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16.80
Description
“엄마 된 나, 고독의 문을 열고 들어가
또 다른 무수한 나를 만나기까지”
깊이 외롭고 넘치게 충만한 시간을 지나 돌아온
김수민 아나운서의 두 번째 에세이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를 통해 SBS 퇴사와 결혼, 출산, 로스쿨 준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한 김수민 아나운서가 2년 만에 새 책을 냈다. 첫 번째 에세이에서 퇴사 결심과 진로 고민, 결혼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이번 책에서는 출생률 최저의 시대에 남들보다 이르게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20대 두 아이의 엄마로서 견뎌야 했던 고독의 시간들을 성숙한 언어로 담아낸다.
바쁘고 화려한 방송국에 몸담았던 작가에게 출산과 육아는 “토네이도처럼 ‘나’ 말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서 주위를 쓸어가버린” 경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방송국 퇴사를 결심하던 때와는 다른 종류의 깊은 고독함을 안고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내 삶은 아름다울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아름다운 것들이 저마다 고독하다는 것을 알았다. (중략) 어떤 괴로움은 필연적으로 아름답다.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으로 삶이 아름답다고 믿어보고 싶어졌다. 아름다운 삶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도 어쩌면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_8쪽

《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는 작가가 엄마가 되는 시간을 통과하며 세상의 모든 고독한 것들과 공명하면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다시 더듬어 찾아가는 책이다. 특히 작가는 나ㆍ개인ㆍ주체ㆍ자립이라는 말과 결혼ㆍ임신ㆍ출산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안정적인 행복을 음미하면서도, 여기서 멈추지 않고 불행하지 않은 기분을 행복이라고 여기며 살아도 되는지, 주저앉은 기분이 행복이 될 수 있을지 스스로 반문한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었다. (중략) 나는 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대충 사랑하면서 내 커리어를 온 마음이 아닌 반 마음만 가지고 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고 싶었다._160쪽
저자

김수민

저자:김수민
1997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6년한국예술종합학교조형예술학과에입학해2018년SBS아나운서로입사했다.퇴사후2022년에는첫아이를,2024년에는둘째아이를낳았다.
살기싫은날이살고싶은날보다많은데도열심히사는편이다.매일읽고쓰고찢으며나아간다.울고플때마다웃었더니정말매일웃게된것을보면,그저무언가뜨겁게부정함으로긍정하기위해서태어난것도같다.
쓴책으로는《도망치는게뭐어때서》가있다.

목차

프롤로그:깊이외롭고넘치게충만한우리

1부.누구도대신해줄수없는일들

육아가글쓰기같다면얼마나좋을까
여전히나인것들
완벽히혼자라는것
사막에서도잘만크는선인장처럼
힘을빼야하는순간
우리집
결핍을대하는방식
저마다의향수
살림노동자가되다
1인분의육아?
불행하지않다는위로

2부.가족이된다는것의진짜의미

민사린이아닌민희진
사랑이배신하면
배우자라는타자
남편이허리디스크수술을했다
맞닿은만큼커지는사랑
아기엄마라는시절
얼마나멋진어른이될수있을까
성공은단면이아니라입체
아이들은걱정이없다
육아과몰입금지
엄마의비밀
가족을가족으로만들어주는것은

3부.여전히무모하게,자유로워지고싶어서

자유없이존재하기
나는나를포기할수없다
간절함은대범함이되어
‘왜’라는질문에‘나’라고답했다
아이낳고도유학을가려는이유
포기하지않고이만큼왔다는것
인생이여,만세!
모두의삶은같은무게로소중하다
엄마가할수있어서나도할수있었던거야
후회할수없는삶

에필로그:나에게쓰는편지

출판사 서평

“본래의나와엄마인나,두세계가행복과불행을하나씩나눠갖는다”
‘나’를지워내는밀물과썰물같은일상틈에서

이책1부‘누구도대신해줄수없는일들’에는아이를낳고키우며현실적으로부딪힌한계와어려움들이담겨있다.아이를낳아기르는일은대체불가능한특별한경험을안겨주면서도,또한한없이지난하고때로는초라하기까지하다.작가에게육아란고상하고아름다운“글쓰기와정반대편에선것”“옷에잔뜩토사물을묻히고,악력좋은작은손에머리카락이뜯기는일이다.”(13쪽)아무도보지않는곳에서아무도대신해주지도인정해주지않는일들틈에서고독한시간이흐른다.그에게가장중요한것은“내존엄이훼손되지않는것”“내커리어가단절되지않는것”“내정체성이확대되고성장하는것”이지만이런것들은육아와는좀처럼균형을이룰수없었다.

