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경성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건너는 미술 여행)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경성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건너는 미술 여행)

$23.00
Description
“시대를 건너 두 예술가가 만난다면 어떨까?”
근대의 숨결과 현대의 몸짓이 맞물리는
우리 그림 이야기
지난 1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별들의 경매’에서 김환기의 1971년작 ‘푸른 점화’가 약 123억 원에 낙찰됐다. 한국 미술품 경매 역사상 두 번째 최고가를 경신하며, 한국 미술의 존재감과 위상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 미술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전공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우진영의 빛나는 첫 책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가 출간됐다. 이 책은 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근대의 숨결과 현대의 몸짓이 맞물리는 교차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일제강점기, 광복과 한국전쟁 등 시대적 어려움을 통과한 예술가들의 고민은 21세기 서울이라는 숨가쁜 도시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고민과 연결된다. 여성을 향한 사회적 편견에 예술로써 맞선 근대 작가 나혜석과 현대 작가 이재헌, 유한한 삶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좇은 김환기와 손승범, 타인과 온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을 그림에 담은 구본웅과 이우성 등이 시대를 건너 만난다. 삶의 본질과 가치를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열망은 100여 년의 시간을 건너 오버랩된다. 저자는 5개 부에 걸쳐 총 47인의 근현대의 예술가를 연결하며, 경성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가로지르는 독특한 미술 여행으로 독자를 이끈다.
근대미술에 대한 애정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쓰인 이 책은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한 칼럼 등의 글을 전면 보완하고,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현대 작가들의 내밀한 인터뷰를 추가해 만들어졌다. 여기에 김환기의 대표작 〈론도〉 〈영원한 노래〉, 구본웅의 〈친구의 초상〉 〈여인〉, 장욱진의 〈마을〉 등 근현대 걸작을 포함한 100여 개의 도판이 풍성히 수록되었다. 작품의 필치와 색채, 질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텍스트, 그리고 이와 부드럽게 연결되는 도판 이미지는 마치 직접 도슨트를 듣는 듯한 감각적인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전통과 모더니즘이 교차하는 미술관으로, 작품이 시대를 건너 말을 거는 진귀한 순간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저자

우진영

저자:우진영
국립현대미술관학예연구원.
햇살이쏟아지는날을좋아한다.내안의짙은어둠을뒤로보낼수있기에.하루종일비가내려도싫지않다.그리운사람들을떠올릴수있어서.날씨에감정이일렁이는삶을살아왔다.어렸을때부터예술가가되고싶었지만,소심하고예민한기질만있고재능이없다는걸깨달았다.
이화여자대학교언론정보학과를졸업하고홍익대학교대학원에서미술사석사학위를받았다.모네와피카소보다김환기와구본웅이좋았기에주저없이한국근현대미술사를전공했다.시대의사연을품고있는근대미술에애정이깊다.
제주도립미술관,장욱진미술관등을거쳐현재국립현대미술관에서일하고있다.

