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다음(큰글자도서)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죽은 다음(큰글자도서) (어떻게 떠나고 기억될 것인가? 장례 노동 현장에서 쓴 죽음 르포르타주)

$37.55
Description
‘일하다 다치고 병든 이들의 삶과 노동’을 이야기해온 기록노동자 희정이 이번엔 죽음과 애도를 둘러싼 노동의 세계에 노동자로, 기록자로 선다. 직업병과 산업재해로 사라져간 사람들과 매해 치솟는 자살률, 거듭되는 참사 소식, 혼자 죽을 가능성을 걱정하게 된 비혼·비출산 가구의 증가로 우리 사회 ‘죽음’ 문제에 주목하게 된 저자는 타인의 죽음을 ‘관음’하는 마음을 경계하며 장례 노동자가 되기로 한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염습실에서 직접 고인을 마주하고, 의전관리사, 시신 복원사, 화장기사, 수의 제작자, 묘지 관리자, 상여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 각 분야 장례업 노동자들을 인터뷰하여 점차 산업화되어가는 장례 문화와 다변화된 가족 구성을 포괄하지 못하는 장례 제도를 경유해 이 시대의 죽음과 애도 문제를 탐구한다.
나아가 한국과 사뭇 다른 타국의 장례 문화와 ‘생전장례식’ ‘공영장례’ ‘여성 노동자가 이끄는 장례’ 등 국내에서 시도된 색다른 장례도 살펴본다. 우리 사회가 죽음과 애도를 대해온 방식을 탐구하는 것은 물론, 사회가 장례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장례업 노동자 개인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의 마지막 의례에서 고인이 소외되지 않을 방법이 있을지 등의 이야기를 장례 노동자와 예비 사별자, 예비 고인의 시점을 오가며 풀어낸다.
저자

희정

기록노동자.살아가고싸우고견뎌내는일을기록한다.
저서로는『삼성이버린또하나의가족』(2011)『노동자,쓰러지다』(2014),『아름다운한생이다』(2016),『퀴어는당신옆에서일하고있다』(2019),『여기,우리,함께』(2020),『두번째글쓰기』(2021),『문제를문제로만드는사람들』(2022),『일할자격』(2023),『베테랑의몸』(2023),『뒷자리』(2024)가있다.
그리고『밀양을살다』(2014),『섬과섬을잇다』(2014),『기록되지않은노동』(2016),『416단원고약전』(2016),『재난을묻다』(2017),『회사가사라졌다』(2020),『숨을참다』(2022),『마지막일터,쿠팡을해지합니다』(2022),『당신은나를이방인이라부르네』(2023),『캐노피에매달린말들』(2023),『기억의공간에서너를그린다』(2024)을함께썼다.

목차

들어가며_없음의노동

1.고복
가장먼저보이는건손:염습실에서
‘아무리’와‘아무나’사이의일,장례:글을시작하며

2.반함
이거괜찮은직업이다:시신복원명장장례지도사김영래
이름을넣어주려고해요:20년경력여성장례지도사이안나

3.성복
누구든,그게당신이다:임종에서빈소까지,당신이모르는장례
택시타고가:부의함앞에서
눈아픈열시간:의전관리사되다

4.발인
생활에서익힌거지:30년경력수의제작자임미숙
가는길적적하지않게:선소리꾼방동진
장례3일은짧아요:화장기사이해루
좋은집에사는사람은:장묘업체운영자최현


5.반곡
장례희망:생전장례식기획자한주원
남좌여우:여자상여꾼이있다
귀신을믿나요?:무덤위에세운마을
장례는이사가아니기에:상조가입해야할까?
채비가되었습니까?:한겨레두레협동조합김경환상임이사,채비플래너전승욱

6.우제
죽은자들의날:다른곳에서의장례
당신은혼자죽을수있나요?:연고없는자의연고자들
인기척을내는거예요:나눔과나눔박진옥
불온한장례식:〈탈가부장:례식〉기획단장뀨뀨
죽어가는이의이웃:반려동물장례지도사이상익,무지개정류장운영자지안
사람으로기억해야한다:코로나팬데믹시기의장례와애도

