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전쟁(큰글자도서)

설탕 전쟁(큰글자도서)

$34.00
Description
제국의 흥망, 모험과 탐욕
설탕이 엮어낸 세계사 파노라마
왜 우리는 단맛에 끌릴까? 단맛은 포도당으로부터 비롯되는데, 포도당은 포유류의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이다. 이 때문에 인류는 본능적으로 단맛을 선호하도록 진화해 왔다. 단맛에 대한 갈구는 원래 인류 생존과 직결된 본능이었다.
수천 년 전부터 꿀이나 식물의 수액을 통해 단맛을 얻어 온 인류는 기원전 500년경 인도에서 설탕 정제 기술이 처음 고안된 이후 지속적으로 설탕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이 설탕은 인류의 욕망을 자극하며 세계사의 다양한 장면을 탄생시켰다. 예를 들어, 오늘날 영국을 대표하는 ‘차(tea) 문화’도 설탕의 확산과 맞물리며 뿌리내릴 수 있었다. 찻잎 특유의 떫고 쓴맛을 중화하는 데 설탕만큼 적절한 것이 없었는데, 설탕은 꿀과 달리 향이 거의 없어 차의 고유한 풍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감미로운 맛을 더해 주기 때문이다. 차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설탕 수요 또한 급격히 증가했고, 설탕의 대중화는 다시 차 소비를 촉진하며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설탕 전쟁》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설탕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과정을 따라가며, 그 뒤에 숨겨진 모험과 탐욕의 세계사를 생생하게 포착한다. 저자는 30여 년 동안 사업차 스리랑카, 태국, 앙골라, 쿠바, 유럽 등 많은 국가를 경험하며 역사적 감수성과 호기심을 키웠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적과 자료를 탐독하며 물자와 인구의 이동, 특히 서구 제국주의의 흔적 등을 탐구해 왔다. 그 첫 결실인 전작 《향신료 전쟁》은 향신료를 두고 벌어졌던 열강의 각축전을 중심으로,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의 탄생 등 세계사의 주요 장면을 흥미롭게 풀어내 큰 호응을 얻었다. 후속작인 이번 《설탕 전쟁》에서는 설탕을 향한 욕망이 유럽 제국주의 팽창과 맞물리며 전 세계로 퍼져 나간 파란만장한 여정을 따라간다. 또한 설탕 산업이 촉발한 노예제로 인해 잔혹하게 희생된 원주민과 흑인 노예의 역사를 조망하며, 설탕의 달콤한 맛 뒤에 드리운 인류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낸다. 나아가 설탕 산업이 초래한 조선인의 하와이 이민과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되짚으며, 설탕의 세계사와 우리 역사의 교차점을 조명한다. 《설탕 전쟁》은 설탕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세계사, 그를 통한 신선한 지적 자극을 선사하는 흥미진진한 교양서다.
저자

최광용

사업가겸여행가로서30여년간약80개국을넘나들며다양한문화를경험했다.그러던중동남아시아와중남미,아프리카국가대부분이서구강대국의지배에의한식민착취,노예무역,강제이주의역사를지니고있으며,그흔적이여전히사회곳곳에남아있음을알게되었다.이에지적호기심을느껴,현지주민들과활발히교류하고해외서적이나자료를찾으며독자연구를이어왔다.또한수원문인협회정회원으로현재시인으로도활동중이다.해외에서의오랜경험이길러준탐구심,그리고문학적감수성을바탕으로세계사를다채롭게풀어내는글을써왔다.
그첫결실인《향신료전쟁》에서는향신료를둘러싼서구열강의제국주의적탐욕과각축전이세계사에어떤영향을미쳤는지소개했다.두번째책인《설탕전쟁》에서는오늘날세계가형성되는데설탕이어떤역할을했는지소개한다.또한하와이사탕수수농장의조선인노동자를통해우리이민의역사를돌아보고,그의미를독자와함께나누고싶어이책을썼다.

