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몸으로 살기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쓰는 몸으로 살기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20.00
Description
“쓰기란 상대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내 쪽으로 당기는 일”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화제의 ‘평어 수업’
《말끝이 당신이다》 김진해 교수 신작

글을 쓰는 많은 이들은 은연중에 독자를 ‘적’으로 생각한다. 상대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법을 일러주는 글쓰기 강좌와 책이 쏟아지고, 나의 주장과 이야기를 관철시키기 위해 더욱 단단히 논리를 다듬는다. 그러나 언어는 나 하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글쓰기는 상대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 공존하고 싶다는 메시지”(5쪽)이다.
강의실에서 서로 평어를 사용하는 독특한 수업 방식으로 화제된 언어학자 김진해(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쓰기란 “상대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내 쪽으로 당기는 일”(5쪽)이라 말한다. 이번 신작 《쓰는 몸으로 살기》 역시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둘의 경험’으로서의 쓰기에 주목한다. 언어학자로서 다양한 언어의 본성을 몸의 감각으로 짚어내며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쓰기란 상대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내 쪽으로 당기는 일입니다. ‘당신이 틀렸어’라고 말을 할 때도 종국에는 ‘그러니 제발 나와 함께하자’고 하는 겁니다. 현실의 모순과 갈등에 눈감자는 말이 아닙니다. 친구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거죠.” _5쪽

그렇다면 이때의 ‘쓰는 몸’은 무엇인가. 고착화된 표현이나 통념 너머 ‘말해지지 않는 것’을 살피는 눈, 나를 둘러싼 세계의 질서와 타인의 흔적을 글로 옮길 수 있는 섬세한 감각, 내 글에 기꺼이 타자의 자리를 만드는 유연함을 고루 갖춘 몸이다. 동시에 하나의 글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성찰하고 새로운 글로 흐르는 몸이다.
저자는 ‘좋은’ 글이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쓰는’ 것이라 말한다. 이렇게 쓰인 글에는 세간의 글쓰기 법칙과 도식화된 요령이 통하지 않는다. 언어는 흐른다. 필연적으로 유연하다. 갇히고 고인 말은 생각을 낡게 한다. 쓰는 몸만이 끊임없는 글쓰기를 추구한다. 20년 넘게 언어를 탐구하고 글쓰기를 가르쳐온 저자는 글쓰기에 대한 성찰적 사유를 담아, 낡은 말을 깨부수고 새로운 말의 세계로 나아가는 법을 일러준다.

“글을 쓰다 보면 예의를 지키면서도 비굴하지 않은 자세, 단호하면서도 정중한 자세, 이기심보다는 이타심을 가지려는 자세,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현실 너머의 세계를 꿈꾸는 자세, 온갖 변수를 고려하면서도 길을 찾아내는 자세를 갖출 수 있습니다. 글을 쓰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글 쓰는 용기를 잃지 마세요.” _104쪽
저자

김진해

언어학자,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교수.
말이사람들사이에서어떻게작동하는지궁금해하면서산다.7년째‘말글살이’라는이름으로《한겨레》에칼럼을매주쓰고있고,8년째평화의무술합기도(Aikido)를수련하고있으며,20년넘게학생들에게글쓰기,책만들기,언어학을가르치고있다.
산문집《말끝이당신이다》를비롯하여,공저《성찰과표현》《주제연구》《인지언어학의현황과과제》등을썼고,아무도읽지않는의미론논문몇십편을써왔다.

목차

프롤로그:머리가아닌,몸으로하는글쓰기

1부당신에게는어떤문장이있나요

타자와공명하는작업
표현이말하지않는것
구체에서추상으로
‘나쁜’글이남는다
무엇이글이될수있는가
주제는선명하지않을수록좋다
부록:글감을잘풀어내기위하여

2부좋은글은어떻게구성될까요

더하기와빼기의미학
내몸에타인의시점을새기는일
문체,삶이빚어낸양식
경험을낯설게번역하기
세계와감응하는단하나의문장
어떤장면은자꾸나를잡는다
‘적확한’단어찾기
내글을정박시키는법
‘쓰기싫다’에서출발하는쓰기
글도분갈이가필요하다
부록:‘인간적인’글쓰기를위하여

3부말해지지않은것을써볼까요

시간의두께
장면을상상하게하는힘
나는보았지만독자는보지못했다
새로운말의세계로
불완전하다는자유
나로부터출발하는언어
감정은피부밖에있다
부록:나의이야기를독자에게잘전하기위하여

4부쓰는듯살고,사는듯읽으세요

몸으로새긴감수성
타인이되는즐거움,나를내놓는간절함
책이나를통과할때
반복의발견
삶의축을세우는일
평등하고자유로운공간에서
이질성을초대하는글쓰기
‘다른몸’의감각으로

에필로그:글을‘잘’쓰고싶다면

출판사 서평

“내몸에타인의시점을새겨본사람만이
마음을움직일단하나의문장을빚어낼수있습니다”

