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 추적기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헌 옷 추적기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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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가 버린 옷들은 모두 ‘재활용’되고 있을까?”
의류 수거함 속 옷들의 행방을 쫓은
대한민국 최초 헌 옷 추적 르포 에세이
패스트패션이든 울트라 패스트패션이든, 이 유행의 뒤안길에 남는 건 그저 헌 옷뿐이다. 산 옷을 모두 입을 수 없고, 집에 쌓아둘 수도 없다. 그러니 헌 옷 수거함에 넣는다. 수거함에 옷을 넣을 때 느끼는 감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좋은 곳에 기부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는 반면, 쉽게 ‘버린다’는 마음을 갖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버려지는 옷은 어디로 가게 될까? _8쪽

“옷 40벌 20만 원어치 리뷰합니다.”
우리는 옷을 너무 쉽게 산다. 그리고 너무 쉽게 버린다. ‘테무깡’ ‘쉬인깡’으로 대표되는 울트라 패스트패션 시대. 몇천 원짜리 옷을 사서 한 철 입고 의류 수거함에 넣으면 그만이다. ‘재활용되겠지’ ‘누군가 입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모른다. 아니, 관심 없다.
《헌 옷 추적기》는 〈한겨레21〉 소속의 세 저자가 의류 수거함 옷들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추적한 기록을 담은 르포 에세이다. 153개의 추적기를 옷에 부착해 전국 의류 수거함에 투입하고, 4개월간 옷들이 어디로 가는지 끝까지 쫓았다. ‘쓰레기 아저씨’ 배우 김석훈의 검은색 바지와 아동용 운동화, ‘환경에 진심인’ 배우 박진희의 재킷과 카디건,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낸 방송인 줄리안의 티셔츠, 밴드 크라잉넛 한경록의 공연용 셔츠,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저자 이소연의 스웨터도 기부받았다. 〈한겨레21〉 1545호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에 담긴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국은 세계 중고의류 수출 5위 국가지만, 그동안 우리가 버린 옷의 실제 행방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공식 통계는 ‘100% 재활용’이라 말해왔지만, 정작 추적기가 도착한 곳은 인도의 불법 소각장, 타이의 쓰레기 산, 볼리비아의 황무지였다.
《헌 옷 추적기》가 폭로하는 것은 단순히 ‘옷이 어디로 갔는가’가 아니다. ‘옷을 만들지 말자거나, 옷을 사 입지 말자’는 말도 아니다. 선진국의 과잉 소비가 어떻게 개발도상국의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지,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이 얼마나 공허한 말장난인지, 그리고 이 구조적 문제를 방치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거기에 소비자인 우리의 책임은 없는지에 대해 묻고 답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자, 이제 추적을 시작한다.
저자

박준용,손고운,조윤상

저자:박준용
수십번떨어지고간신히언론사에들어왔다.12년째기자로살며독자의눈높이에떨어지지않는기사를쓰려고노력중이다.노동자,환자,이주민,노인,빈곤층등소외된사람들의이야기를취재했다.세상에잘알려지지않은사회의문제점도종종기사로썼다.정해진길보다는새로운길을만드는탐사보도를하고싶다.

저자:손고운
〈한겨레〉〈한겨레21〉기자.2015년〈문화일보〉에서기자일을시작했다.기자일을통해세상을구경하고있다.누구도쉽게다치지않는기사를지향한다.

저자:조윤상
다큐멘터리감독이자대학원생,그리고러너.언론사에서다큐멘터리를제작하며사회와사람을잇는이야기를담아왔다.지금은몸담았던회사에서나와,미완의재능을실험하고확장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헌옷추적의시작

1부헌옷의이동경로
추적기가깜빡이기시작했다
‘쓰저씨’바지는말레이,신발은볼리비아에서신호가왔다
스웨터는인도북부로갔다,예외없이
무심코버린모직코트한벌,종이컵912개버린것과같다
환상과죄책감사이에서

2부버려진옷들의무덤
한국옷은인도에서모두재활용되고있을까
한국에서버린옷,인도에서불타다
파니파트헌옷재활용산업이품고있는아픔
헌옷표백화학폐수로마을이병들다
3살배기딸도,20대아버지도‘독성물질옷더미’에무방비노출
우리가타이로향한이유
들개가한국옷뜯는타이쓰레기산
그아이의‘세상’
차라리한국에서태우는게친환경적일것

3부당신들의비윤리
죄책감은수거함에,우리가처리할게
패션기업수거함에넣은옷은아프리카에서발견됐다
친환경패션마케팅,소비자를두번속인다
옷을사고버리는일과누군가의아픔

4부모두의책임
불태운빈폴새옷38억원어치…삼성물산‘검은그린워싱’
이미지가환경오염보다중요한가
뒤에선의류소각,앞에선‘친환경의류’
유럽은2026년부터재고옷폐기못해
삼성물산“과도한생산지양”,엘에프“재고줄이기노력”
49조의류산업,환경과공존하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류는왜빠졌나
재고의류헐값에파느니태우자?
물리적으로안되면화학적으로풉니다
기업재고소각금지등정부관리필요
옷너머의얼굴