목차

들어가는말:세계사를바꾼설탕,그달콤쌉싸름한이야기를따라서

1장차한잔,설탕한스푼이바꾼세계
스리랑카찻잔속의제국|포르투갈공주로부터시작된영국의티타임|사탕수수,대서양을건너다|콜럼버스와사탕수수

2장문명을넘나든달콤한유혹
이슬람문명사회와암흑의서구사회|십자군,‘단맛이나는갈대’를만나다|태초에설탕은어디에서왔는가

3장플랜테이션과흑인노예의눈물
식민경제의핵심,플랜테이션|사탕수수밭으로끌려간아프리카흑인|영국의해적왕과자메이카의육상영웅|비참했던흑인노예의삶|어느노예감독관이남긴끔찍한기록

4장채찍아래에서함께이룬흑인노예공동체
아프리카흑인,노예에서전사로거듭나다|제국에맞서싸운검은전사들|한섬에두나라,히스파니올라섬이야기

5장아메리카에세워진최초의흑인공화국
불사신이된외팔이지도자|부두교의식에서시작된아이티혁명|투생루베르튀르와아이티공화국의탄생|나폴레옹이선택한‘달콤한뿌리’

6장설탕과황금의땅브라질
포르투갈식민모델의시작,마데이라|페드루알바레스카브랄과미지의땅|설탕왕국브라질의탄생|브라질식민경제의확장과야만적노동착취|노예사냥꾼반데이라|네덜란드는어떻게브라질을빼앗았나|브라질리언이라불린네덜란드인식민총독|브라질을뒤흔든골드러시|황금의땅미나스제라이스

7장사탕수수와럼,시가와낭만의섬쿠바
‘슈거볼’의나라|콜럼버스를사로잡은‘연기나는마른풀’|시가연기와럼에담긴쿠바의정취|세계인을매료시킨바카디럼주의향미|차별없는세상을꿈꾸며|쿠바독립과스페인의몰락,그리고미국의부상

8장사탕수수밭이키운미국의야망
성조기이전에설탕이있었다|파리조약과미합중국의탄생|신생독립국의젖줄이된미시시피강|루이지애나는어떻게미국설탕산업의핵심이되었나|나폴레옹의루이지애나매각과‘신이주신운명’의시작|미국목화밭의비극이만든것들

9장하와이,설탕,그리고우리
설탕의길,태평양을건너하와이로이어지다|설탕이만든미국의새로운땅|조선인이하와이사탕수수밭으로오기까지|한인이주역사의시작|조국을위해기꺼이몸바친조선인청년들|하와이로온‘사진신부’|설탕재벌의섬에서세계인이사랑하는섬으로

출판사 서평

큰글자도서소개
리더스원의큰글자도서는글자가작아독서에어려움을겪는모든분들에게편안한독서환경을제공하기위해‘글자크기’와‘줄간격’을일반단행본보다‘120%~150%’확대한책입니다.
시력이좋지않거나글자가작아답답함을느끼는분들에게책읽기의즐거움을되찾아드리고자합니다.

제국주의를부추긴설탕의달콤한유혹

15세기후반부터시작된대항해시대에는포르투갈과스페인을필두로영국,프랑스,네덜란드등유럽열강들이앞다투어대서양을건너아메리카,아프리카,아시아로세력을확장해나갔다.크리스토퍼콜럼버스,바스쿠다가마같은역사적모험가들도비슷한시기에등장했다.이들의목숨을건항해는후대에종종낭만적인모험담으로그려지지만,실제로는단순한모험심이나영웅심만으로감행할수있는일이아니었다.당시원거리항해는국가의전폭적인지원없이는불가능했던만큼,열강이주도하고후원한대항해는신대륙정복과자원수탈이라는분명한목적을띠고있었다.《설탕전쟁》은그중심에바로설탕을향한욕망이있었음을흥미롭게풀어낸다.
사탕수수는고온다습한열대기후에서만재배가가능한작물이었기에유럽에서는생산이불가능했다.이에여러유럽국가가사탕수수재배에적합한기후를갖춘아프리카연안,카리브해섬들,아메리카대륙등지에식민지를건설하고대규모농장을조성했다.대표적으로포르투갈은마데이라제도와브라질을,스페인은카나리아제도를,프랑스는히스파니올라섬을,영국은자메이카와바베이도스를설탕산업의거점으로삼았다.식민지에서의플랜테이션을바탕으로설탕산업은비약적으로성장해갔으며,19세기에이르러서는유럽내설탕수요의90퍼센트가카리브해섬들로부터충당될정도였다.(23쪽)신대륙은점차설탕을향한유럽인의욕망을충족시키는‘설탕기지’로변모해갔다.
《설탕전쟁》은히스파니올라,자메이카,브라질등의식민화과정을설탕산업의역사와유기적으로연결지으며유럽열강에의한식민착취의상흔을구체적으로드러낸다.유럽인은원주민을위협해농장에서거의노예처럼부렸음은물론,내륙탐사등을이유로원주민고유의역사와문화를무참히파괴했다.이에더해원주민들은유럽으로부터들어온병원균에면역이전혀없었기때문에속수무책으로죽어나갈수밖에없었다.이비극의흔적은현대브라질의인구구성에서도확인할수있다.오늘날브라질은백인과혼혈인구가각각전체인구의40퍼센트이상을차지하는반면,원주민은1퍼센트미만에불과하다.수백년전만해도포르투갈본토인구에필적하는수의원주민이브라질에살고있었지만,이들의흔적은이제거의남아있지않다.설탕을향한열강의탐욕이한국가의인구구성마저바꾸어놓은셈이다.
한편,브라질은열강들이설탕생산지를차지하기위해벌인각축의무대이기도했다.대항해시대후발주자였던네덜란드는향신료무역으로해상패권을확보한뒤,브라질북부페르남부쿠지역에서포르투갈을몰아내고한때통치를시도했다.이시기총독으로부임한요한마우리츠는브라질의잠재력을높이평가하며수도헤시피를집중적으로개발했는데,당시건설된인프라는네덜란드본국조차놀랄정도로선진적이었다.지금도헤시피에는요한마우리츠가조성한도시계획의흔적이남아있다.포르투갈어를사용하는남미유일의국가이면서도,곳곳에네덜란드식민통치흔적또한남아있는브라질은설탕을둘러싼제국의탐욕과식민착취의역사를보여주는생생한사례다.


