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러 나가다 (개정판 | 양장본 Hardcover)

숨 쉬러 나가다 (개정판 | 양장본 Hardcover)

$19.35
Description
“우리가 ‘숨 쉴 곳’은 어디인가”
『동물농장』과 『1984』의 씨앗이 된
조지 오웰의 숨은 걸작
조지 오웰의 숨은 걸작 『숨 쉬러 나가다』가 재출간되었다. 국내에서는 2011년 한겨레출판의 초역 출간 후 한동안 절판되었으나 오웰의 의미를 꾸준히 재해석하려는 독자들의 요청으로 2025년 『나는 왜 쓰는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과 함께 새 장정을 입고 나왔다.
오웰은 작가로서의 삶에 큰 전환점을 맞았던 1936년을 거치며 그 이후 자신이 쓴 모든 글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작업의 일환이라 술회한 바 있는데, 『숨 쉬러 나가다』는 그러한 문학적 입장에 입각한 첫 소설이다. 또한 본격적인 정치풍자의 세계로 넘어간 대표작 『동물농장』과 『1984』를 내놓기 전에 쓴 마지막 작품으로 그가 남긴 주된 문제의식의 씨앗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매사에 돈 걱정뿐인 아내와 쟁쟁거리는 아이들, 임박해오는 파시즘과 전쟁을 예감하게 하는 폭격기 굉음을 피해, 20년 전 떠나온 고향으로 가는 길을 서두르는 한 중년의 보험영업사원이 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가스요금과 주택할부금, 학비, 우윳값, 라디오 소음에서 벗어난 평화와 정적. 그의 뇌리에는 소년 시절, 비밀의 연못에서 보았던 거대한 물고기의 그림자가 춤춘다. 하지만 그가 ‘숨 쉬러’ 나간 옛 마을에서 본 것은 대규모 주택단지와 공업타운, ‘현대’라는 괴물이 가져온 낯섦과 불안감. 일주일간의 초라한 일탈을 통해 저무는 한 시대의 질서가 현대라는 이름의 새 시대에 의해 어떻게 삼켜지는지, 속도와 경쟁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의 소외와 불안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1938년에 이미 2차세계대전과 20세기말적 풍경을 정확히 예견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익숙하던 옛 시절이 뿌리부터 잘려나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만큼의 지각은 내게도 있다.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다가올 전쟁이, 전후(戰後)와 식량배급줄과 비밀경찰이, 생각할 것을 지시해주는 확성기가 눈에 선하다. 나만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도 아니다. (…) 펍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이들이, 버스 운전사들이, 철물회사의 출장 외판원들이 세상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음을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_249쪽
저자

조지오웰

저자;조지오웰(GeorgeOrwell)
영국의작가·저널리스트.본명은에릭아서블레어(EricArthurBlair).1903년6월25일,인도아편국관리였던아버지의근무지인인도북동부모티하리에서태어났다.첫돌을맞기전영국으로돌아와“하급상류중산층”으로명문기숙학교인세인트시프리언스와이튼을졸업한뒤명문대학에진학하는대신식민지버마로건너가영국의경찰간부로일한다.“고약한양심의가책”때문에경찰직을사직한뒤,자발적으로파리와런던에서부랑자생활을하고그체험을바탕으로『파리와런던의밑바닥생활』(1933)을발표한다.1936년은오웰에게중요한의미를지닌해이다.그해잉글랜드북부탄광촌을취재하여탄광노동자의생활과삶의조건등을담은『위건부두로가는길』(1937)을쓰고,이책의원고를출판사에넘겨주자마자“파시즘에맞서”싸우기위해스페인내전에참전하여『카탈로니아찬가』(1938)를펴내면서자신의예술적·정치적입장을정리해나간다.그러한전환점이후폐렴요양차모로코에가서『숨쉬러나가다』(1939)를쓴다.2차세계대전중에는BBC라디오프로듀서로일했고이후〈트리뷴〉의문예편집장,〈옵저버〉의전쟁특파원노릇도한다.1945년에는전세계적인반향을불러일으킨정치우화『동물농장』을출간한다.또다른대표작『1984』(1949)집필중폐결핵판정을받은그는1950년1월21일,마흔여섯나이로숨을거둔다.
『위건부두로가는길』은오웰이작가로서어느정도인정을받은뒤한진보단체로부터잉글랜드북부노동자들의실상을취재하여글을써달라는제의를받고,두달동안랭커셔와요크셔일대탄광지대에서광부의집이나노동자들이묵는싸구려하숙집에머물며면밀한조사활동을벌인결과물이다.“실업을다룬세미다큐멘터리의위대한고전”으로평가받는다.

역자:이한중
1970년부산출생.연세대경영학과졸업.번역자.
역서에『위건부두로가는길』,『숨쉬러나가다』,『울지않는늑대』,『인간없는세상』,『글쓰기생각쓰기』,『작은경이』등이있다.