출판사 서평

추적:수거함에서쓰레기산까지

한국에서매년버려지는헌옷은공식집계만10만톤이넘는다.하지만수출되는중고의류는30만톤.집계조차제대로되지않는의류폐기물20만톤이어디론가빠져나가고있다.추적기를단헌옷들은말레이시아,인도,필리핀,타이,볼리비아등지로흩어졌다.대부분중고의류수입을금지하는나라들이다.그럼에도한국의헌옷은편법과불법을통해그곳으로흘러들어간다.‘헌옷의수도’라불리는인도의파니파트.세계에서하루에만250톤의옷이몰려드는이곳에서한국의류브랜드태그가발견됐다.불법소각장에서타고있었다.타이아란야쁘라텟시의쓰레기매립지에서는한글이쓰인태권도가방과군복이발견됐다.구더기가들끓는그곳에서,세살배기아이가쓰레기더미를놀이터삼아뛰어다니고있었다.볼리비아오루로의황무지에서는소와들개가한국에서온옷을물어뜯고있었다.필리핀해변에서는파도가밀려올때마다옷더미를토해냈다.이것이우리가‘재활용’이라믿었던것의실체다.

폭로:그린워싱과제도의공백

패스트패션기업들은매장에의류수거함을설치하고‘지속가능성’을말한다.H&M은“수거된의류의92%가재활용된다”고홍보한다.자라는“새로운주인을찾아드립니다”라는슬로건을내건다.하지만이들매장수거함에넣은옷도결국같은경로를밟았다.H&M매장수거함에넣은7벌중4벌이우간다·세네갈·말레이시아로이동했다.자라매장수거함에넣은6벌중2벌은튀니지에서발견됐다.동네의류수거함에넣은옷과다를바없었다.
‘친환경’은마케팅용어일뿐이다.소비자에게죄책감없이더많이사게만드는전략.친환경적이지않은데도환경표시를넣어광고하는것.이를‘그린워싱’이라한다.소비자를두번속이는행위다.프랑스는2007년부터의류생산자에게재활용비용을부담시키는EPR제도를시행한다.유럽연합은2026년부터재고의류소각을금지한다.그럼한국은?환경부는중장기적검토가필요하다며손을놓고있다.국회에발의된관련법안들은논의조차되지않는다.49조원규모의의류산업이환경을파괴하며이익을내는동안,그책임은누구도지지않는다.

증언:독성폐수와병든마을

추적기가멈춘곳,인도파니파트에직접가서목격하는건헌옷이만드는참상이다.파니파트남부심라구지란마을.표백·염색공장에서흘러나온독성폐수가하천을검게물들이고있다.14년째혈액암을앓는샤르마는물이갑자기더러워졌다고증언한다.마을인구4000명중400명이오염된물때문에중증질환을앓고있다.표백공장에서는노동자들이보호장비없이맨손으로화학용수를다룬다.호흡기질환을막기위해정기적으로약을먹으며일한다.노동자할림의세살배기딸은독성물질이가득한옷더미를놀이터삼아뛰어다닌다.현장에간저자들도두통과발열을겪었다.

내가평소에입고신다가쉽게버린의류와신발이쓰레기산을더높이쌓고있었다.재활용과정에서도많은화학물질이그곳사람들을병들게한다.매립지와표백공장에서만난아이의눈망울이질문을던진다.어른이된나는아이들에게어떤세상을보여주고있을까._166~167쪽

책임:생산자도,정부도,우리도

대량생산과대량폐기구조를만들어놓고‘재활용’이라는말로면죄부를얻으려하는‘기업’,통계조차제대로잡히지않는의류폐기물을방치하는‘정부’,안입는옷을수거함에넣으면서막연한기대로죄책감을더는‘소비자’.이삼중의구조속에서책임은나눠져있고,그래서누구도책임지지않는다.
티셔츠한장은일회용종이컵306~337개를쓰는것과같은탄소를배출한다.겨울코트한벌은종이컵912개다.국내에서연간수출되는폐의류30만톤중20%가불법폐기된다면,소나무1126만그루가필요하다.

전환:다른세상은가능하다

《헌옷추적기》가절망만을이야기하는건아니다.프랑스는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로2028년까지중고섬유수거율을60%로,재활용률을90%로높이겠다는목표를세웠다.네덜란드는2050년까지모든직물을지속가능하게생산하겠다는계획이다.한국화학연구원은폐폴리에스터를저온에서분해하는기술을개발했고,프랑스와미국기업이관심을보이고있다.의류산업종사자들도변화를원한다.〈한겨레21〉과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실시한설문조사(77명대상)에서80%가재고폐기금지법이필요하다고답했고,70%가EPR제도도입이필요하다고답했다.변화는가능하다.정부가재고소각을금지하고,기업에재활용의무를부과하고,소비자가덜사고오래입는다면.
무엇보다필요한것은우리가문제를직시하는것이다.편리함뒤에숨겨진고통을외면하지않는것.의류수거함이라는‘블랙박스’너머를들여다보는것.153개의추적기는그시작일뿐이다.배우김석훈은추천사에썼다.“우리가무엇을해야할지,기업은어떤제품을만들어야할지깊게생각해봤으면좋겠다”고.작가이소연은말했다.“어쩌면이추적이모든것을바꾸는첫걸음일지도모른다”고.
“우리가버린옷은어디로갔는가?”우리는이제그답을안다.《헌옷추적기》는이어서묻는다.“그옷이누군가를병들게하고있다면,우리는어떻게할것인가?”이제그답을찾을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