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골동품점 (범유진 장편소설)

호랑골동품점 (범유진 장편소설)

$16.80
Description
“더 이상 큰일이 벌어지진 않을 겁니다.
만약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 가게로 찾아오십시오”
“호랑골동품점은 물건 속의 숨은 기억을
건져내어 낡은 인연을 꿰매는 역할을 한다.
이제 당신을 발칙한 이야기 속으로 초대한다”
―청예(소설가)

한(恨) 깃든 물건을 보관하고 정화하는
귀신 들린 가게, 호랑골동품점의 문이 열리다!
힐링 호러 소설의 눈부신 발걸음, 범유진 신작 장편소설 출간

판타지, 호러, 청소년소설 등 장르를 불문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선보여온 범유진의 신작 장편소설 《호랑골동품점》이 출간되었다.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3관왕을 기록하며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서사를 구축해낸 《아홉수 가위》 《카피캣 식당》 등 이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신작이다. 레트로 텔레비전 탑과 고미술점이 늘어선 골목의 끝, 밤 11시에 문을 열어 새벽 4시까지 운영하는 수상한 가게가 있다. 호랑골동품점은 사회 구조적 문제와 부조리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한이 깃든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이다. 이곳을 지키는 호미(虎眉)와 신령한 땅의 기운이 오랜 시간을 들여 골동품에 서린 불온한 힘을 정화한다. 그런데 미처 정화되지 못한 물건들이 인간을 꾀어 탈주하는 바람에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호랑골동품점》은 지극히 환상적이고 현실적인 ‘힐링 호러 소설’이다. 기이한 호러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되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줄곧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살핀다. “놀랍도록 기막히고 음흉한 술래잡기” 같은 서사를 좇아가다 보면 마지막 책장을 넘길 즈음 “분노와 그리움, 때로는 애수”마저 느낄 수 있다(청예 소설가). 가정폭력, 노동인권, 여성혐오, 외모지상주의, 계급 문제 등 세상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비추면서도 인간에 대한 연민을 놓지 않는 《호랑골동품점》이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과 쾌감으로 전해질 것이다.

골동품 중 판매 금지 품목은 이 성냥처럼 사연이 깃든 것들입니다. 그것들은 자신과 비슷한 한이 응축된 사람을 끌어들여 가게를 벗어나려 하지요. 그렇게 멋대로 돌아다니면서 계속 사고를 일으킵니다. 그것도 한을 해소하는 방법이 됩니다만…… 그래서야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니 가게 안에서 한을 정화하는 겁니다. _57쪽
저자

범유진

저자:범유진
틈새에앉아밖을보며글을쓴다.장편소설《선샤인의완벽한죽음》《카피캣식당》《당신이사랑을하면우리는복수를하지》,소설집《아홉수가위》등이있다.

목차


서막.호랑골동품점영업시작전[닫힘]
1.19세기,영국브라이언트앤드메이성냥
2.19세기,그림자인형와양쿨릿
3.1977년,체신1호벽괘형공중전화기
4.1950년대,럭키래빗스풋
5.17세기,짚인형제웅
6.연도불명,콩주머니
후일담.호랑골동품점영업시작[열림]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특별한사연이없더라도매일사용하는물건에는그사람의일상이스며든다고생각합니다.대단찮은일상이차곡차곡쌓여누군가를연상시키는물건이되는것이오히려대단하다고할까요.그래서인지골동품점안의물건들을살피다보면타인의일기장을엿보는듯한착각이듭니다.오래된것에끌리면기이한것역시사랑하게되는법인지라기담형식을취하게되었습니다.동시에이글은외로움에관한이야기이기도합니다.《호랑골동품점》을읽는동안여러분이조금덜외로웠으면좋겠습니다.

책속에서

새하얀눈썹이돋아난청년은방방곡곡을돌며이형의것들이일으키는문제를해결했다.사람들은그를‘호미(虎眉)’라고불렀다.호미는땅의목소리를들어기운좋은곳에터를잡아집을지었다.바깥에서는온갖말썽을부리던이형의것들이호미의집에만오면잠잠해졌다._10쪽

김규리와눈이마주치자여자는히죽웃었다.턱을감싼천이느슨해지며듬성듬성이가빠진입안이깊은동굴처럼열렸다.아래턱이반쯤녹아입안에가득찬녹색의액체가천을적셨다.뚝.여자의입에서흘러나온액체가김규리의무릎위로떨어졌다._48쪽

낭랑한어린아이의목소리가골목안에종처럼울려퍼졌다.동시에나무토막세개가용광로속에서녹아내리는유리처럼서로엉겨붙더니,사라진못난이인형이되었다.눈앞에나타난인형의웃는지우는지모를얼굴을마주한김택구의목울대가크게꿀렁거렸다.김택구가비명을지른것보다인형의머리가열린것이먼저였다.그안에서쏟아져나온수백마리의메뚜기가김택구에게달려들었다._100쪽

여하튼아버지,이거때문에어머니한테잔소리엄청나게들었어.왜이렇게흉한걸사오느냐고.어쩔수없이집안에못두고창고에뒀거든?그런데밤마다벨이울리는거야.전화선도연결되어있지않은데._137쪽

택시를타고집에도착하자마자침대에쓰러져잠든심길용은보지못했다.현관문아래틈으로스멀스멀기어드는검은그림자,그리고그그림자를노려보며발로바닥을치는롭의모습을.롭이사납게코끝을찡긋거리자그림자는슬금슬금뒷걸음질하듯사라졌다._180쪽

가장믿던상대에게버림받고도애정을갈구하는것이어찌흉할까.흉한것은그믿음을저버린쪽이아닌가._215쪽

소하연은입을틀어막은채소리없이엄마를불렀다.그날할머니집에가지말걸,집에있을걸,그럼엄마가죽지않았을지도모른다.계속맺혀있던후회가눈물과함께터져나왔다._238쪽

언젠가너에게도흰눈썹이돋아날까.어쩌면똑같은의문을품게될까.혼자가될것을두려워하게될까.이유요는소하연의머리를가만히쓰다듬었다._2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