7.졸곡
모든봄을기억해낼수있으리라:사회장명장장례지도사박재익
느슨한,난잡한,다소외로운:부산시민공영장례조문단,부산반빈곤센터최고운

나오며_산사람의자리

출판사 서평

“죽음과장례에관한혁신적이고탁월한시선”_최현숙,구술생애사작가
“죽음까지들여다보아야삶이지워지지않는다는역설에도달하는책”_오은,시인

사회는죽은이를어떻게기억하고돌보는가?
운명,기술,마음,제도,문화를횡단하며
이시대의죽음과삶을탐구하다

작년한해자살사망자수는1만4439명이었다.하루평균39.5명이죽은것이다.1983년자살사망자통계조사를시작한이후두번째로많은수치였다.산업재해사망률도OECD국가내1위를유지하고있으며,고독사사망자또한최근5년간연평균8.8퍼센트포인트로증가율이크다.팬데믹기간에는감염으로인한사망소식이이어졌다.참사소식도거듭된다.
“외로운죽음,비참한죽음,갑작스러운죽음”(30쪽)을피해‘호상(好喪)’을맞이하리라자신하기어려워졌다.외롭지않고비참하지않고평온하게죽기를바라기엔대다수는병원에서아프다홀로죽는다.죽음이흔해진만큼,죽음에무감해지기도했다.10년전‘일가족사망사고(“세모녀자살사건”)’로알려진빈곤자살사망사건이큰반향을불러일으켰던일을상기하면죽음에대한우리사회의정동적변화를더욱실감하게된다.빈곤자살은훨씬빈번해졌지만그죽음은쉽게드러나지않는다.참사사별자들은“슬픔을정치에이용하지말라”는이야기를듣는다.국가는‘참사’라는용어를‘사고’로고친다.
죽음이만연해지고사소해진한편,대다수는죽음에대해알지못한다.생애주기내많은의례들이외주화되듯죽음역시그렇다.모두“병원에서태어나시설에서늙다가병원에서죽는다”(232쪽).죽음이후는상조회사나장례식장이주도한다.사별자에게는장례와애도를마치고일상으로복귀하기까지평균3일이주어진다.
개인의삶이점점더“돌봄,육아,질병,노화등의시간”(233쪽)에서소외되고,장례풍토는빠르게시장화되는와중에,가부장제·혈연중심주의를기반으로하는장례제도또한죽음소외를심화한다.1인가구,제도로결속되지않은관계,자녀가없는가구,원가족과멀어져지속적인상호작용을하게된이들은현행장사법(장사법상시신을인수할연고자는혈연가족중심으로설정된다)과의료법(사망진단서발급을직계가족으로제한한다),상속법(상속을비롯한사후권리이행주체를법적가족으로정한다)등에의해장례를수월히치르기어려울수있다.가족구성이이전보다다양해진오늘날,무연고사망자와무연고장례가실제로크게증가하고있다.
죽음이라는숙명을둘러싼노동,제도,문화,정동을탐구하며이책은‘좋은죽음(호상)’을맞이하는문제는천운에만달린것이아니라그사회의법·제도·문화와깊이연관되어있다는사실을밝힌다.“반지하방에물이들어차세상을떠난가족은지대가낮다는사실을몰라서그곳을집으로삼은것이아니”고,“재벌기업이모셔온지관이지정한명당에건물을올려도건설현장작업자는추락한다”.(165쪽)‘죽으면다똑같다(죽음앞에선모두평등하다)’는말이체념으로,위안으로통용되지만장례식장부고알림판이말해주는가족관계로,화환과일회용품용기에적힌고인의회사이름으로,대관하는장례식장과빈소의크기로죽음은개별‘시민됨’의각기다른위상을공표한다.“죽음의불평등으로부터삶의불평등을샅샅이살피는”(추천의말,5쪽)이책은결국죽는문제는사는일과동떨어진사건이아니라는것,죽음에동원되는자원과삶의자원,애도의자원을결코분리할수없다는사실을드러낸다.

국가는가족구성원들의노동과재생산(노동)을통제해왔다.돈을버는‘가장아버지’와재생산과돌봄노동을수행하는‘어머니’라는환상과그실질적수행이자본주의‘시장’을떠받들고있다.그시장은비정형노동에종사하는딸과아내를만들어왔고,프리랜서-플랫폼노동에종사하는오늘날의‘자녀세대’를낳았다.우리는그‘가족’에갇혔고,그리하여지하에자리한안치실에는연고있는무연고사망자가홀로썩어간다.같은건물1층빈소에서는검은상복치마와앞치마유니폼을입은여자들이육개장을나르고,완장을찬사람은빈소복도를메운화환수를헤아린다.그가족이지급한금액에따라가운뎃줄부터가장자리끝줄까지봉안위치가정해진다.무연고유골이있을자리는지하다.이모습이만들어지기까지지금의가족제도가있었다.출산,양육,부양,연명,의료그리고장례까지.한사람이살아가는데필요한모든일이오직(정상)가족단위에서해결되어야한다는명제를둔사회는,가족을벗어난관계를보려하지않는다.무연고자가증가한다.(〈당신은혼자죽을수있나요?〉에서)


