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시대 (독립을 넘어 쇄신을 꿈꾼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 유토피아)

붉은 시대 (독립을 넘어 쇄신을 꿈꾼 식민지 조선 사회주의 유토피아)

$27.00
Description
광복절 80주년을 맞는 올해는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창당 이후 공산당은 항일투쟁 현장에서 늘 가장 치열하게 싸웠다. 나라를 되찾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었던 이들은 ‘반제국주의, 소수민족 해방, 최저임금 보장, 산업재해 보상, 노동자의 경영 참여, 토지 개혁, 동성애 탈범죄화, 임신 중지 합법화, 유급 출산 휴가’ 등 급진적인 의제를 거침없이 내세우며 가장 억압받은 이들을 위한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주장했다.
가히 ‘붉은 시대’라고 부를 수 있는 전간기(1, 2차 세계대전 사이) 조선 공산주의운동을 복각하는 이 책은 조선의 좌파운동을 세계사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며 조선 공산주의운동이 당대 러시아와 독일, 중국 등지의 운동과 어떻게 상호 작용해왔는지를 새롭게 밝힌다. 또한 민족적ㆍ민주적ㆍ계급혁명적 성격을 모두 결합한 식민지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강력하고 고유한 특징을 분석한다.
나아가 공산당 활동에 참여한 이들의 지적 궤적과 조선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들의 독창적이고 선구적인 연구를 소개하고, 당내 분파 논쟁과 당 강령 갱신, 조선 사회에 대한 당의 분석과 전략, 실천이 당대인의 사고에 끼친 영향을 알아본다. 1928년 일제에 의한 조선공산당 해체 이후 운동의 쇠퇴와 꾸준한 재건 시도, 이러한 부침 속에서도 이어져온 ‘붉은 시대’의 유산에 관해서도 살피며, 현재적 맥락에서 식민지 조선 공산주의운동에 대한 비판적 계승이 가능할지 또한 가늠해본다.
소련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귀화한 저자 박노자는 코민테른 기록 보관소의 자료는 물론, 일본, 한국, 러시아, 중국의 1차 자료를 풍부하게 살피며 ‘식민지 조선 붉은 시대’의 철학적ㆍ사회적ㆍ정치적 실천에 관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내용까지를 촘촘히 복원한다. 제국주의적 침략 전쟁이 다시 발발하고, 21세기판 반공주의가 각종 혐오와 결합해 등장하고, 전 세계적으로 반이민ㆍ반다양성의 파시즘적 양상이 출현하는 등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시기, 이 책은 ‘의도된 망각’을 거부하고, ‘극우 시대’를 헤쳐 나갈 실마리를 비춘다.
저자

박노자

저자:박노자
소련의레닌그라드(현재의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태어나자랐고,본명은‘블라디미르티코노프’다.2001년귀화하여한국인이되었다.레닌그라드대학극동사학과에서조선사를전공했고,모스크바대학에서고대가야사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노르웨이오슬로대학에서한국학과동아시아학을가르치고있다.
한국사회에대한비판적인칼럼들을묶은《당신들의대한민국》으로주목받았으며,《당신이몰랐던K》《미아로산다는것》《주식회사대한민국》《비굴의시대》《전환의시대》등은이연장선상의저작이다.《조선사회주의자열전》《거꾸로보는고대사》《우리가몰랐던동아시아》《우승열패의신화》《전쟁이후의세계》등을통해역사연구자로서의작업도꾸준히이어가고있다.

역자:원영수
1982년대학입학이후학생운동,노동운동,좌파정치운동에참여했다.1988~91년에는전진출판사에서《레닌저작집》과마르크스주의저작을다수번역했다.1997년이후에는국제연대활동에주력해왔으며,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국제기획실장,《노동자의힘》편집위원장등을역임했다.현재는정치경제학연구소프닉스의소장이며,국제포럼운영위원,노동자교육센터운영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
옮긴책으로《지금건설하라,21세기사회주의》《세계화의가면을벗겨라》《한국의민중봉기》《아시아의민중봉기》《민중의역사를기억하라》《제3세계의붉은별》이있다.