사탕수수밭에서자행된인류최악의‘흑역사’

식민지에서의사탕수수플랜테이션과설탕산업의발전은아프리카계흑인의대규모유입을초래했다.사탕수수재배와수확에서부터,사탕수수즙을끓이고정제해설탕으로만드는모든과정에는막대한일손이필요하다.초창기에는원주민을동원해이를충당하려했으나곧한계에부딪히자,유럽인들은아프리카대륙으로눈을돌렸다.이후설탕산업에필요한노동력을충당하기위해노예무역이성행하기시작했다.
설탕산업에수반된흑인노예착취는인간이인간에게저지른가장끔찍했던폭력중하나다.1519년에서1867년까지노예선에실려대서양을건넌아프리카흑인은약1250만명으로추정된다.이가운데상당수가질병,기아,학대등으로항해중목숨을잃어최종적으로약1070만명이카리브해와아메리카대륙에도착했다.인류역사상이보다더큰규모의강제이주는없었다.(55쪽)이들노예는백인농장주나감독관에게극심한학대를당했는데,자메이카의한농장에서노예감독관으로일했던토머스티슬우드가남긴기록을보면그잔혹함이어느정도였는지실감할수있다.한노예가동료를초대해식사를제공했다는이유로귀가잘리고수십번의채찍질을당했다는기록이나,몰래사탕수수를먹다들킨노예의입에다른노예가배변을보게했다는기록은그잔혹함이어느정도였는지알수있게한다.(67쪽)《설탕전쟁》은티슬우드의기록등당시서구사회전반에퍼져있던흑인노예에대한잔혹한학대의단면을생생히보여줌으로써,인류가결코되풀이해서는안될역사를깊이성찰하게한다.
한편,농장에서의끊임없는착취와폭력은흑인노예들의분노를자극했고,카리브해섬들을중심으로각지에서저항의불씨가타올랐다.그중에서도아이티독립은노예해방역사가운데무척독특하고도중요한한장면이다.아이티는프랑스식민지시절‘생도맹그’라불렸던지역으로한때세계최대의설탕생산지였다.이곳노예들은혹독한노동을견디지못하고도망쳐,‘마룬’이라는공동체를이루고식민당국에맞서약13년간독립전쟁을이어왔다.그런데,이시기흑인민중을이끈지도자였던투생루베르튀르는프랑스군과치열하게싸우던도중스페인으로부터연합을제안받는다.스페인은투생의저항군을이용해섬에서프랑스를몰아내고당시설탕산업의핵심거점이었던생도맹그를차지할속셈이었다.하지만그로인해전세가불리해지리라판단한프랑스군혁명판무관송토나는돌연노예해방을선언해버린다.상황은급변했고,갑작스레해방을맞은흑인저항군은중대한기로앞에서게되었다.프랑스의해방선언을믿을것인지,약속한대로스페인과의연합을이어갈것인지를결정해야만했던것이다.선택의갈림길에서투생과흑인저항군은자신들을오랫동안착취해온프랑스군의손을잡았다.그결과스페인뿐아니라전쟁에뒤늦게가세한영국군까지히스파니올라섬에서몰아낼수있었고,세계최초의흑인노예독립국인아이티공화국이탄생하게되었다.
이처럼아이티독립은흑인노예착취와그에맞선저항,설탕생산지를둘러싼열강의탐욕,송토나의전략적노예해방,그리고자신들을억압해온프랑스백인들과의연합을택한흑인저항군의선택등여러역사적모순이교차한결과였다.《설탕전쟁》은이런아이티의사례를넘어,다른설탕생산지들에서도흑인노예의운명이유럽열강의이해관계에따라어떻게좌우되었는지를다양한이야기로풀어내며설탕을향한욕망이얼마나많은피와눈물을낳았는지를돌아보게한다.


