다.
“남극에서내시간은여행도취재도연구도아니라‘사는것’이었다.관계를만들고대화를나누고호의,기쁨,감동과경이,긴장,때론불안과불쾌같은순간순간의감정을지닌채하루하루일상을만들어나가는”것이었다고말하는작가.달무늬도정확히반대인남극에서‘이상한관찰자’가되어한번도경험해보지못한일상을아낌없이감각하고누리는이따뜻한기록을읽다보면결국은우주안에서동떨어진존재는없다는자명한사실을깨닫게된다.죽은자기몸을배양분삼아자라고,성장한새로운몸체는이후또다른줄기를위한기반이되는낫깃털이끼처럼가장흔하고미미한존재라도남극을존속시키는중요한요소이듯이.서로가목격자가되고근거가되는,저마다다른힘과속도를지닌존재들이분투하며공존하는것이야말로자연의질서임을이책은다정하게말한다.

인간처럼펭귄도개중좀늦된존재들이있다는사실이왜이렇게고마울까.가장강한것만존속하지않고저마다다른힘과속도를지닌존재들이공존하는것이야말로자연의질서라는사실이.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