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피아노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 개정판 | 양장본 Hardcover)

아침의 피아노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 개정판 |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슬퍼할 필요 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
애도의 철학자 김진영이 남긴 단 한 권의 산문집, 그리고 유고집
《아침의 피아노》는 미학자이자 철학자이며, 철학아카데미 대표였던 김진영 선생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다.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썼던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의 일기 234편을 담았다. 하지만, 《아침의 피아노》가 단순한 투병 일기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선생의 문학과 미학, 철학에 대한 성취의 노트이며, 암 선고 이후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지나간 작은 사건들에 시선을 쏟은 정직한 기록이다. “모든 일상의 삶들이 셔터를 내린 것처럼 중단됨”을 목격한 한 환자의 사적인 글임을 부인할 순 없지만, “환자의 삶과 그 삶의 독자성과 권위, 비로소 만나고 발견하게 된 사랑과 감사에 대한 기억과 성찰, 세상과 타자들에 대해서 눈 떠진” 삶을 노학자만이 그려낼 수 있는 품위로 적어 내려간 마음 따뜻한 산문이다. 어려운 사상가와 철학을 알기 위해 배우는 교양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 안에서 나오는 사유를 위한 공부를 귀히 여기라고 늘 당부했던 선생의 마음처럼 책은 선생이 선생 자신과 세상과 타자를 사유하며 꼼꼼히 읽어낸 문장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글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짧은 메모로 보일 테지만, 이 아포리즘 글들 안에는 선생의 모든 생이 다 쓰여 있다.
저자

김진영

저자:김진영
고려대학교독어독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독일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박사과정을밟았다.프랑크푸르트학파의비판이론과그중에서도아도르노와베냐민의철학과미학을전공으로공부했으며그교양의바탕위에서롤랑바르트를비롯한프랑스후기구조주의를함께공부했다.특히소설과사진,음악등여러영역의미적현상들을다양한이론의도움을빌려읽으면서자본주의문화와삶이갇혀있는신화성을드러내고해체하는일에오랜지적관심을두었다.시민적비판정신의부재가이시대의모든부당한권력들을횡행케하는근본적인원인이라고믿으며〈한겨레〉〈현대시학〉등의신문·잡지에칼럼을기고했다.대표작으로는산문집《아침의피아노》《이별의푸가》《낯선기억들》《사랑의기억》《조용한날들의기록》,역서《애도일기》,강의록《희망은과거에서온다》《철학자김진영의전복적소설읽기》《상처로숨쉬는법》,저서《처음읽는프랑스현대철학》(공저)이있다.홍익대학교,서울예술대학교,중앙대학교,한양대학교등에서예술과철학에관한강의를했으며,(사)철학아카데미를비롯한여러인문학기관에서철학과미학을주제로강의했다.(사)철학아카데미의대표를지냈다.

목차


2017년
7월
8월
9월
10월
12월

2018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여러마음이어우러져만들어낸선물과도같은책

《아침의피아노》는역서《애도일기》와공저《처음읽는프랑스현대철학》외에는따로저작이없던선생의마지막생의의지와책이나오기를손꼽아기다렸던제자들의마음이어우러져만들어낸선물과도같은책이다.사실,《아침의피아노》는책이되어나올수없었다.여러신문과잡지에글을기고하고,철학아카데미,도서관,여러대학의강의를하면서여러출판사의출간제의가있을때마다,노학자는늘본인의글에대해서는다소고집스럽고완고하게바라보았다.늘나중에,라고말했다.2017년7월암선고이후에는철학아카데미강의마저그만두고,외부와의접촉을끊고칩거하게되었고,그생활은6개월남짓이어졌다.나올수없을것만같던이책이나오게된데에는,2018년3월29일부터2018년7월초까지이어졌던(철학아카데미에서선생의수업을들었던)제자들과했던모임‘프루스트와베냐민이만났을때’와의열번의만남이있었다.미니강의와편안한대화가주를이루었던모임은늘오후1시에시작했지만,끝날줄모르고5시나6시,어느날은9시까지이어졌고,모임안에서뭉치고흩어졌던말들은,선생이“남의텍스트가아닌내글을쓰고싶다”는마음을굳히는데힘을보탰다.또한번의뜻하지않은인연으로닿은편집자와의만남,몇주뒤드디어‘아침의피아노’라는가제로계약서에서명을하던순간까지모든일들이거짓말처럼이루어졌다.하지만책에대한구체적인이야기를채나누기도전에먼저들려온건선생의부고소식이었다.선생의제자이기도했던작가은유는추천사에서이렇게말한다.“강의에서필기를시작하면중단할수없었다.마치아름다운음악을듣다가멈춤버튼을누를수없는것과마찬가지”였다고,선생의말은“문장으로된악보”였다고.선생이남기고간커다란악보곁에남은사람들은그렇게저마다의음표를들고모였다.온마음을가지고《아침의피아노》라는고운음악을기어코완성해냈다.