목차

서론_1919년에서1930년대후반,전세계적붉은시대와식민지조선

1부.조직
1장_조선공산주의운동의주체들
2장_분파와분파투쟁
3장_공산주의강령

2부.새로운지식
4장_박치우의마르크스주의철학
5장_사회주의민족개념과역사
6장_1945년,김사량의중국해방구관찰
7장_조선인여행자의눈에비친붉은수도모스크바

후기_남한과북조선의사회주의
결론_조선의붉은시대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추천의말_망각을거부하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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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과거의망각은미래의더풍부한가능성의망실로이어진다.
《붉은시대》는이제라도이런수렁에서빠져나오라고다그치는나팔소리다.”_장석준,사회학자

독립을넘어쇄신을꿈꾼
1919~1945,식민지조선사회주의유토피아

광복절80주년을맞는올해는조선공산당창당100주년이되는해이기도하다.“창당이후공산당은6.10만세운동,광주학생운동등항일투쟁현장에서늘가장치열하게싸웠다.일제강점기에형무소를드나든이들중다수는공산당원이거나그지지자또는공산당재건운동참여자였다.”(342쪽,추천의말)나라를되찾는것을넘어더나은사회를꿈꾼이들은‘반제국주의,소수민족해방,최저임금보장,산업재해보상,노동자의경영참여,토지개혁,유급출산휴가’등급진적인의제를거침없이내세우며가장억압받은이들이주체가되는사회를꿈꾸고주장했다.이책1장에서드러나듯당시항일투쟁의성격이백정,기생,여성,청소년까지를포함하는유례없는아래로부터의운동일수있었던까닭이자,중국혁명에대한연대,일제의만주침략에대한반기,팔레스타인을비롯한소수민족해방지지등초국경적연대활동으로뻗어갈수있던이유다.

1945년해방이후이념갈등과체제경쟁의영향으로남북모두군사적대치와상호경쟁적인개발권위주의정치로나아가면서조선마르크스주의운동의역사는의도적ㆍ강제적으로망각되었다.그러나동시에,이시기의유산은근현대의초석이되어현재까지도우리삶에영향을미치고있다.본래마르크스주의자였다가이후우익으로전향한유진오가초안을작성한대한민국헌법은그시작부터“정치적민주주의와경제적,사회적민주주의의조화”(346쪽)를기본정신으로삼았으며,“우파가우상시하는박정희의경제성장위업”(348쪽)또한사회주의계획경제개념에서비롯된것이었다.노동3권의보장과8시간노동제,근로조건개선과임금인상을대대적으로이끈1987년노동자대투쟁도식민지조선사회주의운동의이념과실천을계승한것이라고볼수있다.식민지조선사회주의운동의역사와그유산을섬세하고정확하게복원하는이책은현대한국사회를이해하고“미래의더풍부한가능성”(348쪽)을꿈꾸기위해“대한민국정신사의잃어버린고리”(346쪽)를복원하는시도가무엇보다중요하다는사실을깨닫게한다.

전지구적맥락에서전개된
조선공산주의운동의전략과실천

기존의한국공산주의운동사서술과이책의가장큰차이는,조선마르크스주의운동을당대유럽,러시아,일본,중국등과의상호작용속에서다룬다는점이다.이책에따르면식민지조선의붉은시대는전지구적자본주의의위기의시대였다.제1차세계대전과이후대공황,침략전쟁의발발,빈곤과차별,불평등의심화등자본주의체제의종말에관한코민테른의파국적예언이실현되는듯보였던“비상사태”한가운데서조선의위기또한심화되었고,여기에식민지배를받는상황까지더해져다중의위기를겪는와중이었다.

“왜이런일이1919년에일어났는가?그시점의국내사건들은거대한전지구적흐름과중첩되어일어났다.국내에서는1910년일본의조선식민화이후불만이누적되고있었는데,농민은토지소작조건의악화를원망했고,일부지주와부유한상인도식민당국이산업발전을제한하자경악했다.개항이후등장한도시중간계급은진보적·근대적발전의부재에절망했다.게다가식민행정부가공식화한조선인의차별은‘인민’을역사의주체로만드는기막힌장치였다.

