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박지영 장편소설)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박지영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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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내가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지 않는 법,
그것은 내가 속한 세상을 점점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이다”
죄와 바이러스가 뒤범벅된 세계에서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저주 속에 머무는 사람들
타인과 고독사를 함께 준비한다는 설정으로 도처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립에 위로의 말을 건넨 《고독사 워크숍》과 피치 못할 이웃을 애써 받아들이는 과정이 곧 삶임을 설파한 《이달의 이웃비》, 평생 남만을 사랑했던 여자의 뒤늦은 자기 돌봄을 다룬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로 외로운 개인들의 명랑하고도 강인한 연대 유니버스를 구축해온 박지영이 신작 소설 《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으로 돌아왔다. 그의 다섯 번째 장편인 이번 작품에는 운명처럼 주어진 저주 속에 머물며 간신히 축복이라 불러볼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하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탈모, 바이러스, 죄책감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비극적 운명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 안에 웅크리고 있을 축복의 요소를 찾아 계곡과 지하철, 히로시마와 베르사유를 헤맨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까닭에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날카로운 유머와 1983년 당시의 전체주의적 사회상을 두루 담고 있는 소설은 개개인에게 자괴감과 죄의식을 주입하는 시스템과 그럼에도 생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불가해한 의지를 집요하게 추적해 펼쳐놓는다.
우리 사회와 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와 남다른 시선은 그간 소설이라는 장르가 상상하지 않았던 낯설고 기이한 풍경 속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곳에서 독자는 자기 욕망에 솔직한 인물들의 가감 없는 발칙한 내면을 마주한다. 분명 한국인데도 한국적이지 않은 배경과 불량한데도 어딘가 공감이 가는 캐릭터들은 독자가 기존에 알고 있던 고립과 연결, 가해와 피해, 저주와 축복의 정의를 뒤엎으며 한국문학의 서사적 외연을 확장한다.
저자

박지영

저자:박지영
2010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이달의이웃비》《테레사의오리무중》,장편소설《지나치게사적인그의월요일》《고독사워크숍》《컵케이크무장혁명사》《복미영팬클럽흥망사》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_접힌페이지:‘벙커1983’

1장휴먼북조기준
챕터1벽장속의소년,1983년겨울
2장디지털세탁소‘더빨래’
챕터2벽장밖의소년,1984년봄
3장누구나나가고싶은벽장은있다
챕터3소름을쫓는소년,1984년여름
4장저주받은사람중에가장축복받은
챕터4소름이된소년,1985년여름
5장1인칭관찰자시점
챕터5봉인된소년,1993년가을
6장열린페이지:방탈출레벨업가이드

에필로그_찢긴페이지:다시,벽장속의소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한국문학이새롭지않다고?늘뻔하고지리멸렬하다고?
그건당신이아직박지영을읽지않았기때문이다”_문지혁(소설가)
《고독사워크숍》《이달의이웃비》박지영신작장편

“안나를만나다니.나는저주받은아이들중가장축복받은아이일거야”
전쟁의소문과함께10년간격리된소년,
그리고성인이된그가이제와털어놓는비밀

《저주받은사람중에가장축복받은》은비교적산뜻한저주에서출발한다.일면식도없는초등학생에게휑한두피를들켜“저주받았느냐”라는황당한질문을받은우식은탈모를걱정하며팬데믹시대를통과하는평범한어른이다.그의꿈은공과금을제때내고반년에한번치아스케일링받는게부담되지않을정도의벌이를유지하는것.그는가전수리서비스센터에서함께일했던선배마태공과함께온라인상의흑역사를지워주는디지털세탁소‘더빨래’를운영한다.그런우식에게어쩌다세번의자가격리명령이떨어지고,집안에틀어박혀냉동고성에를제거하는일에신물을느낀그는남들은격리생활을어떻게버티는지살펴보기로한다.그때그의눈에띈것이바로인생콘텐츠구독서비스인‘휴먼북’사이트에올라와있던‘격리전문가조기준’의생을담은《휴먼북조기준》.시의적절한콘셉트에도최저가할인북코너에분류돼있는조기준의생애에호기심을품은우식은그대로열람신청버튼을누르고조기준이그를승인함으로써둘은연결된다.
1983년겨울,놀이터에서놀던소년의눈에누군가가들어온다.요양차산속에숨어든불쌍한여배우라는소문을오라처럼두른정체불명의안나다.어린그의눈에주변의소란에도동요하지않는공허한눈빛의안나는마치만화〈천년여왕〉의주인공같다.세간의부당한평가를받는저아름다운여자가나의엄마라면…….어느새소년은항상바쁘고무심한엄마대신안나가그자리를채워주길소망한다.그리고세상이전쟁의소문으로떠들썩해진언젠가부터소년은안나가사는산골짜기의안전가옥에서기한모를격리생활을시작한다.
소설은우식이사는현재와조기준이살았던과거가교차하며나아간다.어느날갑자기사라진마태공선배는그간의경력과는관련없는트럭모는사과장수가돼이유모를사과의말을외치며전국각지를돌고,전쟁의시작과동시에사람을죽이는‘전쟁바이러스’에감염된소년조기준은목에밧줄이묶여벽장에갇혀성장을실감하지못한채로10년을흘려보낸다.《휴먼북조기준》의챕터가거듭될수록우식은완전한진실이라믿었던이야기들이반전을품은반쪽짜리임을서서히깨닫는다.사업을진지하게꾸려가던마태공이갑자기전국을순회하며불특정다수를향한사과퍼포먼스를하는진짜이유는무엇일까?조기준이소년시절감염됐다던바이러스는무엇을의미하는가?1980년대의인물들이이제와묻혀있던과거사를털어놓는이유는무엇일까?진실은무엇이며,거짓은어디에서비롯되는가?질문의답은인물들의끈질긴자기모색을통해조금씩베일을벗는다.