목차

추천의말
프롤로그:작품이시간을건너말을걸때

1부나와당신의도시

경성과서울을거닐다:김주경과정영주
[부록]“결국사람에대한이야기”:정영주작가인터뷰

냉정과열정사이:주경과노은주
[부록]“멈춘듯계속해서변화하는”:노은주작가인터뷰

분투하는도시에서:문우식과민준홍
[부록]“과장과거짓없이”:민준홍작가인터뷰

풍경너머의이야기:이상범과권세진
[부록]“자연과함께순환하는작업”:권세진작가인터뷰

2부경계선위의존재들

떠나온이들의시선:엘리자베스키스와김현철
[부록]“대상의참모습을향하여”:김현철작가인터뷰

시대속여성들의목소리:이인성과정수정
[부록]“자유롭고용기있는여성들”:정수정작가인터뷰

당신의십자가에축복을:임용련과서민정
[부록]“동시적인삶의경험”:서민정작가인터뷰

장애와상처너머:김기창과현덕식

부유하는존재의몸짓:송혜수와이혁
[부록]“충돌과혼란에서나오는아름다움”:이혁작가인터뷰

3부계절을통과하는감각

색으로그린계절:오지호와김현수

봄을기다리는마음으로:장우성과빈우혁
[부록]“그리기는삶의연장선”:빈우혁작가인터뷰

한여름날의꿈:백영수와이내
[부록]“기억이변하는과정을따라”:이내작가인터뷰

겨울동화속눈내리는풍경:이성자와이채원
[부록]“기저에서린온기를잃지않기를”:이채원작가인터뷰

4부내면의소용돌이

반듯함속의불안:이형록과이돈아
[부록]“인간의바람이시대를넘어이어진다”:이돈아작가인터뷰

자의식이빚어낸조각들:권진규와권오상
[부록]“파격과개연성은함께간다”:권오상작가인터뷰

토해내거나비워내거나:박서보

꿈속의장면:장욱진과최민영
[부록]“자연이주는찰나의순간”:최민영작가인터뷰

몸에대한사적인기록:문신과강철규
[부록]“나약함과강인함의번복”:강철규작가인터뷰

5부삶에흐르는이야기

영원을꿈꾸고사라짐을맞이하는:김환기와손승범
[부록]“작은것들을바라보는시선으로”:손승범작가인터뷰

얼굴이말해주는것:박수근과김정욱

흘러가는가족의서사:이중섭과류노아
[부록]“더많이말을거는작품”:류노아작가인터뷰

타인의고통과나의아픔:임군홍과우정수
[부록]“과정속에서형태를찾아가는”:우정수작가인터뷰

온기를나눌수있다면:구본웅과이우성

미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삶을지켜내며피어난예술이여기에있다”
시대의변화와공명하는예술가들의분투

그렇다면한국의근현대미술세계는서로어떻게맞닿아있을까.1부‘나와당신의도시’는경성과서울의다채로운모습을담은풍경화들을소개한다.근대의예술가김주경은〈북악산을배경으로한풍경〉(1927년)에서서양식건물이들어선거리를통해변화하는1920년대경성의모습을그려냈다.저자는“유화라는서구의매체”와모던한화풍에주목하며,현대적변화에대한김주경의자부심을포착한다.한편,BTS의RM도그의그림을소장한것으로알려지며더욱주목받게된현대의예술가정영주는〈도시-사라지는풍경531〉(2020년)에불켜진작은판잣집이빼곡한달동네풍경을담았다.캔버스에전통한지를켜켜이덧댄기법에서저자는재개발광풍속에서사라지는옛것들을향한정영주의따뜻한시선을알아차린다.시대를불문하고자꾸만‘새로운’것들이들어서는도시,그속에엇갈리는감정들이일렁인다.
2부‘경계선위의존재들’은외지인·여성·장애인등시대적·사회적체제에의해경계로떠밀린이들의목소리를들려준다.나혜석의〈자화상〉(1928년)에는공허한눈빛의여성이나온다.그모습에서여성의주체적욕망을금기시하던억압적분위기에순응하고싶지않은나혜석의솔직한감정이읽힌다.100여년의시간을넘어,이재헌의〈아이돌〉(2020~2023년)속여성은하늘하늘한복장을하고있지만‘웃지않는다’.늘방긋웃는아이돌의표정을재현하는대신,얼굴이목구비를과감히뭉갰다.저자는과거의나혜석과오늘날여성아이돌을연결해,시대적으로요구되는젠더역할을탈피해‘나’로살고자분투하는여성들의초상을좇는다.
3부‘계절을통과하는감각’은봄,여름,가을,겨울의풍경과계절감을다룬다.한국추상미술의개척자중한명으로꼽히는백영수의반추상화〈여름〉(1953년)은한국전쟁시기그려진작품으로,명랑하고선명한색감으로가득차한여름의열기를내뿜는것이특징적이다.이때문에누군가는그의작품이유미적이라평하기도하지만,저자는오히려선연한색채와태양에맞선해바라기형상에서전쟁의포화에도꺾이지않는예술가의의연함을포착한다.한편,이내의〈기억-마음에담은별〉(2022년)은수만개의작은점으로여름밤하늘을표현했다.차분한색채가여름밤의신비로움을더한다.저자는마치수행하듯작은원하나하나를그려내는예술가의타오르는인내심을헤아린다.상반된여름풍경화를그린두예술가의뜨거운마음이캔버스너머로맞닿는다.

김환기와손승범의‘유한한삶의리듬감’
구본웅과이우성의‘타인과나누는온기’…
근대작가의얼굴을복원해현대와연결하는새로운경험

4부‘내면의소용돌이’와5부‘삶에흐르는이야기’는삶의본질적요소들에주목한다.4부에는예술가라는자아가지닌욕망과불안이담긴다.19세기중반,정조의어명으로책가도를그렸던궁중화가이형록은〈책가문방도8폭병풍〉(19세기중반)에왕의취향을철저하게반영하는한편,그림귀퉁이에자신의이름을새긴도장을숨겨찍어놓는다.은인(隱印)을한것이다.이형록은생애에두번이름을개명하고,개명할때마다책가도의화풍을실험적으로변화시켰다.궁중화가이기전에한명의예술가로서품었던단단한에고가엿보인다.현대의화가이돈아는〈시공연속체〉(2020년)를통해전통적인책가도와현대도시의화려한밤풍경을교차시킨다.저자는중첩된시공간에서불가능한희망을읽는다.이돈아는과감히자신의욕망을투영시키며마치우주를연상시키는것처럼초현실적이고아름다운21세기의책가도를완성한다.현실의한계에도구부러지지않는예술가의자아가꿈틀댄다.