“아무도보지않는곳에서아무도인정해주지않는일상이계속된다.아무도대신해줄수없고아무도알수없는일이계속미션처럼주어진다.꾸역꾸역해낸다.나는결국세상에게소외될것이고이룬것이없어외면당할것이다.반세기동안이어졌던엄마들의삶처럼말이다.그러니그냥하하호호예쁜글이나쓰고싶다.엄마에겐위선이최선인것이다.”_17쪽

2부‘가족이된다는것의진짜의미’에서는,가족에대한끈끈한애정과더불어결혼제도가여성에게명백히가부장적인한계를덧씌운다고토로한다.
작가의남편은결혼전부터“당신은꼭,결혼하고도,출산후에도아무것도포기하지않았으면좋겠어!”라고진심으로응원해주고있지만,현실적으로둘중한사람이육아를맡아야하는이시점에그말은작가에게반발심만키울뿐이었다.‘포기하지않은만큼’무언가더해내야할것같은부담과사실상이미많은것을포기하며여기까지왔다는감각에휩싸인다.
하지만작가는〈며느라기〉속민사린과기자회견장의민희진을떠올리며다시투지를불태운다.세상이자신에게부당하다고느껴질때,불의와부당함에‘맞다이’떠할말을다하는것.며느리·아내·엄마라는틀에갇히지않고민사린과민희진의얼굴을모두띤채살아가리라다짐한다.그러면서도제도와관습안에서이어지는사랑을발견할때마다그것을담뿍믿고싶어하는선한마음또한드러내며,가족이라는타인과함께살아가는기쁨과슬픔을이야기한다.

‘엄마’이후에도‘여성’,나아가‘어른’으로서여전히나로살아가기위한교육과배움은반드시필요하다.‘엄마’가된이후에도나에게관심을기울이는것은응당당연한일이다.쉽지않을뿐이지.아이는처음만났던그때처럼내삶의새로운등장인물이지내인생의주인공이아니니까.육아과몰입금지.원래살던대로내인생살기.나를둘러싼모든것은달라졌지만책앞의나는여전히나다._129쪽

“나를계속좋아하다가는불행해질것이다”
그럼에도나를포기할수없는마음

동시에작가는‘후회할수없는삶’을향한마음을포기하지않는다.마지막3부‘여전히무모하게,자유로워지고싶어서’에서그는두아이를낳아기르면서도,그리고4년동안여러차례로스쿨시험에서떨어졌음에도,여전히포기하지않고법학공부를이어가꿈을이루려는이유와로스쿨에재도전하는경험담을생생하게들려준다.
오로지내의지만으로삶이굴러가지않는순간,작가는그럴때오히려무언가를더해야한다는조바심을내려놓고,숨을고르며힘을비축한다.그힘으로끝내포기할수없었던단하나의‘욕심’,학업을이어나간다.둘째임신5개월차,“벼락이라도맞은사람처럼홀린듯이”(158쪽)베란다에나가,버리지못하고쌓아둔리트문제집을다시주워들었다.그렇게“티끌을모으는사람처럼”(159쪽)아이가잠든새벽틈에도,만삭이되어숨이차도공부한그는결국원하는미국UCLA로스쿨에장학금을받고떠나게된다.
이런경험을털어놓으며,작가는엄마가되지말자고말하지않는다.다만,엄마‘만’되지는말자고,내가되고싶은모습들은언제든무엇이든될수있다는가능성을이야기한다.엄마로서의나와인간김수민으로서의나,두가지정체성을모두끌어안고살아가며현실의조건속에서도스스로삶의속도와의미를되찾아오는작가의모습은임신·출산·육아같은삶의변화를맞이하거나앞둔여성독자들에게특히힘있게가닿을것이다.추천사를쓴방송인사유리와안미옥시인이입을모아말한것과같이,“혼자만의시간을통과하고있는”,그너머의“무수한나를만나고싶은”모든이들에게이책을권한다.타협하지않고쟁취한자신의삶을사랑할수있는용기를또래여성독자들에게다시한번전한다.

하고싶은것을다하고사는이는없다.그렇기때문에후회를피하는법은오직하나,후회할수없는삶을사는것이다.미워하려해도미워할수없는것처럼,후회하려해도후회할수없는것이되어버리는것이다.(중략)나는할수있는것중에하고싶은것은최선을다해했기에내삶을후회할수가없다.후회없는삶은없다.그러나후회할수없는삶은있다.나는후회할수없는삶을사는중이다._2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