장례지도사,화장기사,시신복원사,수의제작자…
장례노동자가되어쓴죽음르포르타주

죽음을뜻하는한자‘사(死)’는‘부서진뼈알(歹)’자와‘사람인(人)’자를합쳐만든글자이다.백골이된시신앞에서사람이무릎을꿇고있는형상이다.죽는이옆에는사람이있다.혈혈단신으로살았거나임종을지킨이가없다고해도,결국마지막엔사람을필요로한다.시신은수습되어야하고,죽은이의신변은정리되어야하며,그죽음은알려지고애도받아야하기에.(〈들어가며_없음의노동〉중에서)

죽음이삶을반영하듯,장례문화도세상의문법을반영한다.도시화,시장화흐름에따라한세대만에죽음은아주다른풍경이되었다.불과3~40년전만해도의료기관에서사망하는사람은전체사망자대비약25퍼센트에불과했다(지금은75퍼센트에달한다).당시만해도집에서죽는경우가대부분이었다.90년대이후도시화가빠르게진행되며“아파트셋집살며상치르기고역”이라는민원에정부는장례식장개설을저리대출로지원한다.이후사람들은병원에서죽고,같은병원지하장례식장에서장례를치르게되었다.또한대가족에서핵가족으로,핵가족에서1인가구로가족구성원수자체가크게줄어들면서복잡한제례절차를대리수행하기위해상조회사가등장한다.갈수록사회안전망이취약해지는상황에서“언제어떻게될지모”(224쪽)른다는불안을마케팅삼아상조회사는금세세를넓힌다.토지가개발과투자의대상이되면서부터는“국토의효율적이용과공공복리증진에이바지”하기위해매장대신화장으로장법이일반화되기도했다.
장례에관한무지와삼일장이라는빠듯한스케줄안에서상장례의외주화경향이심화되면서사별자의역할은‘상품구매’에한정되었다.마찬가지로장례업노동자의역할도‘상품판매’이상이되기어렵게됐다.빡빡한염습ㆍ입관시간에쫓기는일용근로자지위인이들에겐“사별자들이흐느껴울도록기다려주는”일,“고인을충분히보고만지도록”(93쪽)두는일정도도커다란마음씀이라고,장례지도사실습생신분으로현장을지켜본저자는설명한다.“앞사람의입관이끝나기도전에다음차례장례지도사가문앞을서성”이고앞차례사별자들이“문을나서자마자다음팀은안치대에비닐을깔며분주하”(93쪽)기때문이다.
대표적인5~60대중년여성블루칼라일자리의세계에서저자는“젊은사람이여길왜왔”냐는말,“젊은사람이오니좋다”는말을번갈아들으며염습을돕고빈소음식을나르며장례노동자를인터뷰한다.시신을처리하는일에대한오랜터부와“누구나마음만먹으면할수있는일”“남의불행으로돈을버는사람”이라는뿌리깊은오명에이들은“누구나들어올수있어도,아무나할순없”(32쪽)는일,“돈보고오면오래못하는일”(45쪽)이라고직업적자부심을드러내다가도스스로“중요하지않지만구색을맞추기위해걸어둔크리스마스트리의장식같”(163쪽)을때가있다며씁쓸해한다.‘일하는게무섭지않느냐’는질문에는귀신보다는시취가무섭고시취보다는일자리걱정이더크다고답하면서도“눈앞의죽음을두고자기감정에취하지않”(157쪽)으려경계하며,입관식에서고인과마주할유족들의마음을헤아려밤을새워사고로죽은이의얼굴을복원하고,고인의메마른입술이마음에걸려자신의립밤을꺼내고인의입술에바른다.또다른한편에서는여자장례노동자를못미더워하는분위기에맞서며장례절차와장례노동에서이중으로작동하는성별규범에균열을만들기도한다.장례노동을둘러싼낙인과터부,역사와규범,제도와환경을두루살피며이책은임종에서빈소까지,우리가몰랐던죽음이야기를다각도로펼친다.