머리가아닌,‘몸으로쓰는’법에대하여

이책은총4개의부로구성되어,순차적으로글에대한시야를넓히고‘쓰는몸’을갖출수있도록돕는다.먼저1부‘당신에게는어떤문장이있나요’에서는쓰는몸이되기위한기본적인준비들이담겼다.이를테면,가장먼저힘을빼는중요성을말한다.마치합기도를할때힘을빼야상대의움직임을받고나의움직임을선보일수있듯,글도마찬가지라는것이다.문장에힘이잔뜩들어간,목에핏대를올리고소리치는글은진부하고시끄러워독자에게가닿지않는다.이처럼‘좋은’글쓰기란무엇인지에대한이야기로열어,내삶에서주제와글감을끄집어내좋은문장을길어올릴수있는다양한사고법을풀어낸다.
2부‘좋은글은어떻게구성될까요’는글의구성과문장의표현에대한이야기로들어간다.자신만의새로운정의를곁들여시점,문체,묘사,감정표현,문장의길이등글을구성하는각요소별로고민해봐야하는지점을알려준다.예를들어,저자는감정이입과공감을구분하며,감정이입은“내몸에타인의시점을초대하는것”(92쪽)이기에타인과하나가되는것이지만,공감은내입장을지키면서상대의감정에동의하는것이기에불화된상태가유지되는것이라정의한다.독자의마음을움직일글,새로운문장을쓰기위해서는나를지키고자하는자연스러운본능을이기고기꺼이나를탈피해타인이되어보는경험이필요하다고한다.

“여러분은누구의눈으로이세계를보고있나요?오직자신의눈으로만보고있지는않은가요?타인의자리에앉아봐야자기자리를알게됩니다.그런사람만이사물의시선으로문장을빚어내기도합니다.마음을움직일단하나의문장을요.”_92쪽

3부‘말해지지않은것을써볼까요’는은유,환유,의인화같은기법을잘이해하고활용하는법을일러주면서,언어의불합리성과인간중심적특성등말의본성에대한이야기로심화해나아간다.그에따르면언어는세계를객관적으로정확하게반영할수없어필연적으로불합리하다.일례로,환유적표현‘빵을굽다’는사실틀린말이다.우리는사실밀가루반죽을구울뿐이고,그후에야비로소빵을손에넣는다.저자는언어가객관적이라는환상을벗어나자고하며,이언어의자유로운불합리성에기대어누구나세상을재해석하고재창조할수있음을강조한다.
마지막4부는쓰기가언제나‘나’를뛰어넘는행위라는관점에서,활자를통해타자그리고세계와연결되는이야기로이어진다.읽고쓰는즐거움은“타인의몸과시선으로세계를만나는”(252쪽)것과맞닿아있으며,쓰기는마치삶을지탱하는기둥의개수를늘리는일과같아서궁극적으로나를넓히고확장시킨다고말한다.

“인간적인사람은‘시작하는사람’입니다.당연히글쓰는사람도시작하는사람입니다.관조하는삶이아닌,행동하는삶을사는사람입니다.(중략)인과관계나논리가아닌,예상할수없는기적같은일을행하는겁니다.그게인간의능력이니까요.아무목적없이새로운일을시작하세요.그런사람이글을썼으면좋겠습니다.”_245쪽

“저는글쓰기를말하지만,실은민주주의를말하고있는지도모릅니다”

다름을받아들이지못하는시대,
유연한삶의태도를위한쓰기법

2024년11월,전국60여개대학4000여명의교수가시국선언문을발표했다.이중김진해교수가쓴‘경희대시국선언문’이가장큰반향을불러일으켰다.이선언문은사회구조나외부상황에강하게문제제기하는통상적인선언문(대자보)의문법을따르는대신,‘나’의취약성을고백하는담담한성찰적어조의문장에서출발했다.1인칭문장들은‘당신과함께’,그리고마침내‘우리는’으로뻗어나갔다.저자의글쓰기철학이그대로투영된이선언문은학내·외많은동료시민들의눈길을붙잡고,좋은어른과더나은공동체란무엇인가하는화두를던져주었다.윤석열전대통령이비상계엄을선포하기불과며칠전이었다.

“우리가사는세계는이렇게이질적인종이만나고뒤엉키고부딪치면서공동으로만들어진것인데,왜글쓰기만은‘잘정리된하나의생각’을담으라고할까요.안그래도되지않을까요?”_294쪽

오늘날우리가사는세상은불확정성으로가득차있다.이러한예측불허의시대에점점더나의것을지키고내편끼리뭉치려는마음을갖기쉬워지지만,이럴때일수록우리에게필요한것은거꾸로‘기꺼이이질성을초대하는’자세가아닐까.마치자연생태계가단일종만으로유지되지않으며다양한개체가관계를맺고서로가서로에게‘오염’되면서공생하는것처럼말이다.
저자에게이거대한공생의매커니즘은자연생태계뿐아니라,인간사회그리고글에도동일하게적용된다.저자는“좋은글은이질적인이야기들이협력하고공생하는글”(298쪽)이며,쓰기의묘미는“쓰고나서쓰지않은게있음을알아차리는것,‘쓰지않은걸’다시찾아쓰고나서도여전히미처다쓰지못한게남아있음을받아들이는것,‘다썼다’는말이도무지성립하지않는것”(274쪽)에있다고말한다.결국글쓰기에관한저자의사유는‘단하나만맞다’라는,허구에가까운단일성과정확성이아닌‘서로다르나모두맞을수있다’는부드러운가능성과다양성으로모아진다.이책은진정한어른의소통법으로글쓰기를권하며,나의이야기를외치는데에혈안이된시대에기꺼이자신을낮추고타자와눈을맞추는수용과공생의자세에대한실마리를제공한다.

“언어(말과글)는세계를고스란히비추는거울이아닙니다.언어는세계를객관적으로반영하지않습니다.그런적이한번도없습니다.언어는세계를일정한시선으로이해하는틀을제공합니다.(중략)세계를형성하는힘을가졌기에내글을통해세계가어떻게새롭게재구성되는지의식할필요가있습니다.언어가달라지면현실에대한이해도달라집니다.”_2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