투명하게소멸하면서낚아챈빛나는아포리즘

《아침의피아노》에는선생만이낚을수있었던빛나는아포리즘들이가득하다.프루스트의말년을얘기하며“그가침대방에서살아간말년의삶은고적하고조용한삶이아니었다.그건그어느때보다바쁜삶이었다.침대방에서프루스트는편안하게누워있지않았다.그는매초가아까워서사방으로뛰어다녔을것이다.(…)독자는알수있다.왜냐하면그의마지막책은100미터달리기경주를하는육상선수의필치와문장으로가득하다”고말한부분은방안의존재에대한고정된시선을깬빛나는발견이다.“흐른다는건덧없이사라진다는것,그러나흐르는것만이살아있다”에서는삶과죽음을바라보는선생의진한시선을느낄수있다.“세상은아름답다고,인생은깊다고,살아서좋은일도있었고나쁜일도있었다고,그러니바람아씽씽불라고……”천상병시인에대해서썼던〈한겨레〉칼럼을이야기하며적은문장들은생에대한긍정으로가득차있다.그리고무엇보다“글쓰기는나를위한것이아니라고,그건타자를위한것이라고나는말했다.병중의기록들도마찬가지다.이기록들은나를위한것이아니라내가떠나도남겨질이들을위한것이다.나만을지키려고할때나는나날이약해진다.타자를지키려고할때나는나날이확실해진다”라는선생의확신에찬어조는사랑에대해서아름다움에대해서감사에대해서말하기를멈추지않는삶이어떤삶인지,어떤삶이어야하는지가늠하게해준다.“아침의피아노.베란다에서먼곳을바라보며피아노소리를듣는다”라는첫문장을시작으로“내마음은편안하다”라는마지막문장까지읽고나면선생과함께한생을살아낸것만같은기분이든다.그리고,그책장끝에서우리는비로소“음악의인간,사유의인간,긍지의인간이된”자기자신을발견하게된다.

저자의말

2017년7월암선고를받았다.그동안이어지던모든일상의삶들이셔터를내린것처럼중단되었다.병원생활이시작되었고환자의삶을살기시작했다.그렇게꼭13개월이지났다.이글은그사이내몸과마음그리고정신을지나간작은사건들의기록이다.환자의삶과그삶의독자성과권위,비로소만나고발견하게된사랑과감사에대한기억과성찰,세상과타자들에대해서눈떠진사유들,혹은그냥무연히눈앞으로마음곁으로오고가고또다가와서떠나는무의미한순간들이그기록의내용들이다.폴발레리와롤랑바르트가쓰고싶어했던모종의책처럼이기록은오로지나만을위해써진사적인글들이다.이글은때문에책의자격이없다.하지만한개체의내면특히그개인성이위기에처한상황속개인의내면은또한객관성의영역과필연적으로겹치기도하는것이아닐까.가장사적인기록을공적인매개물인한권의책으로묶어보고싶은변명일수도있겠다.하지만이책이나와비슷하거나또다른방식으로존재의위기에처한이들에조금이나마성찰과위안의독서가될수있다면그것이반드시변명만은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