책에는무한한세계가있다.무엇이든실현가능하기에우리는책에손을뻗는다.200여년전이형록은〈책가문방도8폭병풍〉에진귀한기물들을채워넣으며귀퉁이칸을빌려아주작게자신의이름을남겨두었고,현대의이돈아는〈시공연속체〉사면을책으로둘러싸듯그리며중앙의여백에비뚤어진선과마천루건물을중첩시켰다.두화가모두자아를지켜내고픈욕망을새긴것이다.(중략)간절함에기대가붙으면괴로워진다.욕망을드러내면자칫자의식에사로잡힐까두려워진다.책가도를떠올리며나만의바람을슬며시넣었다.무더운여수의여름밤에새긴나의은인이었다._230~231쪽

마지막5부에는사랑·우정·연대등삶의외연을넓히는가치들을다루는작품들이소개된다.구본웅은〈친구의초상〉(1935년)에지기였던시인이상의얼굴을캔버스가득담았다.당시이상에게는죽음이찾아오고있었다.깊은슬픔이담긴듯짙은명암과병색을덮듯거칠고대담한필치가구본웅의요동치는마음을말해준다.반면이우성의〈해질녘,산에올라가서〉(2024년)은다양한인간군상이한데모여3미터에달하는대형캔버스를가득채우고있다.이들은타인이지만자유롭게어우러진다.부드러운곡선과따뜻한색채에서현대사회속인간에대한믿음과다정이느껴진다.오직한명을향한두터운마음과불특정다수를향한느슨한연대가우리에게온기를나누어준다.

1935년작인〈친구의초상〉은그때의작품이다.구본웅의마음은어땠을까.슬픔이몰려온다.명암이짙다.저려온다.어두운색속통증이숨어있다.실제일까,변형일까에대한답을찾았다.‘다르지만일치한다.’이상은담배를피우지않았다.실제이상이직접그린〈자화상〉(1928년)과도다르다.구본웅은자신의이상을붓질에담아냈음을깨달았다.시대를자조적으로야유한다.짙게드리운병색을덮듯이오만한자아를표출한다.〈친구의초상〉에는구본웅과이상이함께있다.창백한한쪽뺨을쓰다듬고프다.그들은닮았다.지기(知己)이라는단어를읊조려본다._349쪽

“경성에서서울까지,도시의이야기는계속된다”
인문학적사유가이어지는예술의길목에서

이책은김환기·이중섭·장욱진·박서보등유명한근현대예술가뿐아니라,주경·문우식·임용련·임군홍등대중적으로널리알려지지않은많은예술가들을호명한다.일제강점기이인성의회화속서양식복장을한여성을감싸는따스하고토속적인색채가마음을사로잡는다.1930년대구본웅이캔버스에거친붓질로토해내는감정은서양표현주의의거장에밀놀데와견주어도뒤지지않을만큼강렬한힘을전해온다.경성의페미니스트나혜석과한국전쟁기프랑스로향한이성자의일생은근현대격변의시기를지나온여성예술가의강인함을보여준다.

강한열망은소멸하지않는다.“녹과전이내포한바발랄한패기,견고한저력,약동적정신,이모든것은앞날의우리화단에원력소가아닐수없을것.”1938년열린제3회녹과전(임군홍의작품)에대한화가구본웅의찬사다.임군홍은1936년양화단체인녹과회를직접창립했다.새로움을구했고도전에거침없었다.경계를넘나드는예술가의삶이피어나는중이었다.(중략)미지의세계를겁내지않았다_296쪽

‘핍진하고’‘애달팠던’시기속에서도우리예술은꽃을피웠다.약100여년의시간을뛰어넘어,가려져있던근대작가의얼굴을다시마주하고그들의작품세계를복원해현대작가의작품세계와연결해보는경험은그자체로흥미롭고새로울뿐아니라,각각의작품이놓인자리를초월해작품의의미를확장시키는시도이기도하다.
미술은결국인간의이야기다.근대작가가시대의어려움과억압을견디며남긴흔적은과거의산물로만남을수없다.인문학적사유는이어져현대작가가자기내부의균열을탐구하며쌓아올린실험과연결된다.한국의근현대미술은‘인간이어떻게살아왔고,어떻게살아가야하는가’라는질문에대한저마다의고뇌와답을품고있다.이책은서양미술이나조선시대중심의기존미술교육에서는채워지지않던공백을메워주고,지금의우리예술이어떤시간을거쳐어디에서왔는지,앞으로어디로가고있는지를선명하게보여준다.근대와현대를넘나드는저자의문장을따라가다보면,어느새캔버스에짙게배인이야기에공감하고,내면의목소리에더깊이귀를기울이며주변세계를더넓게바라보는자신을발견하게될것이다.