죽음이상품이된시대
존엄하게죽고나답게기억될수있을까?
죽기전에알아두면좋을실용적정보들

혼자죽는사람은없다는말이무색하게도누구나혼자죽을가능성을염두에두고산다.인생에서혼인과출산이필수였던시절이멀어지고있다.비혼,비출산을말하는젊은세대에국한된이야기가아니다.65세가되면셋중한명은혼자살아야했다.혼자산다는건혼자죽을수도있다는뜻이었다.(〈들어가며_없음의노동〉중에서)

이책에는상조서비스상품가입만으로안심하다훗날당황하게될예비사별자,예비고인을위한실용적인조언도가득담겨있다.삼일장의절차와그과정에서사별자가해야할일들,상조회사ㆍ장례식장에무엇을어디까지요구할수있는지등의정보는물론‘생전장례식’‘무연고자공영장례’‘장례협동조합’등의대안장례사례도소개한다.또한베트남꽝응아이마을의시체없는무덤,몽골인들의풍장,시신과몇년을함께지내는인도네시아토라자지역의장례,죽은이를축제의형태로추억하는멕시코문화등타국의이색적인장례를소개하며죽음관념과애도의례의지평을넓힌다.

장례식음식은냉면이면좋겠네요.어떤계절이든상관없이.
조문객들이입고올의상은파랑아니면초록이면좋겠어요.
남겨진저의반려동물에게꼭새가족을찾아주세요.
집에있는모든물건은거의누군가선물해준것들입니다.장례식때버려도되냐고일일이물어봐주세요.
파트너에게고양이양육비가제공되었으면합니다.(〈불온한장례식〉중에서)

법적가족에구애받지않고유산을상속할수있다면어떨까?평생치마입기를불편해한사람에게치마대신다른수의를입히면어떨까?저자는대안장례문화를고민하는이들을만나죽음비즈니스밖에서장례풍경을그려온이야기를듣는다.성별이나가족관계에얽매이지않고고인이살아온삶을반영하는‘다른장례’의가능성에다가가며이책은(나로서)애도받는일과(나로서)사는일을다시한번연결한다.
전통장례와현대식장례,‘도리’와‘규범’을넘어서는새로운장례를두루섭렵하며이책은애도행위의보편성과변화를폭넓게탐구한다.각부의제목은전통상장례절차명에서따와각각고복,반함,성복,발인,반곡,우제,졸곡으로이름붙였다.각각의절차가갖는의미를설명하고그밑에는이에대응하는현대식장례절차명을표기했다.고인을떠나보내고집으로돌아와지내는제례인‘우제’‘졸곡’에는대응하는현대식장례절차가없어표기하지못했다.1969년에처음고안된‘건전가정의례준칙’은구시대의가부장적유물이라는비판에도여전히존속되고있지만,떠나보낸고인을긴시간애도해온오랜전통은흔적없이사라졌다.달라진죽음풍경은변화한우리삶의양상을새롭게비춘다.
다른의례와마찬가지로죽음에관련된의례역시그사회의존속에기능하는문화적수단이다.그렇기에개인의실제삶을반영하기보다는‘건전하고다복ㆍ화목한정상가족’이라는환상을반영한다.“스스로선택한죽음,홀로맞는죽음,가난한죽음…”(259쪽)이수치스러운죽음,숨겨야할죽음으로인식되는까닭이다.죽음풍경이우리가몸담고있는공동체의환상과필요를현상하고있는것이라면,거꾸로공동체를향한‘우리의’필요와기대를개별죽음에반영해봄으로써변화를만들어볼수도있을것이다.

관을멜필요가어디서오는지,상주의자리에설필요가어디서오는지.필요는우리가살아가는시대와장소에따라변모한다.그러니중요한것은성별이아니라,내가어떤공동체에서살아가고있는지다.아니다.어떤공동체에서살아가고싶은지다.(〈남좌여우〉중에서)


죽음과삶의연속선에서재정의하는
‘산사람은살아야한다’는말

죽음이고인의문화·경제·상징자본이드러나는“채점표”임을짚은이책은후반부에서는국가가그의미를인정하지않는죽음에관해(공적)애도를수행한사례들을소개한다.스탈린집권기강제이주를하게된고려인들은“오늘은네가죽지만내일은내가죽을지도모르는상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