“다만그는선택했을뿐이다.원죄의식을갖고도계속살아갈방법을”
나를미워해야만비로소이를수있는평안과
여전히벽장에갇혀있는이들에관하여

미스터리성장소설이자동시대를관통하는문제소설이기도한이작품은사건의전개나시간의흐름을따라선형적으로진행되지않는다.과거와현재가뒤엉키며뒤의진술이앞선설정을뒤엎는다.인생을서술함에‘단하나의객관적인진술’이란존재하지않음을보여줌으로써인간의필요와욕망에따라그내용이언제든왜곡되고과장됨을암시한다.마태공이불법촬영주동자로지목된딸을위해기꺼이감행한일과조기준이과거의자신을폭력적인아이로묘사하는행위가소설속특이한인물들의예외적행동이아닌,인간이자기삶을받아들이는보편적이고도필연적인방식일수있음을묘파한다.그리하여독자는타락한세상에서만자신을긍정하는인간의연약한마음,그리고자기혐오로만이르는기이한평안의존재를새삼깨닫는다.
작가는소설을통해궁극적으로벽장밖에도착하고자한다.“한동안나는이소설을세상밖으로내놓지말아야한다고생각했다.소설의나쁜상상과비관,기저에깔린혐오의정서는이미세상에팽배했기에굳이이야기를통해서더많은절망과어둠을풀어놓을필요는없다고여겼다.그러나이소설을쓴덕에나는방밖으로한발씩나와느슨한연대로서로의고독을응원하는이야기를할수있었다”라는작가의말처럼우리는저주에걸리고도축복을말할수있으며,결점을공유하기에함께할수있다.위악을방패삼아실은삶에화해를청하는분열적이고다층적인인물들을통해독자는제안의그들을감각하고새로운한발짝을내디딜수있을것이다.‘악을향한공포와통제에의갈망,저주의한가운데에서평온에이르고자하는욕망’을그린이소설은그렇기에인생의어둠으로부터벗어나는가장흥미로운탈출기다.앞으로작가가보여줄인간내면에대한한계없는상상력이더욱기대되는이유다.

벽장속에몸을숨길때마다소년은벽장을열고나오면전쟁이끝나있기를바랐다.어딘가에몸을숨긴다는건그런거였다.내가변화하지않아도내가가만히있는동안저밖의세계는내가원하는대로,혹은내가원하는모습을구체적으로그릴수없더라도지금과같진않은모습으로변해있기를꿈꾸는것._본문에서

저자의말

이이야기를처음쓴것은2015년겨울이었다.2년전공모전을통해한편의장편소설을출간했지만아무도내게다음책을기대하지않았고,나역시그랬다.내가계속소설을쓸수있는사람인지확신할수없었다.그래서썼다.아무도기다리지않고기대하지않고내가무엇을쓸수있는지모르기때문에그냥그때쓸수있는것을썼다.내면의악에대한공포와통제에대한열망,그리고스스로를세상으로부터격리시킨채영원히어둠과절망속에서평온에이르고자하는욕망에대해서.세상밖에가짜전쟁을풀어놓는것으로비로소얻는평화가뿜어내는짓무른악취와오지않은미래에대한절망의전염성에대해서.
한동안나는이소설을세상밖으로내놓지말아야한다고생각했다.소설의나쁜상상과비관,기저에깔린혐오의정서는이미세상에팽배했기에굳이이야기를통해서더많은절망과어둠을풀어놓을필요는없다고여겼다.그러나이소설을쓴덕에나는방밖으로한발씩나와느슨한연대로서로의고독을응원하는이야기를할수있었다.그러니일단어둠을재료로만든절망의실타래라도애써두손모아꽁꽁뭉쳐둔실체가있다면,그것을풀어다시희망을짜는일은조금수월해지는지도모르겠다.어두운방을탈출하기위해서는우선어둠이눈에익어야하듯이.
그런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