목차

1부
2부
3부
4부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중년의보험영업사원이감행한일주일간의일탈!
현대사회의본질인소외와불안에대한통찰

“나는15년동안좋은남편이자아빠였다.하지만이제싫증이나기시작했다.아내모르게생긴17파운드를어디다쓸것인가?”
소설의주인공은마흔다섯살먹은중년의뚱보보험영원사원,조지볼링.런던에서그리멀지않은작은마을의곡물·종자상의둘째아들로태어나,1차대전에참전해서하급장교로전역했고,운좋게들어간보험회사에서18년째일하고있는샐러리맨이다.런던외곽대규모주택단지에서살고있으며겨우먹고살만한형편에(하류중산층쯤된다),아내와두아이들과함께애정없는결혼생활을하고있다.세일즈맨특유의넉살좋은성격에,바람피울기회라도생길참이면굳이마다하지않는현실순응적이며적당히세속적인인물이지만,런던상공을날아다니는폭격기,임박해오는듯한전쟁,히틀러와파시즘에대한공포로잠을설칠만큼그가마주하고있는1938년의현실은숨막힐듯하다.
그러던중우연히경마를통해공돈17파운드가주머니에들어온다.그돈을어디에쓸지고민하다문득20년전떠나온고향을떠올린다.그가원하는것은빠듯하게먹고사는문제들과반복되는걱정거리,무엇보다전쟁에대한공포에서벗어난고요함이다.현실의모든중압감을잊고오로지자기혼자만의공간,어린시절그만이알고있던비밀연못에서낚시를하며평정심을되찾으리라는기대를품은채옛마을로떠난다.

“내가그잉어들을낚으러가지못할이유가뭔가?(…)나무들사이에감추어진으슥한그곳이그오랜세월동안나를기다리고있었으리란생각을해보았다.그속을아직도유유히헤엄쳐다니는거대하고거무스름한물고기들생각도났다.세상에!30년전에그정도였다면지금은얼마나클까?”_267~268쪽

‘숨쉬러’나간곳에서그를기다리고있는것은대규모주택단지와공업타운으로변해버린공간,자신을기억하지도못하는옛연인,쓰레기매립장이된비밀연못.‘숨쉴곳’은이미아득히사라져버렸다.
『숨쉬러나가다』는낭만주의색이짙은이전의세장편과본격적인정치풍자의세계로넘어간『동물농장』,『1984』사이를이어주는가교역할을하는작품이라고평가받는다.현대사회의실체인불안과소외의징후를예리하게밝혀내는예언자적시선이전반에깔려있으면서도,‘낚시’로상징되는어린시절을회상하는곳곳의장면들은매우아름답고서정적이다.한편여러인물들의계급과성격을묘사하는솜씨도돋보인다.주인공뚱보영업사원조지볼링을비롯해쇠락해가는관리계급출신의아내힐다,사립학교와옥스퍼드출신으로오로지자신이나온학교와그때배웠던고전의세계안에정체되어있는포티어스,히틀러가없으면무얼로먹고살지모르겠다며볼링이조롱하는반파시스트연사등여러캐릭터가오웰의펜끝에서날카로운묘사로살아난다.

“차를몰고언덕을내려오며생각한것하나.이제과거로돌아가본다는생각일랑은끝이다.소년시절추억의장소에다시가본들무슨소용이란말인가?그런건존재하지도않는다.숨쉬러나가다니!숨쉴공기가없는데.우리가살고있는쓰레기통세상의오염은성층권에까지도달해있다.”_342쪽

2차대전을예견하는무섭도록정확한안목
저무는세계,그것을잠식하는‘현대’의탄생

이작품을이해하기위해주인공조지볼링이좋았던옛시절로회상하고있는1910년전후무렵과소설의현재시점인1938년의시대적상황을잠깐살펴보자.그30년사이1차대전과대공황을겪으며영국은미국에정치·경제적주도권을넘기고독일을비롯한유럽파시즘의위협에직면하게된다.제국주의세력들사이의질서가재편되는과정과더불어영국내부에서도모든생활영역에서자본주의원리가본격적으로작동하던시기가20세기초반이었다.
조지오웰은주인공의회상을통해,저무는한시대의질서가현대라는이름의새시대정신으로대체되는과정을담아낸다.주인공의아버지가열심히꾸려가던곡물종자가게는대형할인점의체계화된저가공세에망해간다.“고객은언제나옳다”는지침아래무조건고개를조아려야하는여자종업원과그녀를닦달하는중간관리자모두가해고라는불안에떤다.런던외곽주택개발업자들의사기극과그들이엄청난이익을거두는시스템의구조는1990~2000년대한국의상황과도너무나유사하다.그모든느낌은“생존자는열아홉명인데구명튜브는열네개밖에없는난파선”(202쪽)위에있는것과같다.자신이살기위해남들을밀어내고끊임없이무언가를팔기위해발버둥쳐야하는것이현대인의운명임을,무엇보다그러한경쟁과불안감이전쟁을겪으며더악화되었음을오웰은담담히그려낸다.

“마치거대한기계가우릴휘어잡은느낌이었다.자신의자유의지대로행동한다는느낌이라곤없었고,저항하려는생각도들지않았다.사람들이그런식으로느끼지않는다면어떤전쟁도3개월을지속하지못할것이다.아마도모든부대가전부짐을싸서집으로돌아가버릴것이다.”_179쪽

무엇보다이작품에주목해야할이유는다가올2차대전과파시즘이지배하는세상을너무나도정확히예견했다는데있다.『동물농장』과『1984』가2차대전과히틀러혹은스탈린식전체주의를경험하고난뒤그특징과폐해를풍자와패러디로회고한이점을누린작품이었다면,『숨쉬러나가다』는(물론이미기미나징후가있긴했지만)철조망과거대한얼굴포스터,슬로건,무슨색셔츠단,생각을지시하는확성기등이지배하는세상의모습을정확하게그려냈고,그것은작품을출간하고난3개월뒤2차대전과아우슈비츠로현실화되었다.

“하지만문제는전쟁이아니라전쟁이후다.우리가빠져들고있는세계,곧증오의세계나슬로건의세계라할만한세상말이다.무슨색셔츠단,철조망,경찰봉의세계말이다.비밀스러운골방에는밤낮으로전깃불이밝혀져있을것이며,형사들은우리가자는동안에도감시를할것이다.숱한행진,거대한얼굴포스터,그리고한결같이영도자를환호하는100만인파.”_2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