한편,전지구적으로1919년은반란의해였다.1968년보다도급진적이었다.1968년에는자본주의세계체제의중심지에서일어난‘반란들’이이윤을위한생산,자본축적,공적영역에서대량소비논리를상징적으로공격했지만,자본주의체제의존재자체를진정으로위협하지는않았다.그러나1919년에는세계대전과스페인독감팬데믹이후에,그리고전후경제불황와중에진정으로세계체제가최종적으로폭발직전에있다는뚜렷한느낌이존재했다.”_〈서론〉중에서

다중의모순과억압속에서조선의좌파들은마르크스를비롯한최신의논의들을참고하고,세계인들과교류하며‘조선의해방’을위한전략을벼리고‘해방조선’에대한기대와상상을펼쳐나갔다.2장에서는조선의위기에대한각기다른입장과전략으로단일하기보다는다단했던1920~30년대조선공산주의운동의양상을조명한다.이시기공산주의그룹분파갈등의주요골자는그룹의지도부대부분이프티부르주아계급출신지식인이라는한계와계급투쟁보다반제국주의투쟁을우선하는(공산계ㆍ비공산계)민족주의그룹과의관계맺기에관한것이었다.정통공산주의그룹의관점에서는두문제모두노동자ㆍ농민이주체가되는계급혁명을난관에빠뜨리는요인이었다.그렇지만대중투쟁의기반이계몽을거치며아직형성중에있고,반제투쟁이계급투쟁에비해광범한지지를받는상황에서조선의공산주의자대부분은어느정도의긴장속에서이모순들을수용해나갈수밖에없었다.당대코민테른은물론,후대역사가들역시이시기의분파주의를공산주의대의의실천을가로막는부정적요인으로해석했지만,저자는이러한분파간경쟁으로조선공산주의운동의“이데올로기적ㆍ정치적ㆍ전술적성숙이크게가속화”(127쪽)되었다고재해석한다.각자의입장을선명히드러내면서도타협과교섭의기회마다치열한고민을이어간당시의역사는이견을가진세력이어떤식으로함께미래를도모할수있는지에대해서도참조할이야기를전해준다.

3장에서는조선공산주의당강령을시기적으로살펴본다.강령이란당차원에서제시하는조선의혁명적미래상이자대중에게호소할표어이기도했기에,당은강령을통해식민지사회다양한하위계층의“근대적ㆍ민주적요구”를종합하고,이를“보편주의적ㆍ탈민족주의적세계관”과조화시키며,“주류조선사회의보수적분자들을밀어내”며“광범한반식민동맹”(133쪽)으로나아갈의도를보여주어야했다.그리하여조선공산당17대슬로건에는‘8시간노동제,최저임금과실업수당,파업권보장,출산수당과여성의모성휴가보장,여성과아동의위험한노동금지,의무적무상교육과직업교육,노령연금지급(남성은60세,여성은55세이후)’‘모든지주의토지ㆍ일본국유지몰수후농민에게재분배’등지금의관점에서도급진적인의제들이포함되었다.조선공산당의이러한강령은공산주의보다민족주의적경향이우세했던신간회같은항일단체에도영향을미쳐,이들로하여금‘성평등,성매매철폐,형무소재소자에게독서와통신의자유허용’의제지지선언을하게하기도했다.

‘조선’‘조선민족’‘조선인다움’을둘러싼
날카롭고치열한논쟁

사회적결속의방식으로민족주의적방식이대중적호응을얻었던가운데,4장과5장에서는‘민족’과‘민족주의’에대한당대공산주의자들의논의에초점을맞춘다.4장에서는‘단군신화’와‘혈통주의’를매개로점차본질화ㆍ국수주의화되어가던‘민족’‘민족사’담론을비판하고,극우민족주의를흡수한자본주의가결국‘파시즘’으로종말을맞을것이라고내다본마르크스주의철학자박치우의사상을다룬다.조선에서의극우민족주의의부상을미리예측하고우려한그는‘조선인’의정체성을비이성적ㆍ신화적근거에서찾는당시의경향을지적하며,‘조선인’의위치를마르크스주의적역사단계론속에서파악하려시도했다.나아가역사단계론에따라사회가발전하려면사회내부에엄연히존재하는모순을‘개인적’ㆍ‘집단적’으로발견하는것이중요하다고역설하며,“사회적모순의진정한성격에대”(178쪽)한“주체적”이해를강조했다.공산주의사상을‘전체주의적’‘권위주의적’인것으로오해하는데익숙한이들에게는역설적으로들릴이야기이지만,마르크스주의자인그에게파시즘은역사발전론의대전제인변증법자체를부정함으로써개인을“민족(국민)의유기적일부분인한에서만”그존재를“허용”하는체제이자,“개인의자유”를“민족(국민)국가의요구에의해엄격하게제한”(186쪽)하는위험한체제였다.그가강조한‘주체성’개념은훗날북한에서‘주체사상’개념으로이어진다.