‘설탕의세계사’위에새겨진우리의발자취

설탕산업은대규모인구이동과디아스포라를촉진한주요동인가운데하나였다.생도맹그와함께주요설탕생산지였던자메이카의흑인노예이주과정은이를단적으로보여준다.자메이카에서는영국식민당국에저항하는두차례의마룬전쟁이벌어졌는데,이과정에서600여명의흑인이영국에의해북아메리카의노바스코샤로강제이주되었다.평생열대기후에서살아온흑인들에게노바스코샤의겨울은너무나혹독했고,결국이들중많은수가그곳에서목숨을잃었다.그중겨우살아남은이들은자신들을‘선조의땅’인아프리카로보내달라고청원해,서아프리카시에라리온지역으로재차이주하게되었다.아이러니한점은,그때시에라리온으로옮겨간이들중일부가계약노동자신분으로또다시자메이카에이르게되었다는것이다.그후손은자메이카에정착해오늘날까지이어져오고있다.영국에의해아프리카에서카리브해,북아메리카를거쳐다시카리브해로삶의터전을옮겨야했던자메이카흑인노예의고단한여정은설탕산업이초래한디아스포라의비극적일면을여실히드러낸다.
20세기초중반에이르러미국의영향아래설탕산업의또다른주요무대로부상한하와이는한인최초의공식이민이이루어진곳으로,설탕으로인한디아스포라의현장일뿐아니라우리역사와도깊은관련이있다.19세기후반부터하와이에도대규모사탕수수플랜테이션이조성되기시작했는데,대부분미국출신백인이었던농장주들은노예제폐지이후더이상흑인노예를고용할수없게되자값싼노동력을찾아아시아로눈을돌렸다.이후일본과중국에이어조선에서도노동이민을받기시작해1902년고종의허가아래한인의하와이이민이시작되었다.
이민자들또한흑인노예가그러했던것처럼농장의비인간적노동조건과차별적대우를감내해야했다.이를견디지못한이민자일부가조국으로돌아가기도했지만,대부분은악착같이살아남아하와이사회에점차뿌리내렸다.이과정에서등장한‘사진결혼’이라는제도는무척흥미롭다.사진결혼이란,1910년부터1924년까지하와이한인사이에서통용되었던혼인방식이다.하와이에있는조선인남성이중매인을통해자신의사진을조선의여성에게보내면,사진속남성이마음에든여성이자신의사진을하와이로보내며결혼이성사되었다.사진결혼제도로조선여성들이‘사진신부’로서합법적으로하와이에건너올수있게되면서한인은점차가족단위로하와이에정착하기시작했고,이들을기점으로훗날멕시코나쿠바의농장으로도이민이이루어졌다.
하와이에정착한한인들의삶역시나라를빼앗긴조국의상황만큼녹록지않았다.하지만열악한환경속에서도하와이한인들은공동체를꾸리고서로를보듬었으며,피땀으로번돈의일부를기꺼이독립운동자금에보탰다.머나먼땅에서식민지조선인못지않은고초를겪었던미주한인이민자들은,열정적으로구국의뜻을이어간이방의독립운동가들이었다.‘스티븐스저격사건’으로잘알려진장인환과전명운또한하와이에서사탕수수노동자로일하다샌프란시스코로건너가조선독립을위해활동한청년들이었다.두사람은1908년친일외교관스티븐스를저격함으로써조선인의독립의지를전세계에알렸다.이사건은미주한인사회는물론국내외흩어져있던독립운동세력에큰영향을미치며이후항일운동의기폭제가되었다.
하와이로의첫한인이민과그로부터시작된미주한인의역사는설탕의세계사와한민족의역사가과거와현재를가로지르며만나는중요한교차점이다.《설탕전쟁》은하와이한인이민자들이사탕수수농장에서일궈낸삶이야말로,제국주의와식민착취가휩쓴세계사의소용돌이속에서우리힘으로또렷이남긴발자취였음을묵직하게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