5장에서는‘조선인’‘조선민족’‘조선적인것’과관련된정의를둘러싸고치열한논쟁이벌어진식민지조선의지적세계를구체적으로살핀다.조선민족을“특수성,독창성,단일성,동질성개념으로정의하”(225쪽)여긍지를고양하고저항의구심점을마련하려던민족주의진영의구상을“위험한비역사적인시도”로본마르크스주의자들은‘민족’을자본주의발전의산물이자,(운명과출생에의해결정된다는측면에서)전근대적계급모순의일종으로이해하며“민족주의자들이구축한절대화된민족개념을탈신화화하려고”(225쪽)노력했다.반공주의와민족혐오가교묘히결합되어그효과를증폭하고,식민주의ㆍ민족주의적발상이전쟁이라는극단의폭력으로다시나타나는시기,민족주의를둘러싼식민지조선의첨예한논의들을다시살펴보는시도가“포스트종족-민족주의시민사회”(226쪽)로나아가는데기여할수있다고저자는강조한다.

식민지조선사회주의의꿈과좌절
그리고망각된역사가남긴것에대하여

앞선장이‘조선의해방’을위한전략과그실천에초점을맞춘다면,해방직전ㆍ직후를주로다루는6~7장은‘해방조선’의청사진에주목한다.6장에서는디아스포라의시각에서조선인정체성에관한글을쓰던작가김사량의《노마만리》를,7장에서는조선인의모스크바여행기를살피며‘해방공간’에대한당대좌파지식인들의상상과기대가무엇이었는지알아본다.항일저항전쟁동안공산주의노선의준국가를건설하려시도한중국공산당의‘해방구’를방문한기록인《노마만리》에서저자는“근대적계몽”“대중의자발적참여”“시장경제의현명한활용”제국주의에맞서는“조선과중국의평등주의적동맹”(252쪽)에주목한김사량의시선을읽는다.사회주의적유토피아의갈망이반영된조선인의모스크바기행문을소개하는7장에서는장밋빛관찰기가의식적ㆍ무의식적으로누락한소련사회의모순들(스탈린체제하에서심화된관료적위계제와평등주의로부터의후퇴등)을짚으며‘해방조선’의미래비전에대한조선좌파지식인의순진함과이상주의를지적한다.동시에,조선사회주의운동의불씨를실천적차원에서이어가기위해다소이상주의적일지라도‘붉은수도’모스크바에대한긍정적인묘사가필요했을수도있다고덧붙여분석한다.

마지막으로후기에서는일제탄압에의한조선공산당해체이후무수히이어진공산당재건시도,해방직후대중의지지를얻은조봉암의진보당과그폭력적해체,60~61년혁신계정당활동,유신체제하풀뿌리좌파의재탄생,인민혁명당사건,1987년노동자대투쟁과80년대노학연대ㆍ지하사회주의서클활동,2000~2008년의민주노동당창당등으로이어져온식민지조선공산주의운동의계보를짚으며,현재적맥락에서식민지조선사회주의운동의유산을비판적으로계승할수있는여지가있을지에대해서도논한다.

‘의도된망각’을거부하고
우리안의‘해방공간’을복원하자는뜨거운제안

소련에서태어나한국으로귀화한저자박노자는코민테른기록보관소의자료는물론,일본,한국,러시아,중국의1차자료를풍부하게살피며‘식민지조선붉은시대’의철학적ㆍ사회적ㆍ정치적실천에관해우리가미처몰랐던내용까지를촘촘히복원한다.조선공산당은1928년일제에의해해체된뒤다시재건되지못했지만,이후에도망명활동가와지하투사들,이론가들은당강령을갱신하고이론을정교화시켰다.비록그역사는탄압속에서망각되었더라도,‘붉은시대’의불씨는결코꺼지지않고계속이어져현대남한과북한의정치ㆍ사회적토대를이루었음을밝히는것또한이책의중요한시도다.
식민주의적침략전쟁이다시발발하고,21세기‘공산주의의유령’이재등장해(“공산전체주의”)세력을형성하고,전세계적으로반이민ㆍ반다양성의파시즘적양상이출현하는등자본주의체제의위기가곳곳에서감지되는시기,이책은다시도래한‘극우시대’를헤쳐나갈실마리를우리안에서발견하는길을안내한다.

대한민국시민대다수는식민지조선공산주의운동과함께걸어온현대한국사회의형성과정을제대로알지못한다.그러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